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명의 작가가 풀어내는 5가지의 이야기를 담은 책 『태초에 빌런이 있었으니』는 흔히 악과 선으로 불리는 명백한 대결구도를 벗어나 그 구분의 모호함, 내지는 생각해볼 여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설정의 작품이라고 볼 수 있겠다.
최근 영화나 작품을 보면 온전히 선하거나 오롯이 악하거나 한 캐릭터는 없다. 고뇌하는 히어로가 나오고 다소 인간적인 악당이 나온다. 완벽해 보이던 영웅은 인간적 약점을 지니고 있어 공감을 자아내고 항상 나쁨이라는 공식으로 통해서 악당은 그가 왜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 마냥 미워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는 점에서 빌런을 주인공을 한 이야기는 확실히 흥미로울 수 밖에 없다. 왠만한 히어로보다 더 인기있어 조연에서 당당히 주연으로 등극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빌런도 있으니 말이다.
가장 머저 나오는 「시민의 협조」지구 멸망을 소재로 펼쳐지는 이야기인데 그 과정에서 초능력을 가진 존재, 시민들을 등장시켜 단지 영웅의 힘만으로는 지구를 구할 수 없는 설정을 통해 독자들에게 영웅과 시민, 그리고 희생의 의미를 그리게 만든다.
「빌런 주식회사」는 너무 독특해서 어떻게 이런 아이디어를 냈나 싶을 정도였는데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영웅에 대적하는 빌런(악당)을 선발한다는 설정, 그 과정에서 거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영웅과 빌런이 어떻게 소비되는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촬영은 절대 금지」희나와 메리 제인을 등장시켜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빌런이라는 존재에 대해 왜 그들이 빌런이 되었는가를 생각해보게 만드는 작품이라 어떻게 보면 서평의 도입부에서 말한 의도와 일치하는 작품이 아니였나 싶다.
「후레자식맨」은 날로 심각해지는 빈부격차의 세상 속에서 히어로의 존재가 어떻게 활약하는가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어쩌면 인간 사회를 위협하는 것은 언제일지 알수 없는 지구 밖의 존재들의 지구 침공보다는 지구 안에 자리한 다양한 사회 문제가 아닐까 싶고 그것을 해결하는 것이 진정한 히어로일거란 생각도 해보게 되는 작품이다.
마지막 작품인 「경자, 날다」는 결국 선과 악은 종이 한장 차이, 또 어떻게 보면 동전의 양면처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사실 빌런만 있다면 히어로의 존재는 의미없다. 히어로만 있다면 빌런이 의미없는 것처럼 말이다.
이 작품은 슈퍼 히어로의 슈트를 갖게 된 평범한 여성과 그 슈트를 찾아다니는 히어로의 이야기를 통해 둘의 상관성을 보여준다. 5권 모두 짧은 이야기 속에 번뜩이는 재치가 느껴지는 작품들이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젊은 작가 5인이 전하는 선과 악에 대한 근본적인 통찰, 선과 악이 극명한 주인공은 대부분 선의 편이다. 그리하여 악의 이야기는 늘 수면 아래에 머물러 있다. 반면 현실 속에서는 온갖 종류의 악당들이 날 뛴다. <태초에 빌런이 있었으니>는 선의 편이 아닌 악의 편으로 들었다. 빌런을 주인공으로 등장 시키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선과 악은 명확하게 구분되어 질수있는 가, 빌런은 처음부터 빌런이었는가 ,히어로와 빌런은 어떤 관계일까, 세상에 악은 왜 사라지지 않는 가 등에 대한 의문으로 이이야기가 시작된 것 같다.
빌런이 왜 빌런이 될수 밖에 없는가에 대해 다양한 시각으로 이야기를 다룬 이 5명의 작가들의 이야기들을 살펴보면 어느하나 흥미진진하지 못한것 들이 없다. 앤솔러지란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여러작가들의 단편을 엮었다. 이번의 주제는 히든 히어로 앤솔러지 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히어로는 선에 가까운 인물이지만, 이책은 조금 그 주체를 다르게 잡았다. 악을 표현하고자 하는 '빌런'이라는 인물들이 과연 이세상속에서 빌런이라는 타이틀을 가져야 했는지, 어쩌다가 빌런이 되어야만 했는지가 담겨있다. 앞서말했듯이 늘 수면아래에 머물렀던 악의 이야기를 수면위로 떠오르게 하며
다양한 악당들의 사연들을 이책에 녹여내며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시민의협조-김동식
빌런 주식회사-김선민
촬영은 절대금지 -장아미
후레자식맨-정명섭
경자, 날다-차무진
빌런과 히어로와의 뗄수없는 관계를 알게되며 아예 빌런과 히어로를 하나로 묶어버리는 것을 시도하기도하며 단편의 비슷한 이야기들이지만, 문장의 구조들은 점차 변화하며 빌런이 영화나 소설, 책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알수있게 해주는 이야기, 빌런을 선별하는 면접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며, 빌런에 대한 겉으로 드러난 빌런에 대한 의의는 사실, 선과 악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사회 때문이라는 것을 표현하고 싶어하는 마음을 글에 담으며, 빌런으로 보일수 밖에 없었고, 빌런이 될 수 밖에 없는 주변 시선들과 상황들이 어쩌면 악당의 모습으로 보여져버린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이야기들이었다. 선과악을 이제는 분명하게 구분해낼 수 있을까? 하며, 몇주전 읽은 <스토리창작자를 위한 빌런작법서>의 내용들도 떠올렸던 것 같다.
우리가 이들의 위치에 놓이게 된다면 , 우리는 선을 택할 것인지 악을 택할 것인지, 빌런들은 우리들에게 히어로 일지 악당일지 고민하게 될거같은 흥미진진한 시간이었다. 서로 반대거나 대결하는 구도가 있어야만 이야기가 재밌어지고, 빌런들이 이야기를 좀더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또다른 주인공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다.
그래서 전 쿠키영상을 보고 일어나자마자 바로 인터넷에 접속합니다. 영화를 검색해서 사람들의 후기와 댓글, 평점, 공감 명대사를 보며 여운을 공유하죠. 그떄 제가 가장 흥미롭게 봤던 것이 빌런에 관한 내용입니다.
p.281
새로운 빌런의 탄생일까요? 아니면 무슨 사정이 있었던 걸까요?
p.36
그를 제외한 세상 모두가 은밀한 작당모의라도 벌이고 있는것 같았다.
p.91
컴퓨터를 켰다.아래아한글 프로그램을 열고 함초롱바탕체로 '야망' 이라는 글자를 출력했다. 오호, 깜찍하고 단단해 보인다.
p.229
내가 이런 말까지 참아야 해?
그래, 참아야 해. 저 자식들은 빌런이 아니고 히어로니까.
위의 문장은 김여울 작가의 잘 먹고 잘 싸운다, 캡틴 허니 번이라는 책에 등장하는 대사입니다. 저 작품을 읽으면서, 특히 저 문장을 보면서 히어로와 빌런을 나누는 경계라는 것은 있는지, 만약 있다면 그 기준은 어디에 두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요다 출판사에서 내놓은 히든 히어로 앤솔로지인 태초에 빌런이 있었으니는 그러한 제 질문에 대한 답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으로 구입해본 책입니다. 사실 이 작품 전까지 시민의 협조를 쓰신 김동식 작가를 제외한 다른 네 분의 작가분들의 작품은 만나본 적이 없긴 했습니다만, 요다 출판사에서 내놓았던 또 다른 앤솔러지인 전쟁은 끝났어요 및 텅 빈 거품을 나쁘지 않게 읽었기에 이 책 역시 그 작품들 정도의 퀄리티는 보장될 것이라고 믿고 구매하게 되었는데 태초에 빌런이 있었으니는 그러한 제 신뢰에 보답을 해주었던 작품이 아니었던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