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윤빈 등저
천선란 저
메그 엘리슨 등저/장성주,김승욱,조호근 역/조너선 스트라한 편
켄 리우 등저/장성주,김승욱,조호근 역/조너선 스트라한 편
-고깃덩이가 사랑을 떠올리는 여정-
이제 더 이상 하드 SF가 불모지가 아닌 시대다. 영화 <극한직업> 덕분에 테드 창(반쯤은 농담 같은 이유지만)이 유명해지고 SF 신간들이 줄줄이 출판되며 한국에도 잘 알려지지 않은 SF소설들이 출판되는 시대다. 그렉 이건은 SF팬들 사이에서는 굉장히 유명한 작가로 하드, 소프트를 떠나서 현세대 최고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는 작가다. 하지만 대표작인 <쿼런턴>이 오래전에 출판된 이후로 그의 작품은 잘 번역되지 않았는데 허블에서 ‘워프 시리즈’라는 이름으로 옛 SF고전들을 출판하기 시작했다. SF팬으로서 굉장히 반가운 일이다.
이 소설집은 굉장히 두껍다. 오랫동안 소개되지 않은 작가의 대표작들을 모아 놓으니 거의 500페이지에 달한다. 가장 좋은 건 수록된 소설의 질이 균일하게 좋다는 것이다. 특히 좋았던 두 작품을 간단하게 소개해보겠다.
<적절한 사랑>은 사랑하는 이의 뇌를 자신의 자궁에 보관하게 된 여자의 기구한 이야기다. 그러니깐 자기 아이처럼 남편을 품게 되는 것이다. 과학적으로 이것이 가능할지는 둘째 치더라도 이 설정과 가정 자체가 너무 잔인하고 끔찍하면서도 매혹적이다. 주인공 본인도 자신의 처지를 역겹게 생각하지만, 결코 사랑하는 이를 포기할 수 없었다. 약탈자 같은 자본의 속성과 아플 때 의료보험이 태클을 거는 미국 같은 나라에선 정말 크게 와 닿을 내용이라 생각한다. 이 소설도 쓰인지 20년은 넘은 소설임에도 현실의 냉혹함을 정말 잘 설명했다. 결말 부분에서 주인공은 자신의 자궁에 보관한 남편을 사랑하는 마음이 이성으로서 사랑하는 것인지 아니면 자식으로서 사랑하는 것인지 혼란스러워한다. 현실에서 존재할 수 없는 상황과 마음을 그려나감에도 인간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 작가의 역량을 제대로 보여주는 소설이다.
표제작인 <내가 행복한 이유>는 인간의 감정을 이루는 토대가 결국 몸. 그중에서 뇌의 일정 부분이라는 사실을 통렬하게 보여주는 소설이다. ‘나’는 어린 시절에 뇌에 생긴 종양으로 오랫동안 비정상적인 행복감에 빠져든다. 그리고 그 종양을 제공하자 나는 만성적인 우울감에 빠져든다. ‘나’는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해지며 이를 극복하려 여러 의료 실험에 동원되고 인공적인 방식(설명하기에는 매우 복잡하다)으로 이를 극복한다. 인간은 보통 인간의 의식과 몸이 따로 구분된다는 생각을 하고는 한다. 이 소설을 이러한 구분이 틀린 것이며 우리의 감정, 의식, 생각은 결과적으로 우리의 몸, 그중에서 뇌의 상태에 종속된다는 것을 아주 흥미롭게 그려내는 소설이다. 그렉 이건의 특징이랄까. 어떤 소설적 설정에 따른 현상을 잘 구현하며 이를 잘 장면화한다. 주인공 ‘나’가 갓 의료 실험을 마치고 모든 인간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는 장면은 단연 압권이다. 하필이면 이 소설이 앞머리에 있는 탓에 뒤에 소설도 이만큼 좋을 거로 생각을 했다. 당연히 아니었고 약간 실망을 하는 부당한 생각을 하기도 했다.
아 번역자도 빼놓을 뻔했다. SF소설은 유독 번역자 빨을 많이 타는 분야다. 번역자인 김상훈 씨는 국내에 소개된 테드 창의 책들을 번역한 작가라는 점에서 단연 믿음을 가지고 소설을 읽게 되었다. 모두 이 책을 읽어 보시길.
내가 행복한 이유
그렉이건이라는 작가를 몰랐고, 쿼런틴을 읽고 나서 다른 작품을 찾아보다가 알게 되었다. 하드 SF라는 장르에 대해서 막연하게 알고 있었지만, 이 작품집을 보니 어떤 것인지 명확하게 알 것같다. 예전에 읽었던 테드 창의 작품과도 비교되는 이유도 알것같다. 읽을수록 작가의 상상력과 지식이 놀라운 작품이었다. '그는 제대로 천재적으로 미쳤다.'
완독 챌린지 앱 <독파>를 알게 된 계기가 된 책은 바로 그렉 이건의 <내가 행복한 이유>였다. '김초엽 작가님과 테드 창에게 영향을 끼친 마스터피스'라니! 띠지만을 읽고 단박에 책을 선택한 것은 처음이었다, 또한, 이상하게 외국 sf를 읽을 때면 하루 이상이 걸릴 정도로 독서 속도가 느려진다고 느끼곤 했는데, 챌린지 앱 <독파>가 완독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읽는 게 다른 책만큼 편안하진 않았지만(페이지 수만 약 500페이지가 넘는다), 그만큼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대단한 책이었다. 이 책에는 총 11편의 단편이 등장하는데, 그 중 <적절한 사랑>, <내가 행복한 이유>, <도덕적 바이러스 학자>, <바람에 날리는 겨>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한다.
<적절한 사랑>은 사랑하는 남편이 사고를 당해 전신이 망가졌을 때, '나'가 경제적인 이유로 남편을 위해 '어디까지' 희생을 할 수 있고 이후 남편에 대한 사랑이 어떻게 달라졌는지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가 더 묘하고 이상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 이미 '나'의 선택권이 없는 희생과 이를 강요당하는 일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타인을 위한 신체적 희생은 대리모 등을 통해 실제로도 이루어지고, 그 대가는 알려진 것 이상이라고 전해진다. 뱃속의 무언가가 자라나는 새로운 생명이 아닌 '남편'이라는 괴리감, 그리고 심각할 정도의 신체적인 고통은 끊임없이 '나'에게 질문을 던진다. '대체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 '나'는 더이상 남편을 같은 눈으로 바라볼 수 없다.
<내가 행복한 이유>는 뇌에 종양이 자라나면서 그 부작용으로 항상 '기분이 좋은 상태'에 처한 주인공의 성장기를 그린다. 종양과 함께 자라온 소년은 암을 치료하고 종양을 제거받아 새로운 삶이 자신에게 주어졌는데도, 더 이상 기뻐하지 못한다. 자신과 함께하였던 '기쁨', 즉 '부작용'이 암과 함께 사라졌기 때문이다. 생명을 얻은 소년은 오히려 무기력함과 절망을 느낀다. 소년은 자라나 남자가 되고, 남자는 자신의 '행복'을 되찾기 위해 실험에 참가한다. 남자는 또 다시 '새로운 삶'을 얻었지만, '기쁨'에 의존하는 대신 그는 자신의 감정을 되돌아보기 시작한다. 기분 장애(우울증, 무기력증, 조울증 등) 역시 현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소재인데, 이를 극대화시켜 한 인간의 성장담을 써 낸 작가의 필력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누구나(그 정도는 차이가 있겠지만)기쁨의 순간과 절망의 순간을 맞이하고, 견뎌낸 후 다음 구간으로 들어서면서 성장해 나간다. '독특한 소재를 통한 삶에 대한 질문과 성찰'이 sf가 가진 진정한 매력이 아닐까.
<도덕적 바이러스 학자>는 사실 누구나 그 결말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주인공이 너무 현실적으로 '나쁜 놈(주인공은 종교의 이름을 빌린 극심한 호모포비아이다)'이기 때문이다. (snl에서 이를 풍자한 적이 있는데, 빌런 모임에서 히어로에게 해로운 어떤 광선을 만드는 건 정상으로 취급받지만, 현실적인 범죄를 저지르는 빌런은 철저히 배척당하고 경멸당하는 내용이다)누구나 그의 이론이 틀렸다는 것을 알 수는 있다. 하지만, 결말을 아는 장르에서 늘 그렇듯이, '어떻게'가 '엔딩'보다 더욱 중요한 법이다. 주인공 '쇼크로스'는 에이즈가 더 이상 동성애와 간통하는 자들을 '벌해서 사망에 이르게 하지' 못한다는 점에 분노해서 단 한 사람의 이성과만 관계를 맺을 경우에만 목숨이 보장되는(즉, 동성애와 간통을 극단적으로 처벌하기 위한) 바이러스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이것이 과연 신의 뜻일까? 신은 어째서 에이즈를 '사람을 죽이지 않는' 병으로 만들었을까. 쇼크로스는 단 하나의 변수를 깨닫고 마음을 돌린다.
그 어떤 두려움도 굶주림을 이길 수는 없다. 그 어떤 인내도 굶주림을 불식할 수 는 없다. 굶주림이 있는 곳에서 역겨움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미신이나 신념, 그리고 당신들이 아마 원칙이라고 부르는 것들조차도, 바람에 날리는 겨보다도 못하다.
진실과의 대면은 언제나 나를 설레게 한다.
<바람에 날리는 겨>는 이 책에서 문장이 가장 '낭만적'이라고 생각했던 파트이다. '나'는 '엘니도'라는 곳에 망명한 기예르모 라르고라는 생화학자를 찾아오라는 명령을 받는다. '나'는 유행하는 마약이 어떻게 유통되는지를 찾아 나서며 그의 뒤를 밟고, 생태계를 변화시킬 만큼 독특한 숲으로 이루어진 '엘니도'를 찾아 떠난다. 이때 '나'는 유전학자들이 마약 카르텔들과 결별한 채 자신들만의 유토피아를 건설하였으며 그 영역을 점차 넓혀 나가고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라르고가 망명을 택한 이유는 무엇이고, '나'는 라르고를 만날 수 있을까? 이 단편소설은 아름다운 문장들과는 달리 냉소로 가득하다. 단순하고 명쾌하게까지 느껴지는 결론은 오히려 존재의 의미를 냉랭하게 가로막아 버리는 것 같다. 그럼에도, 우리는 끝없이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한다. 나는 누구인지, 나다움은 무엇인지, 내가 되고 싶은 존재인 '나'는 누구인지.
이 책은 진입장벽이 조금 높아보일지는 몰라도, 그만큼 우리에게 많은 통찰과 sf의 매력을 안겨 준다. sf 특유의 신비로움과 독특함, 그리고 삶과 인간에 대한 철학이 적절하게 배합된 이 책은 sf의 팬이시라면 '반드시' 읽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sf 입문자시라면 조금은 어렵게 느끼실지도 모르겠다...)! 두께가 제법 있는데도, 남은 책장이 줄어든다는 게 너무 아쉬울 정도였다. sf 장르의 팬이 되면서 허블 출판사의 작품을 꼬박꼬박 챙겨보고 있는데, 이번에도 너무 멋진 책을 내 주셔서 감사할 뿐이다.
허블 출판사에서 출간된 그렉 이건 작가님의 작품 내가 행복한 이유 단권 리뷰입니다. 작성된 본 리뷰에는 주관적인 견해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네네 100% 페이백 대여 이벤트로 처음 알게 된 작품인데.. 처음엔 제목만 보고 어떤 분야의 작품인지 궁금했었는데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SF 장르 소설이라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아요 ㅋㅋㅋ 소재도 독특하고 이야기도 흥미로워서 잘 읽었습니다!
그렉 이건 작가의 <내가 행복한 이유>을 감상하고 남기는 리뷰입니다. 인상 깊은 작가인 테드 창이 극찬한 작가라고 해서 기대하면서 시작했습니다. SF 단편 모음집인데 약간은 난해하기도 하면서 독특하고 매력이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이런 기이한 상상력으로 글을 써내려 간 작가의 머릿속이 궁금해지기도 했습니다. 전체적으로 강렬한 작품들이 많아서 인상 깊었어요.
그렉 이건 작가님이 쓰신 내가 행복한 이유를 읽고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행복에 관심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특히 아주 어렸을 때부터 행복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탐구하고 연구하기를 좋아했던 사람으로서 이 책은 보자마자 구매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소재가 참신하긴 했지만 평소에 SF 소설을 좋아하지는 않아서인지, 낯설어서인지 끝까지 읽는 것이 쉽진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