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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다 개스크 저/홍한결 역
박용철 저
김아라 저
수전 J. 누난 저/류초롱 역/양용준 감수
고선규 저
2022년 12월 12일
[힘을 낼 수 없는데 힘을 내라니]는 저자의 우울증에 관한 기록이다. 저자에게 우울증이 왜 생겼는지, 어떤 치료 과정을 거쳐왔고 지금은 어떻게 대처하는지,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대해주는 것이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지 등을 개인적인 기록과 함께 적어두었다. 그것뿐이라서 책은 생각보다 짧았고 술술 읽혔다. 대신 다른 사람의 기록을 보고 나에 대해서 반추해보는 시간을 길게 가질 수 있었다.
보는 내내 이 사람의 우울은 참 나와 다르고 또 닮았구나, 느꼈다. 나이도 직업도 경험도 성격도 상황도 다르니까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닮은 점보다는 다른 점이 훨씬 많았다. 그럼에도 파편 같은 닮은 점을 보고서 충분히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 나와 다른 방향의 우울을 보면서 새롭게 배우는 점도 느끼는 점도 있었다. 세상엔 참 다양한 지옥이 있더라. 아마도 사람 머릿수만큼은 있을 것이다. 우울할 줄 아는 동물도 있으니 어쩌면 그보다 훨씬 많을지도. 같이 읽은 친구는 사람들이 알지 못할 뿐 모두가 다 우울하지 않겠느냐고 했었는데, 그 말에 나 역시 공감했다. 우울한 줄도 모르고 몇 년을 살았던 경험이 내게도 있었다. 그 우울이 잠깐의 감정이 아니라 치료해야 하는 병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이후에도, 돈과 시간 문제 때문에 쉬이 치료할 생각을 하지 못했더랬다. 사실 지금도 그렇기에, 스스로 나아지려고 노력을 아끼지 않은 저자를 보면서 감탄스러운 마음도 들었다. 우울증은 치료하겠다고 결심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는 걸 잘 알기에 더 존경스럽다.
우울증을 흔히 마음의 감기라고들 말하지만, 구태여 비유하자면 마음의 암과 유사하지 않은가. 저자가 자살 시도에서 살아남았을 때의 이야기를 보면, 저자는 죽고 싶은 마음도 생각도 없었음에도 그렇게 됐다. 암세포가 우리 몸을 공격하듯이, 우리의 정신도 병들면 나 자신을 공격해서 죽음으로 몰고 가는 것이다. 그건 한 순간의 감정도 단순한 충동도 아니고, 의지만으로는 극복해낼 수 없는, 치료해야 하는 병적인 무언가이며 당연히 감기보다는 훨씬 치명적이다. 쉽게 낫지도 않고 치사율도 높다.
누군가는 우울증으로 자살한 사람을 두고, 그가 아픈 사람들이 간절히 바랐을 내일을 저버렸다고 표현하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그 또한 그렇게 오래 아픈 끝에 병마에 져서 사망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의 충격이 이 책을 읽는 동안 서서히 소화가 되었다. 오랫동안 나의 나약함을 탓해왔지만, 우울증에 대한 이해가 조금씩 쌓이면서 이제는 병은 병일 뿐이라는 생각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한 생각이 스스로 우울하면서도 왜 마음과 몸이 다른지, 왜 이렇게 게으르고 제대로 일상 생활을 보낼 수조차 없는지 한탄하고 괴로웠던 기억에 약간의 위안이 되었다. 이 작은 위안을 얻는 데에 이 책도 약간의 도움을 주었다. 저자 분에게도 더 큰 위안이 찾아오시기를, 그리고 무사히 완치하시기를 바라 본다.
힘을 낼 수 없는데 힘을 내라니를 읽고
- 고태희 저자, [꼬꼬기린] 팀 김기린 작성 -
우울은 악몽이다.
스스로 원해서 꾸는 것이 아니기에 닮았다. 내 무의식을 기반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끔찍한 시나리오에 동화되어 그저 휩쓸린다. 이따금 지극히 현실적이고 생생한 꿈이라도 꾸는 날엔 이 망상이 진짜처럼 느껴져 한동안 멍하기도 하다. 악몽에 시달린 만큼 몸과 마음이 지쳤음에도 불구하고 내일을 살아가기 위해서 반드시 잠에서 깨어나야하기 때문에, 우울은 악몽의 상위호환인지도 모르겠다.
악몽에서 깨어났지만 여전히 그 꿈에 영향을 받은 아침처럼 우울해도 사람은 살아가기 위해서 일상을 보내야한다. 한국에서는 특히 그렇다. 저자가 들었던 말처럼, 남들도 다 이만큼은 힘들다고, 너는 괜찮을거라고, 즐거운 생각을 하기 위해 노력해보라고, 니가 우울증일리가 없지 않냐고. 너는 밝은 사람이라고. 일시적으로 지나가는 감정일 거라고.
응원을 보내는 이들은 대체로 그의 우울을 부정한다. 곧 괜찮아질 수 있는 일순간의 감정이라 보는 것이다. 나 역시 스스로 우울하지 않으려고 애쓰면서도 곧 무기력해졌다. 괜찮아지고 싶은데 괜찮아지지 않는 내가 지겹고 끔찍하기도 했다.
그래서 제목이 유독 눈에 들어왔던 것 같다. 힘을 낼 수 없는데 힘을 내라니.
작가의 감정은 나의 감정이 아니니 완전히 같을 수는 없겠지만,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우울에 공감하다가 끝내 확신이 들었다. 나는 우울하다. 이전부터 계속 우울해왔고, 어쩌면 앞으로도 스스로 만족 할 수 있을 때까지는 계속 우울할 것이다. 알고는 있었지만 늘 덮어두고 있었던 이 감정은 평생 내가 해결해야할 숙제이고, 남이 어떻게 해줄 수 없는 온전한 나의 짐인 것이다.
그러다보니 책을 읽으면서 생각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우울을 가슴 밑바닥에 삼키고 모른척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스스로 우울한 것을 알면서도 별 다른 도리 없이 꾸역꾸역 오늘을 살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의 우울과 관련된 책을 읽는다고 우울이 치료되거나 위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은 제목부터가 그렇지 않은가, 저자는 끊임없이 말하고 있다.
우울한 것은 나의 의지로 어떻게 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삶은 언제나 발버둥이고,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우리는 꾸준히 발전을 도모하며 앞을 보고 달린다.
그러니 힘들고 지쳐서 무너지는 것은 그 사람 탓이 아니라고, 일어나지 못하더라도 그냥 그럴 힘이 없는 것이라고, 그 사람을 책망해도 그 사람이 일어설 맘이 들 때까지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우울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좀 덜 해도 괜찮다고.
우리는 우울이라는 감정을 인정하고 스스로를 어떻게 달래면 좋을지 생각해야한다. 결국 내 감정을 가장 잘 아는 것은 나이기에 날 달랠 수 있는 사람은 나 뿐이니 스스로에게 좀 더 너그러울 필요가 있다.
힘을 낼 수 없는데 꾸준히 힘을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스스로 많이 칭찬해주면 좋겠다.
힘을 낼 수 없는데 힘을 내라니
고태희
지금 우울감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분들, 주위에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어하는 지인이 있는 분들, 내가 바닥인생이라고 느끼며 좌절하신 분들을 위해 잘 살려고 애쓸수록 우울해지는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를 진솔하게 담아낸 저자 고태희의 『힘을 낼 수 없는데 힘을 내라니』(현대지성, 2022)를 소개한다.
날 이해하는 사람이 없다면 얼마나 외로울까. 그 외로움의 늪에서 누가 나를 꺼내줄까? 하지만 나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꺼내주는 대신 보통 힘내라는 조언을 한다. “잘 될거야”, “너보다 더 힘든 사람도 있어”, “다른 일을 해봐” 등등. 하지만 이런 어설픈 조언이 우울증에 걸린 사람을 더 힘들게 한다는 사실을 아무도 모른다.
남들 앞에 서면 한없이 작아지고 초라해지는 사람들. 이 책은 다른 책과 달리 우울증을 극복했다고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단지 정신병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우울증 원인이 무엇이고 치료 방법은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책이다. 흔히들 오해를 한다. 우울증 환자들은 자신들이 마음을 잘 다스리지 못해서, 힘을 내지 못해서 병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는 우울증이 결코 내 의지대로 몸이 움직이지 않는 병임을 강조한다.
저자는 어설픈 조언은 하지말라고 한다. 일반인들에게나 먹힐만한 조언은 환자들에게 힘이 나기는커녕 스스로를 나약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스스로를 더욱 무력하게 만든다고 한다. “인정받고 싶었다. 잘했다는 말 한마디면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남편은 예상 밖의 말을 했다. “좀 쉬지, 왜 그랬어?” ... 가뜩이나 날이 서 있던 나는 그만 남편을 베어버렸다. 온갖 심한 말을 하며 남편에게 분노를 뿜어댔다. ”(p.64)
저자는 우울감에 빠지면 자존감이 낮아지며 자책함을 강조한다. 저자는 “정상에서 벗어나는 잘못을 저질렀다거나 자기가 쓸모없어졌다는 자책감에 빠진다. ... 우울에 빠지는 원인은 너무나 사소하지만, 이 나선에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오기가 힘들다. 마치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방울이 쇠를 뚫듯 그 감정이 누적되어 한 사람을 망친다.”(p.73)고 말한다.
저자는 우울증의 가장 큰 요인은 ‘부모와의 어긋난 관계’라 보았다. 특히 “부모가 심어준 과도한 기대에 부합하지 못할 경우 발병한다”고 한다. 저자는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라고, 그것을 향해 자신 있게 걸어가라고. 그것이 네가 행복해지는 길이라고.”말한다.(p.109)
저자는 집 밖을 나갈 때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함을 강조한다. “약을 잊지 않고 삼키고 오후에 예기치 않게 나를 덮칠지도 모를 공황에 대비해 예비약 A를 지갑에 챙겼다.”(p.128) “우울증에 맞서는 법이 아닌 웅크리고 버티는 법을 조금씩 깨달아가고 있었다.”(p.137)
저자는 우울증의 완전한 치유를 위해 약물치료와 심리치료를 병행하기를 원한다. “마틴 켈러 교수가 우울증 치료에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한 결과 80퍼센트 이상이 뚜렷한 호전 효과를 얻었고 재발률도 낮았다.”(p.209)
우리는 자라면서 인정받기를 원했고 인정받지 못해서 패배감을 느낄 때도 있고,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받아 깊은 우울감에 빠져본 경험도 있을 것이다. 조금씩 다 비슷한 경험을 했고 비슷한 아픔을 겪었다. 나 혼자만 겪은 것이 아니니 우리는 심각하게 고민도 하지 말아야 한다. 이 책을 통해 모두를 응원하고 서로를 향한 따뜻한 마음으로 모두가 우울감에서 벗어나 기쁨을 찾을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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