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연구자들로 구성된 집필진과 교열위원 70명
정확한 사실과 정보, 최신 논의를 담보한 신뢰할 만한 한국사
한국사는 비문 속 희미했던 한 글자가 밝혀지고, 익명으로 여겨지던 인물의 친분관계가 드러나면서 그간의 논의가 뒤바뀌며 역사가 새로 쓰이는 학문이다. 엄중함과 치밀함, 그리고 언제든 틀릴 수 있다는 겸손을 전제 삼아 가장 사소한 것이 가장 위대한 일일임을 증명하는 역사학의 특징은 이번 책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먼저 ‘시민의 한국사’는 한국사를 공부하고 연구하는 박사 이상의 전문 연구자들로 필진을 채웠다. 신진 연구자보다는 축적된 연구 목록을 지닌 중견 이상의 연구자 비중이 높은 편으로 이는 각 시기의 각 분야에 전문성을 답보하자는 데 근거한다. 필자가 소절 단위로 세분화되어 나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가령 이 책에서는 각 시기마다 ‘문화’ 부문이 다른 정치·사회·경제 부문과 거의 동일한 분량으로 쓰였는데 특히 ‘제5편 조선’에서는 전기의 문화 부문과 후기의 문화 부문을 담당한 필자가 다르다. 조선 전기의 경제 부문도 과전법을 맡은 필자와 신분제를 맡은 필자가 각기 다르다. 또한 그간 한국사 통사에서 소홀하게 다뤄졌던 고대의 ‘부여사’에 지면을 할애한 점이나 고려의 ‘동북 9성’과 관련해 벌어지는 논의의 현주소를 상세히 서술한 것도 전문 연구자가 맡은 부분을 책임질 수 있기에 가능한 결과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집필을 마친 후에는 사실관계를 재점검하고 혹시라도 담겨 있을 주관적인 해석을 재확인하기 위해 각 시기마다 교열위원을 따로 두어 검수 과정을 거쳤다. 이후 공저에서 비롯되는 다양한 문체를 정돈하고 논문투 전달방식을 덜어내기 위해 편집부에서 여러 번의 리라이팅을 진행했다. 정확한 사실부터 최신 논의까지, 한국사 통사라면 일견 당연히 갖춰야 할 것 같은 이 과정을 위해 필자 50명, 교열위원 20명이 함께했고 기획부터 출간까지 10년에 가까운 수고가 한 문장, 한 단어에 고스란히 새겨졌다.
클릭 한 번으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대,
역사를 공부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시민의 한국사’를 준비하는 과정은 손쉽게 유통되는 역사 정보 속에서 어떻게 차별화된 텍스트를 만들어낼 것이냐는 질문을 거듭 마주하는 일이기도 했다. 언제 어디서나 클릭 한번이면 원하는 내용을 얻을 수 있는 작금의 시대에 600여 쪽에 달하는 큼지막한 두 권이 독자들에게 가닿을 수 있을까? 그럼에도 긴 맥락 안에서 시간의 흐름을 따라가며 우리 역사를 이해할 때만 얻는 배움이 있다고 이 책에 참여한 이들은 모두 단언한다. 그 어떤 사건도 원인 없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 발 딛고 있는 현실이 앞으로 다가올 나날을 결정짓는다는 명징한 사례들이 이 책에는 빼곡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교양서 작업 경험이 적지 않은 한국역사연구회가 이번 책에서 ‘쉽고 재미있는’ 교양서를 가장 우선한 목표를 삼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 점에서 오늘과 가장 가까운 시간을 기록한 2권의 ‘제8편 현대’를 먼저 읽어보는 것도 좋은 선택일 수 있다. 연이은 촛불집회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2000년대 이후의 정치, 예측하기 어려운 남북관계, 드라마에서 음악·문학·그림책 등으로 뻗어나가는 한류문화는 한국사가 어디까지 쓰였으며 그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어디에 있는지, 또한 다가올 날들은 어떠할지 상상해보게 한다. 이 과정은 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와 같은 인문학적 물음과 맞닿아 있기도 하다. 단순히 과거를 전하는 것을 넘어 미래를 그려나가게 하는 일이 역사 공부의 힘이라는 점, ‘시민의 한국사’가 독자들에게 궁극적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라고 할 수 있다.
『시민의 한국사』 편찬위원회 상세
제1권(전근대)
기획
권내현(고려대), 김종복(안동대), 박재우(성균관대), 여호규(한국외대), 이익주(서울시립대) 오종록(전 성신여대), 하일식(연세대, 위원장)
교열, 감수
고영진(광주대), 권내현(고려대), 김창석(강원대), 박재우(성균관대), 박진훈(명지대), 여호규 (한국외대), 임기환(서울교대), 정동준(성균관대), 정연식(전 서울여대), 정요근(서울대), 정재 훈(경북대), 채웅석(가톨릭대), 하일식(연세대)
집필
강재광(한국학중앙연구원), 강호선(성신여대), 권내현(고려대), 김재홍(국민대), 김종복(안동대, 김창석(강원대), 김창수(전남대), 박진훈(명지대), 박현순(서울대), 송호정(한국교원대), 여호규(한국외대), 오영찬(이화여대), 윤경진(경상대), 이근호(충남대), 이명미(경상대), 이승호(동국대), 이익주(서울시립대), 이정란(충남대), 이정호(목원대), 이정훈(서울과기대), 이종서(울산대), 임기환(서울교대), 장지연(대전대), 전덕재(단국대), 정동준(성균관대), 정요근(서울대), 정재훈(경북대), 채웅석(가톨릭대), 최연식(동국대), 최주희(덕성여대), 하일식(연세대), 한정수(건국대), 허태용(충북대)
편찬간사
장병진(연세대)
제2권(근현대편)
기획
김정인(춘천교대), 도면회(대전대), 박윤재(경희대), 박찬승(전 한양대), 서영희(한국공학대), 왕현종(연세대), 정연태(가톨릭대), 정용욱(서울대), 하일식(연세대, 위원장)
교열, 감수
김정인(춘천교대), 김태우(한국외대), 도면회(대전대), 박은숙(동국대), 오제연(성균관대), 정숭교(사회평론), 이기훈(연세대), 정연태(가톨릭대), 정용욱(서울대), 조재곤(서강대), 한모니까(서울대), 홍종욱(서울대)
집필
기광서(조선대), 김보영(인천가톨릭대), 김정인(춘천교대), 김제정(경상대), 김종준(청주교대), 김태우(한국외대), 노영기(조선대), 도면회(대전대), 류시현(광주교대), 박성준(경희대), 박윤재(경희대), 박종린(한남대), 박태균(서울대), 신주백(독립기념관), 심철기(연세대), 염복규(서울시립대), 오제연(성균관대), 왕현종(연세대), 이기훈(연세대), 이송순(고려대), 이은희(가천대), 이태훈(연세대), 이하나(연세대), 이현진(국사편찬위원회), 정연태(가톨릭대), 정용욱(서울대), 정진아(건국대), 한모니까(서울대), 한성민(세종대), 한승훈(건국대), 홍석률(성신여대),홍종욱(서울대)
편찬간사
장병진(연세대)
* 가나다 순서(교수, 강사, 연구원 구분 없이 소속만 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