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드 로즈 저/노정태 역
데이비드 맥레이니 저/이수경 역
베스트셀러 역행자에 소개되어 다시 빛을 본 책이고 절판됐다가 개정까지 되고 가격도 대폭 상승되었다. 이 점은 매우 아쉽다.
개인적으로 나는 클루지 라는 개념을 나의 게으름과 연결하고 있다.
신중히 생각한다는 핑계 하에 생각은 하지 않고 생각과 실행을 미루고 하는 것이 나의 주된 스타일이며 이런 점에 있어서 저자의 글에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그러나 이런 책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자신에게 적용하는 것은 자신의 몫이라며 그 결론을 독자에게 떠넘기는 것 같은 느낌도 많이 들었다. 하긴 자신의 문제는 자신이 결정하는 것이 맞기는 하다. 그러나 이런 류의 책을 읽는 것은 독자가 절박하거나 힘든 상황에서 구체적인 도움을 바라는 경우가 많을 것이니 이런 점에서는 역시나 아쉽니다.
역행자가 클루지를 추천하고 있는데 두 책을 비교 해 본다면 클루지의 다소 우위라고 생각한다.
책 서평의 제목으로 이미 이야기하였지만 <클루지>의 의미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되짚어 보며 시작하려 한다. <클루지>란 '공학자들이 결코 완벽하지 않은 엉성한 해결책'을 가리킬 때 쓰는 토속적인 표현이다.
또한 과거에는 인간에게 필수적인 심리 기제였지만, 현대에 와서는 사람의 인생을 방해하는 '과거의 유물'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이러한 의미를 가진 <클루지>라는 단어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무엇이기에 <역행자>의 저 '자청'이 극도의 칭찬을 하며 자신의 인생을 바꾼 책이라 말하는 것일까? 이러한 의문점을 던지며 책의 이야기를 풀어나가 보자.
책의 저자는 '개리 마커스'이다. 그는 뉴욕대학교 심리학 신경과학 명예교수. 뇌과학과 진화 심리학, 언어학을 넘나들며 인간 마음의 기원을 연구하는 인지 과학자이다. 저작으로는 <마음이 태어나는 곳>, <뇌과학의 비밀> 등이 있다.
'클루지'는 진화의 산물이다. 진화란 이전의 것들을 완전히 무시하고 새로운 것으로부터 생성되는 것이 아닌, 이전의 것들을 바탕으로 그 위에 필요한 만큼을 생성하는 것이다. 즉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상태를 진화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진화를 통해 우리의 뇌에는 두 가지 서로 다른 상태가 존재하게 된다.
하나는 '선조 체계' 또는 '반사 체계'로 불리와 지는 빠르고 자동적이며 주로 무의식적으로 진행되는 사고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숙고 체계'라 불리는 신중하고도 판별력 있게 천천히 진행되는 사고를 말한다.
이러한 두 가지 사고 체계가 공존하며 우리의 판단력은 때때로 혼돈에 접하게 되는 것이다.
혼돈을 부추기는 '후광효과', '초점 맞추기 착각', '닻 내림과 조정', '친숙 효과'들은 우리의 신념을 오염시킨다. (각각의 효과에 대한 상세 설명은 책을 참조하기 바란다.) 하지만 우리가 두 체계의 장단점을 인식하고 조화를 만들어 낼 때, 우리는 궁극적으로 지혜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클루지'상태를 인지하고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있는 것일까? 물론이다. 저자는 '클루지를 이겨내는 13가지 제안'을 말해주고 있다.
대안이 되는 가설들을 되도록 함께 고려하라. - 현재 하고 있는 생각의 반대쪽도 함께 생각해 보면 편향된 뇌의 지시로부터 여러 상황을 인지할 수 있게 된다.
문제의 틀을 다시 짜고 질문을 재구성하라 - 사태를 회의적인 눈으로 바라보고 상대의 질문을 재구성하는 습관을 기르자
상관관계가 곧 인과관계가 아님을 명심하라 - 상관관계를 토대로 한 자연스러운 추론은, 즉 한 요인이 다른 요인의 원인일 것이라는 추론은 옳지 않다.
여러분이 가진 표본의 크기를 결코 잊지 말라 - 표본이 클수록 추정치는 신뢰할 만하다.
자신의 충동을 미리 예상하고 앞서 결정하라 - 순간의 충동보다 미래를 계획할 때 더 나은 우리가 되기 쉽다. 현명한 사람은 이렇게 행동하는 사람이다.
13가지 제안 중에서 5가지 제안에 대해서 간략하게 알아보았다. 우리의 신념을 오염시키는 여러 가지 효과로부터, '반사 체계'와 '숙고 체계'라는 진화의 산물로부터 '클루지'를 이겨낼 수 있는 13가지 제안을 주의 깊게 알아보고 실천할 때 우리는 흔들리지 않는 미래를 위한 결정을 실패 없이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다.
'클루지'라는 책은 결코 쉬운 책은 아니다. 읽으며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고, 저자가 말하는 논리에 공감되지 않을 수도 있다. 소설책을 읽어 나가듯 그렇게 술술 읽히는 책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래도 끝까지 읽기를 추천한다. 글귀 하나하나를 전부 이해하지 못하고 지루하게 느껴지더라도 말이다. 우리가 살아왔고 살아가야 할 삶에서 '클루지'라는 단어가 주는 영향력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우리가 우리의 한계를 이해하고
그것과 정면으로 대결한다면,
우리는 우리 내면의 클루지를 이겨낼수 있을 것이다.
<클루지>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