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연 저
류희주 저
임아영 저
찰스 화이트필드 저/김세영 역
로리 넬슨 스필먼 저/임재희 역
이브 로드스키 저/김정희 역
자녀의 적절한 독립 연령은 몇 세일까. 예전 같았으면 이미 오래전에 결혼해 가정을 꾸렸을 나이지만 여전히 나는 부모와 함께 살고 있다. 적잖은 이들이 나처럼 부모에게 의존적인 삶을 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세상이 불평하듯 요즘 세대의 독립심 부족이 원인일수도 있고, 학자금 대출 등으로 학생 때 이미 적잖은 빚을 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 사회생활을 시작하더라도 독립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탓도 크다. 어느 쪽이 원인이건 여느 시기보다도 자녀와 부모가 결합도 높은 형태의 삶을 살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엄마와 딸은 얼핏 보아도 각별하다. 왜 그런지 이유는 모르나 아빠와 아들, 아빠와 딸 혹은 엄마와 아들보다 더 유대감이 높을 듯하다. 실제로 여행 상품을 이용할 때면 엄마와 딸로 이루어진 여행객들은 어렵잖게 발견할 수 있다. 반면 아빠나 아들이 여행에 온 경우는 극히 드물다. 하지만 엄마와 딸이라고 하여 언제나 사이가 좋은 건 아니다. 왠지 친근해야만 할 거 같고 실제로도 그렇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엄마와 딸 사이에도 이상 기류가 흐르는 일이 잦다. 슬프지만 엄마와 딸이기 전에 독립된 사람이라 그렇다. 언제나 내 바람대로 엄마가, 딸이 행할 리는 없다. 워낙 유착돼 있다 보니 다른 관계에서였더라면 그냥 넘길 수 있었을 사소한 일도 큰 불씨가 돼 관계를 해치기도 한다. 차라리 남이었으면 좋겠고, 달아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도 들지만 다시 태어나지 않는 이상 그건 불가능하다.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시름시름 앓는다. 엄마도, 딸도.
책을 읽으면서 많은 사례들로부터 안타까움을 느꼈다. 누구의 잘못이라고 칭하는 건 무의미했다. 왜냐하면 관계라 하는 것은 둘 이상이 서로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단지 세상에 먼저 태어나 삶을 오래 영위했다는 사실이 완벽해야만 하는 이유가 된다면 잔인하다. 헌데 엄마는 딸 앞에서 그래야만 했다. 자신도 엄마가 처음이고, 잘못된 판단을 할 수도 있음에도 딸에게 있어 엄마는 절대적인 존재였기에 책임감이 막중했다. 엄마 또한 자신의 엄마 등으로부터 이런저런 영향을 받아왔으며, 그로 인한 상처를 지녔을 수도 있다. 자신의 상처를 채 보듬지도 못한 상황에서 여리기만 한 딸을 올바르게 키워내야만 한다는 건 큰 부담일 수밖에. 노력을 한다 하여 시종일관 옳은 태도를 유지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책에서 만날 수 있는 것처럼 때론 자신이 딸이 된 것처럼 어리광이나 신경질을 부린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남편에게 과도하게 의존적인 모습을 보인다거나 시댁으로부터 무시를 당하기도 한다. 딸은 속으로 ‘나는 절대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쉬울 리 없다. 보고 들은 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제 안에 뿌리내려, 결정적인 순간에 결코 자신이 가고 싶지 않은 길을 걷도록 만든다.
관계에는 일정한 패턴이라는 게 있다. 딱 적절한 시점에 잘못 굴러가는 패턴을 끊을 수 있는 적절한 행동이 주어진다면 문제가 되는 많은 부분을 개선할 수 있다. 많은 엄마와 딸이 그렇게 하지를 못하고 있다. 차라리 남이어서 다시는 얼굴을 안 볼 수 있다면 용기 내어 관계 개선에 나설지도 모르겠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엄마가(딸이) 불편함을 느끼겠지, 왠지 엄마(딸)에게 그래서는 안 될 거 같다는 생각에 발목 잡혀 건강하지 못한 패턴을 유지할 때가 잦다. 우리는 고슴도치가 아니어서 상대방이 지닌 날카로운 가시까지도 끌어안는 일에 익숙지 않다. 함께 있으면서도 같은 곳을 바라보지 못할 것이고, 데면데면한지라 차라리 따로 떨어져 있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단순히 함께 사는 걸 지향하는 게 아니라 이왕이면 함께인 순간에 행복했으면 하는 게 모두의 생각일 것이다.
엄마가 매순간 완벽할 순 없다는 걸, 딸이 항상 엄마에게 착한 딸이어야 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변화는 출발한다. 관계가 건강하려면 개개인이 건강해야 한다. 엄마도 딸도, 엄마와 딸이기에 앞서 개인으로서 행복할 수 있어야 한다.
엄마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안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내가 이렇게 하면 좋아하고 내가 저렇게 하면 싫어한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어긋나기 시작했다. 정확히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꼬박꼬박 귀가시간을 체크하는 엄마가 힘들어졌다. 그러지 말아달라고 부탁해도 도돌이표처럼 언제 그랬냐는 듯 전화를 하는 엄마가 있었다. 딸을 걱정해서 그런 건 알지만 한 번은 정말 숨막히는 느낌이 들 정도의 일도 있었다. 그 일 이후, 나는 강하게 주장했다. 제발 그러지 말아달라고. 말해놓고도 괜스레 엄마의 눈치가 보였는데 그렇게 말한 뒤론 아주 조금이지만 엄마가 달라졌다.
하지만 그런 일 말고도 일상에서 늘 엄마와 함께 있다보면 부딪히는 일들이 많다. 특히 본의아니게 잔소리로 여기지는 말들을 듣게 되면 날카롭게 날이 서서는 욱-하는 기분이 든달까? 저자는 말한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적인 태도는 엄마의 화를 더 돋우게 되니 화나 불안을 최대한 드러내지 않고 사실 자체만을 전달하라고 하며 화나는 기분을 속으로 다독이라고 한다. 이를 자신의 <감정 쓰다듬기>라고 하는데 이것만으로도 욱-이 내려간다고.'(P34)
정말 본능적으로 이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아직은 감정이 앞서나가 말을 내뱉고는 후회할 때가 많은데 무척 많은 연습이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와닿았던 부분을 잠시 인용해보면...
[ 자신의 재능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는데, 자신은 그 이유를 모른다.
그렇다고 누가 그것을 지적해주면 상처를 받는다.
비난받는 것을 못 견디면서도 본인은 남을 비난하며 분석하려 한다.
어릴 때, 엄마의 비난을 많이 받았던 경우다. ]P84
전혀 느끼지 못했던 부분인데 이 글을 읽으면서 어쩐지 뜨끔한 느낌이 들었다. 다른 부분은 차지하고라도 비난받는 것을 못 견딘다...는 말 때문이다.
비난받는 것을 좋아할 사람이 있을까? 조금이라도 듣기 싫은 말을 들으면 마음이 즉각 반응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욱하는 걸 수도 있다. 헌데 그러면서도 자신도 똑같이 비난의 화살을 타인에게도 돌려 쏘아댔던 경우가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엄마의 비난이라... 곰곰히 생각해보게 된다. 비난인지는 도무지 판단하기 힘든데 잔소리와 간섭이라면 심했다고 느낀다. 무지막지한 걱정과 불안때문인지 몰라도.
암튼 그런 잔소리에 대해 저자는 대처하는 법을 알려준다. 간략하게 추려보면...
※ 엄마의 잔소리 대처법(P197~199)
1. 내 감정 쓰다듬기
2. 엄마 이해하기
3. 내 주장하기
그리고 완벽을 추구하는 성향의 엄마일수록 세세한 걱정도 많고 딸을 통제하는 이면에 불안이 내재된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런 엄마를 대하는 대화법은 다음과 같다.
※ 완벽한 엄마를 대하는 대화법(p230)
1. 경청대화법 - 본인 말은 짧게, 상대방(엄마) 말은 길게
2. 상대가 가장 중요시 하는 것(엄마가 절대 양보하지 않는 것)은 건드리지 않는 것이다.
3. 반영대화법 - 감정 터치법, 예를 들어 "엄마는 내가 잘못될까 봐 불안하신 거죠?"
이밖에도 마음에 콕-하고 와닿은 말말말들이 참 많았다. 하나만 더 인용해보면...
[ 쉽게, 편하게 가려고 선택권을 남에게 주는 사람은 원망을 잘한다.
틀리다는 소리를 들어도 스스로가 주인공이니 자신의 선택을 믿으면 된다.
싫어서든 좋아서든 자신이 선택하는 사람은 책임감이 있기 때문이다. ]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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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앞서 읽은 일본의 사례들과 조언이 담긴 '딸은 엄마의 감정쓰레기통이 아니다'라는 책의 한국판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다만, 엄마와의 관계에 있어, 딸도 딸이지만 엄마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조곤조곤 알려주는 점이 인상깊었다. 아직도 엄마와의 관계에서 시행착오를 겪고 실수를 반복하며 헤매고 있다면 꼭 만나보면 좋겠다. 아직도 반복되고 있는 후회하는 일들을 조금은 줄여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