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원자의 손길 #
흉부외과 의사인 유스케는 자신이 갈망하던 심장외과의사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 같다. 다만 조건이 붙어었는데 쉽지 않은 조건이었다.
세명의 인턴을 교육시켜 흉부외과로 들어오도록 만들것!! 유스케는 자신의 미래를 생각하며 인턴들을 맡게 되지만 처음부터 자신의 생각과는 어긋나게 된다. 게다가 어느날 병원에 투서가 날아든다. 바로 아카시 과장의 논문에 문제가 있다는 것!!
아카시 과장은 이번일의 범인까지 유스케에게 찾아주길 부탁하는데.... 과연 유스케는 투서를 보낸 범인과 자신의 미래가 달려있는 인턴들의 교육까지 잘 해낼 수 있을까?
작가가 의사라는걸 뒤늦게 알았다. 어쩐지 병원과 관련된 소설들이 많다고 느끼긴 했었는데.. 이번 소설을 환자의 생각과 의견을 존중하는 의사 '유스케' 의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랄까?
"감동의 휴먼 메디컬 드라마" 라는 표현이 딱 맞는 것 같다. 이런 분위기와 주인공으로 만든 한편의 드라마 였다.
이런 의사가 존재할 수 있을까? 인턴들에게 멘토가 되어주는 인물, 병원내 권력다툼에도 끼지 않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는 인물 진짜 드라마 주인공 같은 인물이다.
힐링 소설? 이런류의 소설일 거라고는 생각지 못하고 찾아봤던건데 생각보다 만족스럽게 읽은 책이 되었다.
병원에 가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나도 그렇다. 가능하면 병원에 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물론 노력한다고 되는 건 아니지만. 그나마 아직까지 아픈 데 없고, 건강검진에 의한 이상 징후(?)가 없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내 나이쯤 되고 보니 주변엔 혈압약 먹는 사람 많고, 고지혈증이나 당뇨 초기인 사람도 많다. 아직은 건강 기능에 관련된 보조적인 의미로 약을 먹기는 하지만, 정기적으로 병원에 가 약을 처방받아 먹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건강에 자신할 수 있을까? 그런 또 아니라고 본다. 가능하다면 병원에 가지 않고 나이 먹는 게 내 소박한(?) 소원이라면 소원인데. 그걸 가능하게 하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몸을 움직일 뿐.
대학병원 흉부외과에 근무하는 의사 다이라 유스케. 어느 날 그에게 전국에서 손꼽히는 흉부외과 의사이자 의국 최고 권위자, 아카시 과장의 호출을 받는다. 조만간 세 명의 인턴이 올 예정인데 이들 모두 흉부외과에 입국 시키라는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자신이 바라던 흉부외과 의사로 가는 탄탄대로의 길이 열리지만, 실패한다면 자신이 원하지 않는 병원으로 가야 한다. 의사이긴 하지만 흉부외과는 가혹한 근무 환경 때문에 인력 부족을 겪고 있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한 열의가 너무 과했을까? 인턴들의 반감을 사고 만다. 심지어 병원 내 권력 다툼으로 유스케는 힘들다. 유스케는 인턴 지도를 잘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인턴들이 흉부외과를 지원할 수 있을까
큰아이, 작은 아이 친구 중에도 의대에 간 아이가 있다. 가끔은 공부만 잘해서 의대에 간, 인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친구들도 있다고 말하지만, 나는 이 친구들이 모두 좋은 의사가 됐으면 좋겠다. 울 아이들 또한 그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면 좋겠다. 이거 너무 사심이 많은 걸까? ^^
의사로서, 사람으로서 가장 소중한 건 무엇일까 (책 표지)
의사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소설은 제법 많다. 예전에 읽었던 ‘마지막 의사는 벚꽃을 바라보며 그대를 그리워한다.’도 의사가 주인공이었다. 한 명의 의사는 환자를 살릴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후쿠하라 마사카즈이고 또 한 명의 의사는 병원에서 사신이라 불리는 키리코 슈지였다. 키리코 슈지는 죽음을 받아들이라고 환자의 가족에게 권하고, 불필요한 비용을 지불하지 말라고 말한다. 누가 더 훌륭한 의사일까? 그리고 누가 더 필요한 의사일까? 세상이 이거 아니면 저거. 이렇게 이분법적인 게 아니라면, 이 두 명의 의사는 꼭 필요하다. 파이팅 해서 환자를 살려야 하는 의사가 필요하고, 때론 냉정하게 말해야 하는 의사도 필요하니까.
사람이 사는 곳은 어디든 정치적 행동이 수반된다. 실력은 없지만, 줄을 잘 타 성공한 의사가 있는 반면, 실력은 좋지만 정치적 행동을 못 해 승진과는 무관한 의사도 분명 있을 것이다. 내가 의사들의 세계를 알지 못하지만,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다 그렇고 그런 모습일 것이다. 여기서도 그렇다. 자신이 원하는, 그래서 성공할 길이 보이는 그런 곳에 발령 나고 싶은 유스케. 그것과는 상관없이 환자를 대하는 유스케의 마음은 누구보다 따뜻하고 환자를 생각하는 마음이 특별하다. 성공과 환자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결국, 환자를 생각하는 유스케. 기계와 같은 실력은 아니어도 환자의 마음을 헤아리고 따뜻한 말 한마디 할 줄 아는 의사 또한 분명 있어야 한다. 이런 의사가 있다면 누구든 찾아가지 않을까?
사람이 하는 일 중 하나가 의사라는 직업이다. 의사로 사람으로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 어찌 보면 사람으로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에 따라 다른 형태의 직업관이 생길 수도 있겠다. 나에게 가장 소중한 신념은 무엇일까? 나는 어떤 어른으로, 어떤 사람으로 나이 먹고 싶었던 것일까? 의사라는 직업이 가진 윤리뿐 아니라, 인간이기에 고민해야 할 인생관. 그런 것을 생각하게 되는 책이다.
30대 중반의 다이라 유스케는 준세이카이의대 대학병원 흉부외과 8년차 의사입니다. 가혹한 근무환경과 열악한 처우 때문에 모두가 기피하는 흉부외과지만 유스케는 의대 시절부터 오로지 최고의 흉부외과 의사가 되기 위해 정진해온 인물입니다. 하지만 흉부외과 의사로서의 미래를 결정지을 파견 인사를 앞두고 유스케는 극도로 예민한 상태입니다. 최고의 파견 자리 하나를 놓고 1년 후배인 하리야와 경쟁해야 하는데, 그는 다름 아닌 흉부외과 과장 아카시의 조카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와중에 유스케는 아카시 과장으로부터 원하는 곳으로의 파견을 전제로 두 가지 요구를 받습니다. 하나는 신입 인턴 3명 중 2명을 흉부외과에 영입해야 한다는 것, 또 하나는 아카시 본인의 논문 조작설을 주장한 괴문서 유포자를 찾아내는 것입니다.
치넨 미키토는 현직 의사이자 미스터리 작가지만 무척 특이한 행보를 보여왔습니다. 읽은 작품만 따져 봐도 ‘가면병동’과 ‘시한병동’이 본격 미스터리와 의료 서스펜스를 절묘하게 결합한 작품이라면, ‘리얼 페이스’는 성형의 빛과 그늘을 다루면서 거기에 연쇄살인사건을 접목시킨 작품이고, 최근에 읽은 ‘유리탑의 살인’은 (메디컬과는 전혀 무관한) 신본격 미스터리의 부활을 선언하는 듯한 정통 미스터리입니다. 그야말로 장르를 불문하고 종횡무진 활약하는 ‘의사 작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구원자의 손길’은 치넨 미키토가 자신의 본업을 소재로 집필한 메디컬 휴먼 드라마라서 더욱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체로 메디컬 드라마의 주인공은 의술과 인품을 골고루 갖춘 완벽한 인물이거나 의술은 뛰어나지만 어딘가 모난 구석이 있는 괴짜 캐릭터인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의 주인공 유스케는 무척이나 ‘현실적인’ 의사입니다. 물론 병원 내 권력다툼 같은 데는 관심도 없고 오로지 환자를 위한 순수한 헌신과 최고의 흉부외과 의사가 되겠다는 뜨거운 열정을 지닌 점에선 보통 주인공들과 다를 바가 없지만, 지극히 속물적인 욕심(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최고의 파견 자리를 반드시 차지하고 말겠다!)에다 소심하기 이를 데 없는 것은 물론이고 요령 없다는 평가와 함께 팔랑귀에 가까운 가벼운 처신도 수시로 보여주는 인물입니다.
과장의 조카인 하리야에게 최고의 파견 자리를 빼앗길 가능성이 농후한 상태에서 유스케에게 던져진 동아줄은 두 개. 하지만 어느 하나 쉽지 않습니다. 오래 전부터 흉부외과 지원자가 사라지다시피 한 현실에서 3명의 신입 인턴 중 2명을 반드시 잡아야 하고, 과장의 논문 조작설을 제기한 괴문서 유포자를 찾아내는 일은 안 그래도 격무에 시달리는 유스케에게는 거의 불가능한 미션으로 보일 뿐입니다. 더구나 인턴들을 유혹(?)하기 위해 나름 고안해낸 배려가 오히려 날선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괴문서 유포의 용의자가 흉부외과 내 고위직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은 오히려 유스케를 당혹스럽게 만듭니다.
설정만 보면 미스터리가 곁들여진 꽤 시끌시끌한 소동극처럼 보이지만 ‘구원자의 손길’은 8년차 의사 유스케가 진짜 의사로 성장하는 이야기이자, 용감하게 흉부외과에 도전하는 신입 인턴들의 분투기이며 병원 내 권력투쟁의 단면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정통 메디컬 드라마이기도 합니다. 또 생명과 직결된 흉부외과가 주 무대이다 보니 감동 코드도 풍성했는데, “마지막 1페이지에 반드시 눈물짓게 될 것이다!”라는 출판사 소개글과 달리 제 경우엔 최소 네 번은 울컥함에 눈가가 뜨끈해졌습니다. 그건 역시 욕심 많고 소심하고 요령 없는 팔랑귀지만 진짜 의사의 모습을 진정성 있게 보여준 유스케의 캐릭터가 그만큼 매력적이고 사랑스럽고 무엇보다 “내가 아플 때 이런 의사를 만날 수 있다면!”이란 생각이 저절로 들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유스케의 엔딩은 일반적인 메디컬 드라마의 주인공의 그것과 사뭇 다릅니다. 하지만 그래서 더 공감이 갔고, 응원하고 싶어졌고, 박수를 보내고 싶어졌습니다. ‘구원자의 손길’이란 제목 대신 ‘의사의 길’이 더 어울릴 것 같은 그의 엔딩은 “반드시 후속편을!!!”이란 간절한 바람을 갖게 만들었는데, 과연 치넨 미키토가 유스케의 ‘다음 이야기’를 독자에게 선사해줄지 너무나도 궁금해질 따름입니다.
(사족으로.. ‘옮긴이의 말’에 이 작품의 주요 조연인 스와노 료타가 ‘신의 카르테’의 주인공이라고 돼있는데, 그는 치넨 미키토의 작품 ‘기도의 카르테’의 주인공입니다. 중쇄를 하게 되면 꼭 수정됐으면 좋겠습니다.)
치넨 미키토 작가의 구원자의 손길은 자신이 꿈꿔왔던 목표를 위하여 일종의 미션을 완수해야만 하는 주인공의 고군분투를 그리고 있는 작품인 동시에, 그러한 과정 속에서 주인공이 의사로서 겪게 되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통하여 그가 의사로서뿐만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도 점차 성장해 나가는 서사를 담고 있는 소설입니다. 리얼 페이스를 시작으로 하여 2022년 한 해에만 치넨 미키토 작가님의 책이 무려 네 권이나 발간이 되고 있다 보니, 그 흐름에 발맞추어 해당 작품들을 읽어나가는 저 역시 치넨 미키토 작가님이 가지신 고유의 전개 방식 혹은 일종의 공통점 같은 것들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는 것 같은데요. 그러한 의미에서 구원자의 손길은 치넨 미키토 작가의 특색이 아주 잘 배여있던 작품이 아니었던가 합니다. 전반적인 균형감이 좋았던 데다가 결말 또한 상당히 깔끔한 빠진 작품이었던 만큼 어떠한 형식으로든 다이라 유스케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