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저/이진 역
좋아하던 작품들이 꽤 많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그 각각의 스토리들이 기발하고 또 한편으로는 굉장히 인류 보편적이기도 하며 잘 짜인 구성을 가졌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고전이라고 부르는 서적들을 접하게 되면서 근현대에 창작된 사상이나 작품들은 거의 전혀 새롭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대부분 그 고전들에 뿌리를 두고 파생되었거나, 일부분을 차용했거나, 새롭게 편집 각색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고전의 고전이라고 하는 이 작품과 같은 서적들을 읽으면서 그 고전들이 대부분 이 작품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많은 함축과 상징들이 있고 방대한 내용으로 읽기 어렵긴 하겠지만 흥미와 끈기를 가지고 읽어가면 우리 인간의 생생한 현실과 보편적인 삶의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는 거울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단테의 신곡 - 지옥편을 읽고
읽기는 빨리 읽었는데 깊이 알면 어려운 책 같다. 주석이 많아서 매번 페이지를 왔다갔다 해야하는 수고가 있다. 단테의 인생을 보여주는 책. 등장인물이 많아 배경지식과 시대상, 신화인물등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특히 번역에 감사한 작품이다. 단테의 신곡은 사는 책이지 보는 책이 아니라는 말이 있을 정도. 더 리더/신과함께가 떠오르는 작품으로 한번 보시길.
1300년대 르네상스 초입에 쓰였으며 영국의 셰익스피어, 스페인의 돈키호테처럼 이탈리아에서는 가장 중요한 책이다. 단테는 몰락집안 출신인데 명망있는 집안 출신인 베아트리체를 평생 2번만 보고 좋아하게 됐다고 한다. 하지만 서로 다른 사람과 결혼했고, 베아트리체는 어린 나이에 일찍 죽는다. 단테는 피렌체 사람인데 분쟁에 휘말려서 추방당하고 죽을 때까지 망명생활을 했다.
원작 이름은The Divine Comedy (신적 희극)으로, 라틴어가 아닌 ‘토스카나어’로 쓰여져 로컬 이탈리아어로 쓰인 것은 자신을 마치 메시아처럼 대중들에게 합리화하려는 목적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종교보다 정치 내용이 더 많이 들어갔고, 시대적 배경을 모르면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귀환 플롯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현실복귀를 하면서 사람들을 이상적으로 이끌어가는 역할을 자처한다.
처음으로 지옥을 묘사한 사람이 단테이고, 오늘날 우리가 갖고 있는 지옥에 대한 이미지의 발원이라고 한다. 그리고 단테가 여행하는 시간 3-4일은 예수님이 부활 전에 지옥 지나가신 기간과 상응한다. 베르길리우스는 단테보다 1300년전 사람으로 시인이었는데, 단테가 늘 존경하던 인물이다.
나도 나만의 신곡을 써본다면 어떤 선/악 가치관으로 어떤 사람들에게 어떤 벌을 주고 싶을까?
나는 무신론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곡을 집어든 이유의 팔할은 반 클라이번에서 최연소로 우승한 임윤찬이 신곡을 출판사별로 읽었다고 한 인터뷰에서였다. 스승인 손민수가 러셀 셔먼에게 사사했을 때 셔먼이 신곡, 율리시스 등 고전을 많이 읽히고 레포트까지 제출하라고 했다고 한다. 그로 인해 자기만의 색을 찾게 된 손민수는 임윤찬에게도 같은 방식을 권했으며 역시 통했는지 임윤찬도 그만의 개성이 마음껏 드러나는 곡의 해석으로 클래식 초보자들에게도 심금을 울리고 있지 않은가. 같은 곡을 항상 다르게 해석해서 치는 연주자를 보는 관객은 보는 재미가 있다.
단테 알리기에리의 대표작 신곡의 이탈리아 원제는 <The Divina Commedia> 영어로 하면 The Divine Comedy 신의 희곡 정도라고 하면 되겠다. 그러나 일본에서 번역된 것을 재번역하는 영향을 받아 국내에서는 <신곡>이란 이름으로 굳어졌다. 피렌체 출신의 단테는 1200년대 말에서 1300년대 초 궬피파 백당에 소속되어 짧지만 최고 행정 위원까지 올랐던 정치 경력이 있다. 그러다 궬피파 내 흑당에 의한 모함으로 공금 횡령과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되어 벌금형과 공직에서 물러나게 되는 판결을 받게 된다. 모든 재산을 몰수 당하고 화형에 처할 위기에 처하자 단테는 망명 생활을 시작한다. 정확하진 않아도 1307년 즈음--르네상스가 시작될 무렵--부터 쓰이기 시작해서 열병으로 죽기 직전 약 20여년에 걸쳐 완성된 하나의 대서사시며, 그 당시 라틴어로 쓰이던 다른 작품들과 달리 지방 언어인 '토스카나어'로 쓰인 것이 큰 특징이다. 그 덕에 당대 이탈리어에 대한 연구에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으며, 이탈리아어가 굳건해진 계기가 된 작품이다. 처음으로 지옥을 묘사해 현재 우리가 갖고 있는 지옥에 대한 이미지의 초석을 다져 준 단테는 영국의 셰익스피어, 스페인의 돈키호테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문학사에 길이 남을 작가로 칭송받는다.
사실 단테의 원고는 전해진 것이 없고 14세기 15세기를 거치면서 필사본 형태로 유럽에 확산되었기 때문에 우리가 읽고 있는 신곡이 단테가 쓴 그 자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기에 분명 와전되거나 잘못 해석되는 것도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중요한 게 주석 및 해설인데 열린책들 김운찬이 최근에 본인의 기존 번역판을 더 손봐 개정한 것이 일단 가장 끌렸고, 귀스타브 도레의 삽화가 그대로 실려있는 점 역시 좋았기에 많은 출판사 중 열린책들을 선택하게 되었다.
신곡은 지옥편 - 연옥편 - 천국편 으로 나뉘어 지옥 34편 (33편 + 서곡), 연옥 33편, 천국 33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 곡은 115행에서 160행 정도이며 단테가 고안했다는 사슬 운 (각운이 한 행 건너 반복되도록, 예를 들면 aba, bcb, cdc, ded, ... xyx, yzy, z)의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 번역에서는 그걸 느낄 수 없으니 사실 아쉽다. 워낙 장대한 서사시이기에 3개월에 걸쳐 읽기로 했고, 이번달은 그래서 신곡 - 지옥편에 대한 리뷰만 남기려고 한다.
지옥편 서곡인 1곡에서는 서른 다섯의 단테가 어두운 숲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중 짐승들에게 잡아먹힐 뻔 했는데, 종교를 믿지 않아 림보에 머물고 있던, 그가 존경하던 시인 '베르길리우스'가 나타나 단테가 빠져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림보에 있어 천국까지는 함께 갈 수 없는 베르길리우스는 단테가 현생에서 사모하던 '베아트리체'가 천국에서 안내해줄테니 두려워말라던 그녀의 말을 전해 저승 여행길을 떠나는 단테의 마음을 안심시킨다.
"내 앞에 창조된 것은 영원한 것들뿐,
나는 영원히 지속되니, 여기 들어오는
너희들은 모든 희망을 버릴지어다."
지옥 입구에 쓰여있는 이 무시무시한 말을 읽으며 둘은 입장한다. 단테는 형벌자들에게 재심의 기회란 없는 지옥을 지구의 중심부를 향해 가는 하나의 원의 형태로 그렸다. (아래 그림 참조) 총 9원으로 되어 있으며 각 원을 죄에 따라 구렁으로 더 세분화하기도 하는데 생각보다 우리의 죄의 종류가 많다는 것이 느껴진다.
출처: 크리스쳔 투데이
지옥의 입구부터 사탄인 루키페르가 사는 지구의 심연까지 죄중에 따라 그 고통은 더욱 더 심해지며 그 묘사는 끔찍하기 그지없다.
"무함마드가 어떻게 망가졌는지 보라!
내 앞에 알리가 울며 가는데 얼굴이
턱에서 이마 머리털까지 쪼개져 있다."
(지옥편 제 28곡 중)
"다리가 시작되는 사타구니 아래가 나머지
몸체로부터 잘려 나가 마치 비파같은
형상으로 된 어느 영혼을 보았다.
심한 수종으로 인한 악성 체액이
그의 사지를 얼마나 망가뜨렸는지
얼굴은 부어오른 배와 어울리지 않았고,
두 입술은 벌어졌는데, 갈증에 시달리는
결핵 환자가 입술 하나는 턱 쪽으로
다른 하나는 위로 쳐든 것 같았다."
(지옥편 제 30곡 중)
수많은 죄인들을 거치고 그들의 어마무시한 형량을 지켜보며 루키페르가 있는 중심부까지 도달한 둘은 무사히 지옥을 벗어나 연옥으로 향하며 지옥편 제 34곡이 끝난다.
단테는 지옥에서 호메로스, 브루투스, 카이사르, 무함마드 등 역사적 인물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본인이 아는 지방 인물들에 대한 (그래서 들어본 적도 없고, 해설이 없이는 전혀 알 수 없는 인물들) 언급도 굉장히 많다. 일부러 그들에게 말을 걸어 누구인지 어느 출신인지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대답하게 만드는 대화 형식으로 기술이 되는데, 본인과 의견을 달리하던--역사적으로는 훌륭한 업적을 남겼다고 평가되는--보니파키우스 8세 교황이 있기도 하다. 망명중에 이 글을 썼으니 본인과 척을 진 사람들을 다 지옥으로 몰아냈으며 심지어는 아직 죽지 않은 인물들도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 육신만 현실에 있다고 묘사함으로써, 일종의 데스노트 같은 느낌까지 준다. 그러니 종교적 작품이지만 굉장히 정치적 성향이 짙은 운문인 것이다.
종교적 인물도 꽤 나오지만 그 외에 그리스로마신화에서 등장하는 신들도 많이 나와서 그리스로마신화까지 알고 있다면 더욱 읽기 수월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보게 되었고, 이 작품은 나에게 <그리스 로마 신화> 읽기란 새로운 과제를 던져주었다. 절대 가볍게는 읽을 수 없는 소재와 내용이기에 짧은 것 같지만 읽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살면서 저지르는 죄로 인해 지옥으로 떨어질 것 같은 공포감을 독자에게 주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단테는 대성공을 거둔 듯 하다. 나 역시도 읽으면서 '절대 죄를 짓고 살지는 말자', '이런 것도 하나의 죄가 될 수 있겠구나' 를 되뇌게 만들었으니.
등장인물 - 단테 / 베르길리우스 / 베아트리체 // 나머지 각 지옥의 죄인들
20년간 집필 하였고, 당시 인기가 대단했다고 함
이 책이 이탈리어로 쓰여졌는데 이 덕에 이 언어가 더 굳건해졌다고 함
(스페인: 돈키호테 / 영어: 세익스피어 급)
등장인물 설명
베르길리우스는 단테가 좋아하던 과거시대의 시인
베아트리체는 단데가 짝사랑한 여자, 베이트리체가 일찍 요절한 뒤 그녀가 어디갔을까를 생각하며 단테의 신곡을 쓰지 않았나 하는 말도 있음, 하지만 평생 두번 만나봤다고 함..ㅋ
서양 이당시의 문학은 얼마나 기독교/그리스로마/지역문화(이탈리아 정치사회)를 잘 융합해 집필하느냐가
관건이였고, 단테의 신곡의 위의 관점에서 훌륭한 작품 (읽기는 좀 힘들어도... ㅜ )
귀환서사(지옥에서 부활), 대표인물 : 예수/바울/단테..(저자 본인도 살짝 끼움ㅎ)
3일간 지옥에 다녀옴
다녀온 후 현실의 사람을 천국으로 이끌어 가는 역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