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는 읽기쉬운 편이라 금방 읽지만 마음속에 남는 게 크지 않은 것 같아 손이 잘 안가게 되더라구요. 이 책은 요새 우울감에 빠져 있던 저를 좀 도와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사실 완독은 아직 못했지만 마지막에 ‘그래도’로 시작하는 문장을 하나 더하는 일로 행복은 딱 그만큼의 긍정과 딱 그만큼의 용기면 대체로 충분하다는 것 이라는 부분이 마음에 와닿아서 참 괜찮았네요.
그러므로 이제는 안다. 좋아하는 것은 결코 잘하는 것과 같지 않으며, 돈 버는 것과는 더더욱 다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P.103)
솔직히는 이 책을 읽을까 말까 고민했었다. 이런 종류의 책을 너무 읽다 보니 사실 그 말이 그 말 같고, 다 비슷한 말처럼 보였다고나 할까? 그러나 나는 “매일 쉬지 않고 걷는 삶과 가끔 뛰더라도 종종 멈추어 쉬는 삶.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었다. 선택의 문제일 뿐. 그러니 오늘이 혹시 그런 날이라면 오늘 당신, 잠시 쉬어 가도 괜찮다. (p.143)”라는 말을 읽다가 울어버렸다. 늘 “오늘 걷지 않으면 뛰어야 한다”는 사회적 풍토 속에서 정말 매일매일 부지런히 걷던, 때로는 경보라도 하듯 숨차게 걷던 내게 남은 것은 디스크뿐이었는데. 그러면서도 지금 멈춰 있는 것이 종종 불안했는데. 마치 내 마음을 알기라도 하듯 괜찮다는 말을 건넨다. 그저 선택의 문제일 뿐이라고 나를 달랜다.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시간을 보내도 된다고 나를 위로한다.
오늘도 내게는 바람이 차다.
아무래도 나의 봄은 좀 더 더디게 오려나보다. (P.30)
돌아보면 나란 아이는 참으로 꾸준했다. 아니 좋은 말로는 꾸준하고 나쁜 말로는 징글징글하다. 뭘 하나 좋아하면 미련하게도 놓지를 못한다. (이놈의 책도 글씨를 읽을 수 있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이러고 있으니 참으로 한결같다. 한때는 이것으로 밥을 벌어 먹고살고 싶었고, 그러지 못해 꺼이꺼이 운 날도 있었으나 나도 이제는 안다. 좋아하는 것은 그저 좋아하는 것으로 남겨둘 때 아름다움을) 취미도, 사람도, 옷도, 성향도 참으로 한결같아서 사실 나는 휴직을 결정하고 마지막 근무를 하던 날 아무와도 인사를 하지 않고 사무실에서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같이 저녁을 먹자는 상사의 말도 몸이 안 좋다며 거절했다. 솔직히는 내일의 나를 만날 자신이 없어서였다. 출근의 관성도 아닌데, 나는 그렇게 회사에 가지 않는 내 모습이 두려웠다. 그런데 막상 다음날이 되니 아무렇지 않더라. 그저 커피도 맛있고, 햇살도 좋았다. 그렇게 나는 서서히 쳇바퀴를 벗어나 진짜 사람답게 사는 길을 향해 걸을 준비를 한 것 같다.
작가는 말한다. 멍때리는 것도 건강에 좋으니 죄책감은 내려놓으라고. 시간에도 여백이 필요하다고. 그것이 지금의 나처럼 이래저래 놀라는 말은 아니겠지만 나는 나의 단단한 행복을 위해 내 멋대로 해석하기로 했다. 고작 커피 한 잔으로도, 고작 책 한 권으로도, 고작 햇빛 쐬기로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이 멋진 일이라고 생각하며 더 잘 놀아보기로 했다. 뭐 어때.
이 “뭐 어때”라는 말이 딱 이 책의 느낌이라고 하면 작가님이 섭섭하실까. 그러나 내가 느낀 이 책의 감상은 엄마가 아닌 이모다. 엄마의 잔소리보다 조금 더 유하고, 조금 더 느슨하고 한발 물러서 있는 그런 것. 이런 류의 다른 책에 비해 작가는 잔소리를 덜한다. 대신 그래도 괜찮아, 하며 어깨를 두드려주는 문장이 많다. 그래서 편안하게 읽어지기도 하고, 작가가 묻는 말들에 그저 잠시 시간을 내어 “아, 내가 이런 사람이었지.” 하는 생각도 편하게 할 수 있다.
마지막 말은, 작가의 말을 빌려 적어보려 한다.
엎어진 김에 쉬어 간다고 했던가. (...) 새날에 내어줄 심신의 공간을 '버리기'를 통해 미리 마련해보는 건 어떨까. 비는 시간은 많고 불필요한 만남은 적으니 이보다 더 완벽한 조건은 없다. 머지않아 분명히 올봄, '진짜 봄'을 그리며 오늘도 먼지 쌓인 집과 마음을 쓸어 담는다. (P.177)
맞다. 내 쉼의 시작이 나였든, 타의 의도였든 이제는 중요하지 않다. 이제는 정말 온전히 내가 쉬고 있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 기회를 통해 버릴 것과 취할 것이 분명해지니 이보다 더할 나위는 없다.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해, 내게 주어진 오늘을 더 천천히 살아가야지.
김지영 작가님의 <행복해지려는 관성>은 Yes24의 100% 페이백 이벤트로 좋은 기회에 접하게 된 작품입니다.
작가님은 정제된 매체에 정해진 형식으로 꽤 긴 시간 글을 써오다 보니, 1,500자 5~6개 문단으로 사고가 재단되고 글이 패턴화되는 동시에 각각의 글이 독자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어야 하는 칼럼의 특성상, ‘기-승-전-긍정’으로 매듭짓는 습관, 즉 세포 어딘가에 끝내 긍정으로 향하려는 관성 같은 것이 새겨져 버린 것 같다고 고백합니다.
단순하지만, 명백한 진리, 제목에서부터 긍정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김지영 작가님의 '행복해지려는 관성' 리뷰입니다. 요새 인생이 정말 불행한데... 가뭄에 단비 같은 책이네요 많이 위로 받았어요ㅠㅠ 대체로 불행하더라도 결국 중요한 것은 마지막 마음, 단락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문장이겠죠. 아끼는 차와 함께 읽고 싶었던 책 읽기, 내일이 없을 것처럼 실컷 뛰기, 집 앞 곰탕집에 혼자 슬리퍼를 끌고 나가 소주 곁들이기 등 바로 지금 여기서 행복해 버릇하지 않으면 내일도 행복에 실패할 것... 진짜 좋은 말 같아요.
김지영 작가님의 행복해지려는 관성 리뷰입니다.100% 페이백 이벤트 덕분에 알게 된 작품입니다. 행복해지려는 관성은 결국 행복해지기 위한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네요. 행복의 상태는 노력하고 단련해서 유지하는 것이라는게 인상깊었습니다. '대체로 불행하더라도 결국 행복할 것입니다.' 이 문장이 너무 좋았어요. 작가님은 자신의 방식대로 행복을 글에 나타내고 있는데 솔직한 작가님의 글이 이목을 사로잡았던 것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