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노 저
임솔아 저
애나 렘키 저/김두완 역
로랑스 드빌레르 저/이주영 역
천선란 저
백온유 저
2022년 09월 02일
이제는 너무나도 많아서 흔하게만 느껴지는 소재의 책임. 그런데 아직도 이런 류의 소설이 잘 팔리는 듯. 그런 소설들 중에서도 이 소설은 특히나 이야기가 소소함. 너무 소소해서인지 읽은 뒤에 내가 뭘 읽었는지 기억이 안남. 이야기라는 것 자체가 없는 소설 같음. 인물에 집중이 된 소설이 아니다보니, 책 자체에 대한 매력도 없고, 그렇다고 사건이 드라마틱하게 전개되는 구조도 아니고. 단편적인 이야기에 위트나 재치가 들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이야기 자체가 너무 빈약해서 힐링 소설 자체가 안되는 것 같음.
혹평하겠음.
개인적으로 돈 아까움. 잡담으로서의 가치를 말하기에도 너무 가벼움. 몰입을 위한 조금의 성의조차 없는 단편적 신파의 나열.
누구에게나 잊고 싶은 기억 몇 가지를 안고 산다. 바쁜 오늘로 인해 잠시 잊고 살지만 잠시라도 짬이 나면 불쑥 찾아오는 잊고 싶은 기억들, 오늘의 일이 나를 힘들게 하면 '만약'이라는 가정법을 동원해가면 그럴 수 있다면 좋을까? 하면서 위로를 찾아 헤매기도 한다.
스쳐지나가는 동네의 눈에 안띄는 도시락 가게를 찾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포인트가 쌓이고 그렇게 받아가야만 하는 각기 다른 경품, 뜻밖에도 그들은 그 경품으로 인해 자신이 잊고자 하는 것들을 잊는데 도움이 된다. 원하는 기억을 망각할 수 있다면 그걸로 경품은 제 역할을 다하는 게 아닐까?
도시락을 찾는 사람들은 집에선 밥을 해먹을 수 없다. 좁기도 하고 그 많은 반찬을 만들려면 돈도 훨씬 더 들어가고 버리는 재료도 많다. 그리고 식사를 챙겨줄 가족도 없다. 도시락에도 엄마의 손맛이 들어가야 하는 건데 도시락 가게에도 그 엄마의 손맛이 느껴질까? 한 점의 생선구이와 어묵조림, 우엉조림, 달걀 프라이에서 그런 맛이 날까? 그저 배고픔을 잠재우려는 한끼 식사에 불과한 통과의례 겸 자꾸 발걸음을 잡아채는 그 이상한 도시락 가게에 이끌려 가서 사온 것인데...뭘 샀다고 경품을 주지만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친구와의 사이가 틀어진 주먹밥 손님에겐 과자 한봉지가, 엄마의 관계가 소원해진 닭튀김 손님에겐 어머니날 카드가, 그리고 엄마와 살고 있는 김 도시락 손님에겐 고양이 밥이 전해진다. 그리고 마지막 택시기사 손님에겐 물 한병이 해갈에 도움이 된다.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에겐 각자의 사연들이 있다. 그리고 그 사연의 시발점은 커스터드 도시락점 주인과 그 딸의 이야기이다.
커스터드라고 하면 서양식 빵 사이에 들어가는 달콤한 시럽같은 걸 연상케 하는데 왜 일본식 도시락집 이름에다 붙였을까? 그리고 도시락집 외양이 빵집 같아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사연의 실마리는 책 마지막에 놓여있고 사연을 가진 손님들의 이야기가 눈사람처럼 뭉쳐 끝에 몰려든다. 마치 할머니가 잠 못되는 어린 손녀에게 며칠을 두고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듯.
반지수 작가가 그린 표지는 이 책을 이해하는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허투루 그린 게 아니라 책 내용을 꼼꼼히 챙겨서 그려넣았기 때문에 내용중에 도시락점을 묘사하는 부분이 나오면 자꾸 책 표지를 보게 된다. 그 작은 물 한병과 고양이까지도 빼놓을 수 없다.
지금 잘 살고 있는 지 궁금할때가 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아닌 것 같은데 하면서 누가 좀 인생의 힌트를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본다. 꿈에서라도,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럴땐 아무 일도 없이 하루를 보낸 것이 오히려 잘 살고 있는 거야 라고 알려주는 게 아닐까 싶다. 소박한 도시락점이 가보고 싶다. 그리고 주인장에게 물어 보고 싶다. 나에겐 어떤 경품을 줄 수 있냐고? 분명 삶의 힌트가 들어있을 것 같아서.
앞으로 다채로운 나날이 펼쳐질 거야. / p.11
대학교 다닐 때에는 학교 식당보다 학교 근처에 있는 도시락 가게를 많이 애용했었다. 저렴한 가격에 많은 메뉴가 있었으며, 빠르게 먹고 수업을 들으러 갈 수 있다는 점에서 가벼운 주머니 사정에는 안성맞춤인 곳이다. 대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는 갈수록 도시락 가게를 갈 일이 줄어들었는데 직장 생활을 하면서 조금씩 다시 찾게 되는 중이다. 재정이 더 나아졌는데 도시락 가게를 찾는 이유는 그때의 추억이지 않을까.
이 책은 가토 겐의 장편 소설이다. 표지에서부터 따뜻함을 주었던 책이어서 선택하게 되었다. 사실 도서관이나 서점 등 책을 다루는 곳에서 힐링을 주는 이야기들이 참 따뜻하게 느껴졌는데 도시락 가게는 조금 의외이기도 했다. 힐링 소설 자체에 큰 흥미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기에 더 망설일 것도 없이 구매했다. 그러나 읽을 책이 많아 그동안 미루다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된 장소는 도시락 가게이다. 예전에는 할아버지께서 운영하신 듯하지만 지금은 젊은 여자가 운영하고 있다. 무심한 표정으로 쿠폰이 다 되었다고 언급하며 도시락과 함께 음료수, 그리고 다른 선물을 손님들께 준다. 처음에는 탐탁지 않았던 손님들은 다른 선물의 정체를 보고 그동안 잊고 있었던 무언가를 떠올리거나 가지고 있는 고민이나 걱정이 풀리는 일을 경험한다.
읽는 내내 미스터리를 느꼈던 작품이었다. 도시락 가게의 이름이 처음부터 밝혀지지 않았다는 게 가장 큰 이유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도시락 가게의 터를 두고 조금은 특별한 사건이 전개된 듯했다. 고객들의 힐링이나 삶의 나아진 방향에 초점을 맞추어 읽었지만 미스터리 요소가 있다는 점은 조금 독특하고도 신선했다. 개인적인 의견을 하나 붙이자면 주인의 표정이나 말투 묘사가 조금은 시큰둥하거나 정적으로 표현이 되다 보니 더욱 그렇게 느꼈던 것 같기도 하다.
오래된 친구를 떠올려 잊혀진 인연을 다시 찾았고, 또 누군가는 사랑을 쟁취했다. 도시락이 다른 사람들에게 양식이 되어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 처음에 가졌던 순수한 의문을 이해할 수 있었다. 서점과 도서관이 마음의 양식이라면 물질적인 양식은 도시락이나 식사가 될 테니 말이다. 너무 단편적으로 생각을 했었던 것은 아닌지 스스로 깊게 깨달았던 지점이었다.
개인적으로 그렇게 식사에 큰 의미를 두는 스타일이 아니기에 별생각 없이 힐링을 찾아 읽었던 책이기는 하지만 작품 안에서 고객들과 주인들의 이야기가 따뜻함을 주어서 생각보다 많은 여운을 남겼다. 주위에 이렇게 영혼의 양식까지 주는 도시락 가게가 있었더라면 적어도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던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