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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이 길이 되려면

정의로운 건강을 찾아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다

김승섭 | 동아시아 | 2017년 9월 27일 한줄평 총점 9.6 (123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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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혐오발언, 구직자 차별, 고용불안, 참사…
사회적 상처는 우리 몸을 어떻게 병들게 하는가?
데이터가 말해주는 우리가 아픈 진짜 이유

『아픔이 길이 되려면』은 공중보건의사 시절부터 김승섭 교수가 걸어온 치열한 고민의 흔적들과 연구의 발자취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데이터를 통해 질병의 사회적·정치적 원인을 밝히는 사회역학을 도구 삼아 혐오, 차별, 고용불안 등 사회적 상처가 어떻게 우리 몸을 아프게 하는지 말하고 있다. 개인의 몸에 사회가 어떻게 투영되는지도 함께 이야기한다. 저자는 “사회적 환경과 완전히 단절되어 진행되는 병이란 존재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 “사회적 원인을 가진 질병은 사회적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최첨단 의료 기술의 발전으로 유전자 수준에서 병을 예측하고 치료하는 게 가능해지더라도, 사회의 변화 없이 개인은 건강해질 수 없다고 말이다

사회역학자인 김승섭 고려대학교 보건과학대학 교수는 자신의 연구를 통해 차별 경험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야기한다. 취업 과정에서의 차별을 측정하기 위해 연구의 설문에서는 다음과 같이 질문했다. “새로운 일자리를 경험할 때 차별을 겪은 적이 있습니까?” 대답은 ‘예, 아니오, 해당사항 없음’ 3개 항목 중 선택이 가능하다. ‘해당사항 없음’은 구직 경험이 없는 응답자를 위해 만들어둔 항목이다. 이미 직장에 다니는 사람이라면, ‘예’ 혹은 ‘아니요’의 응답이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직장인 상당수가 ‘해당사항 없음’이라고 응답했다. 어떻게 된 일일까? 김승섭 교수는 ‘해당사항 없음’이라고 대답한 사람들의 건강 상태를 조사했다. 그러자 놀라운 결과가 나온다. 남성의 경우, ‘해당사항 없음’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차별이 없었다고 응답한 사람들과 건강에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여성들의 경우 달랐다. ‘해당사항 없음’이라고 답한 여성들의 건강상태는 차별을 받았다고 응답한 사람보다도 더 나쁘게 나타났다.

비슷한 또 다른 연구에서, 이번에는 다문화가정 청소년을 상대로 질문했다. “학교폭력을 경험한 뒤 어떻게 대응했습니까?” 응답자 중 김승섭 교수가 주목한 것은 “별다른 생각 없이 그냥 넘어갔다”라고 답한 학생들이었다. 이 학생들의 건강 상태를 조사했더니 이번에도 남녀 간에 극명한 차이가 드러났다. 여학생들의 경우, 별다른 차이가 없었지만 이번에는 남학생들에게서 차이가 나타났다. “별다른 생각 없이 그냥 넘어갔다”라고 대답한 남학생들의 정신 건강이 가장 나쁜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넘겨버렸던 경험이 실제로는 몸을 아프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차별이나 폭력을 겪고도, 말조차 하지 못할 때, 혹은 애써 괜찮다고 생각할 때 실은 우리 몸이 더 아프다는 것을 이 연구들은 보여준다. 저자 김승섭 교수의 표현을 빌자면 ‘몸은 정직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고용 불안, 차별 등 사회적 상처가 어떻게 우리 몸을 아프게 하는지, 사회가 개인의 몸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사회역학의 여러 연구 사례와 함께 이야기한다..

목차

들어가며
1. 말하지 못한 상처, 기억하는 몸
말하지 못한 내 상처는 어디에 있을까
-차별 경험에 대한 ‘같은 응답, 다른 의미’
불평등한 여름, 국가의 역할을 묻다
-시카고 폭염으로 배우는 공동체가 재난불평등에 대처하는 법
낙태를 금지하면 벌어질 일들에 관하여
-루마니아 사례로 살펴본, 평등하지 않은 낙태금지법
성인이 되어도 몸에 남겨진 태아의 경험
-몸에 새겨진 사회환경, 절약형질 가설
가난은 우리 몸에 고스란히 새겨진다
-가난한 몸과 해부학의 역사
당신은 거미를 본 적이 있나요
-질병의 ‘원인의 원인’을 추적하는 사회역학의 역사
[지극히 개인적인, 과학적 합리성의 세 가지 요소]
2. 질병 권하는 일터, 함께 수선하려면
해고노동자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건강 연구’를 하며
누군가는 그들 편에 서야 한다
-삼성반도체 직업병 소송과 IBM 직업병 소송, 연구자가 거대 기업에 맞선다는 의미
위험한 일터는 가난한 마을을 향한다
-직업병 만드는 공장, 원진레이온과 제일화학은 어디로 갔나
아파도 일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
-고용불안과 ‘저성과자 해고’라는 함정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는 의사들
-연구자가 되어 다시, 전공의 근무환경과 환자 안전을 묻다
안전을 지키는 사람들, 그들이 아프다
-‘소방공무원 인권상황 실태조사’를 하며
[건강한 일터를 위한 올바른 숫자 읽기]
3. 끝과 시작, 슬픔이 길이 되려면
재난은 기록되어야 한다
-‘세월호 참사 생존 학생 실태조사’를 하며
사회적 고통을 사회적으로 치유하려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설명 없는 치료’의 딜레마
[아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제도가 존재를 부정할 때, 몸은 아프다
-동성결혼 불인정과 성소수자 건강의 관계
동성애를 향한 비과학적 혐오에 반대하며
-동성애, 전환치료, 그리고 HIV/AIDS
[쏟아지는 비를 멈추게 할 수 없다면, 함께 그 비를 맞아야 한다]
수술대 앞에서 망설이는 트랜스젠더를 변호하며
-비수술 트랜스젠더의 현역 입영처분 소송
한국을 떠나면 당신도 소수자입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우리 사회 인종차별
교도소 의사로 일한다는 것
-‘재소자 건강 연구’를 하며
4. 우리는 연결될수록 건강한 존재들
연결될수록 오래 사는가
-사회적 관계망과 건강 연구의 역사
스스로를 지킬 수 있다면, 우리는 안전해질까
-총기 규제, 공동체는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가
위험사회에서 함께 생존하려면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 규제를 위한 충분한 증거를 묻다
당신의 공동체는 안녕하신지요
-로세토 마을에서만 심장병 사망률이 낮은 이유
[우리 이기심을 뛰어넘는 삶을 살아요]

저자 소개 (1명)

저 : 김승섭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하버드 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조지워싱턴 대학교 보건대학원과 고려대학교 보건과학대학 보건정책관리학부에서 일했고, 2022년부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 부교수로 재임 중이다. 의학과 역학을 이용해 차별 경험과 고용불안 등 사회적 요인이 장애인, 성소수자, 비정규직 노동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의 건강을 어떻게 해치는지 연구하고 있다. 환자를 치료하는 것만큼 사람들이 아프지 않도록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이 자기 삶에 긍지를 갖지 못한다면 그것은 ...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하버드 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조지워싱턴 대학교 보건대학원과 고려대학교 보건과학대학 보건정책관리학부에서 일했고, 2022년부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 부교수로 재임 중이다.

의학과 역학을 이용해 차별 경험과 고용불안 등 사회적 요인이 장애인, 성소수자, 비정규직 노동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의 건강을 어떻게 해치는지 연구하고 있다. 환자를 치료하는 것만큼 사람들이 아프지 않도록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이 자기 삶에 긍지를 갖지 못한다면 그것은 사회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지체장애인, 발달장애인, 발달장애인 가족의 삶과 건강에 대한 장기 추적 관찰 연구와 이주민을 비롯한 취약계층 노동자의 근무환경과 건강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천안소년교도소에서 공중보건의사로 일한 이후, 재소자 인권에 대한 관심을 이어가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구금시설 건강권 실태조사」에 참여했다. 2014년 「인턴·레지던트 근무환경 연구」, 2015년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건강 연구」, 국가인권위원회의 「소방공무원의 인권상황 실태조사」, 2016년 「한국 성인 동성애자·양성애자 건강 연구」, 세월호 특조위의 「단원고 학생 생존자 및 가족 대상 실태조사 연구」, 2017년 「한국 트랜스젠더 건강 연구」, 2018년 「천안함 생존장병 건강 연구」, 「백화점·면세점 화장품 판매직 노동자 근무환경 및 건강 연구」, 2021년 「소방공무원의 COVID19 관련 근무환경과 건강 연구」, 2022년 「코로나19 취약계층의 건강불평등 연구」, 2023년 「LG전자 지체 및 뇌병변 장애인 접근성 개선 연구」 등을 진행했다. 삼성반도체 직업병 소송, 동성결혼 소송, 트랜스젠더 성별정정 소송, 군형법 위헌소송, 성폭력 생존자 PTSD 소송 등에서 법정 증언을 하거나 전문가 소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

지은 책으로 『아픔이 길이 되려면』, 『우리 몸이 세계라면』, 『미래의 피해자들은 이겼다』, 『오롯한 당신』(공저), 『우리의 상처가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공저)가 있으며, 옮긴 책으로 『장애의 역사』가 있다.

출판사 리뷰

혐오발언, 구직자 차별, 가난, 참사…
사회적 경험은 어떻게 피부 밑으로 스미는가
“말하지 못한 상처도 몸은 기억한다!”

사회역학자인 김승섭 고려대학교 보건과학대학 교수는 자신의 연구를 통해 차별 경험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야기한다. 취업 과정에서의 차별을 측정하기 위해 연구의 설문에서는 다음과 같이 질문했다. “새로운 일자리를 경험할 때 차별을 겪은 적이 있습니까?” 대답은 ‘예, 아니오, 해당사항 없음’ 3개 항목 중 선택이 가능하다. ‘해당사항 없음’은 구직 경험이 없는 응답자를 위해 만들어둔 항목이다. 이미 직장에 다니는 사람이라면, ‘예’ 혹은 ‘아니요’의 응답이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직장인 상당수가 ‘해당사항 없음’이라고 응답했다. 어떻게 된 일일까? 김승섭 교수는 ‘해당사항 없음’이라고 대답한 사람들의 건강 상태를 조사했다. 그러자 놀라운 결과가 나온다. 남성의 경우, ‘해당사항 없음’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차별이 없었다고 응답한 사람들과 건강에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여성들의 경우 달랐다. ‘해당사항 없음’이라고 답한 여성들의 건강상태는 차별을 받았다고 응답한 사람보다도 더 나쁘게 나타났다.


비슷한 또 다른 연구에서, 이번에는 다문화가정 청소년을 상대로 질문했다. “학교폭력을 경험한 뒤 어떻게 대응했습니까?” 응답자 중 김승섭 교수가 주목한 것은 “별다른 생각 없이 그냥 넘어갔다”라고 답한 학생들이었다. 이 학생들의 건강 상태를 조사했더니 이번에도 남녀 간에 극명한 차이가 드러났다. 여학생들의 경우, 별다른 차이가 없었지만 이번에는 남학생들에게서 차이가 나타났다. “별다른 생각 없이 그냥 넘어갔다”라고 대답한 남학생들의 정신 건강이 가장 나쁜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넘겨버렸던 경험이 실제로는 몸을 아프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차별이나 폭력을 겪고도, 말조차 하지 못할 때, 혹은 애써 괜찮다고 생각할 때 실은 우리 몸이 더 아프다는 것을 이 연구들은 보여준다. 저자 김승섭 교수의 표현을 빌자면 ‘몸은 정직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고용 불안, 차별 등 사회적 상처가 어떻게 우리 몸을 아프게 하는지, 사회가 개인의 몸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사회역학의 여러 연구 사례와 함께 이야기한다.

데이터가 말해주는 우리가 아픈 진짜 이유
“사회와 단절된 병이란 없으며, 몸은 사회를 반영한다!”

2000년에 남아프리카공화국 콰줄루나탈 시골 지역의 성인 기대수명은 52.3세였다. 남아프리카공화국 국민의 성인 기대수명은 61.4세로, 9년이나 차이가 났다. 당시 콰줄루나탈 시골 지역의 인구 중 29퍼센트는 HIV 감염인이었고, 빈곤한 그 지역주민들은 비싼 치료약을 대부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2004년, 콰줄루나탈 시골 지역 지역의 기대수명이 49세로까지 떨어졌고 남아프리카공화국 보건국은 공공 의료보험으로 HIV 치료약을 무상으로 제공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변화가 생겨난다. 7년 만에 평균 기대수명이 12년이나 증가한 것이다. 저자인 김승섭 교수는 이 연구를 소개하며, 질문한다. 그렇다면 이 마을에서 사람들이 죽었던 것은 개개인이 감염되었던 바이러스 때문이 아니라 이미 세상에 존재하는 치료약을 제공하지 못한 시스템 때문인 것이 아니겠냐고 말이다. 개인의 건강에 공동체의 책임을 질문한 것이다.
비슷한 관점에서 두 번째 사례를 볼 수 있다. 소련이 해체되면서 극심한 경제위기를 겪던 동유럽의 국가들은 IMF를 통해 구제 금융을 받는다. 그리고 이 시기에 동유럽 국가들의 평균수명은 급격히 감소한다. 결핵 사망률을 비교한 연구에서, IMF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이행한 국가들은 결핵 사망률이 상승 곡선을 탔다. 한편, IMF에서 구제금융을 받지 않았던 슬로베니아에서만 결핵 사망률이 감소했다. IMF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이행하면서, 공공 의료 시스템과 사회안전망에 투자하는 비용이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이 책에서는 말한다.


김승섭 교수는 “사회적 환경과 완전히 단절되어 진행되는 병이란 존재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 “인간의 몸과 건강을 어떻게 바라보고, 개개인의 삶에 대한 공동체의 책임은 어디까지”여야 하는지에 대해 묻는다. 최첨단 의료 기술의 발전으로 유전자 수준에서 병을 예측하고 치료하는 게 가능해지더라도, 사회의 변화 없이 개인은 건강해질 수 없다고 말이다.

한국의 건설노동자를 아프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암 발생을 초래할 수 있는 유전적 요인보다는 고용불안 속에서 안전장치 없이 하루하루 일해야 하는 위험한 작업환경일 테니까요. 허리가 아파도 병가를 쓸 수 없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에게 바로 옆 건물 병원의 의료기술은 과연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라 할 수 있을는지요.(66~67쪽)

이 책에는 저자가 직접 연구를 통해 수집하고 분석한 데이터를 다양한 그래프와 표로 정리해 수록했다. 기존 문헌에 있는 자료들의 경우 재가공해 실었다. 다양한 연구 사례들을 독자들이 한눈에 살펴볼 수 있게 돕는다.


소방공무원, 쌍용차 해고노동자, 세월호 생존 학생, 동성애자…
현장에서 이루어진 연구들, 함께 생존하고 함께 건강해지는 법을 말하다
“사회적 원인을 가진 질병은 사회적 해결책이 필요하다”

1. 해고노동자들에게 국가는 무엇이어야 할까
2009년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후, 직장점거 파업에 참가했던 노동자들의 50.5퍼센트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걸프전 참전 군인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유병률이 22퍼센트인 것을 감안하면, 그 심각성이 더 확연히 드러난다. 김승섭 교수는 쌍용차 해고노동자와 그 가족의 연이은 죽음을 지켜보면서, 해고노동자들의 건강 연구를 시작한다. 국내에서는 제대로 작용하지 못하는 ‘적극적 노동시장 프로그램’에 주목하면서, 실업이 왜 죽음으로 이어져야 하는지 국가를 향해 질문을 던진다. 공적 안전망이 부재한 한국사회에서, 해고 이후 적금이나 보험 등 사적 안전망마저 붕괴되면서 고용불안이 개인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야기한다.

2. 세월호 생존 학생 건강 연구부터 성소수자 건강 연구까지
이 책은 공중보건의사 시절부터 김승섭 교수가 걸어온 치열한 고민의 흔적들과 연구의 발자취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천안 소년교도소에서 재소자들을 만나면서 했던 고민들은 이후에 인권위원회의 ‘재소자 건강 연구’를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의과대학 시절, 인턴/레지던트의 수면 부족, 병원 내 폭력으로 대표되는 열악한 근무환경에 대한 문제의식은 연구자가 된 이후, ‘2014 전공의 근무환경 조사’로 이어졌다. 건강하지 않은 의사들이 진료하는 환자는 안전할 수 있을까?라는 문제의식을 담고 있으며, 의료과실 등 예민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이루어진 전공의 근무환경과 환자 안전에 대한 연구이다. 2016년에는 세월호 참사의 단원고 생존학생들과 가족들의 건강 연구를 하면서 안산에 상주했고, 심층 면접을 진행했다. 올해 동성애자 군인이 [군형법] 제92조의 6에 의해 유죄 판결을 받던 날에는 집회 현장에 서기도 했다. 글로 정리된 집회 발언이 이 책에 수록되어 있다. 최근에는 ‘레인보우 커넥션 프로젝트’라 불리는 동성애자 건강 연구와 트랜스젠더 건강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관련하여 이 책에서는 동성결혼 법제화가 동성애자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말하고 있다. 또한, 동성애를 질병으로 보거나 치료할 수 있는 대상으로 보는 것에 반대하며, 명확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한다. 트랜스젠더가 한국사회에서 쉽사리 성별 전환 수술을 할 수 없는 맥락을 짚기도 한다. 그 밖에 인종차별, AIDS 환자에 대한 한국사회 혐오의 정도를 OECD국가 간 비교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우리 사회 주요한 문제들을 합리적 근거와 함께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우리 사회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에 대한 질문도 던진다. 서로 돕는 공동체 문화가 심장병 사망률을 낮췄던 로세토 마을의 사례, 사회적 연결망이 기대수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사회역학의 연구 사례 등을 소개하며, 함께 건강하기 위해 공동체는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저자 김승섭 교수의 치열한 고민과 사유가 잘 묻어난 몇몇 문장들은 의미 있는 보도사진이나 한국 화가들의 작품과 함께 배치되어 있어 읽는 재미를 더했다.

종이책 회원 리뷰 (82건)

사회 역학 연구자의 아픈 세상 바로 보기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로얄 낭**녀 | 2023.11.23

아픔이 길이 되려면/김승섬/동아시아./2017

오래전 부터 한번 읽어 봐야지 하면서도 분명 마음이 불편해 질 것이 빤히 보였기 때문에 미루고 미루다가 숙제를 하는 기분으로 읽게 된 책입니다.

저자는 연세대 의학과 출신에 보건학으로 석박사를 마치고 사회역학을 전공으로 연구하고 있는 교수님입니다. 사회적 소수자들이 고용 불안, 차별 경험을 겪으면서 건강을 해치게 되는 상황을 주로 연구하여 발표한 정말 그간 너무나 열악했던 우리나라의 사회 역학 부분에서 노력하고 있는 학자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책은 크게 4 부분입니다. 첫번째는 차별, 가난, 자신의 몸에 대한 자의권의 말살 등으로 인해 우리 몸이 아프게 되는 기전에 대해서 잘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똑같이 차별을 경험했지만 그것을 인지하고 주변에 도움을 구할 수 있는 사회와 그렇지 않은 사회가 얼마나 천양지차인지, 이러한 사회적 배려로 인해 끔찍한 참사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그리고 불합리한 사회적 강제가 얼마나 사람을 죽음으로 내모는지 말이지요.

두번째는 저도 관심이 많은 부분입니다. 고용 불안과 위험한 작업 환경에 관한 이야기지요. 과거 원진 레이온과 석면 그리고 최근의 삼성 백혈병, 그리고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들의 과중한 노동으로 인한 의료의 질 저하와 안전을 지켜야 할 소방 공무원이 안전하지 않은 상황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당연히 알고 있는 일이고, 저도 병원 근무를 해 봤던지라 겪기도 했던 일이지만 지금도 크게 개선된 것은 없는 듯 하여 안타까운 심정입니다.

현대중공업 건물 담벼락에는 오래된 표어가 붙어 있습니다. 나라가 잘 되는 것이 우리가 잘 되는 것이고, 우리가 잘되는 것이 나라가 잘되는 것이다. 고 정주영 회장이 한 말이라지요. 그런데 반대편 담벼락에 등장한 표어가 이채롭습니다.

우리 회사에는 당신이 다치면서 까지 해야할 중요한 일이 단 하나도 없습니다.

저는 이 표어가 무척 반가웠고, 또한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과거 기업들이 처음에는 몰라서 나중에는 알았더라도 쉬쉬하고 감추었던 작업 환경의 열악함과 유해성이 결국엔 드러났고 이런 저런 대책들도 마련되었지만, 실제 이러한 작업환경이 사라지게 된 것은 이러한 공장들 상당수가 해외로 나가버렸기 때문입니다. 유럽과 미국에서 일본으로 그리고 우리나라로 그리고 중국으로 그리고 지금은 동남아와 북한으로 가고 있는 것이지요. 이 책에서도 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진정한 개선은 사실상 없었던 건지도 모릅니다.

결국 이러한 개선을 대기업에서 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사실상 인구 구조의 현격한 변화로 기업에 필요한 좋은 인력을 더 이상 구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절박함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자본주의를 유지하기 위해서 괴거에는 사람을 갈아넣었지만, 이제는 사람을 귀하게 대접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는 것을 현장에서 느끼게 되었던 것이지요.

황당하게도 이 문구에 대해서 노조 측 인사들은 별 반응도 없고, 심지어 비꼬는 듯한 댓글도 있었다고 합니다. 사실 우리 나라 노조의 역사는 IMF 이전과 IMF 이후로 극명하게 갈립니다. IMF 이전에는 대기업 노조에서 투쟁을 해서 임금을 올리면 다른 곳의 임금도 같이 비슷한 율로 올라가는 낙수효과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IMF 이후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이 극심해 지면서 힘쎈 정규직 노조는 자신들의 임금을 올리는 것에는 분투하고 시간외 수당을 받아 챙기면서 고임금 노동자가 되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와 함께 할 생각은 찾아보기 힘들고, 심지어 자신들이 일을 더할 수 있다며 새롭게 정규직으로 들어오려는 신규 채용에 걸림돌이 되기까지 합니다. 젊은 이들에게 제조업 현장은 워라벨을 추구하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기피 직종이 되었고, 거기에 제대로 쉬지 못하고 일할 것을 강요하는 그것도 사측에 의해서가 아니라 같은 임금 노동자들의 문화 자체가 그러한 환경이니 기업 입장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입니다. 이래서 이러니 저러니 해도 상황 인식 제대로 하고 돌파구를 찾는 것은 정부도 민간도 아니고 기업이라는 탄식이 절로 나오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게 됩니다.

세번째는 사회적 트라우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나라 역시 숱한 사회적 재난이 있었습니다. 서른살 즈음까지 대구에서 살았기에 상인동 가스 폭발 사건이나 지하철 참사도 바로 피부로 느꼈고(심지어 제 친구는 불이 처음 난 객차에 탔었습니다. 역에 멈춰 서면서 반대편으로 가던 객차에 옮겨 붙었고 실상 더 큰 참사는 그 객차에서 벌어졌죠. 친구와 저는 아무 것도 모르고 여행을 갔다가 저녁에 뉴스를 보고 알았습니다. 친구는 자신이 탄 객차에서는 다들 무사히 내렸는데 무슨 소리냐며 황망해 했었습니다 ㅜㅜ ) 삼풍 백화점에 세월호 사건에 이 책이 나올 때 쯤에는 아직 벌어지지 않았던 이태원 참사에 거슬러 올라가면 와우 아파트 풍괴에 성수대교 붕괴에 이르기 까지 그야말로 기적의 나라이면서 또한 참사의 나라였습니다. 그 숱한 기적 이야기 속에 참사 이야기는 묻혀 갔습니다. 이제 기적이 흔하다 보니 당연시 되어 피로도만 높아가게 되었죠. 거듭되는 참사 속에 사회적 안전망의 붕괴를 느끼면서 기쁨을 상실하고 불안해 하면서 사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네번째는 국가적 사회적 인식과 제도가 개개인에게 미치는 여러 영향들과 사회적 연결망의 절실함에 대한 것입니다. 총이 있어야 자신을 더 잘 지킬 수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화가 나도 총이 없으면 쏠 일이 없지만, 있으면 쏠 확률이 높지 않겠습니까. 이 책에서 제시한 여러 데이터까지 가지 않아도 당연한 일입니다. 제가 내내 속상해 했던 가습기 살균제 사건도 여기 언급되어 있습니다. 과거 미국에서 벌어진 유연 휘발류 사건, 담배 사건, 최근의 테프론 사건 등등 헤어릴 수 없는 많은 유해 물질로 인한 피해 이야기들은 지금도 전 지구적으로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건이 벌어지는 건 벌어지는 것이고, 사회가 보다 유기적이고, 타인에 대한 배려와 관심이 있는 곳이라면 이렇게 허망하게 결론이 났을까 싶기도 합니다. 유죄 판결도 나왔고, 어느 정도 배보상도 이루어진 것만으로도 진보라 할 만한 부분이 있지만 아직 갈길이 멀구나 하게 됩니다.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아진 사회입니다. 홀로 살 수 있게 된 것은 사회적으로 그만큼 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예전처럼 농사도 짓고 나무도 하고 길쌈도 하고 밥도 짓고... 아이가 없어서 육아를 하지 않는 상황이라 해도 이런 걸 다 혼자서하는 건 불가능하지요. 과거 사회의 결혼은 삶의 방편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으니 고독사가 흔해 지는 세상이 올 것이고, 곧 각 구청이나 동사무소마다 고독사 관리 부서와 공공 장례 부서가 생기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인구가 줄어들면서 점차 현재 누리고 있는 사회적 시스템도 한계에 도달하게 될지 모른다는 공포가 엄습할 때가 있습니다. 아무리 로봇으로 대체 된다고 해도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단 한번도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살아보지 않아서 제대로 그리는 건 불가능합니다만, 분명 훨씬 더 불편할 겁니다. 뒷 세대에게 짐이 되진 않을까, 그러지 않으려면 건강을 잘 유지해야지, 뭔가 좀 더 익혀서 오래 활동해야지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그러려면 정말 국가적 사회적 정책 안배가 시급합니다. 아, 그런데 이 나라 정치는 이 나라 언론은 도대체 어디에 촛점을 맞추고 있는 걸까요 ㅡㅡ;;

좋은 책 읽어놓고 엉뚱한 사변만 늘어놓았습니다. 제 이야기는 흘려 보시고 책은 꼭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가독성도 무척 좋습니다. 우리나라에 이런 분이 있어서 반갑고 기뻤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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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아픔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문* | 2023.07.04

북소리라는 연수로 알게 된 책입니다. 제목의 의미를 알게 되었을 때 꼭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나와는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나에게 너무 가까이 붙어있어 눈치채지 못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저자의 철학을 옆에서 말해주는 듯한 생생한 글이 좋았고 혐오에 대해 돌아보게 하는 말을 들이 많아 반성이 됩니다. 좋은 글이자 필요한 글을 써주신 저자님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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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아픔이 길이 되려면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정****6 | 2023.06.18

저자는 일본의 예를들어 정부가 피해자들에게 지진 등 재해가 발생시 외상후 스트레스를 해결하는 과정속의 경제적 지원을 충분히 한다고 언급합니다.
나만 아니면 되고 나만 편하면 된다는 사회구성원들의 인식 속에서 과연 내가 아니더라도 우리 사회 누군가가 내 가족을 돌봐 줄 수 있다면, 국가가 책임져 줄 수 있다면...서로를 신뢰하고, 서로를 도와 주며, 가난한 사람들은 있지만 진정한 가난은 없는 건강한 공동체를 대한민국 우리나라가 만들어 나가길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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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회원 리뷰 (12건)

구매 아픔이 길이 되려면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로얄 야* | 2022.10.22

김승섭 작가님은 의사일뿐만 아니라 사회역학자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사회역학이라는 학문은 자칫 생소하게 느껴지는데, 질병의 원인과 해결 방법을 사회적인 관점에서 찾는 것이라고 한다. 신생학문이라 잘 알려지진 않은 편인것 같다.

이 책을 통해 사회역학이라는 것이 있구나 알게 되었다.

왜 이 사람이 이러한 질병을 겪었는지에 대해 알아보고 이러한 원일을 해결하기 위해 사회가 어떤 식으로 바뀌어야 하는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각종 객관적인 조사들을 통해 알아보고 연구하는 것.

우리 사회에서 반드시 가져야 할 의문점들을 잘 제시해주는것 같다.

책 중에서 제일 인상 깊었던 구절이 있다.

'물고기 비늘에 바다가 스미는 것처럼 인간의 몸에는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의 시간이 새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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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아픔이 길이 되려면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f********y | 2020.06.29

김승섭 작가님의 아픔이 길이 되려면이라는 책은 사회를 둘러보고 싶은 마음에 여기저기 뒤져보다가  한번 쯤은 읽고 생각해볼만한 책이라 추천받아 구매한 책입니다.

참 제목도 멋있는 책입니다. 내용도 훌륭하구요.

다른분처럼 멋있는 리뷰를 남기진 못하겠어서 잠시 머뭇거리게 되는데요.

음.. 저 스스로는 인지하고 있지 못하지만 저 역시 기득권층의 무의식적 차별속에서, 사회가 내면화시킨 구조적 차별속에서 살아가면서 타인의 차별과 아픔은 조금 무감각했던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그들에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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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아픔이 길이 되려면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h*****1 | 2020.06.09

관련 분야의 책을 전혀 읽어본적이 없다.

강추가 많아 읽기 시작해본 아픔이 길이 되려면.

현 사회의 문제들을 사회역학으로 바라볼때 과거는 어땠고

현재는 이러하며 앞으로는 어떻게 가야 할지 서술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이야기가 참 마음이 아팠다. 항상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는

지켜주지 못한 그들. 

앞으로 다시는 이런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또한 살아남은 생존자들에게 , 

살아내고 있는 유가족에게 더 큰 아픔이 되지 않도록 우리모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하늘에 있는 그들이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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