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현 글/유희 그림
유영광 저
이창현 글/유희 그림 저
서미애, 송시우, 정해연, 홍선주, 이은영 저
천선란 저
정보라 저
이 책 『신체 조각 미술관』은 호러 단편 소설집이다. 모두 8편의 단편 소설이 실려 있다. '기담 전문 작가'라는 별칭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다. 기담의 호러 분야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표제어가 된 「신체 조각 미술관」이 하나의 단편으로서 가장 이색적 부분이어서인지 그대로 표제어가 되었다. 그가 호러 소설을 낸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전작 『기요틴』과 『카데바』으로 군더더기 없는 이야기와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호러 소설로 이미 호러 소설 대표 작가의 1인이 되었다. 이번 세 번째 책은 단편집이다. 표제어인 「신체 조각 미술관」은 독자들의 공포감을 자아내기에 충분한 미술관에 대한 이야기다. 이 미술관은 관장이자 조각 예술가인 아버지의 작품을 전시한다. 딸은 해설사(도슨트)인 딸이 관람객들에게 작품의 이모저모를 해설해준다. 일반 미술관과 다른 점은 사람의 신체 일부를 조각품으로 만들어 전시한다는 점에서 특이함을 뛰어넘어 공포감마저 불러일으킨다.
아무리 예술적 작품이라 할지라도 인간의 신체를 동물의 박제처럼 제작해 전시한다는 것은 법과 윤리를 떠나 예술품으로서의 가치를 인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이 소설이 호러물이고 상상의 표현이기에 가능한 것일 터, 독자들이 호응도는 예상하기 어렵다. 허구의 이야기로서만 가능한 일이다. 이 미술관의 이름은 〈더 바디 갤러리〉. 전시 예술품의 재료가 되는 신체는 당사자(혹은 관리자)에게 허락을 구하여 기증 받는다. 이 이야기는 관람객인 ‘나’에게 작품을 설명해 주는 큐레이터 ‘수란’의 목소리만으로 이루어진다. 조각가인 수란의 아버지는 사랑하는 아내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녀가 영원히 존재할 수 있도록 조각상으로 만들었다. 이것을 계기로 딸 수란은 자신도 죽은 연인을 조각으로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해주며 ‘나’에게 말한다. “모두 이렇게 새 생명을 얻었으니, 저희는 더 이상 슬프지 않습니다.”
큐레이터 수란의 해설은 거침없이 이어진다. 더욱이 제작 과정을 알려 줌으로써 독자들의 공포심을 더욱 자아내지만 수란의 해설로 다소 완화되기도, 혹은 증폭되기도 한다. 수란은 준비된 해설사이다. 작품 설명 중간 중간에 제작 과정을 슬쩍 곁들이며 '의도적으로' 공포심과 불안감을 자극한다. "지하 공간은 꽤 광활하고 층고도 높답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제작될 작품들이 놓일 빈 공간도 있고, 관장님의 작업 공간도 있고, 작품 재료를 보존하는 냉동고가 있는 공간도 있습니다. 작업장과 냉동고는 보안상 공개하지 못하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p.10) 작품 제작시 방부 처리된 신체를 특정 약품을 이용해 시신이 서서히 굳도록 합니다. 피를 빼거나 피부나 근육, 장기를 제거해야 하는 경우에는 추가적인 작업이 요구되지요. 곧 보면 아시겠지만 제거한 신체의 일부도 대부분 작품으로 재탄생시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신이 다 굳기 전에 절단하거나 고인이 생전에 의뢰한 형태로 자세를 가다듬습니다. (중략) 숨이 끊어지고 난 후 자신의 신체가 썩거나 재가 되기보다는, 이렇게 예술 작품으로 승화되어 새로운 생명을 얻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적지 않답니다. 작품이 되기 위해 목숨을 바친 분도 더러 계시고요."
큐레이터의 설명을 듣고 있자면 마치 도살자들이 도살된 동물 다루듯이 말하는 바람에 오싹한 느낌이 든다. 소름도 돋고, 얼굴이 찌푸려지기도 한다. 큐레이터의 설명이 갈수록 가관이다. 심지어는 태아의 시신들로 이루어진 작품도 있다. 〈인간〉이라는 작품이다. 큐레이터는 이 작품을 설명하며 가족이 참여해 오랜 기간 걸려 제작했다고 자랑하듯 말한다. 사무적으로. "여기 사람 모양의 조각이 서 있습니다. 생김새가 여성인 것도 같고, 남성인 것도 같은 모호한 느낌이 들 것입니다.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들여다보면, 크기가 각기 다른 수많은 태아의 시신들이 겹치고, 이어지고, 쌓여 있는 것이 보입니다. 손가락 한마디만 한 태아도 있고, 이미 다 큰 신생아 크기의 태아도 있습니다. 그동안 관장님을 비롯해 저의 가족이 오랜 기간 기증받아 온 태아의 시신을 거두어 이렇게 하나의 인간을 구현해냈지요.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가여운 영혼들을 기리는 마음으로 제작한 작품입니다."
큐레이터는 작품 해설에만 그치지 않고 현장에서 의뢰자들의 ‘신체 기증 서약서’ 겸 ‘작품 제작 의뢰서’도 받는다. "의뢰자분께서 직접 작품이 되기로 마음먹으신 거군요. 네, 이곳에서 저희는 의뢰자를 그 어떤 작품보다 더 아름답게 재탄생시켜 드릴 수 있답니다. 그렇다면 요청하신 양식을 드리겠습니다. 그럼, 내 신체가 아름다운 작품으로 승화되는 곳, ‘더 바디 갤러리’에 찾아주시고 의뢰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주 탁월한 선택이십니다."(p.25)
이렇듯 잔인하고 참혹한 이야기에는 기묘하게도 ‘죽음’에서 비롯되는 아련한 슬픔이 있다. 사랑하는 존재를 다시 보고 싶어서 신체를 조각으로 만든다는 비현실적인 설정은, 현실적으로 그럴 수 없음을 알기에 되레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킨다. 현실 불가능한 일이 소설 속에서는 이루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바다를 배경으로 하는 두 작품 〈블루홀〉과 〈바닷가〉도 흥미를 끈다. 이 작품들은 ‘상실’의 공포를 가장 현실적으로 그려낸다. 각각 아내 혹은 소중한 사람을 잃은 주인공들이 고통을 극복하는 과정을 바닷가에서 겪은 기묘한 체험으로 풀어 썼다.
바다를 사랑해서 해양구조사가 된 주인공은 결혼 1주년 아내와 바다에서 프리다이빙을 하기 위해 왔다. 그러나 날씨가 나빠 철수하려다 아내가 반지를 잃어버렸다는 소리를 듣는다. 말릴 틈도 없이 지연이 바다에 뛰어들고 다시 떠오르지 않는다. 삼일 밤낮으로 격랑을 헤치며 찾아다녔지만 바닷 속에도 바다 위에서도 그녀의 흔적조차 찾지 못했다. "바다 같은 걸 사랑하지 말았어야 했다. 프리다이빙 같은 걸 즐기지 말았어야 했다. 그랬다면, 그렇게 했다면 지연이 그렇게 되는 일은 없었을 테니까. 후회가 눈앞을 가린다. 그녀는 어디에 있는 걸까." 찾다 찾다 포기하려고도 했지만, 물 속으로 끊임없이 찾아다닌 끝에 결국 아내 지연의 시신을 발견한다. 아내 지연의 죽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이 순간, 내가 살아서 나가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서서히 아내를 안고 아래로 향해 들어간다. 물살이 더 거세지면서 허우적거린다. 지연을 안은 채 물살에 몸을 맡긴다. 순간 손을 붙잡는 느낌! 꿈이다. 결과가 다소 진부하지만 오랜 만에 읽어 스릴이 있었다. 실감나게 써내려간 저자 덕분이리라.
반면, 〈어떤 부부〉와 〈내리사랑〉은 어느새 애정보다 더 커져버린 증오 때문에 끝내 파국에 치닫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푸른 인어〉는 희귀하고 신비로운 존재에 대한 인간의 탐욕을, 〈한밤중의 어트랙션〉은 욕망과 치기에 휩싸인 젊은 남녀의 어리석음을 벌하는 내용이다. 마지막으로 〈꿈에 관한 이야기들〉은 작가가 직접 겪은 가위눌림에 관한 일화를 녹여 가상의 기담으로 만들어냈다.
다양한 작풍과 소재로 쓰인 이야기들이지만, 이스안 저자가 그려내는 세계에서 ‘꿈’과 ‘죽음’은 빠지지 않는 두 가지 주제다. 작가는 인터뷰에서 “죽음이 가장 두렵”지만 “쓰는 소설마다 빠지지 않아서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어쩌면 독자들이 호러소설을 보는 이유와도 일맥상통할 것이다. 살아 있는 사람에게 이러한 주제는 가장 무섭고 피하고 싶지만, 동시에 호기심을 참을 수 없어 시선이 향하고 마는 인생의 아이러니일지도 모른다.
저자 : 이스안
1992년 12월 출생. 대학에서 조각과 일본학을 공부했다. 인형 수집가이자 공포영화 마니아이기도 하다. 2018년 북악문화상에서 〈사주〉로 가작을 수상했으며 소설, 에세이, 여행, 사진, 매거진 등 다양한 분야의 글을 쓰고 책을 만들고 있다.
출간한 작품으로는 소설집 『기요틴』 『카데바』, 포토 에세이 『유리코』가 있고, 앤솔러지 『기기묘묘 ? 괴양이 앤솔러지』 『괴이, 도시 ? 만월빌라』에 참여했다. 키덜트 분야 저서로는 『담벼락 위 고양이들』 『한국 인형박물관 답사기』 『장난감 수집가의 음울한 삶』 『하찮은 뽑기 장난감들』 『DOLL TOWN』이 있으며 매거진 〈토이크라우드〉를 올해 선보일 예정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후덥지근하고 비가 계속해서 오면서 여름이 언제 가나...싶을정도로 후덥지근한 요즘
더울때 떠오르는 것들이 많습니다. 시원한 아이스크림 , 에어컨 , 선풍기, 팥빙수등등..
하지만 저는 뭐니뭐니해도 읽기만해도 간담이 서늘해지면서 등골부터 발뒤꿈치까지 시~원해지는
공포소설이 딱인거같아요! 공포 영화보다 텍스트로 적힌 공포소설이 좋은 이유는 머리속으로 그 장면들을
제 방식대로 상상하니깐 더더욱 무섭고, 감정이입이 2배 더 빠르게 되면서 몰입감이 빡! 오더라구요
제목부터 살벌한 이스안 작가님의 새로운 호러 소설집 <신체 조각 미술관>을 봤습니다.
첫 번째 스토리부터 주인공이 박물관 도슨트처럼 이야기를 하는데 , 하나하나의 사연들이 섬뜩하고, 기증받은 신체에 대한 스토리가 너무나 리얼해서 놀랐습니다.. 그 시신들을 실제로 존재하는 유명한 작품들에 접목을 시켜 만들었다는 스토리 자체도 소름돋을 정도로 박수쳐주고 싶구요!
이렇게 대체적으로 시대적 배경을 현대적으로 한 스토리들이 많은데 , 그것과는 다른 <푸른 인어>는 옛날부터 사람과 사람들 입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구전동화처럼 옛날 시대를 이야기 해주는게 자칫 뻔하게 일관적으로 흘러가는 스토리에 조금의 변칙성을 주어서 지루하지 않고 , 계속해서 몰입감을 주었습니다!
많은 에피소드 중에서도 제가 가장 맘에 들어했던 에피소드는 <한밤중의 어트랙션>이였습니다.
공포 어트랙션 내에서 펼쳐지는 귀신과 쫓고 쫓기는 쫄깃쫄깃한 공포 추격전이 공포감+스릴감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은
스토리였어요. 놀이공원 좋아하는 1-20대들이 가장 좋아할만한 스토리라 생각합니다!
꿉꿉한 여름 읽기만해도 시원해지는 호러소설 <신체 조각 미술관> 꼭 읽어보세요!
<몽실북클럽을 통해 책을 제공받아 읽은후에 주관적으로 쓴 후기입니다>
꿈과 현실의 모호한 경계선에서 일어나는
섬찟하고 괴이한 여덟 가지 이야기
소름 끼치는 악몽을 꿔도 우리가 안심할 수 있는 이유는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현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잠에서 깨어나고도 계속 악몽에 시달린다면? 이 책 [신체 조각 미술관]은 현실에서 꾸는 기묘하고도 섬뜩한 악몽이라는 주제를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는 것 같다. 첫 작품인 [기요틴]부터 만나본 이스안 작가의 작품들은 삶의 곳곳에 숨어있는 "죽음"을 소재로 독특한 이야기를 전달해왔다. 이번 단편 소설집 [신체 조각 미술관]은 특히 예술성과 색채감이 두드러지는 작품이다. 미술관, 바다, 놀이공원이 가진 화려한 색감과 예술성이 돋보이는데, 그래서인지 그 안에 숨어있는 비극적 죽음과 잔혹함이 더 두드러지는 듯하다. 점점 그녀만의 확고한 공포 세계를 구축해가고 있는 이스안 작가의 [신체 조각 미술관] 속으로 들어가 본다.
여러 편의 단편이 있지만 역시 첫 번째 단편인 " 신체 조각 미술관 "은 확실히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인간의 신체를 재료로 하여 다양한 조각상을 만들어내는 " 더 바디 갤러리 " . 평범한 미술관과 마찬가지로 큐레이터 " 수란 "은 작품을 감상하는 "누군가"에게 각 작품에 대한 소개를 해준다. 이미 죽은 사람들, 죽음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조각상이 되기 위해서 스스로 신체를 포기하는 사람들..... 죽음을 통해 다시 조각상으로 부활하여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 얼핏 들으면 그럴싸하지만 굉장히 아이러니하고 그로테스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생전에 악기를 연주하던 사람이 첼로로 다시 태어난다는 설정은... 상당히 기묘한 아름다움이 아닐까 싶었다. 이스안 작가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낯설고 독특한 미술관이었다.
그 외에 인상적이었던 작품들은 " 어떤 부부" 와 "내리사랑" 이었다. 둘 다 인간의 이상 심리나 정신병을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평범한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정신적 장애를 가지고 산다. 가볍게는 히스테리나 시기, 질투, 집착 같은 문제를 가진 사람들도 있고 심하게는 아예 현실에 없는 세상이나 사람을 창조해 내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정신이 온전치 않은 사람들을 만나본 적이 있는데, 이들은 일반인들은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세상을 실제로 경험한다. 옆에서 보다 보면 이런 상황이 그 어떤 공포물보다도 더 무섭고 끔찍하게 다가온다. "어떤 부부"와 "내리사랑" 둘 다 그런 공포스러운 인간의 이상 심리를 잘 표현했기도 했고 결말이 던지는 그 충격적인 반전 때문에 기억에 남는다.
이번 작품이 특히 인상 깊은 이유는 이스안 작가 자신의 실제 경험담을 책 속에 실어 놨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어릴 때부터 이상한 체험을 많이 해봤다는 작가. 유체 이탈이나 가위눌림은 기본이고 아마도 빙의 비슷한 것도 경험했던 것으로 보인다. 나도 정서적으로 매우 예민한 시절인 청소년기에 이틀에 한번 꼴로 가위눌림을 경험한 적이 있어서인지 작가의 경험에 매우 공감이 갔다. 겉으로 드러난 우리의 의식은 죽음과 악몽 같은 불길함을 피하지만 어쩌면 우리의 무의식은 그런 어두움을 항상 갈구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공포물을 잘 그려내는 작가가 있고 이 작가의 작품에 열광하는 독자들이 있으니. 매우 잔혹하지만 동시에 기묘한 아름다움이 있는 단편 소설집 [신체 조각 미술관]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