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표작가 나쓰메 소세키와의 『마음』
젊은 대학생 화자인 나는 여름방학 휴가지에서 선생님을 만나 호감을 느끼고 도쿄로 돌아와서도 선생님 댁에 자주 들른다. 나가 보기엔 학식이 높은 선생님이 사회활동을 하지 않고 세상과 벽을 쌓고 은둔생활을 하는 것이 이상하기만 하다. 또한 인간에 대한 지독한 환멸을 느끼고 비관적인 시선을 가지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음을 암시하는 선생님의 과거사 또한 베일에 싸여 있다. 자신은 결코 좋은 사람이 아님을 은연중에 말했던 선생님의 과거는 결국 선생님이 자살하기 전 나에게 남긴 장문의 편지로 밝혀진다. 선생님은 어린 시절 부모님의 죽음 후 믿었던 작은아버지에게 재산을 빼앗긴 사건과 친한 친구 K의 자살이 자기 잘못이라 생각하며 타인과 그리고 본인 모두가 혐오스러운 존재라 생각하며 비관적으로 살았다.
작은아버지께 그런 식으로 배신당한 나는 왜 좀 더 악한 사람으로 태어나지 않았을까 후회스러웠고, 너무 순진했던 내 자신이 원망스러워서 견딜 수 없었네. 하지만 한참 지나고 나선 다시 태어나도 순수하고 물욕 없는 내 모습으로 이 세상에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네. 생각해보게. 자네가 보았던 나는 이미 홍진에 더럽혀진 이후의 내 모습이었네. 그렇지. 세상에 더럽혀진 연수가 오래된 이를 선배라 부른다면 나는 확실히 자네의 선배일세. (p.210)
하지만 나의 행복에는 언제나 검은 그림자가 따라다녔네. 나는 이 행복이 중국에 가선 나를 슬픈 운명으로 이끄는 도화선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네. (p.339)
나는 새로 생긴 K의 묘와 새로 맞은 내 아내와 그리고 땅 밑에 새로 자리잡은 K의 유골을 차례차례 떠 올리며 악마에게 농락당한 운명의 장난이란 걸 실감했네. 그 뒤로 난 결코 성묘 갈 때 아내와 함께 가지 않기로 했지. (p.340)
『마음』은 나쓰메 소세키의 가장 중요한 작품 중 하나로 간주되며 심리적 깊이, 인간 조건에 대한 탐구, 개인 관계의 복잡성에 대한 묘사로 찬사를 받는 작품이다. 100년 작품임에도 선생님이 모든 것에 비관적이던 이유와 친구 K라는 인물에 대한 궁금증으로 인해 지루할 새 없이 흥미진진하게 읽혔다. 친구 K의 죽음도 죄책감으로 항상 죽음을 생각했던 선생님의 마지막 선택 또한 안타까웠다. 학식이 높았던 K와 선생이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죽음과 아버지의 임종을 눈앞에 두고서도 선생님을 뵈러 기차에 올랐던 나의 선택 또한 많은 질문을 하게 된다. 일본 작가이기에 일본의 시대상을 반영한 것이겠지만 사실 소세키는 서양 문명을 받아들이는 일본의 모습에 다소 비판적이었으며 메이지의 정신을 중요하게 생각했음을 작품 속에 드러낸다. 그래서 노기 대장의 죽음이 아버지와 선생님의 죽음에 큰 영향을 준 듯이 묘사되는 부분은 한국인이 나로선 불편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탁월한 인간 내면의 심리 묘사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마음을 마주 보면, 그곳에는 무엇이 있을까
신간을 둘러보면 마음에 관한 책들이 근래 많이 나오는 듯하다.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 등 마음을 다루는 도서가 올해 다수 출간되었다. 2021년 이상문학상에서는 「마음의 부력」이, 2022년 현대문학상에서는 「그때 그 마음」이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이를 보아 사람들이 ‘마음’에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독자의 마음을 다독여주는 힐링 서적이 많이 나오고, 필자의 마음을 공유하는 에세이가 흥하고 있지 않은가. 결국 사람들은 마음이 궁금해서 이리도 마음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 호기심에 찬 이들에게 『마음』을 추천하고 싶다. 자신의 마음을 알고자 하는 이들에게 인간의 마음을 알 수 있는 이 작품을 권한다, 나쓰메 소세키가 쓴 『마음』의 광고문이다. 대체 어떤 내용의 책이길래 소세키는 이렇게 광고문을 내걸었을까.
이 책은 3부로 구성되었다. ‘선생님과 나’. ‘부모님과 나’는 화자인 내가 과거를 되돌아보며 쓴 글이고, ‘선생님과 유서’는 선생님이 나에게 남긴 유서 전문이다. ‘선생님과 나’에서 나는 선생님과 어떻게 처음 만나서 어떤 관계를 맺어왔는지를 이야기한다. 일하지 않고 집에 주로 박혀있는 선생님은 어째서인지 그 이유를 좀처럼 가르쳐 주지 않는다. 나와 사모님(시즈)이 여러 번 물어봐도 선생님은 진실을 감춘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고 나는 졸업 후 고향 집으로 잠시 돌아가게 된다. 그렇게 소설의 무대는 바뀌고 ‘부모님과 나’가 시작된다. 부모님과 의견이 달라 충돌하기도 하지만 나는 아버지 곁을 지킨다. 어느 날 나에게 선생님의 유서가 담긴 우편물이 도착하고, 아버지의 마지막 순간이 왔음을 감지했음에도 나는 뛰쳐나가 기차에 올라탄다. ‘선생님과 유서’에서 선생님은 자결을 결심한 후, 베일에 감춰져 있던 친구 K에게 저지른 과거의 잘못을 모두 털어놓는다.
소세키는 이 책에서 각지각색의 마음들을 다채롭게 그려냈다. 나를 통해 선생님을 향한 동경과 세대 간 의견 충돌을, K를 통해 학문을 향한 열망과 자존심 그리고 자책과 배신감을 보여줬다. 선생님을 통해서는 인간관계 문제와 인간 불신, 시기와 질투, 고독감 등 내면의 마음까지도 들춰냈다. 또한, 사모님(시즈)이란 인물을 통하여 당시 여인의 처지와 심경도 드러냈다. K와 선생님의 관계에서 우정을, 여기에 시즈를 더해 3명의 사랑을 담아냈다. 특히 선생님 마음속은 고백의 형태로 낱낱이 파헤쳐져, 적나라하게 눈앞에 펼쳐진다. 요즘 관점에서 보면 선생님은 회피형 인간에 가까운지라 이 책을 보면서 답답하다 느낄지도 모르겠다. 소세키의 다른 저서 ‘그 후’의 주인공 역시 집에서 놀고먹는 고등유민이긴 하지만, 그는 사랑에 몸이라도 내던지지 않는가. 그에 비해 선생님은 과거를 가슴에 묻어둔 채, 앞으로는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그저 제자리에만 멈춰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공감이 가는 인물이 선생님이라 생각된다. 제대로 마주 보기 힘든 그런 마음은 사실 누구나 하나쯤 품고 있지 않은가. 이 책은 100년도 더 전에 나왔지만, 이런 모습은 지금 우리네와도 닮아있다. 시대가 변해도 인간은 마음을 쉬이 헤아릴 수 없고, 그리하여 넘치는 자유 속에서 외로이 번민한다. 자신의 마음을 돌보는 책이 유행하는 것 역시 이런 까닭일 터이다. 그러나 마음을 보살피기만 해서는 근본적으로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마음과 마주 보아야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다. 알고 있지만, 도무지 마음을 마주 볼 용기가 나지 않는 그런 이는 『마음』을 읽어보길 바란다. ‘선생님’에게서 ‘나’에게로 이어져 온 마음이 이제 ‘당신’에게로 이어질 차례다. 이 책이 앞으로 넘을 문의 열쇠가 되어주리라.
남과 잘 어울리지 않는 '나'에겐
진심으로 존경하고 소통하는 ‘선생님'이 계시다.
하지만 선생님의 내면에는
아무도 모르는 어두운 부분이 존재한다.
후반부에 선생님의 그늘이자 죄의식의 바탕이었던 젊은 시절 사건을 '유서'를 통해
수수께끼처럼 풀어나가는 구조.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친척에게 배신당한 '선생님'은 타인을 믿지 못한다.
그렇게 좁아진 관계속에서
자신만은 정직하다라고 여기고 있었는데,
아내(하숙집 딸)를 둘러싼 연애관계에서
절친한 ‘K'에게 자신의 감정을
교묘하게 드러내지 않은 채
그녀를 차지하게 되고
아가씨를 흠모하던 친구 ‘K'는 자살을 한다.
'K'의 죽음으로 자신 역시
숙부와 똑같은 부류의 인간임을 깨닫고,
자신을 불신하게 된 선생님.
사랑하는 아내(당시 하숙집 딸)의 얼굴뒤엔
늘 ‘K'의 그림자가 떠오른다.
자신의 내면에서 올라오는 죄의식과 함께
고통속에서 조용한 삶을 살아온 '선생님',
결국 비밀을 ‘나’에게 유서로 털어놓고 자살한다.
“나쁜 사람이라는 부류가 세상에 존재한다고 생각하나? 세상에 그렇게 틀에 박힌 듯한 나쁜 사람은 있을리 없지. 평소에는 다들 착한 사람들이네. 다들 평범한 사람들이지. 그런데 막상 어떤일이 닥치면 갑자기 악인으로 변하니까 무서운거네. 그래서 방심할 수 없는 거지.”
- <마음>중 가장 인상깊었던 구절.
심플한 구도로 사람의 이중적이고 모순적인
'마음'이란 주제를 '죄의식'과 함께 다루었다.
**우리의 마음 안에는
자기 자신도 잘 모르는 숨겨진 '죄의식'과
그와 반대되는 개념인 '사랑'이 있다.
작은 자아 '에고'와 '큰 자아'가 함께 공존하며
싸우고 화해하고 다시 또 다투고 있는 세계가
바로 ‘마음'이 아닐까.
그래서 사람의 '마음'이란 그 다툼의 영역안에선
‘모순'적일 수 밖에 없는지도..
잊고 살아가고 있지만,
문득 '선생님'의 진솔한 유서를 보며
나의 마음은 과연 떳떳한지.....되돌아본다.
이기적인 ‘마음'의 잣대로 타인을 해석하고,
'나' 자신에게 유리한 선택을 수도 없이 해왔다.
때론 가장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가장 놀라운 힘이 숨겨져 있는 곳,
인간의 ‘마음'.
양면적인 이 마음에 대해
중심을 잃지 말라는 메세지를 전하고싶었던 것일까.
바쁠수록 삶의 압력에서 어느정도 벗어나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여유가 필요한 듯 하다.
나는 어떤 마음의 ‘모순'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이중적인 마음을
따뜻한 큰자아 하나로 용해시킬 수 있을지..
나쓰메 소세키 마음 : 나쓰메 소세키 선집 - 에디터스 컬렉션을 읽고 작성하는 감상평 입니다.
읽고 나서 굉장히 위안도 많이 받은거 같아요 마음이라는 주제로 이렇게 글을 읽으니까 소란스러웠던 제 마음도 고요해진 기분이었습니다 ㅎㅎ 요즘에 이런저런 생각들도 많고 마음이 어수선했거든요 그런데 이런 시기에 좋은 책을 좋은 이벤트로 읽게 되어서 너무 좋네요 다들 한번쯤 읽어보시면 좋을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ㅎㅎ
[eBook] [대여] 마음 : 나쓰메 소세키 선집 - 에디터스 컬렉션 리뷰입니다
이리뷰에는 스포가 포함될수도 있으니 원치않으시면 뒤로가기해주세요
겉으로 표시하지않고 , 남들에게 말하고싶지않는
마음깊숙하게 숨겨둔것들 꺼내고 만드네요~
보는내내 위안도 받고 , 너무 즐겁게 잘 읽었습니다.
보고싶었던거였는데 좋은 이벤트로 보게되어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