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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받는 식물들

아직 쓸모를 발견하지 못한 꽃과 풀에 대하여

존 카디너 저/강유리 | 윌북(willbook) | 2022년 7월 1일 한줄평 총점 10.0 (37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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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학 > 생명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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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역사, 식물학, 생태학, 진화생물학을 총동원한 30년 전문가의 잡초 인문학
잡초의 저력과 지혜가 느껴지는 놀라운 여덟 편의 이야기
식물세밀화가 이소영 강력 추천


『미움받는 식물들』은 인간 문명에서 거대한 존재감을 과시해온 여덟 가지 잡초를 다룬 책이다. 우리가 ‘잡초’라고 부르는 흔하고 하찮은 식물들에는 저마다 드라마틱한 사연이 숨어 있다. 저자는 잡초를 연구하며 겪은 개인적인 일화와 역사적 사건을 엮어 잡초의 역사와 진화, 인간과 잡초의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더불어 빌런 잡초를 주인공으로 전 세계적 식량 문제, 환경오염, 기후 위기 같은 사회적 이슈까지 조망한다.

이 책은 인간이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잡초의 역사도 시작되었음을 보여준다. 소중한 작물을 독점적으로 번성시키려면 그 외의 식물들은 ‘잡초’로 분류하고 밭에서 쫓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농경의 역사는 곧 잡초의 역사였으며, 인간은 작물을 심고 기르는 데보다 잡초를 뽑아 없애는 데 더 많은 공을 들여왔다. 잡초와 인간은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치열한 대결을 펼쳤고, 놀랍게도 결과는? 늘 잡초의 승리였다. 하지만 오늘날 유해 잡초라고 불리는 식물들이 항상 인류의 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아름다운 꽃, 귀중한 작물, 평범한 야생초가 어느 순간 극성스러운 잡초가 되었고, 그런 변화를 촉발한 것은 다름 아닌 인간이었다. 잡초와 인간의 뒤얽힌 애증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잡초와 인간 양쪽 모두를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된다. 더 이상 잡초가 단순한 잡초로 보이지 않는 신비스러운 경험이 펼쳐질 것이다.

목차

머리말
Prologue_잡초라는 식물에 대하여

민들레
어저귀
기름골
플로리다 베가위드
망초
비름
돼지풀
강아지풀

Epilogue_사람이 있는 곳에 잡초가 있다
주석
참고 문헌
감사의 말

상세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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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2명)

저 : 존 카디너 (John Cardina)
오하이오주립대학교에서 농업경제학 학사 학위를 받은 후 평화봉사단 자원봉사자로 가나에서 2년을 보냈다. 귀국 후 버지니아공과대학교에서 사료작물학 석사 학위를,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조지아주 티프턴의 해안평야실험장에서 미 농무부 농업연구청 소속의 연구원으로 5년간 땅콩-옥수수-목화 재배 시스템을 연구했고, 1988년부터 오하이오주립대학교 농업경제학을 가르치고 있다. 카디너 박사는 침입 식물의 생태와 관리에서 생겨나는 문제들을 연구한다. 최근에는 새로운 작물의 개발, 작물 생산을 위한 지속 가능한 농업, 자연 시스템의 관리와 유지 보존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오하이오주립대학교에서 농업경제학 학사 학위를 받은 후 평화봉사단 자원봉사자로 가나에서 2년을 보냈다. 귀국 후 버지니아공과대학교에서 사료작물학 석사 학위를,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조지아주 티프턴의 해안평야실험장에서 미 농무부 농업연구청 소속의 연구원으로 5년간 땅콩-옥수수-목화 재배 시스템을 연구했고, 1988년부터 오하이오주립대학교 농업경제학을 가르치고 있다. 카디너 박사는 침입 식물의 생태와 관리에서 생겨나는 문제들을 연구한다. 최근에는 새로운 작물의 개발, 작물 생산을 위한 지속 가능한 농업, 자연 시스템의 관리와 유지 보존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잡초 종자은행, 잡초 개체군 역학, 식물을 이용한 환경 문제 해결에 관해 광범위한 저술 활동을 펼쳐왔다. 특히 식물과 인간의 상호작용, 사람들이 식물을 인지하고, 존중하고, 이용하고, 돌보는 방식에 관심이 많다.
역 : 강유리
성균관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외국계 기업의 인사부서 근무 중 번역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 현재는 펍헙번역그룹에서 좋은 책을 발굴하고 우리말로 옮기는 일에 즐겁게 매진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딸아, 너는 생각보다 강하단다』, 『굿바이 스트레스』, 『스타벅스 웨이』, 『탁월한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나는 퇴근 후 사장이 된다』, 『크리에이터의 생각법』 등 다수가 있다. 베란다라는 작은 생태계에서 30여 종의 식물을 기르고 시행착오를 반복하면서 초록 친구들과의 행복한 공생을 꿈꾸는 1n년 차 식집사다. 성균관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외국계 기업의 인사부서 근무 중 번역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 현재는 펍헙번역그룹에서 좋은 책을 발굴하고 우리말로 옮기는 일에 즐겁게 매진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딸아, 너는 생각보다 강하단다』, 『굿바이 스트레스』, 『스타벅스 웨이』, 『탁월한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나는 퇴근 후 사장이 된다』, 『크리에이터의 생각법』 등 다수가 있다. 베란다라는 작은 생태계에서 30여 종의 식물을 기르고 시행착오를 반복하면서 초록 친구들과의 행복한 공생을 꿈꾸는 1n년 차 식집사다.

출판사 리뷰

★식물세밀화가 이소영 강력 추천★
“페이지를 넘길수록 여느 식물 책에서 느끼지 못한 공감과 희열의 감정을 느꼈다. 내가 꼭 하고 싶었던 말을 이 책의 저자가 하고 있다.”
★역사, 식물학, 생태학, 진화생물학을 총동원한 30년 전문가의 잡초 인문학★
★잡초의 저력과 지혜가 느껴지는 놀라운 여덟 편의 이야기★
★식물 애호가와 환경·생태 보호자들의 필독서★

세상에 나쁜 풀은 없다!
잡초는 인간이 만든 재앙이자 흑역사


산이나 들판에 피어 있는 들꽃은 그렇게 아름답고 반가울 수 없다. 그런데 그 꽃이 밭이나 정원에 들어오면 상황이 달라진다. 뽑고 뽑아도 또 나는 ‘이놈의 잡초’가 되어버린다. 잡초는 두 얼굴의 식물이고, 모순의 식물이다. 『미움받는 식물들』은 없애려고 하면 할수록 인간을 비웃기라도 하듯 더 번성하고 끈질겨지는 잡초의 저력을 보여준다. 또한 인간이 잡초를 없애기 위해 무슨 짓까지 마다하지 않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짚어나간다.

‘잡초’도, ‘잡초다움’도 고정된 개념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잡초라고 부르는 식물들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인간 옆에서, 인간의 영향력을 받아 잡초가 되었다는 것이다. 인간이 농사를 지으려고 땅을 파헤치거나, 숲을 불태우거나, 길을 내고 공장을 지으려고 자연을 파괴하고 땅을 방치했을 때, 잡초는 그 틈을 파고들었다. 인간이 거슬리는 잡초를 없애려고 수를 쓸수록 잡초는 살아남을 묘수를 찾아냈다. 특히 제초제처럼 잡초를 없애려고 발명된 화학약품들은 하나같이 이 성가신 녀석들을 부추기기만 해서 더 큰 피해를 유발하고 더 통제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이 책은 인간이야말로 잡초를 만든 주범임을 설명하면서, 그렇게 잡초를 없애고 싶어 했으면서 결국 더 끈질기고 악독한 잡초를 만들어내고야 만 인간의 흑역사를 이야기한다. 그 흑역사의 동력은 자연을 통제할 수 있다는 오만함, 화학제품 같은 과학기술에 대한 맹신, 기업화된 농업과 탐욕스러운 자본의 논리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그래서 인간은 늘 잡초에게 발목을 잡힐 수밖에 없었다.

인류의 삶을 파고든
여덟 종의 흥미진진한 잡초 이야기


『미움받는 식물들』은 멸시받는 민들레, 한때 가치 있었던 어저귀, 과소평가된 망초, 불멸의 비름 등 ‘잡초의 역사’를 대표하는 여덟 가지 잡초를 엄선해, 그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준다.

특히 민들레는 잡초가 그저 생물학적 분류가 아니라 사회, 문화, 심리적 현상임을 보여준다. 한국에서 민들레는 그다지 심각한 잡초로 여겨지지 않는다. 건물 사이 공터나 길가에 제멋대로 피긴 해도 샛노란 꽃과 불면 날아가는 하얀 씨앗은 정겨운 인상을 준다. 하지만 미국인들의 반응은 다르다. 그들은 민들레를 공공질서를 해치고 사회적 체면을 훼손하는 악성 존재로 여긴다. 자기 집뿐만 아니라 이웃집 잔디밭의 민들레도 용납하지 못한다. 이 책의 저자 역시 민들레를 그냥 뒀다고 이웃의 협박을 듣고, 읍사무소에서 벌금을 물리겠다고 경고를 받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민들레는 딱히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식물이다. 독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날카로운 가시가 돋친 것도 아니며, 집이나 잔디밭을 뒤덮어버리지도 않는다. 그저 작은 틈새에서 꽃을 피울 뿐이다.

그악스러운 것은 민들레를 대하는 인간의 태도다. 미국인들은 잔디밭의 민들레를 없애기 위해 특수 제작된 칼과 도구를 사용하고 얼음송곳, 황산, 등유, 화염방사기까지 동원했다. 화염방사기에 당한 민들레는 꽃과 잎을 잃었지만, 지표면 아래 뿌리는 남아 있기 때문에 곧 다시 새잎을 올려 보냈다. 삽질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는 행태지만, 사람들은 민들레가 타죽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이유로 이 방식에 만족했다고 한다. 화염방사기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도 인체에 유독한 제초제를 잔디밭에 뿌려댔다. 아이들과 반려동물이 뛰어놀고 있건, 제초제가 남성들의 생식능력을 떨어뜨리건 민들레만 없앨 수 있다면 상관하지 않았다.

이 책에는 그 외에도 쌍둥이 형제와는 달리 작물보다 잡초가 되길 선택한 기름골, 잡초를 죽이려던 제초제가 살인까지 불러온 사정을 보여준 비름, 전쟁과 함께 퍼져 한국 DMZ까지 장악한 돼지풀, 지금과는 다른 삶의 방식을 제안하는 강아지풀 등 다양한 잡초 이야기가 실려 있다. 인간과 엎치락뒤치락하며 멋진 승부를 보여준 잡초는 생물계의 악당이자 숨겨진 영웅이라고 할 수 있다.

공통점 많은 잡초와 코로나19 바이러스
잡초가 일깨우는 역사적 교훈


잡초의 진화는 2020년부터 세계를 휩쓸고 세계인의 일상을 바꿔놓은 코로나바이러스(COVID-19)와도 공통점이 있다. 잡초와 바이러스 팬데믹은 모두 진화생물학과 인간 행동의 교차점에서 발생했다. 잡초는 인간이 환경을 교란하고 식물을 이동시키고 경쟁 식물을 없애며 그들과 가까이 접촉할 때 발생했다. 바이러스도 마찬가지다. 종간 감염 역시 인간이 생태계를 교란하고 숙주의 천적을 죽이며 그들의 거주지를 침해했을 때 발생한다. 잡초가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 바이러스도 계속해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 책은 잡초의 역사를 설명하면서, 자연스럽게 인류가 환경에 끼친 영향을 살펴보게 한다. 인간은 지금껏 자연을 통제하고 지배할 수 있다고 생각해왔지만, 잡초가 보여주듯 인간의 시도는 번번이 실패해왔다. 코로나 팬데믹처럼 때로는 감당하지 못하는 전 지구적 재앙이 펼쳐지기도 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은 자연을 존중하고 공존의 방법을 모색하는 것뿐이다.

이 책의 저자가 잡초 이야기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잡초를 넘어 오늘날의 농업 시스템, 그리고 식생활을 비롯해 우리가 누리고 있는 현대적인 삶을 다시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기업형 농업과 현대인의 생활 방식에는 많은 문제가 숨어 있다. 세계적인 식량난, 농촌 붕괴, 농사를 지어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농부들, 몬산토와 같은 글로벌 기업의 시장 장악, 제3세계의 여성 노동 문제까지, 잡초에 얽힌 문제는 마치 땅속 뿌리줄기처럼 파고파도 끊이지 않고 줄줄이 이어진다.

잡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든,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해서든, 더 나은 먹거리를 위해서든 이제는 작은 변화를 시작해야 할 때다. 인간도 잡초가 했던 것처럼 변화하고, 적응하고, 다음 세대에 지혜를 물려줄 수 있다. 이 책이 전하는 잡초 이야기가 삶을 영위하고 음식을 먹고 자연을 즐길 때 더 나은 선택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추천의 글

무언가를 연구한다는 것은, 그 대상을 지키고 보존하기 위한 목적인 경우가 많다. 나 역시 식물을 보존하기 위해 그림으로 기록한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다른 운명을 지녔다. 사람들에게 부정당하는 식물, 없애야 하는 식물을 연구하는 것이 저자의 일이다. 식물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가 있다. 언제나 다정하고 우리에게 위안을 주는 감상의 대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식물책의 제목에 ‘미움’이 들어가는 것조차 이색적이라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식물, 더불어 ‘잡초’와 ‘잡초다움’이란 것도 고정된 개념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 책에는 세상에 부정당하는 대상을 연구하는 이의 단호함과 단단함, 그리고 냉담과 환멸이 있다. 나는 그런 저자를 응원한다. 그의 냉담은 식물을 여성의 신체에 비유하는 습관, 식물에 관해 잘못된 정보를 공유해온 산업계, 감상의 대상으로만 생물을 바라봐온 사회를 향해 있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여느 식물 책에서 느끼지 못한 공감과 희열의 감정을 느꼈다. 내가 꼭 하고 싶었던 말을 이 책의 저자가 하고 있다.
- 이소영 (식물세밀화가, 원예학 연구자)

『미움받는 식물들』은 문명을 잠식한 여덟 가지 잡초를 중심으로 잡초의 역사, 계보, 인간과 잡초의 관계에 관한 독특한 관점을 제시한다. 멸시받는 민들레, 한때 가치 있었던 어저귀, 과소평가된 망초, 불멸의 비름에 관한 글을 통해 존 카디너는 그 잡초들의 시작이 어떠했고 현대에 들어와 어떻게 멸시받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식물의 가치를 진정으로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즐겁게 음미할 만한 이야기들이다.
- 윌리엄 S. 커란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교 식물과학과 명예교수)

인간과 잡초의 ‘길고 지속적인 관계’를 탐구한, 전문가적 식견이 돋보이는 책. 흡입력 있고 매혹적이다.
《퍼블리셔스 위클리》

예리한 분석력으로 식물과 역사의 얽히고설킨 이야기를 하나하나 풀어주는 여덟 개의 타래. 친숙한가 하면 낯설기도 한 여러 잡초를 만나보게 될 것이다.
《네이처》

존 카디너는 자전적 일화와 역사적 사건을 날줄과 씨줄처럼 엮어내고 식물의 생리에 관한 명쾌한 설명을 곁들이면서 현재 잡초 혹은 ‘미움받는 식물’로 여겨지는 여덟 가지 식물의 진화에 인간이 어떻게 관여했는지 놀라운 시나리오를 제안한다. 농업과 생태학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카디너가 재치 있게 풀어낸 잡초의 역사를 즐겁게 읽고, 이 식물들을 좀 더 존중해야 하는 이유와 그 방법을 곰곰이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초이스》

존 카디너는 이 책에서 여덟 가지 잡초에 관한 개인적인 일화를 폭넓은 연구 결과와 버무려내면서 매우 유연하고 포괄적인 방식으로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식물학, 생태학, 진화생물학, 농업의 영역을 넘나드는 이 책은 흔히 잡초라고 일컬어지는 ‘부적격 식물’과 인간의 복잡하고 뒤얽힌 관계를 매혹적이고 이해하기 쉬운 이야기로 전달한다.
《이코노믹 보타니Economic Botany》

종이책 회원 리뷰 (36건)

파워문화리뷰 미움받는 식물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산*람 | 2023.06.30

미움 받는 식물들

잡초를 만든 인간의 흑역사

존 카디너/강유리

윌북/2022.7.8.

sanbaram

 

잡초가 무엇인지는 정의하기 나름이겠지만 우리는 수많은 잡초에 둘러싸여 산다고도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농부들이 특히 싫어하는 잡초 8가지, 민들레, 어저귀, 기름골, 플로리다 베가위드, 망초, 비름, 돼지풀, 강아지풀 등에 대해 미움 받는 식물들은 이야기 한다. 이들 잡초가 인간들에게 미친 영향과 잡초를 없애기 위한 노력에 대해 설명한다. 주로 농사에 지장을 주는 잡초를 없애기 위해 노력한 과정과 그 잡초의 유래에 대해 잡초를 연구하는 전문가의 시선으로 설명하고 있다. 저자 존 카디너는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에서 농업경제학 학사 학위를 받은 후 평화봉사자로 가나에서 2년을 보냈다. 귀국 후 버지니아공과대학에서 사료작물학 석사, 펜실베니아 주립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8년부터 오하이오주립대학교 농업경제학을 가르치고 있다.

 

존 카디너는 미움 받는 식물들에서 여덟 가지 잡초에 관한 개인적인 일화를 폭넓은 연구 결과와 대비하면서 매우 포괄적인 방식으로 잡초를 다룬다. 그가 프롤로그에서 잡초에 대해 다음과 같이 요약 정리하였다. 민들레는 인간의 인식과 사회적 관념이 변하면서 잡초가 되었다. 어저귀는 미국 건국의 발자취 속에 생물의 힘을 무시한 기업가들의 헛발질이 더해져 골칫거리 식물이 되었다. 기름골은 작물이기도 한 잡초인데, 쌍둥이인 추파와는 달리 빈곤과 방치의 종이 되는 길을 택했다. 미국 남부를 대표하는 플로리다 베가위드는 노예 상인과 기회를 쫓아 미국에 발을 디딘 사람들, 끈끈한 꼬투리 덕분에 의도치 않게 씨앗이 퍼졌다. 눈에 뛰지 않던 망초는 유전공학의 발달에 따라 제초제 저항성을 획득하면서 예상치 못한 잠재력을 뽐내게 되었다. 비름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인간의 성향 덕분에 성공적인 잡초가 되었다. 돼지풀은 전쟁과 경제개발의 여파를 타고 강변에서 농경지로 진출했고 전 세계로 전파되었으며 기후 변화속의 오염된 토양에서 잘 자라는 능력을 발휘했다. 강아지풀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농업의 확장으로 대평원에 진출할 길이 열리면서 주로 잡초가 되었다. 자연의 리듬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잡초를 예측하고 대처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강아지풀은 인간과 잡초의 공존과 지구의 미래에 대해 힌트를 제시한다.(p.13)” 어떤 잡초는 아름답고 어떤 잡초는 실용적인 쓰임이 있으며, 생태계 기능에 중대한 역할을 하는 잡초도 많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자기들이 실행하는 일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모든 잡초를 없애려고 노력한다. 우리는 이렇게 잘못된 선택을 하지 말고 잡초도 우리와 함께 공존해 가야 하는 식물임을 인식하고 함께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잡초의 그림을 흑백으로 제시하고 있어 현실감이 떨어지고, 너무 전문적이거나 자세한 설명은 가독성을 떨어지게 하는 점이 아쉬웠다.

 

서양민들레

식물은 인간의 가치 기준에 따라 잡초가 된다. 인간의 가치 기준이란 경제적 이익, 아름다움에 대한 인식, 사회규범 등을 의미한다.(p.17)” 고대 중국 의사들은 민들레 뿌리와 잎을 약으로 사용했다. 그리스에서는 대지, , 저승 세계를 관장하는 여신 헤카테가 민들레 샐러드를 먹었다고 전해진다. 로마인들은 민들레를 채집해 음식과 약으로 사용했다. 유럽 전역에서 민들레 잎으로 스튜를 만들었다. 꽃을 빻아서 튀겨 먹었고, 뿌리를 말리고 갈아서 강장 음료를 만들었다. 캘트족은 민들레로 술을 담그기도 했다. 민들레는 중세 수도원과 병원에서 한자리를 차지했다. 수도사와 농민들은 밭에 민들레 씨앗을 심었으며 이를 돌보고 잡초를 뽑아주고 토끼와 사슴이 먹지 못하게 보호하면서 창조주를 칭송했다. 그런데 미국으로 이주한 사람들은 정원 잔디밭에 자라는 민들레를 제거하려 노력했다. 뽑고 자르고 불태움으로써 얻는 보상은 순간에 그칠 뿐 민들레는 뿌리 상단의 싹에서 언제든지 다시 자랄 수 있다. 초반에는 2,4-D가 드디어 민들레를 박멸시켜줄 거라는 기대감이 넘쳤지만, 그 효과는 없었다.

 

어저귀

진짜 대마와 운명이 가장 단단하게 꼬인 식물은 어저귀라고 알려진 키 크고 섬유질 많은 풀이었다. 식민지들은 영국 선박에 실려 수입되는 러시아산 대마를 사용했다. 가끔 선적분에 어저귀가 우연히 섞여 들기도 하고 누군가가 일부러 섞어 넣기도 했다.(p.77)” 밧줄을 만들기 위해 수입한 대마가 어저귀와 함께 도입어 대표적인 잡초가 되었다. 밧줄 제조업을 보호하고 전략적으로 중요한 대마의 재배와 가공을 장려하기 위한 정부의 조치로 어저귀의 적응과 전파가 앞당겨졌다. 어저귀는 길들여지기를 거부하고 잡초다운 유전자, 적응성, 가변성을 유지했다. 누구의 규칙도 따르지 않는다. 생존과 지속적인 적응을 위해 어떤 회사나 국가에 의존하지도 않는다.

 

기름골

가름골과 추파처럼 당근, 파스님, 순무, 상추, 아마란스, 오크라, , 서속 등 다른 작물도 모두 잡초가 된 짝이 있다. 종과 속이 같고 유전적으로도 거의 일치한다. 이와 반대로 쇠비름, 까마중, 비름, 치커리 등 대개 잡초로 인식되어 온 일부 식물은 작물로 이용되는 변이형이 있다.(p.122)” 우리나라 방동사니와 비슷한 기름골은 잡초 방제를 수월하게 해주는 기적의 화학물질에 반응하지 않는 잡초였다. 제초제가 나머지 잡초 대부분을 죽여준 덕분에 땅속 덩지줄기로 번식하는 기름골은 더 많은 공간, , 양분, 물을 확보해 밭을 가득 채울 수 있었다.

 

플로리다 베가위드

아프리카 해안을 정기적으로 오가는 유럽 선원들은 적미, 서속, 수수, 참깨, 야자유 등 아프리카 작물에 의존하게 되고, 그 대신 옥수수, 카사바, 호박, , 토마토, 감자, 담배 등 남아메리카에서 모아온 다양한 농작물을 아프리카에 넘겨주었다. 땅콩은 이렇게 해서 어퍼 기니서부 해안을 따라 아프리가 대륙에 도착했다.(p.162)” 유럽인들은 훔쳐간 보물 대신 천연두, 홍역, 콜레라를 신대륙에 전해주었다. 원주민 인구가 빠르게 감소하자 이런 전염병에 내성이 있던 아프리카 노예 농사꾼이 농업 시스템을 유지하게 되었다. 아프리카 노예는 아메리카 열대지방에서 다양한 작물 유전자원의 수호자이자 재배를 맡은 청지기가 되었다. 1920년대에 트랙터가 농장을 누비게 되면서 농부들은 베가위드 건초가 빽빽했던 들판을 갈아엎고 땅콩, 목화, 옥수수, 담배와 대두를 심었다. 성장이 빠르고 생물량이 풍부하여 풍성한 씨앗이 수년간 흙에서 생존하는 형질 덕분에 플로리다 베가위드는 좋은 사료작물이 되었지만 같은 이유로 경작지에서 골치 아픈 잡초가 된 것이다. 이처럼 인간의 필요에 따라 유용한 작물에서 잡초로 바뀌게 된 것 중 하나가 플로리다 베가위드다.

 

망초

망초가 글리세이트에 저항성을 발달시키면서 GMO 반대운동은 추진력을 얻었다. 업계는 농부들이 GMO작물과 글리세이트로 전환하면 제초제를 덜 쓰게 되리라 예측했다. 하지만 망초가 글리포세이트에 저항성을 발달시키자 농부들은 예전의 고농도 제초제를 다시 쓸 수밖에 없었다.(p.220)” 무경간 농법을 도입하자, 작은 잡초 씨앗이 땅속 깊숙이 묻힌 채로 남아 있게 되면서 처음 2년 동안은 많은 잡초 종이 감소하거나 밭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농부들이 쟁기질을 중단하자, 죽이기 쉬운 한해살이 잡초가 사라지는 대신 죽이기 어려운 두해살이 또는 여러해살이 잡초가 그 자리에 들어섰다. GMO작물은 글리포세이트를 뿌려도 성장했고 잡초는 모두 죽었다. 그것은 생명공학의 눈부신 성과였다.(p.205)” 글리세포이트는 다른 잡초를 죽였고, 덕분에 망초는 폭발적으로 성장할 공간과 자원을 얻었다. 망초의 제초제 저항성 유전자는 바람 속에 깃털처럼 날아오르는 씨앗을 통해 빠르게 퍼져 골치 아픈 잡초가 되었다.

 

비름

비름 유전자의 혼합, 집적, 재포장과 화학적 제초제에 대응하는 능력이 유난히 뛰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이것은 삼각주와 그 너머의 농업과 사회 체제를 뒤흔들었다.(p.226)” 봄만 되면 흙을 뚫고 나타나는 잡초의 끈질긴 생명력은 세상의 모든 정원사에게 좌절감을 준다. 비름 씨앗은 가시광선 말단의 파장을 감지하고 반응하는 것이다. 비름의 빛 감지 기술은 피토크롬이라는 단백질에 의해 조절된다. 피토크롬 효소는 마치 스위치처럼 발아나 개화 같은 프로세스를 활성화 한다. 적색광은 스위치를 켜고 발아를 촉진하는 반면, 원적색광은 스위치를 끄고 발아를 억제한다. 또한 유전자 편집 기술을 사용해 잡초를 죽이려는 최근의 노력으로 비름의 생태 적합도는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p.253)”고 말한다. 특히 신형비름은 잡초문제를 생명공학으로 해결하려는 시도에 찬물을 끼얹었다. 결과적으로 더 억세고 널리 퍼지는 잡초가 나왔고, 제초제는 갈수록 무용지물이 되었는 것이다.

 

단풍잎 돼지풀

미군 점령기 일본에서 일반돼지풀은 도심지에 정착했고 단풍잎돼지풀은 일본열도 전역의 변두리 지역을 점령했다. 이 개척 식물의 씨앗은 1950년대 초에 미군의 군화에 붙어 한국으로 이동했다. 오늘날까지 돼지풀은 248킬로미터에 달하는 비무장지대에서 철통같이 보호받으며 지내고 있다.(p.290)털투성이에 끈적이는 단풍잎돼지풀이 그리 유쾌하지 않다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이 식물은 거칠고 억센 데다 고약한 냄새까지 났다. 그리고 단풍잎돼지풀은 건초열(꽃가루 알레르기)을 일으키는 주범이었다. 단풍잎돼지풀은 5미터 넘게 자란다. 옥수수보다 높이 줄기를 뻗는다. 전쟁이 인류의 비극과 잡초의 성공에 이바지했음을 말해주는 증거다. 인류세란 인간의 영향력이 지구 전체에 작용하는 지질학적 시대를 말한다. 지구의 모든 생물, 지질, 화학적 상호작용조차도 인위적 활동으로 형성된다. 잡초가 그냥 식물이 아니듯이 기후 위기는 그냥 날씨 변화가 아니다. 그것은 자연에 있는 자원을 끊임없이 뽑아내고 성장할 것을 요구하는 인간 주도적 세계 경제의 결과물이다.(p.292)” 이 시스템의 기득권자들은 더 많은 지구의 자원을 요구한다. 거침없는 환경 교란은 더 많은 돼지풀 서식지, 씨앗, 꽃가루를 만들어낸다. 기회, 발전, 진보는 얼마나 좋은 동기에서 비롯되었든 자연 경시로 이어진다. 우리는 전 세계적인 기후 위기, 동식물 멸종, 돼지풀의 잡초화를 심화시키는 길에 들어서게 되었다는 것이다.

 

가을강아지풀

다른 강아지풀과 생김새는 비슷했으나 덩치가 더 크고 더 튼튼했으며 더 많은 씨앗을 만들어냈고 다른 강아지풀뿐 아니라 다른 벼과 식물들보다 작물과 더 잘 경쟁했다. 농부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씨앗을 퍼뜨렸다.(p.304)” 붉은토끼풀이나 다른 작물의 종자에 불순물로 섞어든 탓이다. , , 토사 이동도 가을강아지풀의 확산에 일조했다. 잡초는 하나를 뽑을 때마다 흙 속에는 그것과 똑같은 잡초 씨앗이 수년 혹은 수십 년씩 대기하면서 생명을 싹 틔울 날을 기다린다. 이것이 바로 토양 속 씨앗 저장고인 잡초 종자은행이다. 아로니아 첫 꽃이 개화하면 강아지풀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찔레꽃이 만개 상태에 도달하면 강아지풀은 80퍼센트가 땅 밖으로 나왔다. 일찍 따뜻해진 봄이든 늦게까지 추운 봄이든 상관없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인간과 잡초의 끊임없는 뒤엉킴을 떠올린다면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와 잡초 대부분은 인간이 과학을 오해하고 자연을 잘못 관리한 데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p.330)” 우리 주변에는 수천 가지의 야생식물이 있고 대부분은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며 다수는 꼭 필요하다. 잡초는 인간이 그 식물들의 환경을 교란하고 다른 곳으로 옮겨놓고 경쟁 식물을 없애고 자원에 변화를 주고 그들 가까이 접촉할 때 발생한다. 이 책의 이야기들은 잡초가 성가시며, 여전히 박멸하기 어렵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저자가 전하고 싶은 핵심은 잡초, 해충, 식물병, 바이러스 팬데믹이 진화생물학과 인간 행동의 교차점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깊이이해하자는 것이다. (p.331)”라고 한다. 수천 종의 식물 중에서 잡초는 인간과 친밀하게 상호작용하는 작은 부분집합에 해당한다. 우리는 계속해서 잡초와 공진화의 춤을 추고 있으며, 그 좌절과 반발의 탱고는 갈수록 심각한 잡초화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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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받는 식물들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t**o | 2022.11.10

 

 

 그 잡초들은 처음부터 잡초였던 것일가, <미움받는 식물들>

 

 

 누군가가 아름답게 꾸며놓은 정원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다양한 색과 모양을 가진 아름다운 꽃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렇게 아름다운 꽃들은 저마다 꽃말을 가지고 있고 대중의 사랑을 한껏 받기 마련이다. 누군가는 사진을 찍고 누군가는 돈을 주고 그 꽃들을 사서 사랑하는 주변 이들에게 선물로 준다. 그런데 그 정원 한 구석에는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는 식물들 역시 발견할 수 있다. 분명히 그 자리에 존재하지만 그 누구도 크게 관심을 주지 않는 그런 풀들을 우리는 쉽게 잡초라고 부른다. 누구보다 잡초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많은 연구를 해온 존 카디너가 쓴 이 책은 그렇게 외면당하거나 무관심으로 일관해온 잡초의 역사를 친절한 설명을 곁들여서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다.

 

 

 원래는 사랑을 받았는데 어느 순간 잡초로 취급받게 된 억울한 민들레부터 시작해서 정치인과 기업가들의 헛발질로 잡초로 자리를 잡은 어저귀, 노예무역의 역사와 함께 자연스럽게 잡초가 된 플로리다 베가위드, 한국인들에게도 너무나도 익숙한 강아지풀까지 다양한 잡초 이야기가 담겨져 있었다. 이 잡초들이 가지고 있는 슬픈 사연은 저마다 달랐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바로 인간의 삶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인간의 관점, 인간의 목적과 의도, 인간의 계획과 함께 이 풀들은 잡초가 되었던 것이다. 그동안 지나면서 무수히 많이 봤지만 정작 이름조차 모르는 그 잡초들이 가진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싶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볼 것을 권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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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미움받는 식물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플**르 | 2022.08.07


지난주 경주 여행 때 빛누리 정원에 갔을 때의 일이다. 아름다운 정원 사이를 정신없이 뛰어다니며 놀던 아이의 머리끈이 끊어졌고 시야를 가리는 머리카락이 성가셨던 아이는 풀숲 사이에서 강아지풀을 힘들게 뽑아오더니 그걸로 머리를 묶어달라고 했다. "이거 잡초인데..."라고 말하는 나에게 "응? 엄마, 이거 강아지풀이야. 정말 귀엽지 않아?" 얼마나 튼튼한지 잘 꺾이지도 않던 강아지풀은 아이의 머리카락을 묶어서 고정시킬 수 있을 정도로 참으로 억셌다. 그런 다음 또 이런저런 자그마하고 이름 모를 꽃들을 꺾어온 아이는 머리에 핀처럼 꽂아달라고 했다. '잡초'나 '잡초다움'이라는 고정관념이 없는 아이에게 잡초는 그저 귀엽고 예쁜 풀, 꽃이었다. <미움받는 식물들>은 아이들의 눈에 귀엽고 예쁜 풀과 꽃의 이야기다. 그러니까, 잡초에 대한 이야기다. 소담하고 연약해 보이는 잡초를, 인간은 무슨 짓까지 하며 없애려고 했는지, 그런 인간에 저항해 잡초들이 얼마나 끈질기게 살아남았는지 어리석은 인간과 끝없는 저력을 가진 위대한 잡초의 이야기가 실렸다.


"잡초"라고 하면 흔하고 하찮으며 심지어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식물로 알려져왔다. <미움받는 식물들>에서 잡초는 인간이 건설해온 문명 속 거대한 자리를 차지해온 존재임을 이야기한다.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잡초 연구에 천착해온 자연 관찰자 존 카디너 박사는 서양민들레, 어저귀, 기름골, 망초, 가을강아지풀, 돼지풀 등 잡초 중에서도 가장 끈질긴 8가지의 잡초를 소개한다. 


민들레가 잡초였다니! 한때 약용으로 재배하기도 했던 민들레가 인간의 정원에 등장한 후부터 완벽하게 푸른 잔디를 원했던 인간의 '숙적' 돼버리고 말았다. 민들레를 제거하기 위해 방법을 강구하던 인간은 제초제를 사용하기 시작했지만 뿌리에 탄수화물을 축적했다 봄이 되면 다시 개화하는 기적에 가까운 생명력을 가진 민들레에게는 속수무책이었다. 민들레는 잔디밭에 적응했고 그렇게 진화한 민들레는 자신과 똑같은 씨앗을 복제해 다른 곳으로까지 옮겨갔다. 

 

어저귀 역시 처음에는 섬유작물로 재배되었다. 한때 어저귀 생산이 장려되기도 했지만 대두가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어저귀의 효용은 인간의 기억 저 너머로 사라져버렸다. 그와 동시에 한때 인간의 사랑을 받던 어저귀는 잡초로 등극해버렸다.  


내가 말을 마치자, 꿰뚫는 듯한 눈빛의 기품 있는 여성 농촌사회학자가 동료들과 잠깐 눈빛을 교환하더니 나를 바라보았다. 이어서 양손을 포갠 채 경직된 말투로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전부 교육의 문제다. 적절한 교육이 이루어진다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자살에 관해서라면 사람들은 어떻게든 수단을 찾을 것이다. 만약 당신이 보고서에 농부들이 제초제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쓴다면 여성들이 수백 년 전 조상들처럼 계속 밭에서 괭이질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식민 지배 세력은 사람들이 가난해야 다루기 쉽고 의존적인 상태가 되므로 일부러 겨우 먹고살 만한 수준을 유지하게 했다. 반드시 현대화가 필요하다. 물론 그 과정에서 오류는 발생할 것이다. 작물이 망가지고 잔류 농약 수치가 높아질 수 있다. 물고기가 죽고 사람들이 독극물로 사망할 것이다. 미국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지 않았나. (그분은 나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이곳 농부들도 미국 농부들과 똑같은 기술을 누려야 한다. 그것이 그들의 권리다. 다른 제안을 하려거든 잡초를 관리할 다른 방법을 제시해달라.
p.139

 

잡초를 없애기 위해 밭에서 괭이질을 하느라 고단했던 인류에게 '제초제'라는 약물이 등장한다. 잡초를 제거하는 데 탁월했지만 잡초는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그것에 적응하는 또 다른 잡초가 탄생했을 뿐이다! 쟁기질로 제거하기 쉬운 한해살이 잡초들은 사라졌지만 대신 제초제에 적응한, 제거하기 어려운 두해살이 혹은 여러해살이 잡초들이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이다. 유전자 변형 농산물이 등장하면서부터는 잡초들이 제초제에 저항성을 띠기 시작했다. 놀랍지 않은가! 흔하고 하찮은 존재인 줄로 알았던 잡초는 인간이 감기를 앓은 후 특정 감기에 대한 항체를 가지는 것처럼 제초제에 면역력을 가지게 된 것이다! 잡초를 만든 주범은 바로 인간, 잡초를 없앤답시고 결국 더 끈질기고 악독한 잡초를 만들고 만 것도 인간이다. 인간이 자연을 통제할 수 있다는 오만함과 과학기술에 대한 맹신은 또다시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어쩌면 우리는 잡초에 대해 오해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 주변에는 수천 가지의 야생식물이 있고 그중 일부는 여러 가지 이유로 인류에게 꼭 필요한 존재이기도 하다. 잡초는 인간이 식물들을 원래 있던 곳에서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경쟁 식물을 없애는 등 식물들의 환경을 교란할 때 발생한다. 그런 잡초를 제거하려는 인간의 인식과 방법부터 잘못된 셈이다. 인간의 잘못이 비단 잡초에 관한 것뿐일까. 식물에 그들 나름의 규칙이 존재하듯이 자연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자연을 존중하려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잡초 이야기를 시작으로 인간의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저자의 목소리가 묵직하고도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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