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혜 저/박소현 역
루시 쿡 저/조은영 역
김백민 저
보선 저
임소연 저
리처드 로티 저/김동식,이유선 역
?? 인상 깊은 구절
- 이렇듯 인간이라면 기본적으로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여겨지는 일들도 손상된 몸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큰 도전이다. 그것을 해내지 못하는 스스로를 부끄럽게 여기지 않고 자신의 생을 존엄하게 여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현재 한국사회에서는 제도 내 장애인으로의 편입이다.
- '자립은 '의존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의존할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상태입니다. 세상이 장애인용으로 되어 있지 않으니 장애인은 의존할 수 있는 것이 무척 적습니다. 장애인이 너무 의존하는 게 아니라 의존할 게 부족하기 때문에 자립이 어려운 겁니다. 인간은 약함을 서로 보충하고 의존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면서 강해졌어요.'
- 나는 우리 모두가 각자의 서사를 쓰고, 그 이야기를 계기로 연결되었으면 한다. 처음에는 단지 비명밖에 기록할 수 없다고 해도, 이야기함으로써 다시 조직되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질환자들의 이야기들이 모이고, 우리 사회가 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때 의료의 주체인 질환자, 돌봄 당사자, 의료 종사자 간에 더 건강한 관계가 정립될 수 있다고 믿는다.
- 돌봄을 받기만 한 사람이 어떻게 자신과 타인을 돌보는 이로 자랄 수 있겠는가? 돌봄을 하찮고 거추장스러운 것으로 여기는 곳에서 교육을 받은 이가 어떻게 돌봄의 가치를 소중히 여길 수 있겠는가? 참된 배움은 책에 적혀 있는 진리가 아니라 삶의 진실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 감상
‘질병과 정신장애, 장애와 권리, 노동과 의료, 교육과 젠더, 혁명과 이주, 그리고 탈성장’.
사회적으로 논의되는 각 지점들에 관하여, 11명의 공동 저자가 써내려간 글. 오랜만에 읽는 사회과학 도서여서 공부하는 마음으로 평소보다 훨씬 더 집중하면서 읽었다. 알고 있는 것이 너무나도 적어 이러한 논의점들에 관해 목소리를 내고 표현하는 것이 실례가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짧게 몇 마디를 덧붙여보려 한다.
현대인들은 매일 수많은 글과, 영상 콘텐츠를 비롯해 다양한 정보에 노출된 채로 살아간다. 당장 네이버만 켜도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정치, 경제, 연예, 스포츠 등의 뉴스들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며, 해당 글에는 주로 찬성 VS 반대 파로 나뉜 댓글이 가감없이 ‘익명’ 자를 달고 달린다. 물론 많은 것이 디지털화되며 세상에 더 많은 정보가 드러나게 된 건 사실이지만, 현재의 상태는 과도하게 피로감과 회의감을 불러일으킨다.
음 그렇게 ‘치열하게’ 다투고 논의해야 할 지점들은 다른 것에 있지 않나. 우리가 이야기해야 할 논제들은, 그 본질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나. 많은 것이 공개되고 정보가 오고가는 지금이 나쁜 상황이라고만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언론의 생태계를 미비하게 알고 있는 내가 봐도 현재의 악순환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 사람들의 시선이 음지에도 가 닿을 수 있도록 조명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소중하고 더욱 더 많은 분들이 읽어보았으면 좋겠다고 느낀다.
*본 리뷰는 동아시아 출판사 서포터즈 6기로 도서를 제공받은 후,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처음에는 단지 비명밖에 기록할 수 없다고 해도, 이야기함으로써 다시 조직되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질환자들의 이야기들이 모이고, 우리 사회가 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때 의료의 주체인 질환자, 돌봄 당사자, 의료 종사자 간에 더 건강한 관계가 정립될 수 있다고 믿는다.
취약함을 가능성으로, 공존을 향한 새로운 질서라는 부제가 붙은 <돌봄이 돌보는 세계>
그동안 개선될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제대로 관심을 갖지 못했던 '돌봄'에 대해 다양한 생각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이 책은 질병, 장애, 권리, 노동, 의료, 교육, 젠더, 혁명, 이주, 탈성장이라는 열 개의 키워드로 열한 분의 글들이 실려 있다.
그들의 글을 통해서 곁에 있었지만 알지 못했던 수많은 돌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았다.
적극적으로 의존하고 돌봄을 받아야 하는 몸을 무능력과 수치로만 여기는 사회에서, 그런 '수치스러운 몸'이 된다는 공포는 죽음보다 삶을 두렵게 만들고 있다.
나이 들어가면서 질병이나 죽음과 자주 마주치는 일이 생긴다.
그리고 뜻하지 않은 사고로 몸이 정상적인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경우도 본다.
한 달 반이 넘는 시간 동안 다리 수술을 하는 바람에 꼼짝없이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된 동생을 돌보며 난생처음 휠체어를 밀고 다니면서 지금 내가 사는 세상이 몸이 불편한 사람들에게 정말 <<불편한 세상>>이라는 걸 느꼈다.
고르지 못한 보도블록, 버튼을 눌러야만 열리는 자동문,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는 화장실, 휠체어로 이동하기 어려운 대중교통.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던 불편함을 느껴보는 시간이었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 담긴 분들의 경험들이 남에 일 같지가 않았다.
자신에게 맞는 의존의 선택지가 적을수록 사람들은 사회생활에서 제한을 겪고 '약자화'된다.
집안에 아픈 사람이 있으면 자연 그 사람을 돌보는 일은 여성들의 몫이다.
불문율처럼 당연한 이야기였다.
처음엔 경제력의 유무에 달렸다고 생각했지만 똑같이 경제활동을 해도 환자는 거의 여성의 몫이었다.
병원 다니기와, 간호와 자잘한 병수발 모두가 여성의 몫이 가장 컸다.
그리고 그 돌봄은 당연시되었을 뿐 그 무엇으로도 환산되지 않았다.
그들의 노고와 그들의 시간은 그저 당연함일 뿐이었다.
그러나 그게 맞는 것일까?
문제는 의존하고 돌봄 받는 행위 자체가 아니라, 돌봄을 둘러싼 권력과 통제권이 그 핵심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내 경우를 이입해 본다.
만약 내가 없었다면 내 동생은 혼자 휠체어를 타고서 카페에 갈 수 있었을까?
카페에 갔다고 해도 셀프서비스와 키오스크가 대세인 세상에서 주문이나 제대로 할 수 있었을까?
걸어다는 사람들에게 맞춰서 설치되어 있는 키오스크는 휠체어를 사용하거나 키 작은 사람이 사용하기에는 터무니없이 높다.
셀프서비스는 다리가 불편한 사람이 사용하기에는 어려운 일이다.
세상이 편하게 변해가는 거 같으면서도 점점 더 불편한 거 같은 이유는 뭘까?
그건 '사람'이 배제되었기 때문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비장애인들을 위한, 그중에서도 가장 최신의 정보나 기기를 사용할 줄 아는 사람들에게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집과 동네만 어슬렁거리던 나의 세상에서 잠시 외유를 했던 세상은 모든 게 애플리케이션으로 이루어진 세상이 되었다.
앱 없이는 택시도 잡을 수 없고, 앱 없이는 결제하기도 어려운 세상이 되어있었다.
돌봄이라고 하면 질병이나 장애에 대한 돌봄을 우선 생각하겠지만 변화하는 세상에 재빠르게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돌봄은 필요하다.
급격하게 디지털화된 세상에서 디지털을 자유자재로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 역시나 돌봄의 대상이 된다.
아마도 돌봄이라는 단어에서 이런 생각을 떠올리지는 못했을 것이다.
질병과 노화는 살아가다 보면 마주할 수밖에 없는 일들이다.
우리 사회는 급진적 발전으로 인해 그 속도를 따라가는 사람들에게 최적화된 시스템을 갖췄다.
그것이 선진국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불릴 수 있겠지만 그만큼 소외되는 사람들이 많다는 데에는 생각이 미치지 못한다.
사회는 급속도로 성장했지만 그에 따른 법과 사람들의 인식은 미처 못 따라가고 있는 거 같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뿐만 아니라 사회의 발전 속도를 못 따라가는 사람들을 위한 제도가 보강되어야 한다.
이 책은 여럿이 읽고 생각을 나누고 싶은 책이다.
책을 읽은 사람들에게서 다양한 좋은 의견들이 나와 정말 사회 곳곳에 빛나는 아이디어로 채택되었으면 좋겠다.
불과 30~40년 전만 해도 우리에겐 동네 사람, 이웃사촌들이 즐비했다.
그들은 서로의 돌봄이었다. 품앗이라는 의미를 아는 세상이었다.
우리는 불과 30~ 40년 만에 그 모든 걸 잃었다.
다시 되찾을 방법은 없을까?
‘취약함을 가능성으로, 공존을 향한 새로운 질서’, <돌봄이 돌보는 세계>.
질병, 정신장애, 장애, 권리, 노동, 의료, 교육, 젠더, 혁명, 이주, 탈성장의 10가지 키워드로 돌봄에 대하여 말해주고 있는 책이다.
솔직히 팬데믹 이전에는 돌봄이 이렇게까지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는 않았던 것 같다. 초고령화 사회로 가는 분위기에서 대비해야하는 부분인데도 사실 한 켠에 쌓아두고 나의 일은 아니니까 하는 생각들이 대부분이였을 것이다. 그러다 팬데믹으로 모두 집 안에 머물게 되자 구멍이 도드라지기 시작하고 본격적으로 관련 내용으로 이슈화도 되고 도서들도 많이 나오고 있다.
다른몸들 기획으로 나온 이 돌봄에 대한 도서가 특별한 이유는, 이 안에 담긴 목소리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당사자들이, 때로는 정책을 실천하는 이가, 때로는 관련 연구자 등이 하나로 모여 이 안에 담아냈다.
심각한 내용이지만 비교적 쉽게 설명해주고 있어서 접근성 좋은 사회학 도서로 완성되었다.
_재난은 돌봄이 얼마나 절박하고 중요한 필수노동인지 깨닫게 만들었다. 그리고 팬데믹 3년을 겪고 있는 2022년 지금, 돌봄이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_p5
_일상에서 누가 어떻게 돌볼 것인가는 복잡한 정치적 문제이고, 많은 이에게 돌봄은 여전히 피곤하고 고통스러운 주제이다. 시장화된 돌봄과 취약한 돌봄의 공공성, 여전히 강고한 돌봄의 설별성, 돌봄이 보편이 아닌 특수로 규정되는 현실, 사회적으로 저평가된 돌봄의 가치, 돌봄 노동자의 저임금과 낮은 처우 등은 제대로 된 돌봄을 수행하는 것도, 받는 것도 어렵게 만든다.
결국 우리 사회에서는 누군가를 돌볼수록 그 자신도 취약해지는 구조에 놓이게 된다._p111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누구나 돌봄의 테두리 안에 있다. 이제는 그 기본 생리와 합리적인 정착을 애써야 하는 때이다. 그러기 위해 알아야하는 많은 것들이 들어있는 필독서 같은 책이였다. 모두 함께 하였으면 좋겠다.
_통상 결혼은 여성에서 돌봄노동의 증가를 의미하지만, 비혼인 경우에도 예외는 아니며 비혼여성 역시 가족 돌봄으로 인한 경력 단절을 겪는다._p114
_이용자가 요양보호사를 교체하는 데는 특정한 사유나 절차가 필요하지 않다. 센터장에게 교체를 요청하는 전화 한 통, 요양보호사에게는 “내일부터 나오지 마라”라는 말 한마디면 된다. 이 경우 요양보호사는 하루아침에, 때로는 영문도 모른 채 일거리와 임금이 끊긴다._p141
_모든 인간과 비인간 생명체는 돌봄을 주고받는 존재로, 돌봄을 통해서만 생존할 수 있다. 돌봄은 가치 있는 행위이지만, 돌봄‘노동’은 시간과 육체적, 경제적, 감정적 소모를 수반한다._p2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