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부탄에 이어 독일. 우리 나라와 같은 분단국가였음에도 현명한데다 용기까지 갖춘 지도자 덕분에 통일을 이루고 현재 유럽연합을 실질적으로 이끌어 가고 있는 강대한 나라. 뭔가 배울 점이 많을 것 같다고 기대하는 것은 나뿐만 아니라 한국인 대부분이 품고 있는 마음이리라.
독일 편에서도 역사라는 물줄기를 바꾸는 게기는 한 사람이 꾼 위대한 꿈에서 비롯된다. 빌리 브란트. 사생아로 태어나 독일 총리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 젊어서는 해외 망명생활을 하면서 반나치 투쟁을 전개했고, 서베를린 시장, 서독 외무장관을 거쳐 서독 총리가 된 후 동방정책을 펴면서 독일 통일의 밑거름이 되었다. 그가 보기에 통일로 가는 첫걸음은 먼저 싸우지 말자고 약속하고 서로를 인정하면서 교류를 확대하는 것이었다. 빌리 브란트가 꾼 꿈은 후대로 이어져 마침내 현실이 되었다. 그는 이 외에도 2차대전 때 나치가 저지른 만행을 사죄하려고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무릎 꿇는 퍼포먼스로도 유명하다. 그 일을 게기로 유럽은 독일을 이웃으로 다시 보기 시작했다. 사죄는 커녕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 우기는 왜놈들과 너무 비교 된다.
통일을 위한 길은 쉽지 않았다. 우선 돈이 많이 들었다. 동-서독 이질감은 곧 경제력 차이였고 그 격차를 줄이는 것이 화합하는 길이었다. 서독 시민들은 통일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추가로 세금을 더 내야했다. 집값에 환장하고 주식에 미친 남한 천민 자본주의 사회에서 통일이 가능할까? 통일은 대박이라고 떠드니까 북한에서 한탕 칠 궁리나 하는 모리배 천국에서... 나역시 통일된 조국에서 꿈꾸는 일이란 금강산, 백두산 올라가볼 꿈만 꾸지 세금 더 내는 일은 생각 밖에 머무는 한심한 인물임에랴.
AfD(독일을 위한 대안)는 극우보수정당이다. 최근 독일 16개 주 전체에서 하원 의원을 배출했다. 독일이 다시 우경화하는 것은 아닌지, 독일인 가슴 속에 잠자고 있던 제국주의 본성을 깨우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작가는 독일인들 잠재의식을 조장한 타키투스가 쓴 '게르마니아'를 비판적 시각으로 평가한다. 타키투스가 게르마니아를 쓴 목적은 갈수록 퇴폐, 향락에 빠져가는 로마 사회에 경종을 울리기 위함이었다. 라인 강 너머에 게르만 족이 살고 있는데 이들은 강건하고 성실하고 용맹하여 언제 로마를 위협할지 모른다. 그러니 정신 똑바로 차려라. 이런 의미였는데 이것이 독일 사람들에게 양날의 칼로 작용했다. 강건, 성실, 용맹은 덕목에 해당하지만 언제 야수가 숨긴 발톱을 들어낼지 모르는, 우리는 한다면 언제든 할 수 있다는 배포를 키워주었다는 것이다. 맞는 말 같다.
전편(부탄)과는 달리 내용이 매우 딱딱하다. 후반부는 역사책을 보는 듯해 지루하기도 했다. 로마 제국(정확히는 서로마) 멸망이후 유럽 세계를 주도한 것은 게르만 족이었다. 게르만 족에서 오늘날 대부분 유럽 국가들이 갈라졌다. 여타 다른 유럽 국가와는 달리 게르만 족은 지역색이 매우 강했다. 원래 기질이 강한 탓도 있으리라. 때문에 게르만 족은 한 나라로 뭉치지 못하고 사분오열된 상태로 오래 지속된다. 이 틈에 네덜란드, 포르투갈, 스페인, 영국, 프랑스 등은 제국주의 기치 아래 식민지를 건설하여 착취하면서 강대국 반열에 오른다(오늘날 저 아름다운 유럽 거리는 과거 식민지 인민들의 고혈을 짜낸 값으로 만들어진 것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비싼 돈 주고 유럽을 여행하며 감탄해마지 않는 동양인 관광객들은 아무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물론 그래야 행복한 돼지가 될 수 있지만...). 이렇게 되자 게르만 족은 자존심이 상하기 시작한다. 철혈재상으로 불리는 비스마르크가 등장하여 인민의 고혈을 짜내 강한 독일을 만든다. 우리가 어떤 민족인데! 히틀러는 여기에 불을 지핀다. 위대한 아리안 족이여 대동단결하라!
독일의 또다른 특징은 지방자치다. 미국과 같은 연방제를 채택하고 있다. 그래서 세계에서 비슷한 예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지역균형발전의 모범을 보이고 있다. 이것은 역사적으로 지역색이 너무 강한 탓에 오랫동안 사분오열된 약점이 현대에는 오히려 강점으로 작용한 것이라 한다. 참, 역사는 아이러니 하다.
너무 복잡한 나라인지라 한 권으로 압축하는데 큰 부담이 있었지 싶다. 부탄 편은 읽고 있으면 힐링되는 느낌이었는데, 독일 편은 다 읽고 나니 머리가 아프다.
- 기회는 두려워하지 않는 자에게 다가와 포옹하는 거야
- 분단국가에게 통일은 역사적 성과라기 보다 새로운 출발이자 과제
- 민족주의는 자율과 독립을 지키려 할 때는 숭고하지만 배타성을 띠기 시작하면 의미가 퇴색되는 거다. 게다가 군국주의와 결합하면 그땐 정말 악랄해지는 거지.
- 사회가 내부에 숨은 악을 인정하느냐 안 하느냐, 솔직하게 직시하는 사회는 약한 편견을 차단하는 장치를 만든다.
- 성실하고 윤리적인 독일인의 땅에서 가장 반인륜적인 권력이 활개를 치도록 방조되었다는 사실, 인정하고 부단히 성찰하면서, 내부를 향한 경계를 늦추지 않고, 포용과 유대를 솔선하는 부담을 짊어지는 거겠지.
-----------------------------------------------------
아래 두 글귀는 사람에 적용해서 생각해도 될 것 같아 적어 보았다.
만화 좋아하고 어릴 적 먼 나라 이웃나라 재밌게 봐서 이 시리즈 재밌게 보고 있다. 작가가 아이와 탐방하며 작품을 구상해서 아이와 같이 읽어도 좋을 거 같다.(작가의 재능있는 아이가 무척 부럽다는..)
덴마크, 부탄, 독일, 캐나다 편이 나왔는데..이탈리아 편도 나왔으면 좋겠다. 이탈리아는 가족주의 문화가 발달한 나라라 장성한 자녀와 부모가 같이 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세뇨리따를 건네는 말끔하게 옷을 차려입은 잘생긴 청년은 사실 엄마가 골라준 옷을 그대로 입고 나오는 마마보이일 수 있다고..ㅋㅋ..우리나라 시월드(장서갈등 등) 등의 문제를 그들도 가지고 있는지, 가지고 있다면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확인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리뷰한다.
어메이징 디스커버리 1권과 2권에 이어 3권도 구입했다. 1권에서는 복지천국 사회민주주의 국가 덴마크를, 2권에서는 부탄왕국을 보여주었다. 앞선 두 권을 통해서는 잘 살고 복지가 잘 되어있는 나라던지, 잘 살지는 못하는 나라던지 해당 나라의 국민들이 서로 양보하면서 같이 잘 살아가는 방법을 먼저 찾는 나라가 그나마 잘 돌아가고 평화롭다라는 걸 말하고 있었다.
3권도 그런 큰 주제에서는 벗어나지 않는다. 작중에서 등장인물의 입을 빌어 작가가 말했듯이 최저 연령대가 초등학생인 책이다 보니 교육만화 특유의 구성은 그러려니하고 넘어가야 한다. 예전 "먼나라 이웃나라"가 택했던 1인의 설명자가 등장해서 그 나라의 역사나 정치를 설명해 주는 것이 아니라 나름의 여러 등장인물들이 "외국 여러 나라에서 배워볼 만한 것은 무엇이 있겠는가를 놓고 경쟁"을 하는 구성. 그러다보니 등장인물들의 사건에서 뜬금없이 엄청 진지한 투로 뭔가를 갑자기 말하는 건 이해해야 한다.
3권에서는 독일의 이야기다. 독일의 통일 이야기, 독일의 근현대사 및 고대사, 그리고 독일의 연방제 정치제도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북한과 통일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때 늘 비교대상이 되는 것이 독일이다. 다 알다시피 독일도 동독과 서독으로 미국 등과 소련에 의해 나눠져 있었으니까. 그러나 독일이 통일되는 과정에 비한다면 우리나라는 아직도 갈길이 멀었다. 서독과 동독은 서로 오고가기라고도 했지만 우리나라는 북한과 제대로 된 교류도 없었던 상황. 갈수록 남한과 북한은 경제력 수준은 벌어져가는데 이를 메꿀 방법도 현재로서는 마땅한 것이 없다. 게다가 북한과 갈라져 있은지가 너무 오래되어놔서 말만 서로 통한다뿐이지 이미 사상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너무 달라져 있다. 천문학적인 통일 예상비용도 문제고.
세대가 지나갈 수록 새로운 세대에게 통일의 당위성을 인정받기가 어려워진다. "굳이 통일을 해야?"라는 의견을 가진 사람들은 더 늘어난다. 본작에서 결국에 결론은 "한 번 통일을 위해서 행동해 보자"라는 것이기는 한데, 독일이 통일된 당시의 남한과 북한,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현재의 남한과 북한은 얼마나 더 달라져 있는가 말이다. 가뜩이나 코로나로 인해서 경제가 위축된 상황에서 통일비용이 전제가 된 통일론은 더 나오기가 힘들어졌다.
같은 어메이징 디스커버리 시리즈로 나온 1,2편인 덴마크와 부탄편을 읽고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독일은 우리가 많이 들어보고 미디어로 많이 접해 봐서 잘 알 것 같지만 읽어보다 보니 제대로 알고 있는 부분이 별로 없었구나 싶을 정도로 몰랐었네요. 교양 만화 중에서도 사뭇 진중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교양 만화라 재밌다는 이야기 보다는 독일에 관한 많은 정보를 볼 수 있다는 이야기가 더 맞는 책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