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이 선생님이 되어 이어지는 이야기.
어떤 글에서 읽은 적 있다.
하고 싶은 걸 모르겠다면 선생님이 되라.
선생님이 되어 배운걸 가르쳐줘라.
이건 굉장히 돌려서 나에게 배움을 지속하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선생님은 가르치는 자리가 아니다.
배우는 자리다.
앤이 아이들과 부딪이며 배우는 많은 감정들.
그건 메슈가, 마릴라가 앤에게 배운 것들이다.
말로 표현하기 힘들지만 아이들의 순수함을 바라보면 자연스레 베어드는 흐뭇한 미소.
순수함이 가져다 주는 행복한 생각.
어린왕자가 지적하듯 어른에게 부족한 건 순수함과 상상력이다.
어린이는 이걸 가지고 있다.
에이번리는 앤의 성장을 보여주고, 앤보다 어렸던 아이들의 순수함을 보여준다.
순수함을 조금 잃어버린 앤이, 더 없이 순수한 아이들과 지내는 학교 이야기는 정말 좋았다.
선생님은 어린이에게 순수함과 상상력을 배우는 직업이다.
이제 앤의 유년, 소녀, 청년을 떠올리면(결혼 생활 이전을) 앤의 집이 그려진다. 초록집의 다락방에서 창문을 바라보며 무언가 그리는 듯 턱을 괴고선 행복한 표정으로 하늘과 나무, 강을 보며 무언가 생각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그리고 사람들은 데이비를 좋아하더라. 귀엽고 어딘가 엉뚱하지만 그것이 싫거나 나쁘지 않은 모습이 말이다. 하지만 나는 어디까지나 폴을 가장 좋아했다. 폴이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그려지는 이미지가 너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길버트와 앤의 모습이 생각난다. 이미 길버트는 앤을 좋아하고 있었고 앤은 사랑이 뭔지 잘 모르는, 자신의 마음을 알지 못하는 모습이 아직도 살포시 웃음이 나온다.
앤이 너무 커버렸다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다. 자신과 같은 결을 가진 폴 어빙의 말을 들어주고 라벤더하고도 친구가 되긴하지만... 앤은 책임져야할 것들이 많다. 고아가 된 마릴라의 먼 친척 쌍둥이도 돌봐야하고, 학교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도 가르쳐야한다. 늘어난 새로운 등장인물들이 다 무매력이란건 아니지만 예전에 나왔던 인물들만큼 정감가지도 않고..반짝반짝 사랑스럽던 앤의 모습이 안보여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