김초엽 저
천선란 저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저/황가한 역
이미예 저
델리아 오언스 저/김선형 역
세상은 무심히 돌아가지. 인생이 별거야? 심각할 거 없지 않느냐는 거야. 그런데 가끔가다 아주 잠깐 어떤 은총이 찾아와, 인생은 별거라는, 소중하다는 어떤 믿음이.(p. 269, 「들개: 길 잃은 영혼」)
네 아들을 키운 싱글맘이자 알코올중독자, 그리고 그녀를 평생 동안 괴롭혔던 '척추옆굽음증'. 파란만장한 그녀 본인의 일생은 작품의 주요 소재가 되었다. 작품에는 작가 자신의 경험과 신념이 투영되기 마련이지만, 『청소부 매뉴얼』에 수록된 '루시아 벌린'의 단편들은 실제 그녀의 삶과 너무도 가까워 보인다. 내가 볼 수 있는 건 '작가 소개'에 적힌 문장들뿐이지만, 『청소부 매뉴얼』을 읽고 나면 감히 그녀의 인생을 알았다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작가 '루시아 벌린'의 묘사는 그만큼 생생하고 세심하다.
작가는 오랫동안 알코올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싸워야 했고, 네 아들을 홀로 부양하기 위해 온갖 일을 해야만 했다. '척추옆굽음증'으로 인해 그녀가 달고 살던 척추교정기는 태어날 때부터 짊어져야만 했던 삶의 무게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끝없이 절망하는 것 이외에 다른 방법은 없어 보이는 삶 안에 놓인 사람들에게는 종종 깨달음이 찾아온다. "가치 있지. 오늘 하루밖에 못 산다 해도 나중의 모든 고통을 감당할 가치가 있는 거야. 카마, 저들의 눈물은 달 거야.(523, 「내 아기」)" 설령 여기에 수록된 단편들의 절반만이 '루시아 벌린'의 삶과 근접하다고 해도, 나는 그녀가 끝내 기꺼이 삶을 긍정했다는 사실이 어떤 기적처럼 느껴진다.
동생 '샐리'나 작가의 네 아들들은 작가가 "인생은 별거라는, 소중하다는 어떤 믿음"을 얻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글쓰기' 또한 '루시아 벌린'의 중요한 일부였다. 진실을 왜곡하지 않고 변환해서 종이 위에 기록하는 일은 작가가 삶을 버티도록 돕는 연료의 근원이었다.
'루시아 벌린'은 '사는 게 끔찍하다'고도 썼고, 또 "사실은 전혀 죽고 싶지 않(64, 「청소부 매뉴얼」)"다고 적었다. 끝없는 절망과 찰나의 희망의 사이를 오가는 '루시아 벌린'의 글은 그 모든 역경에도 불구하고 일상의 모든 순간이 놀랍도록 눈부신 기록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네가 할 수 있는 일, 네가 즐길 수 있는 일이 아주 많(284, 「슬픔」)"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작가 '루시아 벌린'의 일기라고 불러도 무방할 단편들을 보면서 무심히 돌아가는 세상과 그 안에서 평생 존재하지 않는 존재로 살아가는 나를 느끼면서도, 도리어 삶에 절박해지는 심정이 되곤 했다. 작가가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인생을 가감 없이 내보이면서 동시에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고, 또 받아들여 주었다는 느낌에 사로잡혔기 때문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청소부 매뉴얼> 루시아 벌린의 단편소설집을 읽었다.
"그동안 루시아 벌린을 몰랐다고 해도 괜찮다. 지금이라도 읽을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김연수 작가의 추천사에서도 알 수 있듯,
무명작가였던 그녀는 사후 11년 만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고 한다.
세 번의 이혼, 네 아들의 싱글맘, 알코올 중독자...
그녀를 소개하는 문구를 살펴보니 인생이 평탄치만은 않았던 것 같다.
여러 직업을 전전했고, 그러면서도 글을 쓰는 일을 계속해왔다고 한다.
사후 11년 만에 떠오른 문학 천재라니, 어떤 단편들을 만날 수 있을지 기대가 됐다.
꽤 여러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개인적으로 단편소설집을 좋아해서 소장하고 있는 책들이 많은데,
대부분 국내 작가의 작품들이 많았던지라...
이번에 루시아 벌린을 만나게 된 것은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표제작인 <청소부 매뉴얼>부터 읽어보았다.
42-피드몬트, 잭런던광장행 완행버스.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읽는 내내 장면 하나하나가 머릿속에 그림처럼 생생하게 떠오른다.
담담한듯한데, 주인공들의 복잡하고 섬세한 감정들이 느껴진다.
여러 등장인물들이 등장하고 잔잔하게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다소 지루할 것 같기도 하지만 나도 모르게 빠져들게 되는 이야기였다.
루시아 벌린의 자서전 같기도 한 단편들을 읽으며, 충분히 감상하고 공감할 수 있었다.
작가의 다른 소설집과 에세이도 읽어봐야지!
* 도서를 무상 제공 받았습니다
40여 개가 넘는 단편집이 담겨져있는 루시아 벌린의 단편선집이다.
원래는 자살 유언 쓰기 매뉴얼이라는 원제였다고 .... (난 이게 더 취향인 것 같기도 하다)
정말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기 때문에 나는 그 중에 책의 제목이기도 한 '청소부 메뉴얼'에 대해서만 간단히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청소부 일을 하며 몰래 수면제를 모으는 메기라는 한 여자의 이야기이다.
글을 보아하니 전 남친인지 남편일지 모른 사람이 아주 어마무시한 가스라이팅을 이 여자에게 한 것 같다.
그 남자가 죽은 후, 청소부 일을 하러 여러 집에 다니며 매기가 생각하는 것들이 책에 담겨져있다.
꾸밈없고 짧은 문장들이 이어지고, 명확한 설명도 없지만 이 여자가 어떤 감정인지 읽으면서 알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애써 청소부 일을 하고, 그러한 이야기들을 이야기하는 느낌
그리고 중간중간 자신도 모르게 삐져나오는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는 마음들
저자인 루시아 벌린이 어렵게 인생을 살아온 것으로 알고 있어서, 더욱 그런 고통들이 실감나게 담긴 것 같다는 생각이 든 책이었다.
청소부들은 사실 물건을 훔친다. 하지만 우리를 고용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염려할 것들은 아니다. 결국 우리를 돌게 만드는 건 과잉 반응이다.
주인공인 매기는 다른 청소부들과 다르게 수면제를 훔친다.
(이게 더 엄청난 걸 훔치는 것 같긴 한데....ㅎ)
테리는 내가 항상 뭐든 버리지 않는다고 걸핏하면 놀려댔다.
"저 말이야, 매기 메이, 이 세상에서 당신이 붙들고 있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아마도 나 말고는."
"내가 없으면 너는 뭐 하니, 매기?" 너는 저번에 런던에 가기 전에 이 말을 몇 번이나 했지.
"마크라메 레이스 만들거야, 등신아."
"내가 없으면 너는 뭐 하니, 매기?"
"넌 정말로 네가 나한테 그렇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니?"
"응" 너는 그렇게 말했지.
테리 너 뭐냐...
애디는 흰 걸레로 부산스럽게 커다란 원을 그리며 유리창을 닦는다. 길 건너 세인트 루크 탁아소 앞에서 한 사내아이가 자기에게 손을 흔드는 줄 생각하고 똑같이 둥글게 손을 흔들어 답한다.
애디는 동작을 멈추고 빙긋 웃고는 이번에는 정말로 손을 흔든다.
악 귀여워
웃음 지어지는 문장이 참 좋아서, 메모장에 적어두었다.
오늘은 버크 부인의 집. 여기도 그만두어야 한다. 언제나 변함이 없다. 무엇 하나 더러운 적이 없다. 난 내가 왜 거기에 가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꼭 버크부인의 집만을 뜻하는 것이 아닌 것 같다는 느낌.
매기는 자신이 왜 청소부 일을 계속 하고 있는지, 왜 자신의 생각에 변화가 없는지를 떠올리고 있던 것은 아닐까-
굴곡진 삶의 흔적이 작가의 단편 소설 곳곳에 새겨진 작품집이라는 인상을 받게 하네요.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주류의 인물들보다 비주류에 가까운 인물들의 이야기여서 더 그랬던 거 같습니다. 간결하면서도 의미가 꽤 명확하거나 일상에서 했을 법한 생각과 감정을 담아놓은 평범한 문장이 주를 이루고 있다 보니 흥미진진하고 드라마틱하게 흘러가는 이야기를 읽는다기보다 작가의 자기 경험이 반영된 내밀한 고백을 읽는 듯 해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발랄한 이야기도 아니고 삶의 우울한 풍경과 얼굴에 수심이 가득한 사람들의 모습이 바로 연상되는 듯한 글이지만 그럼에도 날카로운 현실 묘사와 유머가 돋보이는 단편집이라는 생각이네요.
페이백 이벤트로 대여해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세상을 떠난 지 11년 만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소설가 루시아 벌린의 수작을 모은 단편선집으로 전 세계 수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았고, 유수 언론과 문단에서 아낌없는 찬사를 쏟아냈다고 합니다. 세 번의 이혼과 네 아들의 싱글맘이자 알코올 중독자였던, 파란 많은 작기의 인생을 조금 엿볼 수 있는 단편집이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청소부 매뉴얼
여러 삶의 모습을 그려낸 루시아 벌린의 단편선집, 청소부 매뉴얼. 다양한 인물들의 여러 삶을 표현하는 이야기에서 다채롭지만 동시에 불행한 삶의 살아온 작가의 삶이 반영되어 있다는 것이 잘 느껴졌습니다. 경험하지 못한 삶을 보여주고 있기에 공감하기보다는 관찰자의 시선으로 지켜보는 기분이라 그런 부분도 신기했습니다. 시간이 지난 후 다시 읽게 되면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지 궁금한 작품이네요.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