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루 밀러 저/정지인 역
이창현 글/유희 그림
팀 페리스 저/박선령,정지현 공역
엠제이 드마코 저/신소영 역
김초엽 저
김동식 작가님의 ‘밸런스 게임’ 리뷰입니다.
인터넷에서 한번쯤 봤을법한 밸런스 게임인데 2가지 선택중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상황들이 무척 흥미롭고 재미있습니다.
밸런스게임을 통해 드러나는 사회의 부조리를 위트있게 비트면서 극한의 상황에 놓인 인간의 딜레마의 기발한 상상력 속에 녹여낸 글입니다.
극한의 상황속에서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자꾸 생각하게 됩니다.
인간의 도덕과 상식, 정의와 욕망이 얼마 허술한지 폭로하면서도 때로는 너무 인간적이라 무너지는 나약한 결말이 씁쓸한 희망과 연민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김동식 작가님 작품을 좋아아하는 것 같습니다.
작가님의 기발한 상상력이 항상 놀랍고 재미있습니다.
밸런스 게임의 저자이신 김동식 작가라고 한다면 작가님만의 기발한 아이디어 및 엄청난 몰입감을 선사하는 단편들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여러 장편 작품들을 읽다가 문득 단편 작품을 읽고 싶어지면 제가 가장 먼저 찾는 작품이 바로 이 김동식 작가님의 김동식 소설 시리즈입니다. 밸런스 게임은 회색 인간을 비롯한 김동식 소설 시리즈로 우리들에게 잘 알려진 김동식 작가가 인간의 딜레마를 주제로 쓴 22편의 소설이 담겨 있는 책이자, 김동식 소설 시리즈의 종지부를 찍는 책으로 알려져 있는 책입니다. 밸런스 게임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가 김동식 시리즈의 다른 소설들에 비해 조금 무겁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김동식 작가 특유의 유머가 잘 살아있는 동시에 작가가 던지고자 했던 바가 독자들에게 아주 잘 전달되는 작품이니 만큼 많은 독자분들에게 충분한 사랑을 받을 수 있을만한 작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기이한 게임의 연속이다. 영혼의 세계와 실제를 넘나드는 게임을 하고 있다. 그것은 생명을 담보로 한 게임인 경우가 많다. 게임의 주관자는 절대적인 위치에 있다. 생사여탈의 능력을 부여받은 자의 주관에 의해 게임이 이루어지고 있고, 그 게임을 하는 자들의 이기심은 곳곳에서 암초가 되어 자신들의 목을 조른다. 정말 기발한 발상들로 이루어져 있다. 어디서 이런 생각을 했을까? 글을 읽어나가면서 놀라움을 금할 길이 없다.
많은 제목의 글들이 있다. 하지만 그것들이 등장인물의 이름으로 공통된 모습을 보인다. 연작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가령 어떤 사람이 제안을 한다. 서울에만 있고, 다른 곳으로 가지 않는다는 약속을 하면서 칩을 몸에 심으면 100억을 주겠다. 단지 약속을 하고 서울을 떠나면 칩이 작용을 해 바로 죽게 된다. 또 다른 선택은 서울에만 들어오지 않는다. 어디든지 돌아다녀도 좋고. 그러면 10억을 주겠다. 마찬가지로 몸에 칩을 심는다. 서울에 나가지 않고, 들어오지 않는다는 선택을 하면 돈을 주겠다는 것이다. 선정된 사람은 황당하지만 돈에 욕심이 난다. 그래서 1주일이 흐른 후 선택을 한다. 즉 게임에 참가한다는 말이다. 그러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상상해보고 있다. 정말 우스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게다. 현실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지만 그런 가정을 해볼 수 있고, 그것이 소설 세계를 훌륭하게 만들어 나간다.
매력적인 이야기들로 전개되어 간다. 하지만 어떤 가치를 지닌 얘기인가 하는 부분에서는 자문하게 된다. 가치를 위주로 한 글도 아니고, 지식을 전해 주는 글도 아니다. 오히려 허황한 의식 세계를 보여줌으로 생각의 혼란을 가져오게 한다. 무엇을 위한 이야기인가? 물어봄에 스스로 답한다. 그냥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읽는 것이라고. 시간이 많은 사람들이 읽기가 좋은 책인 듯하다. 호기심도 불러일으킨다. 스릴도 있다. 장면이 분명하게 각인된다. 그것뿐이다.
누군가를 간절히 찾고 싶은 사람들만 가는 바가 있습니다. 그 바의 바텐더는 신기하게도 사람을 찾아줍니다. 그 곳의 바텐더는 무척이나 과묵한 사람인데, 그래도 하는 말은 한마디도 흘리지 않고 귀담아 듣습니다 . 손님이 어떤 사연이 있는지 솔직하게 털어놓으면 바텐더가 냅킨에 주소를 하나 적어줍니다. 간절히 찾고 싶은 사람이 있는 곳의 주소이지요.
어떤 남자가 홍예화를 찾아간 다음에 들려준 이야기다. 어떤 사람이 간절하게 홍예화를 찾고 있다는 것을 전해 주기 위해서 찾아왔노라고 그 남자는 얘기한다. 어떤 사람이 바에 갔고, 그 사람이 그 주소를 남겼을 것이고, 그것을 바텐더가 적어 준 것이라고. 그것은 어떤 사람이 홍예화 씨를 간절히 찾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간절히 찾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 사람은 영원히 채워지지 않는 빈 곳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렇기에 한 발 물러서서 인생을 산다. 그 삶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삶이다. 그것을 전해 주기 위해서 왔노라고. 당신을 생각하면서 사는 사람이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모호한 이야기를 전하는 이런 흐름이 이 소설의 주된 전개다. 글은 정신적인 세계와 현실적인 세계, 그리고 게임의 세계를 왔다 갔다 한다. 늘 선택의 시간들이 존재한다. 그런 어간쯤에 이 소설의 진실이 있다. 그 남자에게 얘기를 들은 홍예화는 ‘연’이라는 가게의 그 바텐더를 찾아간다. 그리고 자신도 누군가를 찾기 위해 그곳에 왔음을 인지한다. 그리고 이름 하나를 말한다. ‘송서선’ 하나 다 들은 바텐더는 ‘최숙정’이란 이름을 냅킨에 적어준다. 완전히 동문서답이다. 하지만 그 이름이 또 묘하게 면결된다.
책에는 22개의 이야기가 그려져 있다. <서울 안에서 100억? 서울 밖에서 10억?> <어떤 선물이 좋을까?> <나쁜 외계인, 착한 외계인> <엄마가 먼저, 아빠가 먼저> <사라져라> <복수의 빛기둥> <노인을 위한 일자리는 있는가> <모두 다 결정되어 있다> 등의 특별한 제목들이 눈에 보인다. 작가가 만들어나간 세계가 경이롭다. 작가는 3일에 한 편씩 글을 쓴다고 한다. 성수동 주물공장에서 일을 하면서 1년 반 만에 300여 편의 글을 썼다. 그리고 그것을 <회색인간>이라는 책으로 엮었다. 그 후에도 <김동식>이라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소설집을 출간했다. 그가 쓴 글은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소설이다, 아니다>라는 장르에의 시빗거리가 되었다는 말이다. 즉 판단을 하는 대상이 되었다는 말인데, 그를 옹호하는 입장에서는 말한다. 그의 이야기는 일단 재미가 있다. 그렇기에 소설은 근본이 흥미이고, 그 요소는 충족한다고 할 수 있다. 충분히 이야기로 그 생명력이 있다고. 그는 소설집은 10권까지 내었고, 그것을 김동식 소설집이란 이름으로 발간했다. 창작한 시간을 보면 참 놀라운 결과다. <밸런스 게임>이 그 10권 째 책이다.
대단한 창작열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중 고등학생들이 불을 서서 작품을 기다리는 작가가 되었다. 그리고 강연회도 많이 다녔다. 그것은 그의 삶과 결과물이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가 강연을 하고 나면 ‘김동식 키즈’가 생긴다고 한다. 그를 흠모하고 그가 이룩해낸 결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뜻하리라. 그는 인터넷에 글을 올리면서 댓글이 좋아 계속 글을 썼다고 한다. 그렇게 독자들과 소통하면서 그는 자신의 글을 지었다. 그리고 성실하게 썼다. 그것이 결국 오늘의 그를 만들고 있다. 10권으로 ‘김동식’이라는 이름을 내 건 소설집은 끝을 낸다. 이 소설집이 그 마지막이다. 이제는 또 다른 출발점에 그가 서있으리라 생각해 본다.
그의 이야기는 많은 부분 기이하다. 그의 작품을 들여다보면 상상력의 대단함을 느낄 수 있다. 그의 상상력은 영혼의 세계, 현실의 세계 구분이 모호하다. 그리고 등장하는 인물들도 현실성이 결여된 인물들이 많다. 하지만 그것이 재미의 요소를 반감시키진 않는다. 오히려 그렇기에 이야기에 장애물이 적다. 그의 생각은 일반인들이 상상하는 범주를 뛰어 넘는다. 이 책의 제목인 <밸런스 게임>만 봐도 알 수가 있다. <밸런스 게임>은 인간의 사후 세계를 대상으로 가상하고 있는 듯하다. 절대자가 있고 세상에서 모든 기억을 잃은 자에게 조건이 제시된다. 그리고 원초적인 선택을 강요한다. <1,000만 원과 100만 원이 있다. 네가 1,000만 원을 선택하면 한 사람이 죽지만, 100만 원을 선택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대상자 최무정은 돈 때문에 사람을 죽일 수 없다고 선택한다. 하지만 그는 세상에서 자신이 범죄자란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그런데 2번째로 100만원을 선택했다고 하는 말이 들린다. 그리고 정상적인 인지상태다 되었을 때 후회한다. 그리고 또 무지의 상태가 된다.
이야기가 많은 부분 인간의 본성을 건드린다. 도덕적인 삶을 추구하면서 그 속에서 구원을 구해왔던 인간의 삶에 의문을 던진다. 무엇이 참된 것인가? 본성대로 살아가는 것이 바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만든다. 하지만 이야기가 공허하게 들리는 면은 있다. 읽고 나면 무엇인가 홀린 듯한 느낌을 받는다. 내가 왜 이런 책을 읽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공허한 흥미를 느낀다고 하면 바를까
책이 소설이라기보다는 이야기다. 그냥 민담과 같은 느낌을 주는 글들이 많다. 원초적이고, 실현가능성이 적고, 인지의 대상에서 사실성이 결여되는 이야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재미가 있다. 그 점이 학생들 연령에 각광을 받는 진짜 이유가 아닐까? 무한한 상상력을 펼치게 하고 꿈을 꾸게 하는 이야기들, 청소년들에게 잘 어울리는 내용들이다. 이런 세계가 있다는 것을 인지한 것만도 보람 있는 책읽기였다고 하고 싶다.
(예스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