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시 맥퀴스턴 저/김선형 역
주제 사라마구 저/정영목 역
미겔 데 세르반테스 사아베드라 저/안영옥 역
화리엔,잔란 저/싼펑제작,폭스네트워크그룹 기획/박선희,문경희 공역
N.H클라인바움 저/한은주 역
온다 리쿠 저/김선영 역
[책이 뭐길래] 소설가가 지금 읽고 있는 책 – 김서령 편
2018년 12월 04일
인물들이 너무 많이 나오고 중간중간 이름들이 헷갈리기는 했지만, 그만큼 매력적인 인물들이 굉장히 많았고 또 배울 점 또한 많았다.
이번달 독서토론은 이전에 진행했던 방식과는 조금 다르게 논제를 정하고 책을 읽었는데,
논제를 정하고 책을 읽으니 약간은 책을 다른 방면으로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주인공과 함께 줄리엣의 주변 인물들과 건지섬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그들과의 시간을 공유하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래도 책의 시대적배경이 전쟁직후라 참혹한 현실이 눈앞에 있긴했지만, 그 와중에도 한 인물, 한 인물마다의 사랑스러움과 다정함이 책 밖으로 흘러나오는 느낌이었다. 편지 형식으로 되어있는 책은 처음이라서 초반에는 다소 생소하긴 했지만, 뒤로 갈 수록 오히려 그들의 입장에 더 쉽게 공감을 하기도하고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전자책으로 볼때보다 종이책으로 읽었을 때 더 누군가의 편지를 받아본 듯 한 느낌이 들어 술술 읽혔던 것 같다.
이 책은 책모임 운영과 관련된 책에서 추천받고 함께 책모임을 하는 친구들과 읽어보고싶어 이번 북클러버 도서로 선정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서간문 형식도 낯설고 제목의 뜻도 모르겠어서 지루한 책일 줄 알았는데, 읽다 보니 책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책에 나오는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이 생긴 것은 전쟁중일 시기이고, 책의 주된 배경이 되는 시기는 전쟁 후이다. 전쟁의 여파가 남아있는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등장인물들은 모두 매력이 넘치고, 책의 내용은 지나치게 무거워지지 않는다. 특히나 이 책의 주인공과 그 주변 인물들, 그리고 건지 섬 주민들은 너무 다정하고 사랑스러워서 북클럽을 하지 않던 사람들도 이 책을 읽으면 당장이라도 어떤 책이든 들고 모이고 싶을 것 같았다.
사실 북클럽을 운영하는데 어떤 방식으로든 도움이 될까 싶어 읽은 책이었는데, 건지 섬의 북클럽은 체계적 운영이나 형식이 있는 모임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지만 오히려 그 자유로움이 나도 한번쯤 해볼까? 라는 생각과, 이렇게도 모임이 가능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북클럽을 하면서 읽는다면, 운영의 형식에 대한 도움보다도 북클럽에 참여하는 멤버들과 더 마음이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를 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들었을 땐 도대체 어떤 소설인지 감조차 잡지 못했다. 그리고 첫장을 펼치자 느닷없이 시작하는 편지는 더더욱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그런 내가 이 소설을 덮을 땐 눈물과 웃음이 공존한 채 한껏 소설에 깊이 빠져버리고 말았다.
편지식으로 구성되는 이야기는 마치 내가 이들이 보낸 편지보관함을 훔쳐보는 기분이 들었고, 정말 줄리엣이 살아있는 인물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어떻게 이런 구성으로 이런 장대한 스토리를 쓸 수 있는지 감탄조차 할 수 없을만큼 작가가 대단했는데.
무엇보다 이 작품이 대단한 것은 건지섬 마을 사람들과 독일군인들 입장을 공평하게 바라보며 양면의 모습을 전부 보여준 것이었다. 누군가는 독일군을 원망하고, 누군가는 그들의 인간적인 행태에 전부 나쁜 것은 아니었다고 말하는. 어쩌면 모순적이 이 형태는 정말로 인간의 삶. 그 자체를 보여주는 것 같아 정말로 모든 등장인물이 실존인물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책장을 모두 넘기는 순간까지 즐거움을 감출 수 없었던 책은 오랜만인 것 같아 진심으로 이 책을 추천해준 친구에게 감사인사를 하고 싶다.
이 책은 감추인 보배와 같은 책이다. 편지 형식의 글이라 처음에 줄거리를 잡는데 애를 먹었다. 그리고 등장 인물들 간의 관계를 파악하는 데도 상당한 인내와 노력이 필요했다. 오죽하면 종이를 옆에 펼쳐놓고 인물 관계도를 그려가면서 책의 내용을 따라가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 과정을 거쳐 줄거리가 잡혀가는 시점부터는, 책의 매력에 빠져 손에서 책을 놓을 수가 없게 된다. 그러니 이 책의 진정한 매력을 발견하려면 처음 얼마간의 인내와 수고를 투자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읽기 시작했으면 좋겠다. 이 책에 대한 감상을 적어보겠다.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이 인간이 고안해낸 그 어떤 장벽도 초월한다’
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독일의 점령 하에 있던 건지섬 사람들을 견디게 하였던 힘은 바로 예술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독일의 점령으로 인한 강압과 억눌림 속에서 숨 쉴 수 있게 해주고, 현실의 고통을 초월하여 웃을 수 있고 상상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넓은 의미의 예술, 곧 문학의 힘이었다. 그래서 북클럽 회원 중 한 사람은 이렇게 고백한다.
‘독일군 점령 하에서도 저는 찰스 램 덕분에 웃을 수 있었습니다.’
건지섬 북클럽은 독일군에게 체포되지 않기 위한 수단으로 만들어진 일종의 도피처였다.
‘우리 문학회의 설립 배경은....돼지구이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이 독일군에게 체포되지 않게 꾀를 쓴거라고요.’
‘이제부터 우리가 뭘 할거냐면요, 사령부에서 조사가 끝나는 대로 폭스 서점에 가서 책을 살거예요. 문학회 회원이 되려면 문학애호가처럼 보여야 하니까요.’
‘우리 대부분이 학교를 졸업한 후로 책과 인연이 별로 없었습니다. 우리는 깨끗한 종이를 망칠까 조심하며 모저리 부인의 책장에서 책을 꺼냈어요. 당시 저는 책 따위엔 관심이 없었습니다. 오직 사령부와 감옥에 대한 두려움으로 책장을 펼치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이 생긴 배경을 정리해보면, 독일군 점령 당시에 건지섬 주민들은 식량을 박탈당하고 홀로 고립되어 지냈는데 배고픔과 외로움에 지쳐갈 무렵 엘리자베스라는 여성이 얼굴만 알았지 친하게 지내지 않았던 이웃들에게 쪽지를 보내 다 같이 한집에 모이게 된다. 독일군에게 들키지 않고 갖고 있던 돼지고기를 만찬으로 제공했고 각자 집에서 조금의 음식을 챙겨왔는데 그중 감자껍질파이도 있었다. 건지섬 주민들은 오랜만에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각자의 집에 돌아가게 되었고 하필 통금시간을 어기게 되어 독일군에 발각된다. 그때 무슨 모임인지를 밝히라는 취조에 당황에서 건지감자껍질파이라는 얘기가 나왔으며 독서모임이라고 둘러댔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주민들은 모여 독서모임을 하게 되고 힘들었던 시기에 책을 통해 위로를 얻었고 이웃들과 정을 나눔으로 극복할 힘을 얻게 된다.
‘집으로 돌아가 각자 책을 읽었지요. 모임이 시작되었찌요. 처음에는 사령관이 올 때를 대비한 것이었고, 그 후로는 우리가 즐거워서 모였답니다. 우리 중 누구도 문학회란 걸 경험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문학회 회원들은 이제까지 책을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따. 그런 그들이 책을 읽기 시작했고, 책을 읽고 모여서 함께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의 즐거움을 느끼게 된 것이다. 그 과정이 다음 내용에서 잘 드러난다.
‘읽은 책에 대해 돌아가며 발표하기로 했지요. 시작할 때는 조용히 경청하고 객관성을 잃지 않으려 애썼지만, 곧 분위기가 바뀌고 발표자의 목적은 자기가 읽은 책을 다른 회원들도 읽고 싶게 부추기는 쪽으로 흘러갔어요. ’
‘논쟁을 벌였는데 그러니까 굉장히 즐겁더라고요. 우리는 책을 읽고 책에 관해 이야기하고 책을 놓고 토론하면서 점점 더 가까워졌어요. ’
책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다리라는 것이 다시한번 느껴졌다. 역시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가깝게 해주는 것은 책이 가장 좋은 수단인 것 같다. 이러한 책을 통한 교제는 힘든 현실을 극복할 힘을 주기도 하였다.
‘우리 모임은 그야말로 활기차고 유쾌한 시간이 되었쪄. 때때로 어두운 현실을 거의 망각할 정도로요. ’
책의 가치와 사람 사이에서 책이 갖는 소중한 역할을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책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기도 하지만, 책과 다른 책 사이를 책 자체가 이어주기도 한다.
‘책 속의 작은 것 하나가 관심을 끌고, 그 작은 것이 다른 책으로 이어지고, 거기서 발견한 또 하나의 단서로 다시 새로운 책을 찾는 거죠. ’
그리고 좋은 책을 읽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새삼 느끼게 되었따.
‘좋은 책을 읽으면 나쁜 책을 즐길 수 없게 되는 법이죠.’
에밀리 브론테처럼 훌륭한 작가의 책을 읽으면, 다시는 말초 신경을 자극하는 저급한 수준의 책을 즐겁게 읽을 수 없게 된다고 문학회 회원은 고백한다. 좋은 책을 찾아 읽고 책의 가치를 스스로 알아볼 수 있는 눈을 가져야겠다. 그리고 훌륭한 책의 가치를 많이 경험하여 책에 대한 눈높이를 높힐 필요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어린이나 청소년들에게 좋은 책들을 적극적으로 권장하여 그들의 눈높이를 높여주는 책임이 어른들에게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들의 눈높이를 높여 놓기만 하면 그들은 스스로 좋은 책을 알아서 읽게 될 것이다. 눈높이보다 낮은 책에 대해 스스로 거부감을 느끼게 될 테니까.
이 책의 주인공인 줄리엣은 우연한 기회로 건지섬의 아름다운 풍경과 섬 주민들의 삶, 북클럽의 존재를 알게 된다.
‘건지섬으로 들어오는 길은 바다를 지날 때 가장 아름답다고 전해진다. 해가 질 무렵이나 해가 바다에 반쯤 잠겼을 때, 시커먼 먹구름이 끼었을 때다. 안개 속에서 섬이 모습을 드러낼 때 독특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
이렇게 아름다운 건지섬은 그 속에 섬 사람들의 큰 슬픔이 간직되어있다는 것을 줄리엣은 알게 된다.
‘작은 슬픔은 말이 많지만, 크나큰 슬픔은 말이 없는 법이다. ’
줄리엣은 건지섬에 갔고, 섬과 섬 주민들에게 고향에 온 것처럼 따스함을 느끼고 그곳에 머무는 시간이 자꾸만 길어진다. 처음부터 끝까지 줄리엣은 주인공이었지만 숨겨진 또 다른 주인공은 엘리자베스다. 그녀는 북클럽의 창시자이면서 자기희생을 하면서 타인을 위하는 사람으로 2차 세계대전 중에 갓 태어난 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험을 무릅쓰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했고 어려운 사람을 보면 그냥 지나침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로 인해 수용소에서 목숨을 잃게 된다.
‘엘리자베스가 가까이 있다고 느끼길 바랍니다. 그녀는 언제나 강했습니다. 그녀의 정신도 결코 약해지지 않았습니다. ’
전쟁의 와중에 이렇게 인간애를 지키고 강한 정신력을 잃지 않은 엘리자베스가 이 책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이런 극한상황에서도 얼마큼의 존엄성과 인간애를 지킬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책을 통한 인간 간의 연대와 소통, 극한 상황 속에서도 인간에 대한 존엄과 배려를 지키는 것의 소중함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이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를 먼저 보고 읽게 되었습니다. 사실 영화는 그냥 그렇게 봤는데 원작은 서간체로 진행된다 해서 호기심에 구매했네요. 원래 원작이 있는 영화는 원작을 먼저 읽고 보는데 사실 이 책 표지가.. 그리 재미있어 보이지 않아서 그렇게 됐어요... 개인적으로는 책이 훨씬 재밌네요 ㅋㅋㅋㅋ
편지라는 특성 상 이야기가 진행될 수록 서로에 대한 정보가 늘어가며 변하는 태도가 흥미로웠어요. 잘 읽었습니다.
채널제도 건지 섬의 도시 애덤스가 줄리엣에게
친애하는 애슈턴 양,
제 이름은 도시 애덤스입니다. 건지 섬 세인트마틴스 교구에서 농장을 운영하고 있지요. 제가 당신을 어떻게 아는지 궁금하실 겁니다. 예전에 당신이 갖고 있던 찰스 램의 <엘리아 수필 선집>이 지금 저한테 있습니다. 앞표지 안쪽에 당신의 이름과 주소가 적혀 있더군요.
(중략)
독일군 점령하에서도 저는 찰스 램 덕분에 웃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돼지구이에 관한 글이 압권이지요. 우리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도 독일군에게는 비밀로 해야 했던 돼지구이 때문에 탄생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찰스 램이 더 친근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성가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찰스 램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것보다는 실례를 무릅쓰는 편이 나을 것 같았습니다. p.12
줄리엣이 도시에게
제 책이 어쩌다 건지 섬까지 갔을까요? 아마도 책들은 저마다 일종의 은밀한 귀소본능이 있어서 자기한테 어울리는 독자를 찾아가는 모양이에요. 그게 사실이라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요. p.13
1946년 1월, 건지 섬의 이야기는 이렇게 줄리엣에게 닿았다. 찰스 램의 작품을 읽고 싶었던 도시(이름이 ‘도시(Dawsey)’인덕에 책의 중간중간 ‘도시(city)’와 헷갈리는 해프닝이 몇 번 있었다)의 바램을 담아 그리고 북클럽의 시작이 된 돼지구이 이야기를 싣고서.
이 책을 왜 이제야 읽게 된 거지???!!!!!
2009년 쓰여진 작품이라는데 나는 20년 이상이나 이 책을 모르고 있었다는 말이잖아!
책을 읽는 내내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생각이다.
이렇게나 사랑스러운 줄리엣(그녀는 이제 앤, 조, 주디와 함께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 중 한 명이 되었다!)과 건지섬 주민들 도시, 아멜리아, 이솔라, 에번과 그의 손자 엘리 그리고 이제는 건지섬에 없지만 영원히 그들과 함께 할 엘리자베스와 그녀의 딸 킷까지 어느 한 명 마음에 담지 않을 수 없다. 아, 물론 시드니와 소피 그리고 마컴 V. 레이놀즈 2세도 빼놓을 수 없다(마크에 대한 기억은 다른 사람들과는 조금 다르게 남을 듯도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 런던에 살고 있는 작가 줄리엣은 ‘찰스 램’ 덕분에 인연이 닿은 도시를 통해 건지섬의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을 알게 되고, 마침 책의 소재를 찾던 그녀는 북클럽 회원인 섬 주민들과 편지를 주고받시 시작한다. 섬 주민들은 독일군 점령기간 동안 그들을 숨 쉬게 한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의 이야기와 함께 줄리엣의 시간에 성큼 들어선다.
도시, 아멜리아, 이솔라, 에번 등과 편지를 이어가던 줄리엣은 결국 건지섬으로 떠나고 편지에 담기지 않았던 사람들과 이야기들을 하나, 하나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마음과도.
건지 섬은 과연 실존하는 곳인가? (나는 실제로 지도에서 찾아보기도 했다)
독일군 점령기간 동안 건지 섬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지금은 그곳에 없는 엘리자베스는 과연 어떤 사람이었을까? 이제 네 살이 된, 그녀의 딸 킷은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울까
시드니, 도시, 마크 이 세 명의 신사 중 줄리엣의 마음을 사로잡은 사람은 누구일까
이솔라가 킷의 도움을 받아 냄비를 휘저으며 만드는, 거품이 보글보글 이는 묘약은 과연 효과가 있을까
감자껍질로 파이를 만들다니, 건지 섬의 감자는 우리가 알고 있는 감자와 다른 걸까?
아니, 그래서 돼지구이가 대체 북클럽과 어떤 연관이 있단 말이야
이런 내용이 궁금하신 분이라면 지금 당장 여행가방을 챙겨 채널제도 건지 섬으로 떠나시기를 적극 권장한다.
그곳에서 당신은 다정한 섬 주민들과 그들이 독일군 점령기간 동안 겪은, 마음 아프고 때로는 애틋한, 그 시간을 견디며 서로를 따뜻하게 보듬어 안아준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이 내게 미친 영향
하나. 이 책은 편지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들의 따뜻한(물론 어디에나 그렇듯, 그 중에는 미운 말을 잔뜩 늘어놓은 편지도 있었지만) 편지들을 읽다보니 문득 친구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졌다.
두울. 건지섬에 도착한 줄리엣이 그 곳의 풍광을 시드니와 소피에게 전하는 이야기를 읽다가 어느새인가 나 역시 '건지 섬'을 찾아보며 어떻게 그 곳에 갈 수 있을까 곰곰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이 책을 나의 버킷 리스트에 '건지섬 여행하기'가 추가될지도 모르겠다.
세엣. 원서를 통해 작가가 사용한 단어, 표현들을 직접 읽어보고 싶어졌다. 이미 장바구니에도 담아두긴 했는데 예전 하이디와의 짧은 만남(제 블로그 이웃님들은 기억하실지도 모르겠지만^^;)이 생각나 조금 망설여진다.
네엣.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 이어 건지 섬의 이야기를 적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줄어드는 책의 페이지가 이렇게나 야속한 것은 오랜만이었다. 그런데 이런 기분은 나만 느낀 것은 아닌 듯.
이야기의 유일한 단점은 ‘끝’이 있다는 사실이다. 램프의 요정 지니가 나타나 소원을 딱 하나만 들어주겠다고 한다면, 나는 ‘끝이 없는 이야기’를 달라고 빌겠다. 나와 같은 소원을 지닌 이들도 무척 많은 것 같다. 전 세계 애독자들이 보내온 수많은 편지를 보노라면 책이 끝나는 게 속상하다고 적은 이가 부지기수이다. ‘이야기가 영원히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나도 건지 섬으로 가서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회원이 되고 싶어요’ p.213
책의 말미 <애니 배로스가 메리 앤 섀퍼를 기억하며> 중에서
*기억에 남는 문장
그래서 제가 독서를 좋아하는 거예요. 책 속의 작은 것 하나가 관심을 끌고, 그 작은 것이 다른 책으로 이어지고, 거기서 발견한 또 하나의 단편으로 다시 새로운 책을 찾는 거죠. 실로 기하급수적인 진행이랄까요. 여기엔 가시적인 한계도 없고, 순수한 즐거움 외에는 다른 목적도 없어요. p.14
나는 서점을 둘러보고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게 정말 좋아요. 그들은 실로 특이한 존재들이에요. 제정신이 박힌 사람이라면 박봉인 서점에서 일할 리가 없고, 제정신이 박힌 주인이라면 서점을 운영할 리가 없죠. 별로 남는 장사가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일을 하는 이유는 분명 책과 책 읽는 이들을 사랑하기 때문일 거예요. 신간을 먼저 볼 수 있다는 작은 특권도 있고요. p.17
저에 대해 알고 싶다고 하셔서 셔포크의 베리세인트에드먼즈 근처 세인트힐다 교회의 사이먼 심플리스 목사님께 추천서를 부탁해두었습니다. 제가 꼬마일 때부터 알던 분이고 절 좋아하세요. 레이디 벨라 톤턴에게도 추천서를 부탁했어요. 독일군 대공습 때 소방 감시원으로 같이 일한 동료인데, 진심으로 저를 싫어하죠. 이 두 분이 하는 말을 종합해보면 제가 어떤 사람인지 객관적인 그림을 그리실 수 있을 거예요. p.34
*자신에 대해 알고 싶다는 사람에게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에게 각각 추천서를 부탁한 줄리엣, 이런 그녀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원하신다면 이 책 빌려드릴게요.”
제가 이 책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당신도 아시죠. 그런 책을 빌려준다는 건 저에겐 하늘의 달을 따다 주겠다는 제안이나 다름없답니다. p.75
*아, 맞아! 나도 가끔 내가 너무나 아끼는 책은 나만 보고 싶은 마음이니까^^
길 한복판에 캔버스 천으로 된 낡은 해수욕 신발 한 짝이 놓여 있었습니다. 엘리 녀석은 신발을 유심히 보며 그 옆으로 걸어가더니 이렇게 말하더군요.
“저 신발은 혼자예요, 할아버지.”
나는 그렇다고 대답했어요. 녀석은 신발을 한동안 더 바라보고는 그냥 지나쳐 갔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녀석이 “할아버지, 나는 결코 저렇게 안 돼요.”라고 말했습니다. 나는 물었지요.
“저렇게라니?”
그러자 아이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마음이 외로운 사람.” p.95
그래도 뱃멀미가 심한 게 아니라면, 나 같으면 웨이머스에서 오후에 출발하는 배를 타겠어요. 건지 섬으로 들어오는 길은 바다를 지날 때 가장 아름답거든요. 해가 질 무렵이나 해가 바다에 반쯤 잠겼을 때, 시커먼 먹구름이 끼었을 때나 안개 속에서 섬이 모습을 드러낼 때...... 나도 건지 섬을 그렇게 처음 만났어요. p.106
*언젠가 나도 건지 섬으로 들어가는 배 위에서 이런 풍광을 만날 수 있을까
몇 개의 문장을 이 곳에 적었지만, 나를 웃음 짓게 하고 또 울게도 한 문장들을 옮기자면
책의 절반은 적어야 할 듯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