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정신세계라는 전쟁터에서 벌어지는 미래를 위한 싸움오리지널 시리즈의 배경이 1980년대 초반이라면 소설은 1969년에서 197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과 베트남전 반대 시위로 들썩이던 1969년 여름, 인디애나주의 호킨스에서는 정부 주도로 은밀한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주민 대다수가 보수적인 지역에서 자란 탓에 세상의 변화에서 비켜나 있다는 좌절감을 겪곤 했던 테리는, 20대 초반의 잠재력이 뛰어난 여성들을 대상으로 실험 참가자를 모집한다는 소식에 중요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하여 선뜻 지원한다. 그러나 실험은 그녀의 상상 이상이었다. 약물과 환각 작용에 기초한 브레너 박사의 정신 실험은 갈수록 수상쩍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에이트(008)라 불리는 초능력을 가진 어린아이의 존재는 연구소의 목적을 더욱 의심하게 만든다. 테리는 함께 실험에 참가하는 동료들과 힘을 합쳐 연구소의 비밀을 밝혀내기로 결심한다. 이에 브레너는 테리를 무너뜨릴 계략을 꾸미고, 자신의 목표를 완벽하게 실현시켜줄 최고의 조건을 가진 존재를 얻기 위한 야심을 드러낸다. 새로운 10년에 대한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테리와 브레너는 전혀 다른 차원의 전쟁, 인간의 정신세계라는 전쟁터에서 미래를 위한 싸움을 시작한다. 독자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고, 잊지 못할 여운을 남길 사건과 관계들오리지널 시리즈가 1980년대 미국 문화를 완벽하게 재현하며 레트로 열풍을 일으킨 것처럼 이 소설에도 1960년대 말과 70년대 초반의 다양한 사회 이슈와 문화 현상들이 빼곡히 채워져 있다.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이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준 데 반해 베트남전은 시민들을 분노와 좌절에 빠뜨렸다. 대학가에서 벌어지는 반전시위, 27년 만에 시행된 징병 추첨제도, 우드스톡 페스티벌, 핼러윈 파티, 만화 『엑스맨』과 소설 『반지의 제왕』에 대한 오마주는 그 시절 청년들의 관심사를 한눈에 보여준다. ‘기묘한 이야기’의 팬이라면 공식 소설이 오리지널 시리즈의 주요 캐릭터나 중심 사건과 어떻게 연결되는지가 최대 관심사일 터, 그웬다 본드는 시리즈의 우주를 고스란히 계승하여 확장시킬 뿐 아니라 탁월한 착상과 플롯으로 사건의 기원을 구체화한다. 새로운 인물과 오리지널 캐릭터 간의 관계 설정도 뛰어나다. 브레너 박사와 대결하는 테리를 비롯해 기계라면 무엇이든 분해해 구조를 알고 싶어 하는 중장비 정비공 앨리스, 테리와 같은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하는 만화광 글로리아, 얼치기 심령술사 켄 등 실험실 동료들은 드라마의 어린 4총사들처럼 사건의 중심에 선 인물들이다. 이 새로운 얼굴들과 브레너, 칼리와 같은 오리지널 캐릭터가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본편의 세계와 절묘하게 맞물린다. 궁극적으로 본편으로 수렴되는 모든 사건과 관계는 순간순간 놀라움으로 독자의 심장을 뛰게 할 것이며 가슴속에 잊지 못할 여운을 남길 것이다. 『기묘한 이야기: 최초의 의심』은 오리지널 드라마를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이자 그 자체로 흥미진진한 매력을 갖춘 소설이다. 시즌4를 기다리는 팬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선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