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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03일
B급며느리
지금은 또 이런 트렌드인가보다..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큐멘터리 영화로 흥행하기도 했고 '고부갈등'에 있어 며느리가 자신의 의견을.. 혹시 여자가 본인의 권리를 주장하는 책들이 눈에 많이 보인다.
온라인서점에서는 인스타툰이였던 '며느라기'와 'B급며느리' 등 이런 스토리의 책을 묶어서 판매하는 것까지 나왔다. 지금은 또 이런 흐름인 것이다.
B급며느리.
며느리에 등급이 어디있을까.
있다. 시어머니 혹은 시댁의 니즈를 충분히 만족시킬 수록 그녀들의 등급은 올라간다. 그런데 그 등급이 무슨 의미가 있나..
책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에세이로 며느리가 된 이후의 연혁까지 상세하게 싣려있다. 영화는 다큐멘터리 영화로 편집이 되었을 뿐 정말 상황을 충실하게 반영하고 있다. 고부갈등으로 시작된 가족간의 다툼과 부부싸움 등등.. 사실 영화는 예고편만 보았다.예고편만으로도 고구마와 사이다에서 줄타기하는 느낌이 강해서 중간에 일시정지 버튼을 눌렀다.
영화에는 차마 담기지 못했던 더욱 더 상세한 B급며느리의 일화가 에세이에 담겨있다.명절에 시댁에 가지않는 며느리.
엄마와 와이프 사이를 조율하지 못하는 아들.
본인 주관이 너무 뚜렷한 며느리, 진영.
그리고 시어머니의 표본인 어머니.
정말 일상에서 너무 쉽게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인데 이렇게 3자를 통해 투영해서 보니 민낯을 그대로 보는 것 같아 속이 쓰렸다.
책 중반부에는 시어머니가 며느리였을 시절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렇다. 그녀도 며느리였다. 안타까움과 미안함 그리고 배신감도 들었다.
책 마지막..
후기에는 이제 며느리는 명절에 시댁을 간다고 말했다. 서로의 경계선을 지키는 사이가 된 것이다. 존중이라고 해야할까. 휴전이라고 해야할까.
책 후기에는 영화 촬영시 스텝들의 후기도 나온다. 감독의 일상생활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궁금했는데 후기가 더 재밌었다. 그리고 당당히 그녀의 그의 이야기를 꺼낸 B급며느리 저자와 주인공, 진영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올해 본 영화 중에 단연 웃겼던 건 《B급 며느리》였다. 영화는 감독의 "나는 이상한 여자와 결혼했다."라는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B급 며느리》는 감독의 아내 김진영과 시어머니 조경숙 여사의 고부 갈등을 리얼하게 다루고 있다. 김진영은 이번 명절에 시댁에 가지 않았다며 너무 좋았다고 유쾌하게 말한다. 감독 선호빈은 대체 왜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대립하는지 이해할 수 없어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었다. 그들을 이해하고 싶어서. 아내와 어머니 사이에 끼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가 영화에 생생하게 담겨있다. 급기야 감독은 정신과를 방문하기도 했다. 그곳에서 그는 이것은 전형적인 고부갈등이라는 말을 듣고 안심한다. 자신은 미친 게 아니라는 뜻이었으므로.
책 『B급 며느리』는 영화에서 다 하지 못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들이 부부가 되기 전의 이야기부터 어쩌다 부부가 되어 이 고생을 하며 살아가는지 유쾌한 필치로 그리고 있다. 영화를 재미있게 봤으므로 책도 당연히 즐거울 것이라고 기대했다. 책은 술술 넘어간다. 영화를 보고 책을 읽어보기를 바란다. 아니면 책을 먼저 읽고 영화를 봐도 괜찮다. 책과 영화에서 우리가 만날 수 있는 건 이상한 여자가 아닌 한 여자 김진영이다. 그녀는 사법 고시를 준비하는 재원이었다.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지만 잘 웃고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분명한 사람이다. 감독은 어린아이처럼 웃는 김진영에 반해서 밥을 먹자고 했다.
밥을 먹으면 차도 마셔야 하는데 김진영은 정말 밥만 먹고 돌아선다. 그러고서 먼저 연락을 하는 법이 없었다. 연애를 하는 자들 특유의 간섭과 집착이 그녀에게는 없었다. 연애만 자유롭게 할 생각이었던 그들은 해준이가 생기는 바람에 두 달 만에 급하게 결혼했다. 처음에는 그녀도 시집에 가서 음식을 했다. 부모님이 대전에서 서울로 올라오시면 해준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갖게 했다. 감독 선호빈의 부모는 대한민국의 전형적인 부모다. 손자를 지극히 사랑하고 집안의 대소사가 있으면 먼저 챙겨서 집안을 진두지휘하는 사령관 스타일의 시어머니와 김진영은 이내 대립한다.
김진영은 김치를 싫어하는데 시어머니는 김치를 자꾸 갖다 준다. 해준이의 옷을 바꿔 입혀 보낸다. 시동생에게 도련님이라고 말해야 한단다. 싫어요를 말하는 김진영을 시어머니는 이해할 수 없다. 김진영은 선언한다. 시댁에 가지 않겠다고. 대신 손자를 끔찍이 여기는 시어머니를 위해서 비무장 지대인 고모 집으로 아들 해준이를 보낸다. 책에서 만난 김진영은 영화보다 좀 더 솔직하고 재기 발랄한 사람이었다. 자유롭고 삶을 사랑한다. 웃기기까지 한다. 김진영 어록을 만나보자.
·(전어구이 파는 음식점 앞에서) 며느리는 왜 맨날 집 나가?
·시댁 가면 저는 손님입니다. 손님 대접을 해주세요.
·그냥 지금 이대로 안 보고 사는 게 좋아요.
·A급 며느리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
·오빠 부모님은 오빠가 효도해.
·제사에 며느리가 꼭 가야 되는 거야? 오빠 할아버지잖아?
·명절에 시댁에 안 갔어요. 그래서 완벽한 명절을 보냈죠.
(선호빈 『B급 며느리』中에서)
더 있다. 어록. 책으로 읽어보시길 바란다. 김진영의 일상은 다채롭고 바쁘다. 바쁘지만 해야 할 일은 꼭 한다. 아들 해준이가 커 가는 모습에서 흐뭇함을 느끼고 비이성적인 일에 있어서는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표현한다. 『B급 며느리』는 누구의 아내나 어머니, 며느리, 딸이 아닌 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김진영의 모습을 보여준다. 남편이자 감독이자 이 책의 작가 선호빈의 따뜻한 시선으로 말이다.
비혼주의자였던 김진영의 인생 이야기는 이상함으로 표현할 수 없다. 이상한 여자와 결혼했다고 했지만 김진영은 이상한 여자가 아니다. 남편이 하지 못하는 말, 싫어요를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정상인이다. 학교 다닐 때 반 아이들이 자신을 따돌린 줄도 몰랐던 김진영은 아들 해준이를 위해서는 유치원 엄마들로 이루어진 단체 카톡 방에 가입하기도 한다. 사람은 성장한다.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려는 사람은 이상한 사람이 아니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걸어가려는 사람일 뿐이다. 'B급 며느리' 김진영이 계속 환하게 웃는 사람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