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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웅배 칼럼] 아무도 가지 못한 곳, 명왕성을 향한 외로운 여정
2021년 01월 06일
수금지화목토천해명. 지구 밖으로는 벗어날 길 없는 삶을 살면서도 마치 뱀을 부르는 주술인 듯한 이 말을 암기하는 일에는 열을 올렸던 지난날이다. 광활한 우주를 무대 삼는 날이 머지 않았다는 착각마저 일으켰던 주술의 제일 마지막을 차지했던 건 다름 아닌 명왕성인데, 지난 2006년 갑자기 행성의 지위를 잃고야 말았다. 존재 자체를 부정당한 것만 같은 느낌과 달리 명왕성을 갈망하는 사람들이 일군 역사가 주는 감동은 여전했다. 그 시절 명왕성 탐사의 순간 함께 호흡했던 이들과 하나 된 것 마냥 책을 읽는 동안 나의 가슴은 벅차올랐다. 나에게는 그저 어렵게만 여겨지는 분야인 과학이 지닌 어마어마한 힘이 주는 놀라움도 물론 컸지만, 진정 내게 감동으로 다가왔던 건 한결같은 마음으로 성공가능 여부를 알 길 없는 프로젝트에 매진해온 사람들의 진심이었다. 지금도 그러하지만 예전의 명왕성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신비로움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모든 게 막연했고, 설명이 불가능해 보이는 영역에 대해서는 ‘아직 탐사되지 아니 한’ 등의 수식어를 덧붙여가며 미래를 기약했다. 정녕 그 곳에 닿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은 이가 과연 몇이나 있었을까 싶다. 멀어도 너무 멀어서, 그 곳의 환경이 어떠할 것이라는 기술조차 불가능한 곳으로 향할 로켓에 필요한 게 무언지 정확히 아는 사람이 있을 턱이 없었다. 제한된 부피와 무게, 내구연한이 분명한 각종 장비를 탑재한 우주선이 지닌 제약 또한 상당했다. 오랜 기간 동안 이어질 비행 시간 동안 과연 모든 게 정상적으로 작동할지 확신하기란 실로 어려울 수밖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해냈다. 치밀한 연구 끝에 존재하는 다양한 변소를 분석해냈고,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는 명왕성의 진면모를 담은 자료를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물론 여기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기록은 아직은 뉴호라이즌스 호가 어떠한 이름을 갖게 될지는커녕 과연 명왕성에 가는 일로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 조차 불확실하던 시기에서부터 출발한다. 아직은 모두가 젊다 못해 어렸다. 대신 열정만은 넘쳤다. 그들의 관심은 인류가 알고 있는 태양계 행성 중 유일하게 미지의 영역으로 남은 명왕성으로 쏠렸다. 1980년대 시작된 움직임은 마치 꺼지지 않을 불꽃인양 타오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막연히 먼 행성을 탐사한다는 생각에 들떴다면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선 보다 치밀해져야만 했다. 각종 데이터를 풀이해 명왕성 탐사의 정당성과 성공 가능성을 타진하는 일 자체도 어렵기는 했지만, 그건 과학자들이라면 누구나 당연히 제 분야로 여기며 매달릴 법한 것이었다. 기록에서 가장 놀랍게 다가왔던 건 정치였다. 명왕성에 우주선을 보낼 것인가를 결정하는 건 정부요, 정부의 예산을 좌지우지하는 건 의회, 즉 정치다. 누가 어떠한 목소리를 내느냐에 따라 명왕성에 갈 우주선을 뜨우는데 필요한 예산을 확보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 이 말은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행위의 정당성과 필요성에 깊이 공감하고, 기꺼이 자신들의 주장을 대변해줄 정치인 등의 마음을 사로잡을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하필이면 시절이 불확실성에 드는 일종의 예산 낭비를 피하자는 분위기가 번져 나가던 때였다. 보다 가깝고, 그리하여 성공 가능성이 높은 곳에 탐사의 역량을 집중시켜야 한다는 분위기가 무르익을수록 명왕성은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앞날이 보이지 않을 만치 수시로 뒤바뀌는 상황에 손에 땀이 절로 났다. 우주선이야 안 띄우면 그만이요, 명왕성에 대해 지식을 쌓는 일을 미래로 미룬다 한들 삶의 질이 폭삭 가라앉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이 일에 젊음을, 더 나아가 자신의 모든 걸 바친 사람들에 대해서는 어찌 보상해준단 말인가! 약을 올리는 것 마냥 상황이 뒤바뀌었고, 지나치다 싶을 만치 적은 예산만이 주어졌다. 앞선 우주선들에 들인 예산과 인력과 비교하자면 소박해도 심히 소박했다. 이런 악조건이 더해질수록 성공 가능성은 희박에 가까워져 갔다. 이에 매진한 이들이 지지받지 못한다는 느낌에 기가 죽었다 하여도 전혀 이상치 않을 것이다.
아찔했던 순간들은 이제 과거가 됐다. 뉴호라이즌스는 명왕성 탐사를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인류가 명왕성 사진 등에 열광하는 동안 더욱 깊은 우주를 향해 날아갔다. 무려 26년간 이어진 프로젝트였다. 장기 과제를 내려놓은 사람들이 느꼈을 감정이 궁금하다. 우리말에는 ‘시원섭섭’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왠지 이를 사용하면 딱일 듯하다. 지금도 어딘가를 항해하고 있을 뉴호라이즌스의 운명 또한 알고 싶다. 지구와의 교신이 여전히 가능한지, 우주 미아가 되어 어딘가를 떠돌고 있을지. 다행이도 내 호기심에 부합하는 기사를 몇 찾을 수 있었다. 2019년 1월 1일 KBO(Kuiper Belt)의 작은 천체인 아로코스(Arrokoth) 근처에 접근했고, 현재도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 중이라고 하였다. 명왕성은 어쩌면 또 다른 세계를 꿈꾸기 위한 출발지점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의 목표 성취에 만족치 않고 또 다른 목표를 발굴하는 인류의 끈질김에 박수를!
그는 수입억년 전부터 묵묵히 태양을 돌고 있었다. 저멀리 우주의 구석 지구의 생명이 탄생하고 그 위에서 태어난 인간은 마침내 그의 존재를 확인하고 명황성이라고 이름을 명명했다
한동안 망원경만이 그를 볼수 있는 유일하 방법이었다. 마침내 뉴호라이즌스가 그를 향해 출발했다
머나먼 여정을 헤엄쳐온 그는 우리에게 그동안 멀리서 볼수 없었던 그를 가까이서 볼수 있게 해주었다...
고맙다 뉴호라이즌스여........ 이제 또다른 여정을 떠나는 그에게 나의 마음을 담아 본다
오랜만에 우주탐사에 관한 책을 읽는다. 이 책은 NASA의 명왕성 탐사 프로젝트를 탄생시킨 결정적 순간들을 돌아보면서 우주를 향한 인류의 호기심과 도전을 생각해 본다. 뉴 호라이즌스는 명왕성 탐사에 사용된 우주선 이름이다. 총 26년간간 2,500명의 과학자가 집념과 끈기로 쌓아올린 결과 탐사에 성공했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지구에서 가장 먼 행성인 명왕성의 비밀을 벗기기까지 경험했던 많은 어려움과 환희의 순간을 하나씩 보여주고 있다.
명왕성(Pluto)은 20세기에 밝혀진 유일한 태양계 행성이다. 명왕성은 태양과 지구의 거리보다 40배나 더 떨어져 있다. 자전주기는 지구 기준으로 6.4일, 공전주기는 248년이다. 지구에서 비행해 도달하는데에만 10년이 걸렸다고 한다. 뉴호라이즌스 호의 근접비행 결과로 우리 인류는 '아직 탐사되지 않은 명왕성'을 '하트를 품은 행성'의 모습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이 탐사로 태양계 행성들을 모두 탐사하게 되는 쾌거도 거두었다고 한다.
이 책의 저자인 앨런 스턴은 30여년 동안 명왕성 탐험에 모든 것을 바쳐 온 탐사계획 책임자이다. 뉴호라이즌스호는 명왕성에 다가가 플라이바이(근접비행)을 하면서 정보를 수집해 보내주고 명왕성 옆을 스치듯 날아간 뒤 다시는 돌아오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이런 명왕성이 지상과의 교신이 끊겼을 때 그가 느낀 불안감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앨런은 사실 근접비행을 열흘 남겨두고 일어났던 교신두절의 순간을 제일먼저 독자에게 소개한다. 그 몇 시간이 그에게는 몇 년으로 느껴졌을 것이며, 다시 연결된 순간에 엄청난 희열은 느꼈을 것이라는 점은 독자로서도 쉽게 상상이 된다.
앨런이 명왕성 프로젝트와 함께 한 30년 동안 물론 많은 일들이 있었다. 우주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정치적 압박과 정적의 방해, 명왕성 행성 퇴출 논란 등 수많은 압력과 위기가 있었지만 그는 평생을 바쳐온 이 프로젝트를 포기할 수 없었다. 그는 '명왕성 탐사'라는 목표를 지키기 위해 수십년간 전투를 치렀다고 표현한다. 필요한 자금 확보를 위해 작성된 탐사계획서가 승인되지 못해 다시 만들기를 무려 6번이나 하였다. 정치적 압박과 거대기업들의 방해로 프로젝트가 무산될 위기도 여러번 겪었다. 2006년에는 행성에 대한 정의가 바뀌어져 명왕성이 행성에서 퇴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뉴호라이즌스 호는 태양계를 횡단해 결국 명왕성에 도착했고 수많은 새로운 사실들을 우리에게 알려주었다. 뉴호라이즌스란 우주선 명칭처럼 새로운 우주탐사의 신기원을 열었지만 그 중에 관심있는 부문은 10년간의 비행기간 동안 불필요한 컴퓨너 시스템을 동면상태로 유지했다가 플라이바이 무렵에 본격적으로 활동하게 함으로써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했다는 부문이다. 또한 탐사를 통해 명왕성처럼 작은 행성도 큰 행성만큼이나 복잡할 수 있고, 형성된 지 수십억 년 흐른 지금도 활발한 지질활동이 계속될 수 있다는 것도 배울 수 있었다. 명왕성 탐사는 인류의 50년 행성 탐험을 일단락하는 의미도 있다.
우주과학에 관한 내용이지만 독자들이 쉽게 따라갈 수 있게 쓰였다는 점이 이 책의 장점이다. 과학적 용어나 특별한 프레임을 활용하지 않고 자신들 경험을 진솔하게 회고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 이야기이고 우주개발이라는 고차원적인 이야기지만 모든 성과 뒤에는 이를 담당한 사람들의 엄청난 땀과 노력이 필요했다는 사실을 다시 배우게 된다. 나아가 내가 지구인의 한 사람이라는 점에 뿌듯한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