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나 렘키 저/김두완 역
오후 저
백승만 저
- 이들은 주로 비싼 약을 지속적으로 장기간 구매할 수 있는 사람이다. 새로운 신약의 연구는 이런 고객층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진다. 약을 구매할 수 없는 희귀 질환 치료를 위한 신약연구는 사실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2003년, 빅파마인 BMS, 애보트, 일라이 릴리는 새로운 항생제와 관련된 모든 연구를 중단했다. 좋은 항생제일수록 단기간의 복용을 통해 완치가 이루어져, 장기적인 이윤창출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신약개발은 거의 일생동안 약을 복용해야 하는 만성질환 위주로 이루어진다.
- 현대에 이르러, 제약회사들은 커다란 문제에 직면하였다. 앞으로 정복해야 할 질병들은 과거처럼 많지 않을 뿐더러. 아스피린처럼 크게 대박을 터트릴 만한 혁신신약의 가능성도 줄어들었다. 그래서 제약회사들은 질병의 정의를 좀 더 포괄적으로 확대시켰고, 정신의학 분야에서 이러한 전략을 펼쳤다. 정신장애의 정의는 애매모호하며 조작하기 쉽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신장애에서는 완벽한 치료제란 없는지라, 장기간의 약물판매가 가능하다. 한마디로 정신의학분야는 제약회사의 엘도라도인 셈이다.
일반적으로 약에 대한 책이라면 전공서적인 약학 및 약리학이 떠오르는데 그런 책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약의 이야기들이 가득한 책이었다. 제약회사의 이윤창출에 도움이 되지 않아 임상연구조차 쉽사리 진행되지 않는 어떤 약들에 대한 사실은 약에 대한 윤리적인 부분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약을 둘러싼 정치적이고 차별적인 부분도 상세히 다루는데 어떻게 약이 인간 욕망의 근원을 담을 수 있었는지 다방면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약에 대한 전반적인 역사와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진짜 약의 이야기를 읽어볼 수 있었던 책이다. 잘 읽었습니다 !
쉽게 묻지도 못하고 궁금해하지도 못하는 주제인 마약에 관한 리뷰:
내가 사는 동네는 Lower Haight. 걸어서 10분정도만 가면 나오는 Haight & Ashbury 지역은 60년대 히피들의 세상이었다. 아직도 그 흔적이 꽤 보이고, 명상/자유/사랑/내면을 향한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많은 인센스/향초 상점들 혹은 레코드 상점, 빈티지 옷 가게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책에도 나오듯 사이키델릭에 관련된 많은 음악과 시각적 예술 활동 역시 활발했기에 그로부터 이어져온 문화가 아직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래서 환각제는 (이 책에서는 '무의식 속의 영적인 면모를 표면 위로 일어나게 도와주는 약'이라는 뜻을 가진 영신제로 일컫는) 내게 흥미로운 주제이다.
단순히 "원초적인 쾌감" "늘어짐" 등은 현대인에게 악하다는 이유로 마약은 사회적으로 거부되어왔다. 근면함을 돕는 화학물과 장치들은 (커피/에너지음료의 카페인, 초콜렛, ADHD의 치료제인 adderall) 권장되기도 하고 쉽게 구할 수 있지만 긴장을 완화시키거나 아늑함을 주는, 예로부터 치료제로 사용되었던 많은 약물들은 절대 악의 이미지를 갖게 된 것이다. 몇 시간이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도와주며, 깊은 내면의 성찰도 가능하게 하며, 기분을 차분하게 가라앉게도 도와주는 약물은 많은 예가 보여주듯 결코 나쁜 결과만을 만들어내지 않는다. 오히려 이 세상에 대해 생각하게 돕기도 하고, 나의 의미, 내가 가져야할 윤리적인 목표 등 바쁘게 돌아가는 사회에서는 깊게 생각하기 어려운 주제를 갖고 돌아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치가 될 수도 있지만 이는 오랫동안 금지되어 왔다. 오히려 건강적으로 명백히 해가 되는 담배의 경우는 법적인 규제가 없고 정신적인 (물론 철저한 정부의 규제가 네덜란드처럼 함께 한다면) 이익이 연구결과로도 나타나는 약물들은 금지된다는 점은 얼마나 정치적/경제적인 힘이 우리의 사회를 컨트롤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대마 역시 비슷한데, 닉슨의 War on Drugs에 관해 내정담당 보좌간 John Erlichman이 말했듯이 (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는 히피를 처벌하기 위해 대마를 불법화했고, 흑인을 탄압하기 위해 헤로인을 불법화했다.") 그 집단의 부정적 이슈와 약을 엮는 방법은 인종차별적이고 클래스차별적인 현재로서도 계속해서 이용되는 힘있는 세력이 쉽게 이용하는 방식을 그대로 보여준다. 책에도 나오듯 cannabis라는 명칭을 일부러 멕시칸 용어인 마리화나로 바꾸어 표기하는 방법 역시 아주 단순하게 이미지를 컨트롤하는 방식이었다는 점도 기억에 남는데, 우리가 가진 언어들을 어떠한 이미지와 엮는지에 따라 인식은 아주 빠르게 변한다는 것을 많이 경험했기 때문이다.
반전, 사랑과 자유를 외치던 히피를 탄압하기 위해 마약의 부정적 이미지를 확대 생산했던 정부의 영향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대마/LSD의 약물 이용만으로도 수 년의 형을 선고받았다. 지금은 길가다 커피사듯 들러 원하는 맛대로 골라 집을 수 있는 대마일 뿐이지만 말이다. 물론 모든 약과 화학품은 섭취 방식과 중독성 즉 양의 차이로 해가 되고 말고가 결정되며, 개인의 책임 역시 중요한 부분이라고 책은 강조한다. 나 역시 궁금증을 가지고 비슷한 주제를 다룬 책들을 앞으로도 많이 읽어보려고 한다. 마침 대표적인 저자 마이클 폴른의 책을 선물받았다. 합법과 불법의 사이를 다루기에 쉽게 이야기 할 수 없는 주제이니만큼 더 반가운 책들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