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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24 오리지널 특집 인터뷰] 김수연 작가와 사랑에 빠지는 25가지 질문
2023년 08월 24일
어쩌면 우리가 막연하게 꿈꾸고 바라는 사랑은 행복한 동화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사랑이 어렵고 힘들다.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결말을 알려주는 동화는 어린 시절에만 존재했으니까. 그럼에도 사랑에 죽고 사랑에 살고, 사랑에 모든 걸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사랑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수연이 들려주는 알록달록한 사랑의 조각 모음집 『스위처블 러브 스토리』를 읽다 보면 그냥 사랑이란 그런 거라는 걸 알게 된다. 어떤 설명이나 이유를 찾을 필요 없다는 걸 말이다.
이 책에는 모두 여섯 개의 사랑이 있다. 서로 다른 빛과 서로 다른 형태를 지닌 사랑이다. 누군가 그 사랑 중 하나가 자신의 이야기처럼 다가올 수도 있고 이미 지난 사랑을 돌아보게 될지도 모른다. 혹시 아는가? 죽었다고 여겼던 사랑의 세포가 다시 살아나 기지개를 펼지도 모른다. 아무도 모르게 다가와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랑은 그런 것이니까.
표제작 「스위처블 러브 스토리」는 헤어진 연인의 영혼이 바꾼 이야기다. 헤어진 연인의 몸이 되었다고 상상해 보면 정말 싫을 것 같다. 그런데 살짝 미련이 있어가 이별의 이유를 찾아봐도 잘 모르겠다면 뭔가 기회가 있다고 여기지 않을까. 물론 소설에서는 그런 기미를 찾기는 어렵다. 여자친구의 몸이 된 남자는 직장 생활의 고단함을 알고 남자친구의 몸이 된 여자는 카페의 운영의 어려움을 알게 된다. 사흘 뒤 자신의 몸을 되찾고 드라마틱한 전개는 없지만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독자는 둘의 사랑이 다시 시작될 거라는 기대를 하게 된다. 이런 게 연애 소설을 읽는 묘미가 아니겠는가.
“근데 생각해보니까…… 널 완벽하게 이해하진 못했는데, 완전하게 사랑하긴 했었던 것 같아. 부정해봤자 변하지 않는 사실이라면 그냥 인정해버리는 게 속 편할 것 같더라고.” (「스위처블 러브 스토리」, 85~86쪽)
그런 색다른 즐거움은 「전지적 처녀귀신 시점」에서 만날 수 있다. 제목에서 짐작했듯 ‘나’는 처녀귀신으로 이승에 남아 좋아하는 피아니스트의 옆에 머물게 된다. 그러니까 성공한 귀신덕후라고 해야 할까. 평생의 소원을 죽어서 이룬 셈이라고 할까. 곁에서 바라보고 사랑하는 일, 그 사랑은 정말 행복할까. 그건 잘 모르겠다. 덕질의 즐거움을 아는 이라면 처녀귀신의 입장을 이해할지도.
그런가 하면 가장 현실적인 사랑의 모습을 보여주는 건 「소도시의 사랑」이다. 지방의 소도시에 살던 남녀가 꿈을 찾아 도착한 서울. 그곳에서 만난 두 남녀. 배우인 태백의 여자, 뮤지션인 남해의 남자가 서로를 사랑하는 모습은 눈처럼 맑고 유자처럼 따뜻하고 달콤했다. 자연스럽게 남자의 집으로 여자가 들어왔고 함께 생활했다. 그러나 사랑이 전부가 될 수 없었다. 음악만으로 살 수 없었고 오디션에 붙는 일은 어려웠다. 둘의 사랑은 어떻게 될까? 살짝 공개하면 작가는 그들의 사랑을 응원하고 있다는 것. 현실과는 매우 다를지라도 말이다. 그래서 나는 이 단편이 참 좋았다.
서울에 방(room)은 있지만 집(house)이 없는 두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서로의 집이 되어주기로 했다. 서울은 너무 잘게 쪼개져 있는 것 같아. 도시는 크고 집들은 너무 작고. (「소도시의 사랑」, 96쪽)
대도시에 산다는 것은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장소에 간다는 것. 달리 말하면 상처받을 기회가 많다는 뜻인지도 모른다. (「소도시의 사랑」, 103쪽)
남들 연애 운만 봐주는 타로 리더가 옛 여자친구 문제로 타로점을 보면서 단골이 된 손님과 가까워지면서 사랑이란 아주 가까운 곳에 있구나 느끼게 만드는 「타로마녀 스텔라」, 완벽한 이상형과 만남은 AI를 통해서만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블라인드, 데이트」, 겨울만 존재하는 마을에 살고 있는 소녀 ‘아로루아’가 외부 문명세계에서 온 여행자 ‘욘’을 만난 일상을 그린 판타지 「어느 꿈의 겨울, 아로루아에게 생긴 일」는 사랑이란 동화를 완성시킨다.
무한 가능한 사랑의 세계, 사랑의 결말을 행복이라 불행이라 규정짓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아무도 사랑을 꿈꾸지 않을 테니까. 연애소설, 로맨스 소설 독자라면 놓치지 말길 바란다. 로맨스를 꿈꾸는 이라면 즐겁게 만날 수 있는 소설집이다. 연애 중이라면 잠시 미뤄도 괜찮다. 누구나 사랑을 할 때면 가장 아름답고 가장 빛나는 소설의 주인공일 테니까.
귀찮아서 읽기만 하고 미뤄둔 서평들을 오늘 한 번에 후루룩 작성해본다 ㅎㅎ
오늘 서평을 쓴 다른 책인 '누군가 이 마을에서'와 다르게 '스위처블 러브 스토리'는 책 제목도, 표지 디자인도, 책 두께부터 가볍다. 심적으로도 편안하다. 단편 모음집이기 때문에 쉽게 잘 읽힌다. 같은 두께의 책이어도 장편보다는 단편 모음집이 훨씬 쉽고, 빠르게 잘 읽히는 것 같다. 짧은 이야기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내용을 담기는 어렵기 때문일까?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깊이 없고 유치한 사랑 이야기는 아니다. 너무 현실적인 사랑 이야기여서 별것 아닌 거에도 설레기도 하고, 아릿하기도 한 이야기였다. 처녀 귀신이 나오고, AI 로봇 남자친구가 나오는데 이렇게 현실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이 책의 단편들은 판타지적인 요소를 가져온 것들이 많다. 단편 중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스위처블 러브 스토리>는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의 몸이 바뀌는 이야기이다. 이들은 헤어진 지 222일이 지났고, 헤어진 후에도 여전히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다. 교통사고나 특별한 일이 있었던 건 아니고 그냥 자고 일어났는데 몸이 바뀌어 있었다. 72시간을 몸이 바뀐 채 지내다가 다시 자기 몸으로 돌아갈 때도 불현듯 상대방을 이해하게 되는 사건이 있었다거나, 화해의 입맞춤을 했던 것은 아니다. 그저 자고 일어났더니 자기 몸으로 돌아가 있을 뿐이었고, 메시지로 수고했다는 인사를 서로 조금 주고받았고, 출근했을 뿐이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요란하고 화려하게 행복한 결말을 맞은 연인들은 그 이후의 단조로운 연애가 상상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이 이야기의 정민과 기주는 이 이야기가 끝난 이후에 평범하고 행복한 연애를 오래 이어갈 것만 같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의 이름을 따와서 더 좋은 이야기였다.
사실 이 책의 단편 중에 제일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블라인드, 데이트>이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선배로부터 소개팅을 받는다. 외모, 매너, 대화 등 모든 것이 완벽한 남자와 만남을 주고받아 결국 사귀게 된 후에 그 남자가 사람이 아닌 AI 로봇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 교양 예능들을 보면서 AI에 대한 주제가 나올 때마다 해봤던 고민을 다시 하게 된다. 인간과 같이 행동하고 인간과 같이 생각하고, 느끼고, 언젠가는 인간과 구별이 되지 않게 똑같이 생긴 로봇이 있다면 어떻게 인간과 구분할 수 있을 것인가? 인간과 다르다고 할 수 있나? 연인으로 인간이 아닌 AI를 택하는 것이 나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바라는 게 있어서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한다. 배우자 혹은 연인에게 바라는 것은 공감, 위로, 격려 같은 감정적인 것이 있을 수도 있고, 단순히 그 사람의 외모에서 오는 만족감일 수도 있고, 그 사람의 성격, 태도, 눈빛에서 오는 분위기일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을 AI가 채워줄 수 있다면, 오히려 바람이라던가 변심으로 나에게 상처 줄지 모를 리스크가 있는 인간보다 AI를 고르는 것이 합당하지 않은가? AI가 인간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게 된다면 AI도 바람을 피울 수도 있는 건가? 그래도 아무래도 아직까지의 관념으로는 AI와 연인이 된다는 것은 조금 거북하지 않나? 이런 쓸데없는 생각들을 주렁주렁해 볼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스위처블 러브 스토리’는 다양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소설집이다.
수록작 중에는 다소 뻔한 것도 있다. 소위 ‘로맨틱 코미디’라고 하는 그런 류의 것 중에 대단히 공식에 따른 것 같은 것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식상했냐면, 전혀 그렇지 않다. 그 장르는 그런 맛으로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조금 뭉갠 면이 있기 때문에 해석이 갈릴 수도 있다만, 그 중에는 독자가 장르물을 볼 때 기대하는 엔딩도 분명 포함되어있기 때문에 오히려 만족스러웠다.
서로 다른 소재와 색을 띈 이야기를 보여준 것도 좋았다. 덕분에 어떤 이야기를 볼 때도 이미 봤던 것같은 기시감을 느끼게 하며 지루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소재 때문에 가볍고 유쾌하게 볼만한 판타지가 있는가 하면, 꽤나 현실적인 이야기를 그린 것도 있는 등 이야기의 무게감도 서로 다른데, 결국엔 모두 사랑 이야기로 귀결이 되면서 이런 사랑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에 소설집 전체가 사랑 이야기라는 통일감을 가진다는 것도 긍정적이다.
솔직히 엄청 대단하다 할만한 이야기가 있는 것까지는 아니다. 그러나, 어떤 이야기도 딱히 안타깝다 할만큼 부족한 것도 없다. 이야기는 모두 나름의 읽는 맛이 있고, 사랑 이야기 특유의 슬쩍 미소짓게 만드는 미묘한 감정도 남긴다.
어떻게 보면 그냥 무난무난한 소설집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이 특히 좋았고 뭐는 별로였다고 쉽게 꼽지 못할만큼 전체적으로 무난한 읽는 재미를 준다는 점이 개인적으론 맘에 든다.
* 이 리뷰는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