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노 저
임솔아 저
애나 렘키 저/김두완 역
로랑스 드빌레르 저/이주영 역
천선란 저
백온유 저
2020년 01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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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했던 예술들은 더 이상 낭만적인 것이 아니었고, 내가 좋아했던 노래 '다시 만난 세계'는 슬픈 노래가 되었다. 낙태의 자유를, 임금의 불평등을, 수사기관의 편파성을 규탄하며 국가의 답변을 촉구했고, 사회를 바꿨다. 그리고 나도 맣이 변했다.
몇 해 전, 어느 대학교에서 '다시 만난 세계' 노래가 슬픈 노래가 되어 들려오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그 해는 수많은 목소리가 모여 사회를 바꾼 해였고, 그 수많은 목소리에 내 목소리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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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제작진이 어느 인터뷰에서 이 많은 자연인이 다 어디서 나오느냐는 질문에 아무래도 방송을 보고 자연인이 계쏙 양산되다 보니 출연진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고도 했다. 대체 누가 저런 삶을 동경해서 따라 한단 말인가 싶었는데 바로 내 옆자리에 자연인 워너비가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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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 정말 아빠를 만나기 위해 지리산을 등반해야 할지도 모른다.
우리 아빠도 '나는 자연인이다' 프로를 참 즐겨보신다. 우리 아빠도 어쩌면 자연인 워너비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가정의 가장이라 책임질 게 많아 당장은 산으로 도피하지는 못하지만 나도 훗날 아빠를 만나려면 정말 산으로 가야할 수도 있겠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책'호밀밭의 파수꾼'이 생각이 났다. 비관적인 사회를 향한 시선이 읽는 내내 불편한데, 그 불편함으로 인해 사회를 더 날카롭게 보게 한다. 내가 씌워둔 사회를 향한 낙관의 버블을 잔뜩 깍아낸다. 사회를 향한 내 목소리는 언제쯤 나올까.
서점을 둘러보다 아무튼, 00으로 시작하는 책들을 보았다.
하나의 주제에 대해 저자들의 감상을 적은 <아무튼 시리즈>들이었다.
여러 시리즈 중, 눈을 붙잡은것은 쉽게 접근이 가능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관한 주제를 다룬 <아무튼, 예능>이었다. 귀여우면서도 직관적인 표지 디자인도 한몫햇다.
타성에 젖어 무심코 지나쳤던 예능의 무례한 표현들과, 거북했지만, 그것을 곧이 곧대로 표현하기 힘들었던 장면들에 대해 복길 작가의 글을 읽고 한번 더 그 장면들과 프로그램에 대해서 떠올리게 된다.
책을 읽으며 방송의 영향력과, 그것을 어떻게 행사해야 하는가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작가는 어렸을 적부터 tv를 사랑했다. 그 열렬한 사랑의 이력을 살려 이 책에서는 여러 프로그램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그와 관련된 개인적인 경험담이나 자신의 생각을 펼쳐놓습니다. 2016년 사건 이후로 편하게 tv를 볼 수 없다는 말에 정말 공감이 많이 갔습니다. 말의 세기와 상관없이 꾸준히, 지치지 않고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다는 작가의 말은 제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