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일본 문학은 거의 잘 읽지 않는다. 일본을 좋아하지 않는 것도 있고, 몇 작품 봤으나 나와는 정서적으로 잘 맞지 않는 것도 있고, 러시아 이름이 어렵게 느껴지듯 일본 이름은 잘 외워지지도 않고 여전히 낯설다.
그래도 재미있는 이야기는 언제나 옳은 법. 친한 인친님의 지극한 미야베 미유키 사랑에 나도 몇 권 읽어보기로 했다.
책이 워낙 많아서 뭐부터 봐야 할지 난감 했는데 '외딴 집'이나 '맏물 이야기'부터 보라는 댓글에 이 책을 먼저 잡았다.
에도 시대(17~19세기)가 배경이다. '오캇피키'라는 (치안을 담당하는 하급 관리인 요리키나 도신 밑에서 범인의 수색, 체포를 맡았던) 직책의 '모시치'가 주인공이다.
소탈한 성격의 모시치는 마을의 수상쩍은 사건들을 차분차분 해결하는데 주변에 중요한 인물들이 있다.
다리 위에서 늦은 시간까지 유부초밥 장사를 하는 무사 출신으로 짐작되는 노점 주인,
노점 주인과 사연이 있는 것 같은 그 동네를 주름 잡는 조폭 두목,
어린 나이에 영험한 예지력으로 추앙받는 열 살 소년,
모시치 밑에서 열혈 수사를 하는 부하 등이 사건의 실마리를 제공하거나 극의 재미를 더한다.
모시치 시리즈는 1994년부터 연재를 시작했다고 한다. 셜록홈즈처럼 천재적인 느낌이 아니라 친근하고 사려깊은 주인공이 매력적이었고, 매 사건마다 제철 재료로 만드는 음식들의 향연은 눈으로 보지 않고 글로만 읽어도 입맛을 돋궈서 책을 읽다보면 눈 앞에 음식이 아른아른 하고 뭔가 먹어야 할듯 하고 출출해지는 부작용이 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