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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미술관

잠든 사유를 깨우는 한 폭의 울림

박홍순 | 웨일북 | 2017년 5월 11일 한줄평 총점 7.0 (35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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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 철학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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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책 속으로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 물을지 모르겠다. 어떤 생각이냐가 중요하다. 우리가 하루 동안 하는 생각을 떠올려 보자. 대부분은 먹고사는 문제에 국한된다. 직장에서의 일, 점심이나 저녁으로 무엇을 먹을까, 가사와 연관된 생각 등이 대부분이다. (…) 일상의 습관적 사고에서 벗어나는 데서 철학적 사고의 가능성은 열린다. 매일 되풀이되는 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인데 ‘인간은 왜 사는가?’라는 질문이 나올 여지는 없다. 오직 매일 보는 인간관계에 적응하는 데 온 관심이 있는 상태에서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도 기대할 수 없다. 오늘의 삶이 변함없이 이어질 것이라 생각하면서 ‘죽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궁금해할 리도 없다.
p.36~37

마그리트의 문제의식은 그림 속에 소품으로 쓰인 책을 통해서도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거울의 오른편에 놓인 책은 그저 구색을 맞추기 위한 것이 아니다. 사람과 거울 이외에 유일하게 캔버스에 들어가 있는 사물이라는 점에서, 또한 자세히 보면 작가와 책의 제목까지 확인할 수 있도록 꼼꼼하게 그려놓았다는 점에서 당연히 화가의 의도를 드러내기 위한 장치로 봐야 한다. 추리소설의 창시자로 불리는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의 《아서 고든 핌의 모험》이다. 이 소설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도전이라는 상투적인 모험소설과 다르다. 도전보다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오는 충격과 공포가 가득하다. 갑판 밑 창고에 숨은 핌이 밀실 공포와 악몽에 시달리고, 끔찍한 살육을 동반한 선상 반란이 일어나 죽을 고비에 처하며, 배가 난파되어 표류되는 상황을 맞이하기도 한다. 특히 사람들을 충격으로 몰아넣고 큰 화제가 된 장면은 죽음의 제비뽑기다. 네 명이 작은 구명보트에 의지해 표류하는 과정에서 굶주림을 견디지 못하자 제비뽑기로 한 사람을 죽여 식량으로 삼는다.
p.45~46

홀바인의 그림에서처럼 왜곡된 형상만 우리를 속이는 것이 아니다. 광고든 정치든 현대사회에서 주변에 널려 있는 이미지가 실제의 사실을 감추거나 왜곡함으로써 속인다. 누구나 기업 광고는 어느 정도 과장과 왜곡을 포함한다고 예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고 이미지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자기도 모르게 받아들인다. 자동차 소비만 해도 그러하다. 한국에서 생산된 자동차도 이제 웬만해서는 10년 정도 사용할 수 있는 내구성을 지닌다. 하지만 채 몇 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새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같은 차종이고 기능이 거의 달라지지 않았는데, 단지 이미지만 조금 바뀌어도 그렇다. 앞과 뒤의 등 모양을 비롯하여 약간의 외형만 바꾸고 광고를 통해 멋진 분위기를 연출하면 구매 욕구가 자극된다.
p.79

도미에, 로트렉, 르누아르, 드가 등 우리에게 친근한 많은 화가의 작품에서 세탁부의 모습을 흔하게 만날 수 있다. 피카소도 파리에 정착한 초기에는 다른 가난한 화가와 마찬가지로 몽마르트 언덕의 빈민가에 작업실을 마련했다. 30여 명의 가난한 화가의 작업실이 모여 있던 건물이었다. 매우 낡아 흔들리는 모양새가 세탁부들이 빨래터로 쓰는 강변의 낡은 배와 비슷하다고 해서 ‘바토-라부아르’, 즉 세탁선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 20세기에 접어들어 도시에 상하수도 시설이 보급되고 나서는 점차 사라진 옛 풍경이 되었다. 슬론의 <옥상의 햇볕과 바람>처럼 각 가정에서 빨래를 하고 옥상에 너는 모습으로 변했다. 이 사소하고 평범한 광경 하나조차도 그 안에 결코 가볍지 않은 많은 사정과 사회 변화를 담고 있는 것이다. 늘 접하는 일상의 빨래지만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고 연관관계를 찾으면 사회 전체의 구조나 시스템과 만나게 된다.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하거나 빨래를 하기 위해 무심코 수돗물을 튼다. 하지만 수도꼭지에서 물이 나오는, 지극히 사소하고 당연한 현상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거대한 사회구조가 필요하다.
p.112~113


제라르는 다비드의 제자이기도 하다. 스승의 영향을 받아 신고전주의 화풍으로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그림으로 나타난 그녀의 모습은 전혀 딴판이다. 고결함과 정숙함은커녕 한눈에 요염하다 못해 농염한 자태다. 몸을 살짝 틀기는 마찬가지지만 등을 돌리고 접근을 거부하는 다비드의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 가슴이 한껏 앞으로 향해서 그림을 보는 사람에게 바짝 다가선다. 눈을 살짝 치켜뜨고 입술에 보일 듯 말 듯 웃음을 머금은 표정이 앞에 있는 남성을 유혹할 기세다. (…) 감각적 성행위의 즐거움을 포기하고, 절제하는 삶을 살라는 충고는 점차 현실적 설득력을 잃었다. 즐거움을 주지 못하는 행위나 도덕적 경건주의가 갈수록 사람들에게 환영을 받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레카미에 부인에게 다비드는 육체적 욕망을 벌레 보듯이 하는 고루한 노인네로 보였을 것이다.
p.212~213

마그리트가 <새를 먹는 소녀>를 통해 ‘이게 뭐 어때서?’라는 말을 던질 만하다. 닭·돼지·밍크의 사례를 진지하게 고려할 때 그림 속 소녀를 비정상이라고 손가락질할 자격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될까? 만약 이 소녀를 비정상이라고 한다면 우리 모두도 비정상에 포함되어야 한다. 우리가 정상이라면 소녀도 정상이다. 그만큼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구분 자체가 지극히 자의적이다. 자의성이 단순히 개인의 주관적인 인상 차원이라면 그리 심각한 문제는 아니다. 인류는 사회적 강자나 다수가 생각하는 바를 기준으로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고, 비정상에 대해서는 사회적 조롱과 비난, 배제와 격리를 거듭해 왔다. 철학과 종교는 이론적·윤리적으로 이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담당해 왔다.
p.235

초상화와 풍속화에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 네덜란드 화가 프란스 할스의 <책 읽는 소년>의 모습이 일상에서 낯선 모습이 된 지 오래다. 책 읽는 사람을 묘사한 그림은 많지만 대부분 우아한 자세로 책을 ‘들고’ 있는 여인이다. ‘읽고’ 있는 경우는 좀처럼 만나기 어렵다. 그런 면에서 <책 읽는 소년>은 색다르다. 시선을 글에 고정한 채 푹 빠져 있다. 입도 살짝 벌어져 있어서 인상적인 구절을 입으로 곱씹으며 읽는 중인 듯하다. 주변에 잡다한 배경이나 가구가 없어서 적어도 이 순간만은 이 세상에 소년과 책만 있다. 할스 특유의 생생함이 잘 묻어난다. (…) 유엔이 발표한 청소년 연간 독서량을 보면 미국?프랑스?일본 등 주요 국가들은 5~6권, 한국은 0.8권이다. 경제 규모는 세계 10위를 자랑하지만 191개국 중 166위로 사실상 꼴찌다. 청소년이 이 정도니 성인은 더할 것이다.
p.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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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저자의 말 : 생각하는 사람이 되기 위하여
Chapter 1. 변화를 생각하는 사람
붓을 든 철학자가 있었다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
오늘 같은 내일을 기대하지 말라
Chapter 2. 무지를 생각하는 사람
확실하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
내가 아는 것은 오직 내가 모른다는 것뿐
세상만사를 의심하라
Chapter 3. 기호를 생각하는 사람
이게 진짜 파이프라면 불을 붙여보시오
이미지는 현혹하고 당신은 미끼를 문다
언어의 감옥에서 탈출하는 법
Chapter 4. 관계를 생각하는 사람
나와 상관없는 일은 하나도 없다
수도꼭지를 틀 때마다 국가와 만난다
영화관에서 당신은 안전한가
Chapter 5. 모순을 생각하는 사람
날마다 살며 날마다 죽는 인간
너는 나를 부정하라, 나도 너를 부정할 테니
팽팽한 갈등 속에 역사는 나아간다
Chapter 6. 개별성을 생각하는 사람
정말로 머리빗보다 침대가 중요한가
이 세상에 ‘산’이라는 산은 없다
함부로 뭉치거나 함부로 소속되지 말라
Chapter 7. 욕망을 생각하는 사람
쾌락이 정신병이던 시절
나의 초상화를 정숙하게 그리지 마세요
왜 성욕에만 시민권을 안 주는가
Chapter 8. 비정상을 생각하는 사람
당신은 닭을 어떻게 먹습니까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는 누가 정할까
거인이 되어 세상을 내려다보라
Chapter 9. 예술을 생각하는 사람
단서는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무의식이 외치는 소리
예술이 발을 달고 땅을 딛다
Chapter 10. 세계를 생각하는 사람
24시간은 평등하지 않다
누가 시인을 빼앗아갔는가
철학의 힘을 한번 믿어본다면

상세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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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저 : 박홍순
글쓰기와 강연을 통해 사람들을 미술과 인문학으로 안내하는 일을 하고 있다. 앞만 보고 전력 질주하느라 성찰의 시간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고전과 미술 등을 매개로 인문학을 벗으로 삼도록 하는 데 애착을 갖고 있다. 특히 인문학이 생생한 현실에서 벗어나는 순간 화석으로 굳어진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일상의 사건과 삶에 밀착시키는 방향으로 글을 써왔다. 그동안 쓴 책으로는 서양 문명의 근간이 된 그리스 신화를 통해 새로운 인문학적 사유를 전달하는 『인문학으로 보는 그리스신화』, 옛그림과 선현들의 글로 오늘의 자신과 세상을 돌아보도록 돕는 『옛그림 인문학』, 인문학적 시각으로 방대한 ... 글쓰기와 강연을 통해 사람들을 미술과 인문학으로 안내하는 일을 하고 있다. 앞만 보고 전력 질주하느라 성찰의 시간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고전과 미술 등을 매개로 인문학을 벗으로 삼도록 하는 데 애착을 갖고 있다. 특히 인문학이 생생한 현실에서 벗어나는 순간 화석으로 굳어진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일상의 사건과 삶에 밀착시키는 방향으로 글을 써왔다.

그동안 쓴 책으로는 서양 문명의 근간이 된 그리스 신화를 통해 새로운 인문학적 사유를 전달하는 『인문학으로 보는 그리스신화』, 옛그림과 선현들의 글로 오늘의 자신과 세상을 돌아보도록 돕는 『옛그림 인문학』, 인문학적 시각으로 방대한 서양 미술사를 풀어내며 진정한 미술 감상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지적 공감을 위한 서양 미술사』, 다양한 소재로 인문학적 관점을 기르는 『저는 인문학이 처음인데요』, 『헌법의 발견』, 『일인분 인문학』 외 다수가 있다.

출판사 리뷰

시각으로 들어와 생각으로 움튼다!
철학의 길에 놓인 그림의 이정표들

‘내가 과연 잘 살고 있는 건가.’
수많은 타인의 시선에 갇힌 채 먹고살기 바쁜 일상의 반복 속에서 문득 궁금할 때가 있다. 무엇을 위해, 이렇게 살고 있는가. 한 번뿐인 인생에 한순간이라도 온전히 나 자신으로 돌아가,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싶을 때가 있다. 답답한 생각의 벽을 허물고 싶을 때가.

철학이 필요한 순간은 그렇게 느닷없이 찾아온다. 복잡하고 까다로운 이론을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과 세계에 대한 본질적인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인류는 철학적 사유를 축적해 왔다. 인간으로 태어나 필연적으로 마주치는 그 질문들을 피하지 않는 사람만이 자신과 세계를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철학을 만날 때, 미술은 친절한 안내자가 된다. 좋은 그림은 시각으로 들어와 생각으로 움트기 때문이다. 이 책은 특히 ‘붓을 든 철학자’라 불리는 르네 마그리트로부터 생각의 가지를 뻗는다. 그리고 이어서 마주치는 여러 화가들이 하나씩 생각의 잎을 피우게 한다. 그 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밑줄 치거나 외우지 않았는데도 어느덧 품에 안긴 생각의 열매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철학은 한때 미술의 연인이었다!
그림을 따라 확 터지는 생각의 물꼬

마그리트의 <새를 먹는 소녀>를 보면서 우리나라의 치킨 소비량을 걱정해본 적이 있는가? 드가의 <허리를 숙인 발레리나>를 보면서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는 영화 대사를 떠올려본 적이 있는가? 피카소의 그림들을 보다 문득, ‘너 자신을 알라’던 소크라테스의 말이 연상되지는 않던가?

아름답고 신비로운 미술 작품을 앞에 두고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화가들은 예부터 선과 면과 색을 통해 생각보다 많은 ‘단서’를 그림 안에 숨겨놓았다. 그 단서들은 비교적 노골적일 수도 있고, 어느 정도 뚜렷한 힌트를 주기도 하며, 전혀 생각지도 못한 반전과 복선을 예고하기도 한다. 마치 추리소설처럼.

그렇다면 한 폭의 그림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는지 어떻게 알아낼 수 있을까. 《생각의 미술관》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미술 작품에서 발견한 하나의 단서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다양한 모습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미술 작품과 인문학을 여러 각도에서 꾸준히 접목해온 저자 박홍순은 이 책에서 ‘그림을 보고 가만히, 생각에 꼬리를 무는 과정’ 자체를 철학이라 정의한다. 그리고 수많은 철학자의 난해한 개념을 외우는 데서 벗어나 독자 스스로 자유롭게 사유하는 길을 안내한다. 그 길에서는, 전시회에 변기를 내놓고 <샘>이라고 이름 붙인 뒤샹과 소설《1984》의 작가 조지 오웰이 연결되며, 다림질하는 여인을 그린 로트렉의 작품이 커피농장의 인권으로까지 확장되기도 한다.

한 장의 그림이 철학적 사유의 소중한 텍스트가 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훌륭한 화가는 ‘한 폭의 철학’을 그리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모든 철학은 미술의 연인이라는 것도.

종이책 회원 리뷰 (33건)

그림으로 철학을 공부한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눈* | 2023.06.25

민음사에서 기획한 체코 작가 밀란 쿤데라 전집에서는 표지에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을 담았습니다. 마그리트의 작품을 처음 만났을 때는 꽤나 당혹스러웠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벨기에의 초현실주의 화가 마그리트의 작품들은 인상과 언어, 사물 사이의 관계를 다룬 작품과 사물의 미묘한 부분을 뒤틀어 표현한 작품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합니다. 초현실주의 화가로 분류는 하지만 살바도르 달리나 호안 미로 등 같은 시기에 활동했던 초현실주의 화가들과는 다른 느낌을 준다고 합니다.

 

생각의 미술관은 박홍순 작가의 작품입니다. 박홍순 작가는 글쓰기와 강연을 통해 사람들을 미술과 인문학으로 안내하는 일을 하고 있으며, 앞만 보고 전력 질주하느라 성찰의 시간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고전과 미술 등을 매개로 인문학을 벗 삼을 수 있도록 하는데 애착을 가지고 있다라고 소개됩니다. 그의작품으로는 생각의 미술관을 처음 만났는데, 읽어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잠든 사유를 깨우는 한 폭의 그림이라는 부제가 달린 것처럼 저자는 이 책을 통하여 철학적으로 생각하는 법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사실 철학은 살아가는 방도를 알려주는 깨닫게 만들어주는 학문입니다. 그런데 저자에 따르면 철학은 배워서 얻어진다기보다는 철학적으로 생각하다보면 저절로 깨닫는 바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미술작품은 아주 철학적으로 생각하는 연습을 하는데 있어 훌륭한 안내자라고 합니다. 특히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들은 애초에 화가의 의도가 여기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안성맞춤이라고 했습니다.

 

생각의 미술관에서 저자는 모두 열 점의 마그리트 작품으로부터 시작하여 그림, 소설, 영화, 연극 등 다양한 작품들을 인용하여 철학적 화두를 이끌어갑니다. 목차에서 보는 것처럼 모두 열 가지 유형의 사람에 관한 철학적 사유를 펼치고 있는데, 1변화를 생각하는 사람에서는 헤라클레이토스의 다리, 2무지를 생각하는 사람에서는 금지된 재현, 3기호를 생각하는 사람에서는 이것은 파이프가 아닙니다, 4관계를 생각하는 사람에서는 골콘다, 5모순을 생각하는 사람에서는 빛의 지배, 6개별성을 생각하는 사람에서는 개인적 가치, 7욕망을 생각하는 사람에서는 음울한 마법, 8비정상을 생각하는 사람에서는 새를 먹는 소녀, 9예술을 생각하는 사람에서는 붉은 모델, 그리고 10 세계를 생각하는 사람에서는 꿰뚫린 시간을 인용하여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각 장은 세 꼭지의 글로 구성되었습니다. 첫 번째 꼭지는 마그리트의 그림에서 철학적 이야기 거리를 가져옵니다. 두 번째 꼭지에서는 해당 주제와 관련된 그림, 영화, 소설 등을 인용하여 이야기 거리에 의미를 더하고 세 번째 꼭지에서는 결론으로 이끌어갑니다. 한마디로 대단한 이야기꾼을 만났구나 싶었습니다.

 

열 점의 작품들 가운데 골콘다꿰뚫린 시간등 두 작품만이 본 기억이 있고 나머지 작품들은 이 책을 통하여 처음 만나게 되었습니다. 마그리트가 남긴 작품이 얼마나 되는지 찾아볼 수 없었지만 2020년 인사동에 있는 인사 센트럴 뮤지엄에서 열린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에서 회화, 사진, 다큐멘터리 등 총 160여점에 달하는 작품을 멀티미디어를 통해 입체적으로 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다음 대목을 인용하고 있어 남겨놓습니다. “살짝 열린 좁은 문틈으로 깊숙이 원경이 보이는 호흐의 그림에서처럼, 아주 멀리에서 다른 색조를 띠고 스며든 비단빛 같은 질감으로 소악절이 춤을 추는 목가풍 삽화 같은 모습으로, 다른 세계에 속하듯 끼어들었다. () 소악절에서 지성으로 내려 갈 수 없는 의미를 찾고 있었으므로, 가장 내밀한 영혼으로부터 모든 논리적인 장치를 벗겨내고 영혼을 홀로 복도로 보내 음의 모호한 여과기를 통과하게 하면서 얼마나 낮선 도취감을 느꼈던가!” 저자는 이 대목이 네덜란드 화가 피터 데 호흐의 여인 앞에서 편지를 들고 있는 남자와 관련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유예진이 쓴 프루스트의 화가들에서 나오지 않은 대목이라서 찾아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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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6025] 생각의 미술관
내용 평점3점   편집/디자인 평점3점 |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h*****p | 2020.04.16

본질상으로는 구분될 수 없는, 같은 체계 안에 존재하는 의식의 상태를 우리가 감성과 이성이라는 인위적 개념으로 구분했다고 이해하는 것이 보다 정확하다.


마그리트의 그림을 매개로 하는 철학은 무엇을 하는 학문인가에 대한 책이다. 고등학생이나 대학초년생의 철학세미나 용도에 적합하다(오히려 서양철학사를 기반으로 한 책보다는 이런 책이 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단 그말은 철학적인 화두에 대한 소개와 요약만 있을 뿐, 깊이는 없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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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배우는 철학하기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눈* | 2019.12.02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특별한 방법이 있느냐고 물어볼라치면, 보다보면 가슴에 뭔가 울림이 있을 것이라는 답을 듣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슴에 뭔가 울림이 오는 그런 그림을 만나보지 못한 것을 보면 저는 여전히 미술작품을 감상할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초보 축에도 들지 못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구나 하는 자괴감 같은 것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슨 방법은 없는지 찾아 헤매고는 있습니다.

<생각의 미술관>은 삶의 근본이 되어야 한다는 철학적 소양을 쌓는 방법으로의 그림감상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현대미술은 철학에 대한 일정 수준의 배경지식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특히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은 애초에 그림을 통하여 철학을 하고자 했기 때문에 이런 목적의 그림감상에 안성맞춤이라고 합니다. 미학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적지 않은 숫자의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억에 남기로는 민음사에서 내놓은 밀란 쿤데라의 작품 전집을 구성하는 소설마다 마그리트의 그림을 표지에 담고 있었기 때문에 유심히 보았던 것 같습니다.

어떻든 저자는 그림을 통하여 변화, 무지, 기호, 관계, 모순, 개별성, 욕망, 비정상, 예술, 세계 등 ‘열 가지의 주제를 생각하는 사람’을 화두로 이야기를 풀어냈습니다. 큰 제목이 적힌 쪽을 넘기면 그 다음 장에는 해당 주제에 관한 문제제기를 마그리트의 그림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어서 보다 깊이 있는 내용으로 주제를 심화시키거나 인식의 지평을 확장하기 위하여 다른 화가의 작품을 인용하기도 합니다. 흔히 무언가를 배우기 위한 방식으로 사용하는 배경지식의 암기보다는 철학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을 배울 수 있도록 했다는 것입니다. 즉, 고정관념에서 탈피하기 위하여 어떤 발상이 필요한지, 생각을 어떤 방향으로 향하도록 해야 하는 지 등을 보여주려 했다는 것입니다.

책을 읽어가다 보면 저자의 이런 기획의도가 잘 드러나는 글쓰기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가끔은 충돌하는 개념도 없지 않은 듯하며, 특별히 거론하지 않아도 될 듯한 점을 일부러 짚어낸 듯한 부분도 없지 않습니다. ‘무지를 생각하는 사람’편에서 고야의 ‘마녀의 집회’와 ‘산 이시드로 순례행렬’을 인용하여 당시 스페인 사회의 분위기를 설명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기독교가 지배하고 신분제도가 존재하던 당시에는 무지가 강제되던 시절이라고 설명합니다. 일종의 우민화 정책으로 일반인을 문맹 상태에 머물도록 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문맹이라는 개념과는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어 무지에서 벗어났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그렇듯이 넘쳐나는 정보의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교육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문맹보다 나을게 없는 세상이 아닐까요? 이런 상황을 디지털 문맹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요? 이어서 ‘관계를 생각하는 사람’편에서는 현대사회가 경쟁을 강제하는 사회라는 비판적 시선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경쟁을 회피하는 사회는 결국은 또다른 우민화정책이라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언제부터인가 경쟁은 나쁜 것이라는 인식이 우리국민들 사이에 광범위하게 심어져 있습니다. 경쟁은 나쁜 것이라고 단정지어야 하나요? 긍정적인 면은 없을까요? 따지고 보면 모든 생명체, 동물은 물론 식물까지도,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 경쟁에서 이겨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숙명을 가진 것인데, 경쟁은 나쁜 것이라는 인식을 굳힌 것이 과연 잘 한 것일까요? 요즈음 세상이 돌아가는 것을 보니, 그런 주장이 나온 배경에는 다른 생각이 있었던 것은 아닌가 싶은 의혹까지도 생기는 판입니다. 경쟁은 필요하지만, 다만 자족할 수 있다면 불필요한 경쟁에 휩쓸리지 않을 것이라는 교육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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