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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역사연구회의 '시민의 한국사 1' 리뷰입니다. 많은 역사학자들이 오랜 시간 공들여 완성한 책인 만큼 내용이 알차고 새롬게 배워가는 내용도 많았습니다. 학교에서 역사 시간에 배운 내용들보다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어 사건 사이의 인과관계를 연결시키기에 더 쉬웠고 당시의 시대 상황, 생활상도 알 수 있어 두고두고 곁에 두며 필요할 때마다 꺼내 읽게 될 책입니다.
한국역사연구회에서 한국사 통사를 펴냈다.
《시민의 한국사》 1, 2권 . 70여명의 연구진이 10년에 걸쳐 연구하고 집필한 이 책은 1권 전근대편에서는 선사시대부터 조선후기까지, 2권 근현대편에서는 개항기부터 현대까지를 다루고 있다.
이번 리뷰에서 이야기할 1권 전근대편은 선사, 고대, 통일신라·발해, 고려, 조선의 7편으로 나뉘어 있고, 각 장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순서로 서술된다.
시대별 특징을 간략히 요약해보았다.
선사
구석기 시대와 신석기 시대.
노동과 분배가 공동으로 이루어진 평등한 사회였지만 굶주림과 결핍에 노출된 불안정한 형태였다.
고대
고조선부터 삼국시대까지.
한반도뿐 아니라 만주를 무대로 역사가 전개되어 중원, 일본, 몽골초원, 중앙아시아의 나라와도 교섭하였다.
통일신라·발해
신라의 삼국통일과 통일신라시대, 발해의 건국과 멸망까지.
7세기 신라가 당과 연합해 백제와 고구려를 멸망시키고 대동강 이남을 차지한 이후 1세기 정도 정치, 경제, 문화의 번영이 이어졌다. 그러나 자연재해로 농민의 생활이 어려워지고 사회구조적 모순으로 지배체제가 약화되어 지방 호족이 득세하는 후삼국 시대가 열렸다.
7세기 말 만주 지역에서는 고구려 유민이 발해를 세워 2세기 가량 번성하다가 거란족의 공격으로 멸망했다.
고려
10세기 초 고려 건국부터 14세기 말 조선 건국 전까지.
과거제를 도입하는 등 유교의 정치이념에 따라 관료제를 강화했다. 11세기 이후 내외 정세의 안정으로 번영하였으며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해 외부 문화를 수용하는데 개방적이었다. 12세기 이후 사회모순이 드러났고 국제정세도 불안정해져 무신정권기와 몽골의 침략을 겪었다. 정치, 경제의 폐단을 개혁하려면 원의 간섭에서 벗어나야했는데, 원말명초 국제정세가 변화하는 동안 성리학을 공부한 신흥유신이 개혁을 추진했다.
조선
조선이 건국된 14세기 말부터 근대 국가가 성립되기 전인 19세기 후반까지.
고려 말의 신흥 세력은 조선왕조를 개창하고 중앙집권체제의 강화, 관료제 지배의 확대, 성리학 질서의 확산을 목표로 국가체제를 개편했다. 이를 통해 장기간 안정을 유지했지만 16세기 이후 사림이 정권을 장악하고 붕당대립이 거듭되면서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었다. 이후 붕당 대립은 왕권강화와 탕평책으로 완화됐지만 19세기 세도정권의 출현으로 지배질서에 많은 폐단이 있었다.
농업생산성 증가와 상업, 수공업의 발달로 신분제가 변화되었고 사회개혁과 실학연구, 민중사상이 전파되어 기존의 지배질서가 힘을 잃어갔다.
원체 방대한 분량이라 요점을 짚어내기 쉽지 않았지만 기억하고 싶은 두 가지를 소개하려한다.
먼저, 경직된 세계관으로는 국제정세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는 것.
발해는 요가 요동에 진출한 이래로 당사자인 요와는 한 차례밖에 교섭하지 않았다. 반면 후량 및 후당에는 9번이나 사신을 파견할 정도로 중국 왕조와 친선관계를 중시했다. 그러나 이들이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자 신라 등에 지원을 요청했으나 이조차 실패했다. 결국 발해는 중국 중심의 정세 파악에 치우쳐서 요의 등장에 따른 국제 정세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던 것이다.
(p.210)
발해의 멸망은 한민족의 활동 공간이 한반도로 축소되었다는 점 때문에 더욱 안타깝게 기억된다. 이 책에서는 그 이유를 발해가 중국 중심의 사고에 갇혀 국제정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사실에서 찾는다. 우리 역사가 중국의 문물을 받아들이며 발전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주변 국제 정세를 무시하는 중국 중심의 외교로 인해 나라가 위태로웠던 사건은 발해 멸망 외에도 역사를 통해 여러 번 찾아볼 수 있다.
1636년 3월 후금의 사신은 후금의 한(汗), 즉 홍타이지를 황제로 추대하자는 내용의 문서를 가져왔다. 명이 엄연히 존재하는 속에서 조선은 후금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었고 문서접수를 거부했다. 그럼에도 조선은 양국의 관계를 유지하고자 했지만 조선의 바람과 관계없이 홍타이지는 전쟁을 일으켰다.
(p.437)
백성의 안위보다 명에 대한 의리가 더 중요했던 조선 정부는 병자호란이라는 최악의 외교참사를 초래했다. 지금의 관점으로 보면 어이없는 사건이지만 고정관념을 바꾼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한다.
청이 백 년이 넘도록 번영하는 현실을 설명하기 위해 청과 청문물을 분리하자는 논리가 등장하면서, 북학론이 탄생했다. 청문물을 중화의 남은 문물로 바꿔 이해하게 되면 청의 장구한 번영을 청이 훔쳐서 지니고 있는 중화문물에서 기인한 것으로 설명할 수 있는 동시에 그것을 도입할 필요성까지 발생하기 때문이다.
(p.503)
조선의 지식인들은 망한지 백 년이 넘는 명에 집착하여 청의 문물을 그대로 흡수하지 못하고 ‘원래는 한족의 것이었다’고 합리화하고 나서야 받아들였다. 게다가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면서도 사고방식은 그대로여서 사회의 변화를 이끌기 어려웠다. 정조 사후 세도정치로 인해 조선의 발전이 지체되었다고만 생각했었는데 세도정치 이전에도 중화중심사상으로 인해 사회 개혁에 한계가 있었다는 설명이 새롭게 다가왔다.
다음으로는 아주 중요한 내용은 아니지만 신라의 골품제에 대해 알게 된 부분이 있어 소개한다.
왕실의 신성화를 배경으로 진평왕 왕실은 기존의 골족(骨族)과 차별화해 성골을 표방했다. 진평왕의 아버지 동륜태자의 직계 후손이 성골에 해당하며, 나머지 골족은 진골(眞骨)이 됐다. 그러나 진평왕은 아들이 없어 딸인 선덕, 여자 조카인 진덕이 왕위를 이었다. 그리고 성골은 사라지고 태종 무열왕대부터 진골이 즉위했다.
(p.114)
신라의 신분제가 언급될 때마다 성골, 진골 얘기가 나오지만 그 차이를 명확히 설명하는 자료가 없어 모호했었는데 이번에 알게 되었다. 이 내용대로라면 신라 왕 중 성골 출신은 진평왕, 선덕여왕, 진덕여왕. 천년 동안 딱 세 사람 뿐이다. 워낙 단기간에 있던 제도이고 해당하는 왕도 적어서 영향력이 크지 않았을 것 같은데 이렇게 열심히 성골, 진골 나누고 외우는 게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또한 여왕이 등장할 수 있었던 원인도 성골이라는 명분보다 강력한 왕권 때문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시민의 한국사》는 한국역사연구회가 1992년 《한국역사》를 펴낸 후 30년 만에 출간한 책이다. 최신 연구를 반영하여 한국사 전체를 서술했다고 하는데 읽기 전엔 솔직히 의문스러웠다.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획기적인 자료가 발견되지 않는 이상 역사적 사실이 변한 게 없는데 뭐가 달라질 수 있을까.
《한국역사》를 읽지 않았으니 이 책을 일독(一讀)한 지금도 구체적으로 무엇이 바뀌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학교에서 배운 역사나 이후 다른 책에서 본 것, 드라마로 접하던 상식들과의 차이점은 꽤 보인다. 게다가 이 책은 사건의 나열에 그치지 않으며 주관적 해석보다 설명에 치중하여 맥락을 파악할 수 있게 한다.
《시민의 한국사2》 근현대편이 기대되는 이유이다.
돌베개에서 출간한 한국역사연구회 저자 시민의 한국사 1권 리뷰입니다.
본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있을수있으니 참고 바랍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문재인 대통령님 책 소개로 인해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1권에서는 선사시대, 고대시대, 통일신라, 발해, 고려, 조선시대에 대한 내용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평소 역사에 관심이 있어서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않고 밸런스를 맞게 편찬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문대통령 추천으로 접한 책이다. 역사를 좋아하는 편인데 되돌아 생각해보니 그럼에도 아주 오랫동안 통으로 역사를 접한 건 오랜만이더라. 수능 이후로는 한국사 시험이 아니고서야 조금 자극적인 주제별, 사건별로 역사 도서를 읽어왔으니까.
내가 알고있는 부분과 약간 다른 부분이 있기는 했는데 그럼에도 꽤 만족스러운 책이었다. 그런데 이제 읽는 시간이 조금 걸린...
국제정세나 여러 문화적 사안이 크게 일렁이는 지금을 살아내면서 늘 내가 속한 집단의 뿌리를 아는 건 중요하다고 생각해왔다. 원해서 이 나라에, 이 인종으로 태어난 것은 아니지만 집단이라는게 원래 그런 거니까... 나를 감싸고 있는 문화와 사회 맥락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그걸 잘 깨달았으면 하는게 개인적인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