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 글그림
사예 저/윤성 그림
소형 저
장서영 글그림
아방 글그림
그랜트 스나이더 저/공경희 역
나는 그 꽃을 쥐고 세상을 보았어. 이미 내가 있는 곳이 봄이었더라.
이 구절을 본 순간 어떻게 글을 이렇게 예쁘게 쓸까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작가를 꿈꾸고 있다 보니 이렇게 구절 하나하나에 눈에 가는것 같다. 아마 꽃은 행복을 의미할테고, 봄은 꽃이 가득한 계절로, 행복이 가득한 것을 의미하는걸까?
사랑은
잿빛 속에서도
색을 잃지 않게 해주는 것.
어떤 이유에서도
나를 피어나게 하는 것.
나는 남자친구와 3년째 연애중이다. 3년간 싸운 날도 있었지만, 행복한 날이 더 많았다. 내가 힘들어할 때 묵묵히 곁에서 온갖 긍정의 말을 해주며 내가 더 힘들지 않게 힘을 주는 남자친구가 떠올랐다.
유연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어요.
지나치게 무른 마음으로 온갖 풍파에 아파 않고
거친 마음으로 온갖 고운 것 위에 상처를 묻히지 않으며.
굳어져 가라앉거나 부러지지 않고
원한다면 어디로든 뻗어나갈 수 있는
유연한 마음으로.
나는 걱정이 많은 사람이다. 앞날에 대한 지나친 걱정으로 종종 혼자 힘들어하곤 한다. 이제 대학을 졸업하는 이 시점에는 취업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있다. 이런 내가 유연한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지금보다 행복하게 살고있지 않을까? 잠시 생각해보았다.
조금도 망설여서는 안 되는 일이 있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일.
나의 행복을 위하는 일.
다른 어떤 것보다 최우선이 되어야 하는 일.
미루어서는 안 되는 행복이라는 업무.
누가 나에게 "당신은 지금 행복한가요?"라고 묻는다면, 나는 아마 "아니요"라고 답할 것이다. 앞 날에 대한 지나친 걱정으로 살아가는 나이기에, 현재의 행복이 아닌 미래의 행복을 위해 지금의 나를 한계로 몰아넣고 있는 나이기 때문이다.
다들 나에게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라고 하는데, 나는 그 소소한 행복이 가장 어려렵다. 지금의 내가 노력하지 않으면 안될것 같은... 지금 마냥 행복을 위해 손을 놓고 있으면 안될것 같은 마음이 끊임없이 나를 괴롭힌다.
이 책을 읽는동안 잠시라도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
이번 달에 이 책을 읽기로 정한 이유는 좋아하는 그림작가님의 책이기 때문이었다. 평소 좋아하던 작가님이라 그런지, 어떤 식으로 글을 적으시는지 알고 있어서 더 쉽게 읽혔던 것 같다.
이 책을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눠서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시, 어떻게 보면 단편소설처럼 그림과 글이 잘 어우러져 있다. 기억에 남는 시 중 하나인 '베고니아' 장편 시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는 일' 이 구절을 읽으며 '나는 과연 그 정도의 여유를 갖춘 사람일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되었고, 아직은 그들을 사랑하기에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바뀌는 건 어렵더라도 조금씩 마음에 여유를 찾아야겠다 다짐하게 되었다.
한 장 한 장을 넘겨가며 책을 다 읽는 게 아쉬울 정도로 아껴가며 읽었기에 더 마음이 가는 책이었다.
나는 과연 나를 사랑하고 있는 걸까?
이 책을 읽고 이 생각이 먼저 들었다.
바쁜 현실에 치이고 살다 보니 내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사소한 것을 자세히 보려고 하는 여유도 잃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삭막하고 차가운 도시 속에서 살면서 사람들은 그런 사소함을 다 잃어버리는 것일까.
책 속에서 이런 구절이 나온다.
너는 너 자신을 사랑하냐고 물었을 때 왜라고 물었고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기에 그렇기에 너를 사랑하는 이유 또한 마찬가지라고.
이를 보았을 때 가슴 속을 때리는 충격이 느껴졌다.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왜 사람들은 사랑을 말할 때 이유를 굳이 붙이는 것일까? 이유 따위는 필요없이 당연하게 사랑하는 법인데 말이다. 그러다 보면 나 자신도 당신도 사랑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여기서 나오는 것처럼 만개하는 꽃을 보더라도 그냥 지나치는 것이 아닌 아름다운 풍경을 눈으로 만끽하고 그 향기를 들이마쉬고 싶다. 그러한 향기를 머금은 다정함이 나를 살게 할 것이고 여유는 내가 행복하게 도와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