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노 저
임솔아 저
애나 렘키 저/김두완 역
로랑스 드빌레르 저/이주영 역
천선란 저
한화택 저
누군가의 딸, 아내, 며느리, 엄마여서 행복하지만 그것 외에 그냥 나 자신으로서의 존재를 잃고 싶지 않아서 끄적이기 시작한 이야기들이 있다. 그 이야기들을 차곡차곡 모으다 보면 잊고 지냈던 본연의 내 모습을 비로소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수많은 나의 역할들 속에서 그런 이야기들을 꾸준히 적어내려가는 일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느리더라도, 자주 쓰지 못해도 계속 쓰기를 시도하고 있고, 앞으로도 써볼 생각이다.
그런데 이런 나와 같은 생각으로 '누구의 딸, 아내, 며느리, 엄마가 아닌 본연의 자신으로 살아가기를' 바라며 나보다 앞서 글을 쓴 작가의 책을 만났다. '나는 내 딸이 이기적으로 살기 바란다' (정연희 지음, 허밍버드 펴냄)는 작가가 결혼을 앞둔 스물네 살의 딸을 보며, 앞으로 결혼할 이 땅의 수많은 딸들과 딸을 낳아 기르는 수많은 엄마들에게 자신의 인생에서 우뚝 서려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해 쓴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작년 요맘때 봤던 영화 '82년생 김지영'과 그전에 읽었던 소설 '82년생 김지영' 그리고, 웹툰 '며느라기'의 장면들이 머릿속에 자꾸 떠올랐다. 우리 딸은 내가 읽는 책들에 대해 관심이 많은 편인데 하루는 이 책의 제목을 보더니 무슨 내용이냐고 물었다. '나는 내 딸이 이기적으로 살기 바란다'의 작가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며느라기'의 사린이가 결혼 후 20~30년 정도쯤 지나면 아마 이 책의 작가가 쓴 이야기들을 똑같이 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고 이야기했다. 오랜 유교문화 속에서 굳어져온 여성의 역할과 불평등함, 그리고 그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라고도 덧붙여 이야기해 줬다.
책의 1장에서는 딸아이를 키우면서 겪었던 다양한 에피소드와 그로부터 작가가 느꼈던 점들을 적어 내려가고 있다. 그리고 그 일에 더하여 딸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을 편지로 담고 있는데 이 편지들을 읽다 보면 마치 나의 어머니가 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인 듯해서 공감도 되고, 때로는 힘이 나기도 하며,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나 역시 내 딸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2장에서는 시부모님과 사이에서 있었던 일들과 그런 와중에 느꼈던 작가의 감정들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작가의 시부모님은 학교 선생님이셨다고 한다. 나름 그 시절에 학교 선생님이라면 그래도 깨인 분들이라 생각해 볼법하나 그분들 역시 전통문화에 익숙해있는 우리나라 전형적인 시부모님이었기에 딸과 며느리, 손녀딸과 손자를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의 차별에 작가도, 그리고 작가의 딸 역시 상처를 받았다. 물론 악의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저 그분들이 살아왔던 문화에 익숙했기에 그 외의 변화에 대해 생각하지 못하셨고, 그런 분들에게작가가 처음부터 본인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하지 못했던 일들과 그 외에도 살면서 후회됐던 일들에 대한 이야기, 반면에 시부모님의 마음을 즉시 하지 못했던 부분들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 있다.
작가의 여러 일화들을 읽으며 공감이 되는 부분이 참 많았다. 그리고, 부모 세대의 문화에 대해 이해하기에 애써 꼬집어 말하지 않고 넘겼던 부분이 혹여 우리 다음 세대 아이들에게 당연시되지 않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3장에서는 작가의 어린 시절에서부터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까지의 일들을 통해 딸과 엄마의 존재에 대해 이야기한다. 솔직히 앞의 1,2장을 읽을 때는 '나는 내 딸이 이기적으로 살기 바란다'라면서 그렇다면 작가가 딸이 그렇게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무엇을 했는지 궁금했다. 세상이 바뀌기 위해서는 작은 부분에서부터 구체적인 변화가 뒤따라야 하는데 남성 중심으로 돌아가던 대한민국이 평등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그래서 내 딸이 좀 더 평등한 세상에서 온전한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딸아이에게 '이렇게 살아라' 말로만 이야기해서는 변화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3장에서 만난 작가의 인생을 보면서 과연 그녀의 딸이라면 대한민국에서의 여성의 삶이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삶임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자신을 닮아 고집은 세지만 그 덕에 뭐든 될 거라 믿어줬던 아버지, 그 뒤에서 늘 마음으로 응원해 줬던 엄마, 그리고 아버지의 틀 안에서 어릴 때부터 끊임없이 그 틀을 깨고서 당당하게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바를 이뤘던 작가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딸의 입장에서뿐만 아니라 과연 어떻게 딸을 키우는 게 옳은 것인지 엄마의 입장으로도 생각을 뒤집어 보기도 했다.
4장에서는 먼저 간 인생 선배로서의 결혼생활의 지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작가뿐만 아니라 작가의 남편에 대해서도 여러 번 상상을 하게 됐는데 아마도 작가의 남편은 영화 '82년생 김지영'에서 김지영의 남편으로 나왔던 공유의 역할과 많은 부분에서 닮은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고, 배려해 주고,심지어는 아이를 놓고 떠나는 아내의 유학을 허락했으며,물론 부모님과 도우미 아주머니의 힘도 있었겠으나 그래도 두 아이를 양육했고, 심지어 사춘기 아들마저 본인이 케어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과연 동시대에, 아니 지금도 이런 생활을 자처할 남자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분명한 사실은 이 땅의 여성들이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런 역할을 대단하다 여길 것이 아니라 당연하고, 정상적인 부부의 역할분담이라고 생각하는 남성들이 늘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이런 교육관을 가진 부모들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작가의 딸은 완벽한 교육을 받았다고 할 수 있으리라.
사람이 죽고, 세상이 변하고, 변한 세상에서 사는 애들에게
우린 그냥 부모고, 지나가는 보호자야. 우리끼리 잘 살면 되는 거야!
애들은 우리가 거쳐온 과거에 사는 게 아니라 미래에 사는 거니까.
아이들에겐 우리 말이 정답일 수 없어.
책을 읽던 중에 작가의 남편이 한 '부모의 정의'를 읽으며 나 역시도 고개를 저절로 끄덕이며 격하게 공감을 했다. 갑작스럽게 변한 고등 교육 과정 때문에 큰 아이에 대한 걱정이 커졌을 무렵이었고, 실체 없는 두려움에 무엇을 또 아이에게 해줘야 할지 고민이었는데 이 글을 읽으며 쓸데없는 걱정으로 내 삶에 먹구름을 가져다 놓았구나 싶었다. 그저 본인들 몫으로 놔두면 스스로 헤쳐나가겠거니 뒤에서 지켜보고, 믿어주며 나는 내 삶을 충실히 살아가는 모습만 보여주면 되는 거였다.
최근 큰 딸이 나에게 엄마가 바라는 일을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리고 나 역시 내 딸이 누구의 시선을 의식하기보다 본인이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란다. 그런 우리 모녀에게 꼭 필요한 조언, 하루에 나만을 위한 시간 만들기에 대해 작가는 이야기한다.
엄마의 그림자 속에서 커가는 딸이기에 딸이 바라는 엄마의 모습이자, 내가 바라던 나로 살아가려고 한다. 스스로 빛나는 사람으로 그래서 내 딸 역시 그러한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말이다.
누군가의 딸인 나, 누군가의 아내인 나, 누군가의 며느리인 나, 누군가의 엄마인 나와 함께 처음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스스로 빛날 내가 되고 싶은 그 누군가에게 이 책 '나는 내 딸이 이기적으로 살기 바란다'를 추천하고 싶다.
여성들의 소리를 이기적이라 바라보기보다 정상적인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 날이 분명히 올 것이라 믿어보면서...
- 이 포스팅은 출판사에서 무료로 제공된 책을 읽고 그 외 아무런 대가 없이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
딸이 이기적으로 살기 바라는 엄마라니.. 책의 내용이 궁금했다. 저자는 자신을 먼저 생각하고 사랑하는 이기적인 마음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어릴 적부터 여자라는 이유로 많이 배제되어 왔던 삶을 살았던 저자다. 여자, 딸, 며느리가 아닌 당당한 인간으로 겁 없이 도전하며, 살기를 희망한다는 이유로 자신의 딸에게 이기적으로 살라고 말한다.
저자 또한 그런 삶을 살았다. 남아선호 사상과 가부장적인 문화로 시집가면 남이라는 생각에 자신에게는 아무런 지원도 해주지 않는 부모 밑에서 악착같이 공부하고, 오빠의 커다란 스케이트를 탔다. 아무리 새스케이트를 사달라고 해도 사주지 않고, 오히려 원하지도 않는 남동생에게는 사주는 그런 부조리한 삶이 그녀를 강하게 만들어 투쟁하게 만든 것 이 아닐까?
그래서 겁도 없다. 혼자서 원두막을 지키며, 천둥과 번개가 쳐도 무서워하기는커녕 오히려 구경하며 부모를 기다렸던 어린시절, 그녀는 부모님의 두려움을 먹지 않았기에 그렇다고 말한다. 여자라는 이유로 두려움을 강요당하는 사회, 부모들은 먹고 살기 바빠 사회를 바꾸기 보다는 딸들에게 조심하려며, 두려움을 주입시켜 키웠음을 말이다. 그런 이유로 딸에게 자신의 두려움과 걱정을 주입시켜 딸의 발목을 잡지 않기 위해 조심하려 한다고 한다. 정말 맞는 말인 것 같다. 딸을 가진 부모들은 자신의 틀에 맞추고자 늘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그녀는 당당하게 자신의 부모에게 자신을 걱정하지 말고 믿어달라고 말한다.
그녀의 인생은 투쟁의 연속이었다. 결혼 한 뒤에도 여자가 무슨 공부냐고, 집에서 애나 낳고 키우라는 시부모님의 말에도 그녀는 공부와 직업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렇게 그녀는 자신의 꿈과 자유를 지켰다. 결혼을 하려는 자신의 딸도 자신처럼 이기적으로 살기를 소망하는 이유다. 그저 하루하루를 내가 원하는 방향이 아닌 살아지는 대로 살고 있던 나에게는 많은 자극이 된 것 같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