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노 저
임솔아 저
애나 렘키 저/김두완 역
로랑스 드빌레르 저/이주영 역
천선란 저
백온유 저
『하나, 책과 마주하다』
동화 속 동물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항상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나만 그런건지 잘 모르겠지만 어떠한 특정한 책을 읽고 있을 때, 어떠한 특정한 음악을 듣고 있을 때 그 공간과 그 분위기가 뇌리에 박혀 지금 그 때의 책을 읽거나 그 때의 음악을 들으면 그 공간과 그 분위기에 취한다.
어린 시절 방학이 되면 한 달 정도 외가집에 가서 머물렀었다.
대부분 겨울 방학을 기다린다고 하지만 나와 내 동생은 외할머니집에 머무를 수 있는 한 달, 바로 여름방학을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렸었다.
강원도 철원에 위치한 외할머니집은 여름에 가도 좋았고 겨울에 가도 좋았다. 봄과 가을을 못 느껴봤지만 여름과 겨울은 서울과 달리 그 계절을 충분히 눈으로 느껴질만큼 매력적이었다.
큰 마당으로 나가면 백구와 황구가 있고 그 안쪽으로 외양간이 있고 옆으로는 밭이 있었다. 집 뒤쪽으로는 닭장과 옥수수밭 그리고 호박과 고추밭이 있었다.
앞쪽으로 쭉 나가면 개울가가 있고 뒤쪽으로 가면 산이 있다.
앞서 동화 속 동물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고 말했는데 외가집에 갈 때면 꼭 챙기는 것이 있었는데 바로 책이었다.
그 날은 여름이었지만 선선한 바람이 불어 참 고요했다.
마루에는 큰 창문이 있어 집 앞 마당이 훤히 보였는데 앞 마당 바로 앞에 꽃밭이 있었다.
마루 중간에는 삼촌 방이 있었는데 그 창문으로 바로 울창한 나무들이 한가득 즐비해있는 뒷산이 보였다.
삼촌방에 들어가 방문을 열어놓고 뒷산을 등지며 벽에 기댄 뒤, 내 옆에 책탑을 쌓아 예쁜 꽃들이 한가득 핀 꽃밭 가득한 앞 마당 보며 독서를 했었는데 당시의 공간과 분위기가 아직도 잊혀지질 않는다.
그 때, 읽었던 책들이 동물들이 등장하는 이야기였는데 이후 동물들이 나오는 동화책을 볼 때면 당시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은 두더지, 물쥐, 두꺼비 그리고 오소리 아저씨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두더지는 꿈으 꾸는 것 같았다. 계속 바쁘게 초원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산울타리를 빙 돌고 나서 잡목림도 지나고, 새들이 짓고 있는 둥지도 보고, 피어나는 꽃봉오리도 보고, 나뭇잎이 바스락거리는 소리도 들었다. 모든 것이 행복하고, 변해가고, 바쁘게 움직였다. 마음속에서는 '페인트칠해야 하잖아!' 하고 소리쳤지만, 온통 바삐 움직이는 것들 틈에서 혼자 여유를 부리고 있노라니 즐겁기만 했다. 휴일이 좋은 이유는 단지 쉴 수 있어서가 아니라 남들이 정신없이 일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두더지는 이보다 더 행복할 수 는 없다고 생각하며 정처 없이 돌아다니다가 넘실대는 강 앞에서 갑자기 걸음을 우뚝 멈추었다.
물쥐가 몸을 앞으로 기울여 노를 저으며 대답했다.
"대단하냐고? 당연히 최고지! 내 말을 믿어, 친구야. 배에 타고 있는 것만큼 재미있는 일은 세상에 없어. 다른 건 그 절반만큼도 재미있지 않아. 배에 그냥 가만히만 있어도 돼."
두꺼비가 다리를 벌리고 가슴을 활짝 편 채로 소리쳤다.
"바로 이거야! 이 작은 마차 안에 진짜 인생이 있어. 탁 트인 길, 먼지 나는 도로, 히스 꽃, 공원, 산울타리, 내리막길! 캠프장, 마을, 읍내, 도시! 오늘은 여기로, 내일은 저기로! 여행, 변화, 호기심, 흥분! 온 세상이 너희들 눈앞에 놓여 있어. 언제나 변화무쌍한 지평선도! 이 마차는 지금까지 만들어진 것 중에 최고의 마차야. 그 어떤 마차도 비교할 수 없어. 들어가서 봐봐. 내가 직접 꾸몄다고."
마음씨 좋은 오소리는 두 친구를 불가에 앉히고는 젖은 코트와 장화를 벗으라고 했다. 깨끗한 가운과 슬리퍼를 가져다주고 나서, 두더지의 무릎을 따뜻한 물로 씻기고 상처에 반창고를 붙여 말끔하게 정리해 주었다. 눈보라에 쫓기던 때와 달리 밝고 아늑한 곳에서 몸을 말리고 지친 다리를 쭉 뻗고 앉아 식탁에 접시들이 놓이는 소리를 듣노라니 갑자기 안전한 항구에 다다른 기분이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우거진 숲에서 매서운 추위와 싸우던 기억은 꿈처럼 몽롱하게 느껴졌다.
이렇게만 봐도 두더지, 물쥐, 두꺼비 그리고 오소리 아저씨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읽다보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두더지의 마음 한 켠에는 두려움이 존재하는 것 같다. 그러나 호기심 많은 두더지는 뭔가를 해보고 싶어한다.
그런 두더지가 모험을 시작한다. 물쥐, 두꺼비 그리고 오소리 아저씨와 함께.
사람에 빗대어 보자면 누구는 두더지 같을 것이고 누구는 물쥐 같을 것이고 누구는 두꺼비 같을 것이고 누구는 오소리 아저씨같을 것이다.
두더지가 착하다면 두꺼비는 나쁘기 보다는 살짝 영악하다고 할까. 물쥐는 영리하고 오소리 아저씨는 참 지혜롭다.
몸도, 마음도 아플 때면 자연스레 생각이 많아지는데 동물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동심에 빠지는 이 순간, 그나마 머리가 덜 아픈 것 같아 참 좋았다.
이 순수함과 즐거움을 누리지 못하는 나는 쓰레기인가..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은 아들을 위한 동화책이라고 한다. 해리포터를 쓴 작가도, 위니 더 푸를 쓴 작가도 이 책을 추천한다고 한다. 이 사실은 다 읽고 나서 나중에 알았지만. 어쩐지 아동문학이래서 그랬구나 어쩐지..
사실 모르고 소설을 읽는데, 동화스러운게 귀여웠다. 물쥐 집에 놀러간 후 같이 지내는 발랄한 두더지. 친구들을 잘 챙기는 착한 물쥐. 늘 친절히 조언을 해주는 멋있는 오소리. 그리고 철딱서니 없는 부자 두꺼비. 잠깐잠깐 지나가는 토끼, 수달 친구들과 족제비 등 다양한 인물들(?) 동물들이 있었다. 어찌나 현실감 있던지 동물이라는 호칭 빼고는 그냥 사람 사는 세계라고 해도 무방했다.
처음에는 들어가기가 조금 어색했지만 보다보니 괜찮아졌다. 일러스트 덕분에 더 잘 녹아들 수 있었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일러스트. 따라그리고 싶을 만큼 색감도 캐릭터도 너무나 귀여웠다. 사실 저 개성을 만들기가 되게 힘든 건데. 너무나 따스했다. 자연 풍경을 배경으로 하는 동물 친구들의 이야기와 너무나 잘 어울렸다.
나는 두꺼비가 싫다. 너무 허세만 가득하고, 철딱서니 없고, 친구 걱정은 귓등으로 듣고, 잠시 반성하다가도 다시 제자리로 오는 철 없는(도 너무 착하게 표현하는 것 같지만) 두꺼비. 자동차를 훔치고 감방에 가는 여정은 꿈이거나 상상일 줄 알았다. 너무 종잡을 수가 없어서... 그런데 너무나 착하게 풀리고 개과천선(?)처럼 흘러가는 건 아동문학의 특징인 걸까. 내가 썩은 걸까, 어릴 때의 내가 봤다면 재미있게 봤을까? 오해와 루머가 고정된 편견으로 나오는 씁슬한 결말까지.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보면 더 재밌게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렇게 살지 맙시다 같은 것.
"(생략) 내가 너무 성가시게 해서 지쳤을 거야. 더 이상 너희들을 힘들게 하면 안 돼. 내가 성가신 존재라는 건 나도 잘 알아."
"그래, 그건 사실이야. 하지만 잘 들어. 난 네가 정신을 차리기만 한다면 어떤 고생이든지 할 거야."
이 두꺼비를 받아주는 착한 친구들. 제일 감동 먹은 대사 중 하나였다. 이렇게까지 나는 무한적으로 믿는, 애정을 가진 친구가 있을까. 정말 소수로 있다. 하지만 반대로 내 친구도 나를 이렇게 대해줄까. 우정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순수하게 마음을 내어주고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 그런 친구 사이는, 시간의 누적에 따라 더 강화되는 것 같기도 하다. 작가는 어떤 추억을 회상하며 이런 스토리를 만든 걸까? 어떤 이야기를 보고 듣고 느꼈기에, 이런........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었을까?
책 디자인이 예쁘다. 시원한 하늘색과 금박 포인트로 스페셜 리미티드 에디션 디자인 뿜뿜. 갖고 다니기 엄청 자랑스러울 것 같다.
종잡을 수 없는, 귀엽고 천진난만하고 순수한, 어린 아이와 같은 마음으로 보아야하는, 굉장히 영국스러운 문학 소설이었다.
#고전명작 #아름다운고전 #리커버 #버드나무에부는바람 #인디고
물론 자연 속에서 살다 보면 가혹한 일도 많으리라.
그래도 눈 앞에 펼쳐진 그 공간 속으로 지혜롭게 따라갈 것이다.
평생 즐거운 모험이 가득한 그곳으로.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은 참 인상적이었다. 묘사가 인상적이라 좋았다.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숲 속 풍경이 그려지는 것만 같았고, 동물 친구들이 내는 소리와 듣는 소리 그리고 움직임이 그려져서 신기했다. 이따금 내 머릿속으로 그려진 풍경보다 더 동화 같고 아름다운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의 삽화를 보는 즐거움도 꽤 컸다. 이 소설은 시력이 약한 아들을 위해 저자가 직접 지은 동화라고 한다. 간단하고 단순한 서술로도 진행할 수 있는 이야기에 저자가 더한 자세한 묘사는 아들에 대한 깊은 사랑의 증거일지도 모른다.
해보고 싶다는 충동에 지곤 하는 두더지는 모험을 시작하고, 자신을 찾아오는 두더지를 반갑게 반기는 들쥐, 조금 재수 없는 두꺼비, 지혜로운 오소리. 의인화한 동물들이 펼치는 이야기는 여름밤 머리맡에서 누군가 읽어줬으면 하는 따뜻한 이야기였다. 그다음엔 어떤 일이 펼쳐질지 호기심을 자아내는 이야기는 사계절 중 유난히 짧은 여름밤에 딱 어울렸다. 소설 속 배경이 추위가 스미는 겨울이 아닌 장대비가 쏟아지기도 하고 햇볕이 쨍쨍하기도 한 변화무쌍한 여름을 닮았기 때문이다.
나중에 되돌아봤을 때 '그랬더라면 좋았을 텐데.'하고 바라는 일들이야말로 가장 짜릿하고 신나는 모험이다. 그런데 위는 어째서 그런 모험이 드문 걸까? 사실로 보기엔 좀 부족한 희망 사항일지라도 어쩌면 그것은 훗날 진짜 모험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_ 289쪽
처음에는 왜 동물들에게 이름을 붙여주지 않았을까 궁금했다. 두더지, 두꺼비, 오소리, 물쥐. 각각 한 명 한 명에게 이름을 붙여주었다면 더 매력적이었을 텐데. 아니면, 읽는 독자가 어울리는 이름을 붙여보라는 작가의 숨은 의도였을까. 모르겠지만, 읽는 내내 소설 시리즈 <나니아 연대기>가 생각났다. 오소리와 물쥐는 소설에서도 등장할 것만 같은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인물들이 집을 떠나 멀리멀리 여행을 갔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읽으며, 조금은 자란 모습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동물을 꼽으라면, 난 두꺼비였다. 가장 괜찮아 보이는 건 오소리였지만, 역시 어딘가 얄미운 구석이 있지만, 그런데도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에게 애정이 더 가는 건 어쩔 수 없는 듯싶다. 빅토리아 시대를 지나, 영국이란 국경을 넘어 지금까지 이 이야기가 사랑받는 걸 보면, 어른이 되어도 자라지 않은 채 각자가 가지고 있는 어린 구석을 매만져주는 그런 마력이 있어서가 아닐까. 내가 두꺼비가 기억에 남았던 이유를 돌아보면 나와 닮은 면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다 너를 위해서야, 두꺼비. 너도 이제는 새롭게 변해야만 한다는 걸 잘 알잖아. 지금이 그 시작을 위한 좋은 기회야. 네 인생이 바뀔 시기라고. 이런 말을 하는 나도 너만큼이나 마음이 아프다는 걸 알아주면 좋겠다."
출판사 별로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을 모았던 소설 주인공 은섭이 진짜로 있다면, 그의 서가 한쪽에 하늘색 이 책도 놓여 있지 않을까. 왠지 여름 하늘을 닮은 이 책이 가장 빛나고 있을 것만 같다.
이 책의 저자는 영국을 대표하는 아동문학가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그에게 있어 아들은 더없이 소중한 존재였다 아들이 날 때부터 시력이 약해 앞을 잘 보지 못했기에 아들을 위해 저자는 직접 편지를 쓰고 아들에게 들려주던 이야기를 모은 것으로 1908년 출간된 이후 영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는 명작이 되었다 착하고 순수한 두더지 침착하고 이해심 많은 물쥐 점잖고 듬직한 오소리 허영심에 가득찬 두꺼비 아름다운 버드나무 숲에서 이 개성있는 동물들이 펼치는 모험들이 아름다운 일러스트와 함께 잘 어울린다
여행을 좋아하는 물쥐와 두더지는 숲속 모험을 떠나 늘 새로운 물건에 관심을 보이는 두꺼비와 같이 다니며 여러 일들이 벌어진다 그리고 오소리 아저씨의 멋진 집도 방문하고 오소리 아저씨와는 친구가 된다 동물들의 모험 이야기는 어른이 읽어도 쉽게 읽혀지고 재미있는 소설이다 매력있는 동물들의 조합은 모험과 뭉클함이 공존하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이기도 하다 그리고 예전에 드라마 <날씨가 좋은면 찾아가겠어요>에서 남주가 소개한 책으로 등장하기도 했었다 전세계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작가들이 추천하는 책이기도 하며 사랑받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