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노 저
임솔아 저
애나 렘키 저/김두완 역
로랑스 드빌레르 저/이주영 역
천선란 저
백온유 저
이 책을 읽고 내가 순정만화에 큰 오해를 갖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는 그 특별함을 알아채지 못했던 수많은 여성들의 이야기"
표지의 이 한줄이 이런 뜻이었을 줄이야..
내게 순정만화라 함은, 아름다운 여자들의 사랑을 좇는 이야기.
뭐 대강 이런 이미지였다.
나 역시 어릴때 그렇게 순정만화를 죽어라 읽어대놓고는 어른이 되어서 은연중에 순정만화는 무시하면서 소년만화는 취미활동이라 생각하며 즐겁게 읽었다. 심지어 온갖 굿즈를 돈 주고 사모으기도 했지. 어릴 때 그렇게 사 모았던 윙크, 화이트.. 그리고 만화방에서 푹 빠져 읽었던 <아르미안의 네 딸들>을 비롯해 줄줄이 이름을 댈 수 있는 수많은 순정만화들. 내 인생에 순정만화를 이렇게 깊숙이, 잔뜩 담아놓고는 무시하고 있었다니... 읽으면 읽을수록 미안하고 창피할 따름이었다.
P.150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여적여'라는 말이 있다(중략)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정작 순정만화 작품 중에서 이런 구도가 도드라지는 작품은 그다지 많지 않다. 여자 주인공을 질투하고 훼방하고 해치는 캐릭터보다는 오히려 여주인공의 든든한 조력자로, 우정과 성장의 중요한 매개로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의 폭이 훨씬 넓다. 악역이나 라이벌로 등장한 여자아이와 주인공조차 다양한 변화를 거쳐 서로 오해를 풀고 친구가 되는 결말로 향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 순정만화는 이런 만화였다.
책을 읽으며 느낀 건 작가님이 동년배이거나 그 비슷한 아래 또래일 것 같다는 느낌?
아무튼 시리즈를 처음 읽어 보았는데 정말 가볍게 시간 때울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무언가에 열중한 사람들의 존경스럽고 아름다운 이야기인듯 하다.
계속 읽게 하는 힘이 있었고, 다 읽고난 후에는 미친듯이 순정만화가 읽고 싶어졌으며 심지어 다시 사모으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게 만들었다. 어떻게 후원을 해서라도 다시 순정만화 부흥기를 일으킬 수 없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며 벅차올랐다.
유치하고 남자에게 인생을 건듯한 정신 나간 여자들의 환상스토리.라는 인식이 어쩌다 만들어진건지 모를 일이다. 이 미친 선입견을 깨주신 작가님과 책에 감사드린다.
숲노래 책읽기 2022.10.12.
인문책시렁 240
《아무튼, 순정만화》
이마루
코난북스
2020.2.1.
《아무튼, 순정만화》(이마루, 코난북스, 2020)를 반갑게 맞이하면서 아쉽게 덮었습니다. 그림꽃(만화)을 즐기는 사람은 틀림없이 많지만, 막상 그림꽃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드물 뿐 아니라, 몇몇 글바치는 사랑그림꽃(순정만화)은 아예 안 다루곤 합니다.
글책이나 그림책 못지않게 그림꽃책은 매우 넓고 깊습니다. 그림꽃책은 글책이나 그림책으로 들려주지 못 하는 대목을 짚거든요. 글·그림을 알맞게 여미어 이야기를 짜기에 그림꽃입니다. 이 가운데 사랑그림꽃은 부드럽고 상냥하게 사랑을 들려주는 얼거리입니다.
그나저나 《아무튼, 순정만화》는 사랑그림꽃을 두루 짚거나 다루는 책은 아니고, 글님이 어릴 적부터 사랑그림꽃을 곁에 두면서 자라서 어른이 된 오늘날에도 곁에 둔다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그래서 사랑그림꽃 이야기보다는 ‘그림꽃을 즐기는 어른인 나’한테 맞추지요.
어떠한 글이든 ‘남이 아닌 나’를 다룰 노릇이기는 한데, ‘사랑그림꽃’을 앞세워서 풀어내는 이야기라면, 무엇보다 여러 사랑그림꽃을 죽 펼쳐놓는다든지, 사랑그림꽃을 즐기는 여러 이웃을 헤아려 본다든지, 사랑그림꽃하고 등진 사람들한테 길잡이를 튼다든지 할 만합니다만, 이 대목이 빠져서 아쉽습니다. 오자와 마리·타카하시 신·코노 후미요·우루시바라 유키 같은 사람들 이름을 가만히 헤아려 봅니다. 그리고 《풀솜나물》 같은 그림꽃을.
ㅅㄴㄹ
엄마, 나, 동생 두루. 세 명이 느슨한 소유권을 주장하며 모아온 만화책은 내가 10대 시절을 보낸 공간의 풍경을 정의한다. (8쪽)
짧은치마를 입고 싸우다가 세일러 전사의 팬티가 보이면 어쩌지, 저렇게 높은 힐을 신고 싸워도 되나 걱정하지도 않는다. 그보다는 갈수록 더 강해지고 우정과 의리로 똘똘 뭉친 전사들 이야기가 훨씬 중요하다. (43쪽)
“만화책을 돈 주고 사? 돈 아깝게 왜?” 그때의 친구들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누가 열심히 만든 콘텐츠를 돈을 내고 이용해야 한다는 것, 특히 만화를 돈 내고 본다는 것에 거부감을 가진 사람들이 여전히 많으니 말이다. (68쪽)
명확한 취향과 재능을 가진 수많은 젊은 여성 창작자 중 단 몇 명이라도 제대로 된 원로 대우를 받으면 얼마나 좋을까? (168쪽)
작년 말쯔음 알**에 올라온 펀딩 소식 "아르미안의 네 딸들" 재출간을 위한 펀딩이였다.
그걸 보는 순간 중2때의 내가 문득 떠올랐다. 중2 때 이사를 가면서, 친구집에서 보다 만 만화책 중 꼭 보고 싶은 만화책이 있었는데, 아파트 상가에서 처음 본 책대여점이라는 곳에 들어갔더니 내가 보고싶은 만화책들이 수두룩하게 있는것이다. 그 만화는 전영희 작가님(이 분은 진짜 작가님 이신인가...)의 <백작의 딸> 이였다. 정말 신세계가 열리는 느낌이였다. (사실 그때 만화방은 가면 안되는 곳... 오락실보다 더 안좋은 곳으로 인식되던 시절이라..아저씨들 담배피고,,, 뭐 이런 곳이였어서..) 그때부터 참새 방앗간 드나들듯 책방에서 만화책을 빌려봤다. 신기하게 비디오를 빌려보는 건 엄마가 굉장히 싫어하셨는데, 책방에서 만화책빌려오는 것에 대해서는 크게 뭐라안하셨다. 그렇게 나의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함께 했던 수천권의 만화책들.
그리고 발견한 이 책. <아무튼, 순정만화>
"그나저나 순정만화란 대체 뭘까?(이제와서?) 답하기 어려운 문제다. 여성 독자 취향의 연애물? 글쎄, 로맨스물에 환호하는 인간으로서 그동안 좋아한 만화책들을 돌아봐도 이런 설명이 꼭 맞아드는 작품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p.89
나에게 순정만화는 내가 중고등학교때 읽은 모든 만화다.(슬램덩크 포함.ㅎㅎ 강백호의 소연이에 대한 순정은 변함없으니 순정만화 아닌가! 라고.. 혼자 생각한다는..) 내가 기억하는 거의 최초의 만화는 드래곤볼이지만, 순정만화로 기억하는 최초는 아마도 이미라 작가님의 <인어공주를 위하여>다. 아주 얇은 두께로 좌라락 친구집에 꽃혀있는 만화책을 정말 시간가는줄도 모르고 읽었고, 내용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지만 주인공 "늘 푸르매"라는 이름이 너무 예쁘고 신기해 기억한다. 그리고 이은혜 작가님의 <점프트리 A+>. "우리 사이에는 노크가 필요하지 않아"라고 멋지게 말해줄 것 같은 오빠가 있는 애들이 부러웠고, 고등학교를 가면 동아리 활동을 하고, 승주오빠같은 선배가 있다고 믿게 만든 그 책. 저자는 한승원 작가님의 <빅토리 비키>를 말했지만 나는 작가님의 <그대의 연인>이 더 좋았다. 어른의 연애를 보는 느낌이였달까.
어느날 피가 나면 내 피도 푸른색일까?나도 어디선가 찾고 있는 공주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던 강경옥 작가님의 "별빛속에". 샤리보다 레마누를 더 응원했고, 그녀가 아들을 보낼때 엄청 울었던. 그리고 "운명"이라는 단어가 그어느 만화책보다 잘 어울렸던 신일숙 작가님의 "아르미안의 네 딸들". 운명의 아이 사라사가 각성하고, 슈리가 지도자란 무엇인지를 알아가며 어른이 되어가는 모습. 그리고 둘의 로미오와 줄리엣같은 사랑, 아게하의 외사랑에 눈물콧물 흘려가면 본 바사라. 그밖에도 원수역작가님, 김혜린 작가님, 일본 만화로 <오렌지 보이>로 시작해 <꽃보다 남자>로 끝났던, 그리고 <백귀야행>, <내일의 왕님> 등등등등!
아. 이 끝도 없이 나오는 나의 추억들. 아무튼 시리즈 치고 좀 두껍나? 싶었는데, 저자가 많이 참았구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던 이 책. 책에 등장하는 제목에 아 이거 읽었는데, 아. 이거 보다 말았던거 같은데.. 하는 생각을 계속 하게 만든 이 책. 아무튼, 순정만화.
나는 계속 나이를 먹어 40인데, 나보다 먼저 태어난 아유미와 마야는 아직도 18살이다.. 홍천녀는 누가 됬나 몰라... 문득 읽은지 25년도 더된 책의 주인공과 줄거리를 이렇게 말하고 있는 내가 그때 배운걸 아직도 기억하는 머리였으면 아,,, 서울대에 수석으로 들어갔겠는데 싶은 생각이들었다..공부를 이렇게 했어야 했는데..(저자도 책에서 같은 말을 하고 있다.ㅎㅎ)
이 책을 읽으면서 이토록 추억속으로 들어갈 줄이야. 이렇게 그리워할꺼면 그때 빌려보지 말고 용돈모아 사볼껄..ㅠ 이젠 구하고 싶어도 구하지 못하는 만화책들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하는 아쉬움이 짙게 들었다. 흑ㅠ
이런 제 한탄 보신 분중에 출판사 관계자분 계시면 절판된 만화책 펀딩이라도 해봐주시면 안될까요?!
오랜만에 추억돋게 만드는 책을 봤다. 다시 그시절로 돌아가고싶다. 만화책 사러!
리뷰
주말 아침의 루틴이 존재한다. 눈 일찍 뜨기 - 시간 확인하기 - 노래 틀어놓고 다시 잠들기 - 유튜브 하기 - 인스타 하기 - 카톡 하기 - 꾸무정 거리기 - yes 24 주말 쿠폰 받아서 이북 구매하기 - 몇 장 읽기 - 다시 꾸무정 거리기 - 샤워하기 - 책 읽기
내 토요일 아침과 함께 한 오늘의 책은 아무튼 순정만화. 재미있거나 혹은 인상깊은 구절을 소개하려고 한다
- 어른이 된 우리가 더 이상 영원을 믿지 않게 된 우리가 지금도 그 순간을 기억하는 건 그때만큼은 시간이 멈추고 이 세상에 우리밖에 없고 이 순간이 무엇보다 진실되며 꿈 같고 찰나이며 영원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장면을 상기하면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과 나중에 어떻게 되든 지금 이 순간의 감정은 진짜니까 괜찮다고... 오지도 않은 미래를 굳이 예측하며 지금의 상황마저 의심할 필요가 없다고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다.
- 부디 그를 지켜주세요 무슨 일이 있어도 굽히지 않게 좌절하지 않게 그가 만날 사람들이 모쪼록 가슴 따뜻한 사람들이길 그의 타고난 기민한 천성이 그들에게 잘 받아들여지길. 이런 말은 또 어떤가. 소중한 누군가가 행복하기를 순수하게 기원 할 때 이 대사만큼 간절하고 내 감정에 가까운 표현을 난 아직 만나지 못했다.
- 상당히 당당한 여자아이. 중요한 것은 이런 개인적 특성의 자각이 성적 정체성 즉 남자 가 되고 싶다라든가 난 남자야 등으로 연결되지 않고 유전자적 여성으로서의 자신과 남성적이라고 불리는 특성들을 가지고 있는 자신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 관계에 대한 열망. 누군가와 강렬히 가까워지고 싶고 그 재능이나 매력을 동경하고 그에게 나 역시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고 그 사람만이 나의 막연한 공허와 물음표에 답이 되어 줄 것 만 같은 청소년기의 간절한 열망
<아무튼 술> 로 아무튼 시리즈를 처음 접하고 나서 두 번째 구매한 책이다. 만화로 된 표지가 일단 끌렸고, 목차를 살펴보니 작가분 나이도 나랑 비슷해서 동년배 (?) 교감이 될 것 같은 책이었기 때문이다. 80년대 후반생인데, 실제로 어렸을때부터 순정만화를 쉽게 접했고 티비에서도 다양한 만화들을 황금시간대에 방영해주어서 매우 즐겨봤던 기억이 난다. 이 책에서 작가는 순정만화들을 통해 적립하게 된 지금의 가치관, 그리고 그때의 추억등을 하나하나 나열해주면서 나를 동시에 그 시대의 추억으로 빠질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지금은 웹툰이 일반적이지만 대여점에서 한 권에 300원주고 빌려봤던 그 시절이 생각나서 책을 읽고 나서 괜히 뭉클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