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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링 카게 저/김지혜 역
남극이 부른다 - 박숭헌
해양과학자의 남극 해저 탐사기
공부할 마음이 저절로 생길 거라며 딸내미가 학원에서 선생님이 추천해 준 세 권의 책 중의 한 권이다.
호프 자런의 랩걸, 히로나카 헤이스케의 학문의 즐거움 그리고 박숭헌 님의 남극의 부른다.
랩걸과 학문의 즐거움은 읽었고 이런 이유로 남극이 부른다도 읽게 되었다.
과학자, 수학자, 해양지질학자들의 이야기.
그들의 글을 읽으며 공통점이 있다면 근성과 집요함, 끈질김, 포기를 모르는 열정이 전해졌다.
무슨 일을 하던 배워야 할 것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열정'인 아닌가 싶다.
이 책은 박숭헌 님의 해양 탐사 일지에 관한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지만 지구의 지질학에 관한 기본적인 상식도 함께 알려주고 있다.
1996년 지질학과 대학원 석사과정에서 광물학을 전공하고 있을 때 해양연구소(해양과학기술원)에서 암석이나 광물 분석을 할 수 있는 학생을 찾고 있었다. 관심 있으면 함께 해양연구소로 오라는 동기의 전화를 받고 하와이로 떠나게 된다.
그렇게 해서 시작된 첫 해양 탐사.
하와이에 도착 후 탐사선 온누리호를 타고 동태평양 한가운데로 향했다.
이 탐사에서 맡은 일은 프리 폴 그랩(Free Fall Grab, FFG)이라는 장비를 이용한 망간단괴 채취였다.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후
2011년 2월 남극 중앙해령 탐사를 하기 위해 뉴질랜드로 출발했는데 뉴질랜드에 도착하니 뉴질랜드의 남섬에 있는 도시 크라이트처치는 강한 지진으로 혼란에 빠져 있는 상태였다. 정신없는 혼란 속에서도 일행 모두 무사히 8000t급 쇄빙연구선 아라온호에 탐승하였다. 탐사선은 남극으로 향했고 호주-남극 중앙해령 동편에 도착하여 4일 동안 탐사 준비를 완료해야 했다.
남극 중앙 해령 탐사대와 아라온호 승조원들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험한 해황에도 불구하고 시료채취에 성공했다.
이때 60° S 이하 중앙 해령에서 열수 분출의 증거를 발견한 것은 세계 최초였다.
이 결과를 시작으로 이 지역의 맨틀의 특성, 지각 현상의 과정 그리고 열수 분출구 분포에 관한 큰 윤곽을 그려나갈 수 있었다고 한다.
2011년 11월 남극의 중앙 해령에서 할 7일간의 탐사를 위해 33일의 여정을 시작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추운 곳 중의 하나인 남극대륙은 중앙 해령에 둘러싸여 있는데 이곳은 지판들이 만들어지는 곳으로 끊임없이 용암과 열수를 분출시키는 활화산 산맥으로 둘러싸여 있다고 할 수 있다.
첫 탐사로 존재 가능성을 확인한 열수 분출구는 중앙 해령이 내뿜는 해저열수의 위치도 가늠할 수 있었고 추후 탐사에서 열수 생명체를 발견하게 되는 중요한 첫걸음이 되었다.
이 탐사의 중요한 목적 중의 하나는 열수분출기의 위치와 분포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었다.
7일의 일정이 기상악화로 탐사를 할 수 있는 시간은 4일 밖에 되지 않았지만 중앙해령 중심축에서 만들어진 유리질 조각을 채취하는데 성공했고 열수 분출구 분포도를 그릴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자료를 확보했다.
이 연구는 중앙 해령에 대한 탐사와 연구를 통해 지구의 맨틀, 더 나아가 지구의 진화를 이해하는 것이었다.
2013년 세 번째 중앙해령 탐사에서 열수 분출구의 위치를 정확하게 잡아내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심해 2000m에 사는 열수 생명체도 발견하는데 성공했다.
키와 kiwa의 신종에 속하는 게와 일곱 개의 다리가 달려있는 불가사리가 발견되었다.
이 두 종의 열수 생물은 남극 중앙 해령에서 처음으로 채취된 신종 생명체였다.
박숭현 님의 열정이 가득한 탐사와 끊임없는 노력으로 미답의 구간에서 시료채취가 가능했고 지형도 작성에도 성공했다.
이 결과로 남극 중앙 해령 열수 생태계 규명에 조금씩 접근하고 있게 되었다.
박숭현 님이 남극 중앙 해령에 있는 새로운 맨틀을 발견하고 남극 해령 최초의 열구 분출구를 발견하고 남극권에 생존하고 있는 신종 열수 생명체를 발견하기까지 그는 여러 나라에서 하는 해양 탐사에 참석하여 많은 경험을 쌓았고 끊임없이 탐구하고 연구했다.
2006년 12월 남극 스페인 기지인 가브리엘 드 카스티야로 가서 디셉션 섬에 30년 전에 마지막으로 폭발한 활화산의 가스를 채취하러 갔다. 그곳에서 온천수나 가스를 분석해서 마그마의 특성, 더 나아가 지구 내부 맨틀의 특성을 파악하고자 했다.
2002년 박사과정 학생 때는 서 태평양 파푸아뉴기니 북쪽 바다인 비스마르크해의 화산대를 탐사하기 위해 호주의 해양 탐사선 프랭클린 호에 승선했고,
2005년에는 해양지각을 뚫고 들어가 하부 지각 시료를 채취하는 것이 탐사의 목적이었던 미국의 시추선 JR(조이데스 레졸루션호)에 승선하였다. 이 탐사선에서 반려암 시추에 성공했다.
2009년 2월에는 칠레 중앙 해령의 독특한 환경을 탐사하고 싶어서 일본 미라이호에 승선하였다.
타이티를 출발하여 각종 해양지질 및 지구물리탐사를 수행 후 쁘띠스팟이라는 독특한 화산체를 탐사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2012년 5월에는 케인-아틀란티스 단열대 사이 구간을 탐사할 계획으로 미국의 해양탐사선 놀호에 승선하여 대서양 해양 탐사에 나섰다.
박숭현 님은 1996년 우연한 기회에 처음으로 해양 탐사를 시작하였지만 그 후 직접 바다로 나가 시료를 채취하고 다른 나라의 연구선도 타는 기회를 가지면서 해양 탐사는 단순한 과학 연구를 넘어선 여러 사람과의 만남이며 여러 나라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했다.
그는 외국에 나가는 기회가 주어지면 그 나라의 문화도 함께 누린다.
하와이에 가서는 서든록을 찾아 듣고, 스페인 마드리드에서는 미술관을 찾아 프란시스코 마야의 그림을 감상하고, 칠레 발파라이소에서는 파블로 네루다의 흔적을 찾아다녔다.
지질학자이신 박숭현 박사님은 이 책에서 해양 탐사에 관한 이야기 외에도 지진, 화산, 맨틀, 지각, 지판 등 지구의 판구조론, 대륙이동설 같은 지구과학의 지식을 설명하면서 바람과 지구의 자전, 대륙의 분포 등 지형적 요소가 표층 해류의 움직임을 만들고 해수의 순환이 지구의 기후를 결정짓는다는 사실을 설명했다.
'남극이 부른다'는 지구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지구의 70%가 물이고 우리 몸의 70%가 물인데 서로 관계가 있는 것인가 아니면 우연인가..? 하는.
'1장-나를 부르는 바다'에는 망간단괴 채취가 주목적이었던 첫 해양 탐사부터 미답의 남극 중앙 해령을 대상으로 했던 첫 아라온호 탐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까지의 이야기들을 담았다. '2장-40일간의 세계 일주'에는 4일 동안의 남극 중앙 해령 탐사를 위해 40일 동안 지구를 한바퀴 돌면서 경유했던 도시들과 그곳에서 마주쳤던 사건들 그리고 우여곡절 많았던 탐사기를 담았다. '3장-거친 파도 위의 방랑자'에는 첫 남극 탐사기를 필두로 호주.해저 시추 프로그램.일본.미국.프랑스 등 다양한 나라, 여러 연구팀의 해양 탐사에 참여하면서 했던 문화 체험과 탐사 현장에 대한 과학적 해설을 담았다. 탐사기를 마무리하면서 막간으로 40일간의 세계일주 후에 진행했던 남극 중앙 해령 탐사들과 향후 계획을 간략히 소개했다. '4장-바다에서 지구를 읽다'에서는 해양학, 남북극 환경의 형성, 극지 탐험의 역사 그리고 판구조론을 개괄하는 글을 모았다. 남극 해령 탐사와 연구는 현재 진행형이다. 아직도 다양한 연구가 필요한 날것의 상태로 놓여 있어 지금까지 온 것보다 가야할 길이 훨씬 더 멀다. 해양 탐사와 연구는 결코 혼자서는 할 수 없다. 수많은 탐사를 나가고 연구를 진행하면서 많은 사람들과 협력했고 도움을 받았다.
이원영 박사님의 여름엔 북극에 갑니다를 읽고, 북극과 남극 관련 책을 이어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