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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 생활자

도심 속 다른 집, 다른 삶 짓기

한은화 | 동아시아 | 2022년 4월 6일 한줄평 총점 0.0 (6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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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 생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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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16년 차 건축기자 한은화의 집 짓기 에세이를 빙자한 주거 정책 탐사기
잃어버린 ‘마당’을 찾아서, 파란만장 한옥 짓기 대장정!

“『반지의 제왕』 이후 이런 모험담은 처음이다!”_김하나(작가,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저자)

엄청나게 고생스럽고 믿을 수 없게 발랄한 아파트 시대의 한옥 개척기!
한국 주거 정책을 집요하게 파헤친 탐사 일지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 2,092만 6,710가구 중 아파트에 사는 가구는 51.5퍼센트, 1,078만 401가구다. 즉, 두 집 중 한 집이 아파트에 산다. 주거만족도 1위를 차지한 주거형태 역시 아파트다.(〈2020년도 주거실태조사〉) 많은 사람이 아파트에 살고 있고, 아파트에 살고 싶어 하며, 아파트에서 사는 삶에 만족하고 있다. 모든 욕망이 아파트를 향하는 시대,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이를 규제하는 정책들이 쏟아졌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여기, 아파트 담장을 넘어 도망친 커플이 있다. 16년 차 건축기자 한은화는 반려자와 함께 결혼식 대신 집 짓기 여정을 택했다. 우여곡절 끝에 도심 한복판에 한옥을 짓고 2년째 사는 중이다. 처음부터 한옥살이에 로망을 갖고 집을 짓기로 한 것은 아니다. 바란 것은 딱 하나, 집 안에도 바깥 공간 한 평이 있었으면 했다. 그렇게 그들은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골목길이 있는 서촌의, 지붕이 무너져 내리는 한옥 한 채를 사게 된다.

아파트를 중심으로 주거 환경 및 정책이 설계된 한국에서 주택을, 나아가 한옥을 짓는 일은 녹록하지 않다. 저자는 양옥 대비 최소 2~3배 비싼 한옥 공사비를 감당하기 위해 팬티에 구멍이 날 때까지 입고 또 입으며 돈을 아끼고, 구입한 땅이 맹지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골목길

역사를 뒷조사하여 100쪽짜리 민원 문서를 쓴다. 공사 시작 직전 골목이 좁아 크레인을 댈 수 없다는 충격적인 선고를 듣고 좌절하지만, 이내 크레인을 크레인으로 넘겨 가며 기어코 집을 짓는다.

두 사람의 피, 땀, 눈물이 고스란히 새겨진 『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생활자』에는 ‘아파트’ 바깥 동네의 일생이 담겨 있다. 저자는 재개발되기 전까지 그야말로 ‘방치’되는 오래된 동네의 현실, 보도블록 공사나 벽화 그리기에 매몰된 허울뿐인 재생, 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지 못하는 탁상 행정 및 주거 정책과 끈질기게 맞서 싸운다. 획일적인 도시 환경에서 원하는 삶을 담은 공간을 기어코 만들어가는 이들의 이야기는 곧 ‘투쟁’의 기록이기도 하다.

사회적 거리 두기와 집콕의 시대, ‘집’은 과연 어떤 공간이어야 할까? 우리의 삶을 담아낼 집은 ‘아파트’ 이외에는 없는 것일까? 이들의 고군분투를 함께 읽으며 우리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목차

프롤로그: 아파트 시대의 이상한 주거 르포르타주

1장 어쩌다 한옥
- 부동산이 아닌 공간으로, 잃어버린 내 삶을 찾아서

쾌적한 집콕을 위하여
우리의 삶은 평당 얼마짜리일까
어느 날 한옥이 내게로 왔다
결혼식 대신 집 짓기
티끌, 아니 팬티 모아 집 짓기

2장 오래된 동네의 비밀
- 아파트 밖에서 마주한 재개발과 재생의 민낯들

그 골목길의 주인은 따로 있다
늙은 삶터의 뒷조사
내 땅이 사라졌다
‘Made In 자이’의 세상
골목길에서 수상한 냄새가 난다

3장 집이 나에게 물었다
- 공간이 치수를 정하고 삶의 테두리를 정리하기

Q. 리더냐, 동무냐
Q. 방이 좁아도 괜찮은가
Q. 방은 몇 개가 필요할까
Q. 고쳐 쓸까, 새로 지을까
Q. 몇 밀리미터면 충분할까

4장 단지 밖은 정글이다
- 전통이라는 이름 아래 한옥을 박제해 두는 정부를 고발합니다

한옥은 왜 똑같이 생겼을까
21세기 조선 한옥이라니
전통을 바라보는 우리의 자세
프로 불편러의 탄생

5장 드디어 짓다
-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은, 파란만장 좌충우돌 집 짓기 여정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우리 집은 초울트라 럭셔리 하우스
땅 밑 아무개 씨 이야기
“아, 그 크레인으로 지은 집?”
사모님으로 콴툼 점프
너의 이름은

6장 기어이 살다
- 나의 집, 나의 삶, 나의 생태계

한옥 생활자, 40세 집구석 은퇴 라이프
한옥은 불편한가
네모반듯하지 않아도 괜찮아
농약 사는 여자
서촌 시골살이
남과 비교할 수 없는 집

에필로그: 세 가지가 없는 집

저자 소개 (1명)

저 : 한은화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건축에서 도망쳐 기자가 됐는데, 건축을 취재하고 있다. 마당 있는 집을 찾다가 한옥을 지었는데, 아파트 단지 밖 방치된 동네의 현실에 눈을 뜨게 됐다. 반려자 최진택과 서울 한복판 서촌의 한옥에서 산 지 2년여째, 각종 텃밭 작물을 재배하며 시골살이 하듯 사는 맛이 꽤 좋다. 더 다양한 집과 공간, 더 나은 도시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16년째 일하고 있는 중앙일보에서 〈한은화의 공간탐구생활〉과 〈한은화의 생활건축〉을 연재 중이다.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건축에서 도망쳐 기자가 됐는데, 건축을 취재하고 있다. 마당 있는 집을 찾다가 한옥을 지었는데, 아파트 단지 밖 방치된 동네의 현실에 눈을 뜨게 됐다.
반려자 최진택과 서울 한복판 서촌의 한옥에서 산 지 2년여째, 각종 텃밭 작물을 재배하며 시골살이 하듯 사는 맛이 꽤 좋다. 더 다양한 집과 공간, 더 나은 도시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16년째 일하고 있는 중앙일보에서 〈한은화의 공간탐구생활〉과 〈한은화의 생활건축〉을 연재 중이다.

출판사 리뷰

한옥은 왜 다 똑같이 생겼을까?
한옥은 정말 비싸고 불편할까?
한옥을 둘러싼 오해에 직접 답하다
21세기 한옥은 어떤 집이어야 할까?


한옥에는 비싸고 불편하다는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또한, 구도심의 한옥은 모두 비슷한 외관을 자랑한다. 저자는 이 모든 문제가 한옥을 “부수고 재개발해야 할 옛집” 혹은 “사람이 살지 않는 채로 보존해야 할 문화재”로 바라보는 규제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건축법〉에 건축물로서 한옥의 정의가 추가된 것은 2010년이다. 그전까지 한옥에 대한 명확한 정의조차 없었다. 이후 정부는 한옥을 보존 및 육성하겠다는 목표 아래 한옥 디자인 지침을 만들었다. 저자에 따르면 서울시의 한옥 디자인 지침은 ‘조선시대 한옥’을 기준으로 삼고 창살, 대문, 타일, 담장, 지붕의 모양과 재료까지 규제한다. 가령 외벽에는 타일이나 벽돌 등을 사용할 수 없고 돌만 이용해야 한다. 담장 역시 장대석, 사괴석 등 전통적인 재료를 이용해 만들어야 하고, 그 위에 기와까지 얹어야 한다. 지붕은 전통 한식 기와 또는 개량형 한식 토기와를 사용해야 하는데, 이 기와들의 무게가 엄청나서 결국 집 전체를 짓는 데 엄청난 양의 목재가 든다. 이렇듯 규제를 따르다 보면 한옥은 비싸질 수밖에 없을뿐더러, 드라마 세트장 같은 비슷비슷한 조선 한옥이 만들어진다.

한옥 심의를 거치며 한옥 대중화 정책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마주한 한은화는 ‘전통 보전’이라는 이름 아래 변화를 용인하지 않는 현 정책의 한계를 면면히 고발한다. 한편, 다양한 재료를 활용하여 집주인의 개성을 드러내고,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룬 한옥 건축물을 소개하기도 한다. 현대 생활을 오롯이 담아낼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삶터로서의 한옥을 위한 청사진을 그려나간다.

살아보니 한옥은 “살아 숨 쉬는 집”이다. 집을 다 지은 후에도 나무는 수축하고 팽창하기 때문에 자리를 잡는 데까지 시간이 걸린다. 그 시기에는 지붕에서 떨어지는 흙을 치워줘야 하고, 나무에 생긴 송진도 닦아주어야 한다. 이렇듯 한옥은 관리가 필요한 집이지만, 불편하지만은 않다. 높은 천장고와 나무 냄새 덕분에 한옥은 취하지 않는 밤을 선사한다. 아무리 건조한 날씨여도 적정 습도를 유지한다. 효율성과 편리함이 최고의 가치로 여겨지는 시대에 직접 집을 관리하고 돌보는 일이 주는 기쁨은 크다. 건축가 전보림의 추천의 글처럼 책을 읽은 독자 역시 “서촌의 한옥 매물을 기웃거리게 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에 휩싸일지도 모른다.

삶을 담은 집에서 삶을 바꾸는 집으로
도심 속 다른 집, 다른 삶 짓기


집 짓기는 선택의 연속이다. 저자 역시 집을 짓는 동안 셀 수 없이 많은 선택지를 마주해야 했다. 안방과 화장실을 붙여 배치하는 게 좋을까? 지하를 파는 것이 좋을까? 옷방을 지하에 두어도 될까? 한지는 무슨 색깔이 좋을까? … 집을 지으며 그가 가장 고민했던 것은 “방의 개수”다. 그에 따르면 아파트 구성에 청약예금제도와 국민주택기금 등 정부의 주택정책이 더해져, 아파트 면적은 몇 가지 유형으로 정형화됐다. 방이 몇 개인 아파트에 사느냐에 따라 자산 규모를 짐작할 수 있는 구조가 된 것이다.

이렇듯 획일적이고 정형화된 아파트 공간에서는 아무리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을 갖고 있어도 똑같은 구조의 집에 맞춰 살아야 한다. 방이 몇 개 필요한지, 각 공간의 쓸모는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결정해 나가는 일은 쉽지 않았다. 집은 계속 물었고, 저자는 계속 답했다. 그에게 집 짓기는 “나를 알아가는”, “나의 삶을 이해하고 정리해 나가는 과정”이었다.

하나의 치수가 틀어지면 다른 모든 것들의 위치가 흔들리고, 집에 둘 수 있을지의 여부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그래서 우리는 재고 또 쟀다. 수전 높이는 얼마, 세면대 높이는 얼마, 계단 폭은 얼마…. 줄자를 미처 챙기지 못한 날에는 발로 쟀다. 하나, 둘, 셋, 넷! 치수를 재고 공간감을 익히며 우리는 조금씩 우리 집과 우리를 이해해 나갔으며,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별했다. 이렇게 집을 짓는다는 것은 우리를 알아가는 여정이었다. 또한 우리의 삶을 이해하고 정리해 나가는 과정이기도 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거냐고 묻는 집에게 우리는 이렇게 살 것이라고 답하며 집의 그림을 그려나갔다. 나와 진택의 삶이 밀리미터 단위로 담긴 집은 그렇게 완성됐다.
_308쪽~310쪽

한적한 골목길에 위치한 체부동 한옥은 밤 10시만 되어도 새벽처럼 조용하다. 한은화와 최진택은 주말에는 외출하지 않고, 앞마당의 앵두나무와 뒷마당의 텃밭을 돌본다. 만개한 사과꽃 아래에서 막걸리 한잔 기울이며 봄날을 맞이하고, 제철을 맞은 채소로 음식을 해 먹는다. 집에서는 시계를 보지 않는다.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과 달빛으로 시간을 가늠하며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집구석 은퇴 라이프’를 즐기고 있다.

『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생활자』가 새로운 ‘집’을 꿈꾸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공간은 사회나 부모가 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손과 발을 사용해 만들어 내는 것”이라는 건축가 구마 겐고의 말처럼, 획일적인 도시에서 다른 집, 다른 삶을 직접 지어보는 여정을 시작해 보면 어떨까. 그때, 우리의 도시는 분명 더 아름다워 질 것이다. 투쟁!

종이책 회원 리뷰 (6건)

(서평)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 생활자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j*****7 | 2023.01.31

서울에 현존하는 건축물을 떠올려보자 어떤 형태가 생각나는가 

절반넘게 아파트가 차지할 것 같고 나머지는 다양한 형태의 사무용, 혹은 오피스텔용 빌딩들, 그리고 나면 오래된 단독주택, 개중엔 아직도 구멍가게로 사용되는 적산가옥이나 8,90년대 많이 지어진 붉은 벽돌 빌라들도 한 자리 차지할 것 같다. 그리고 남은 건 북촌으로 상징되는 한옥이 있다. 

 

한옥이라는 말은 어폐가 있다. 한국에 지어진 집은 모두 한옥이 아니겠나 그러나 이 한옥이라는 단어엔 시대의 아픔이 있다. 특히 서울의 특정 지역에 한옥이 밀집해서 그나마 명맥을 잇게 된 것은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인들이 진을 치고 살면서 조선인들의 주거지를 야금야금 잠식해가는 것을 보다 못한 조선의 자산가들이 북촌 일대 땅을 매입해 필지를 잘게 나누고 거기에 한옥을 지어 저렴하게 팔았다는 것이다. 지금 그곳은 마치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번쯤 둘러보는 관광지처럼 여겨지고는 있지만 엄연한 생활 거주지다. 

 

서울 한복판에 한옥을 짓고 산다고 하면 그 반응이 볼만할 것 같다. 농담하냐고, 혹은 아파트처럼 나중에 안팔릴 것이라고, 불편해서 어떻게 사냐고, 집을 짓는게 가능은 하냐고 물어볼 게 틀림없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무슨 생각에서인지 실현해냈다. 

 

기자인 저자는 반려자와 함께 살 공간을 서촌에 마련하기로 했다. 그리고 기왕 자기 집을 갖는 거 한옥으로 지어보자고 마음을 먹게 된다. 당연히 모두의 선입견처럼 고충의 연속이었다. 그 비싸고 좁은 땅 위에 한옥이라니... 땅 구입부터 설계, 인허가, 건축 등등의 과정이 파노라마처럼 펼져진다. 웬만한 사람 같았으면 중도 포기하고 땅을 팔아버렸을텐데 웬만하지가 않은 사람인 모양이다. 그 덕에 이렇게 책까지 나오지 않았겠나. 

 

한옥은 살기에 불편할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있는 장점은 무엇일까? 마당이 있으니 거기서 하늘을 바라다 볼 수 있을 것 같고, 층간소음도 없을 것 같고, 아파트 처럼 경비비나 일반관리비, 장기수선 충당금 같은 고정비도 없을 것 같고,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나도 한번 짓고 살아봐?? 하는 충동을 야기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세상 어디에 100% 만족할 만한 '사는 곳'이 있겠는가. 100평 아파트에 산다고 행복하다고 할 수 없고 작은 한옥에서 유유자적 산다고 해서 마냥 행복한 것도 아닐 것이다. 그저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 어느 정도 만족할 수 있는 심적 여유를 누릴 수만 있다면 집은 그걸로 충분하다. 쫒겨날 이유없는 내집인데...

 

 

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접어보기
[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 생활자] 두껍아 두껍아 한옥 다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로얄 y*******2 | 2022.05.10

단군 이래 제일 비싼 집값(?)??에 허덕이고 있는 현대인들 ㅠㅠ 누더기같은 규제 때문에 오히려 실수요자만 피해를 보고 있는 듯 한데, 그래도 다들 내 집 마련, 번듯한 직주근접+역세권 아팟,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소망은 놓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나 포함??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두 집 중 한 집이 아파트에 살며, 주거만족도 1위를 차지한 형태 역시 아파트라고 한다. 그러나 이 커플은 빤쓰와 양말이 빵꾸날 때까지 허리띠를 졸라매며 마련한 돈으로 마포 래미안 20평을 산 게 아니라 한옥을 지어버린다. 이것이 주거 모험이 아니라면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이 모험의 시작은 <전통을 지켜야겠다는 거창한 마음가짐>, <한옥에 대한 평생의 로망> 등이 아니었다. "집 안에도 바깥 공간 한 평이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작은 소망은 지붕이 무너져 내리는 서촌 한옥을 덜컥 사버리며 실현되는데...!

한옥을 새로 짓기 위해 땅을 팠을 때 문화재가 나올까봐 전전긍긍하는 에피소드, 집을 수리하느냐 아예 새로 짓느냐에서 고민하는 결, 기껏 산 땅이 맹지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몇 십년 전의 자료까지 뒤져가며 100쪽짜리 민원 문서를 써서 낸 일, 양옥 대비 2~3배 높은 공사비를 네고하는 과정, 골목이 좁아 공사 크레인이 들어올 수 없어서 3.5톤 크레인을 150톤 크레인으로 넘겨가며 마침내 집을 완공하는 과정.

그냥 부동산 몇 군데 들러보고 임장 가본 뒤, 등기를 치는 간편한 과정(?)에 비하면 이 한옥짓기 과정은 그야말로 모험담????이라고 할 수 있다. 

비슷비슷한 환경에서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내기 위해 분투하는 투쟁기.
지하 벙커가 있는 한옥이라니... 호캉스가 따로 필요 없을 듯합니다. ㅋㅋㅋ

작가의 글맛과 멋진 한옥 사진을 보며, 나는 이런 집을 갖기 위해서 저런 고생을 과연 할 수 있을까? 라고 자문해 본다. (물론 대답은 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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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 생활자 - 꿈을 이루고 사는 사람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w****M | 2022.04.29


 

 

 

아파트가 대한민국의 평균적인 삶터로 자리매김하는 동안 아파트 밖 동네는 방치됐다. 어렵게 어렵게 내 집을 새로 지을 수 있어도 낙후한 동네 인프라를 바꾸긴 힘들었다. 단지 안의 안락한 생활은 집단으로 뭉친 개인들이 투자한 결과였고, 단지 밖의 험난한 삶은 집단이 되지 못한 개인들이 발버둥 치다 포기한 결과였다.

 

 

결혼식장 짓기 프로젝트.

마음이 맞은 연인은 마당 한 뼘이 있는 집을 원했다.

그리고 서촌에 폐가를 샀다. 그곳은 두 사람이 결혼식을 올릴 공간이자 두 인생이 하나의 삶을 일궈내기 위한 곳이었다.

 

대한민국에 아파트가 새로운 보금자리로 떠오른 이후 서울은 콘크리트 숲이 되었다.

재개발이라는 명목으로 동네가 사라지고 아파트 단지가 세워졌다.

골목은 사라지고 아파트 단지는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위한 전유물이 되었다.

골목골목마다 아이들이 뛰어놀던 동네 모습은 이제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이 한옥 짓기 프로젝트는 실로 험난하다.

집 하나 짓는 게 그럴 일인가? 싶다가도 이것이 현실이지.라는 체념도 든다.

게다가 그들이 터를 잡은 곳은 한옥보존지역이었다.

 

터를 잡고 설계를 하고, 예산도 짰지만 모든 일이 계획대로 되면 얼마나 좋을까?

3억이면 지을 줄 알고 돈을 모았는데 그 사이 견적은 5억을 넘어갔다.

지하를 파고 싶은데 문화재가 나올까 봐 전전긍긍했다.

어찌 겨우겨우 공사를 들어갔지만 좁은 골목이라 크레인으로 모든 장비와 자재를 날라야 했다.

그래서 <<크레인으로 지은 집>>이라는 유명세를(?) 얻었다.

 

이 책은 마당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로 시작해서 한옥 짓기에 뛰어들어 여러 가지 난관을 헤쳐가며 끈기와 인내와 굳건함으로 보금자리를 마련한 커플의 이야기다.

마냥 즐겁고 유쾌하게만 읽을 수 없는 것이 이 이야기 자체가 대한민국 현실의 민낯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우리 고유의 가옥인 한옥 짓기가 이렇게 어려울 일인가?

이렇게 어려우면 누가 한옥을 짓고 살고 싶어 할까?

인구는 절벽으로 치닫는데 아파트 층고는 어째서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올라가는 걸까?

공간에 대한 가치관이 바뀌고 있는대도 불구하고 어째서 집 짓는 사람들은 그것을 무시한 집을 짓는 걸까?

 

공간에 대한

집에 대한

삶에 대한

그 어떤 철학도 없이 우후죽순처럼 솟아나는 콘크리트들이 도시를 점령했다.

그곳에 자신들만의 보금자리를 알차게 꾸려낸 사람들의 이야기는 도시 모험 같다.

 

 


 

 

 

꿈을 일궈나가는 사람들이 있어, 그들의 노력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거 같다.

이 한옥 한 채가 앞으로 더 많은 집다운 집들을 만들어내는 결과가 될 것이다.

어떤 난관에도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의 삶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맸던 두 사람의 한옥 짓기 분투기는 그래서 인상적이다.

 

집은.

투기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집은.

내 가족의 영혼이 쉬어가는 곳이기 때문이다.

 

성냥갑 속에서 바둥거리고 사는 사람들만 보다가 이렇게 자신들의 모든 것을 걸고 마당 한 뼘을 구해낸 커플의 이야기는

읽는 내게 숨통을 틔워주었다.

이제 대한민국은 주거에 대한 개념이 바뀌고 있음을 두 사람을 통해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누군가 내려다 볼일 없고, 이웃의 시선을 느끼지 않고 창문을 열 수 있는 곳에서 살고 싶다.

이 자그마한 소망을 모두가 이루고 사는 시절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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