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노 저
임솔아 저
애나 렘키 저/김두완 역
천선란 저
김호연 저
백온유 저
정신보건 쪽에 있으면서 이 의사의 이름은 처음 듣는다. 책을 읽다가 어떻게 생겼나? 궁금해 네이버를 열었다. 검색을 해도 잘 나오지 않아 결국 저자가 쓴 책 표지에 작게 나온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럼 나이는 어떻게 될까? 인터뷰한 기사에 2014년도에 53세라고 나왔으니 지금쯤 60대에 들어갔을 거다. 또 그동안 책도 많이 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마도 내 기억이 맞다면 저자가 시어머니를 오랬동안 보살폈다는 내용이 나왔을 때 문뜩 궁금해졌던 것 같다. 의사도 저럴 수 있구나. 사람들이 묻는다고 한다. 요리는 할 수 있냐고..... 시어머니 몇십년 모신 내공이 무색해지는 질문이다.
저자는 담담하게 책을 써 내려갔던 것 같다. 사회의 여러가지 타이틀을 내려놓고 자신의 인생과 생각을 전해주고 싶어서 이 책을 쓴 것 같다. 주제를 하나로 정하자면 나이드는 것에 대한 내용이다. 읽으면서 자신의 생각이 확고하고 글도 잘 쓴다는 느낌을 받았다. 의사에 글도 잘 쓰다니 세상은 불공평한 게 맞는 듯 하다.
저자는 멋지게 늙는 거에 관심이 많다. 나도 그렇다. 그리고 죽음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나도 그렇다.
랍비 엘리제르는 죽기 전 제자들이 찾아오자 죽기 '딱 하루 전에' 회개하면 된다고 말한다. 당연히 제자들이 묻는다. "그 날이 언제인지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이에 우리는 언제 죽을지 모르니 매일 회개해야 한다고 랍비는 대답한다. 아. 죽음을 매일 준비하라는 뜻이구나!
p.84
이 대화는 이상하게 와 닿았다. 회개할 거야 너무나 많겠지. 우리가 인생에서 후회를 하는 순간들이 많을테니. 저자는 매일 회개하며 죽음을 준비하는 것보다 차라리 아예 회개할 일을 하지 않으려고 매일 노력하는 것이 더 나은 준비일 수도 있겠다고 말한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쓸데없는 생각도 말고 묵묵히 내게 떨어진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더 좋은 죽음 준비라고..... 내 생각엔 둘 다 비슷할 것 같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라는 이야기인 듯, 그리고 죽음을 준비하자는 말인 듯하다.
90세가 되면서 암 진단을 받은 시어머니는 내가 무슨 죄를 졌다고 이런 나쁜 병에 걸리게 되었냐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의사의 입장에서 보자면 '암'이란 일종의 노화 과정일 수도 있고, 90세까지 암에 걸리지 않고 지내다 그 나이가 되어서야 발견이 되었다면 엄청난 행운인데도 본인의 입장은 다른 것이다.
p.112-113
아.....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하는 문장들이 여러번 나온다. 죽음에 대한 것, 질병에 대한 것, 사람에 대한 것에 작가의 시선이 새롭다. 같은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중요하다는데, 작가의 책을 읽으면서 새로운 시선으로 무언가를 생각할 수 있어 좋았다.
남의 인생을 부러워하고 비교하고 혹은 통제하고 비난하고 비평할 시간에, 외부의 잘못에만 분노를 퍼붓거나 외부의 그럴듯한 모습에 현혹되는 내 마음부터 반성하고 챙겨볼 일이다.
p.236
너무 휩쓸린다. 사실이 아닌 것에도. 내 마음이 그런 거겠지. 사실인지 확인해보지 않고 믿고 싶은 거겠지. 요즘에 나는 어떤 인생을 부러워했을까? 나는 무엇에 분노를 했을까? 매사 부정적인 내가 아이에게는 긍정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 내 마음이 편해야 하는데..... 정말이지 내 마음부터 반성하고 챙겨볼 일이다. 이번주는 부정적인 생각을 최소화하고 긍정적인 것만 보려고 노력해봐야겠다. 그것이 말 뿐이더라도, 이렇게 살면 지금보다 멋지게 나이들 수 있지 않을까?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끝까지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소개
‘어른’이 채 되기도 전에 노년으로 저물어가는…
수많은 모순과 허무함 속에서도 여전히 계속되는 삶에 대하여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이자 분석 심리 연구가 이나미 박사가 황혼으로 접어든 자신과 그 주변을 때로는 깊숙이, 때로는 멀찍이서 바라본다. 그의 시선은 ‘마음은 어딘가에 놔두고 나이만 들었다’며 한탄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이제야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며 안도하기도 한다.
인생이라는 멋진, 때로는 허무한 거짓말에 울고 웃다 보면 어느덧 마주하게 되는 노년의 삶. 우리는 살아온 시간을 반추하고 그 이후의 시간을 내다보며 비로소 죽음까지도 찬찬히 들여다보게 된다. ‘늙어감’을 받아들이고 ‘사라짐’에 대한 서글픔을 잠재우는 시간. 중년에서 노년으로 가는 길목의 많은 이들이 공감할 만한 황혼 녘의 단상과 삶에 대한 성찰을 풀어낸 그의 글을 천천히 따라가보자.
#저자소개
#이나미 #정신의학과교수
이나미 ∥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철저한 계획이나 거창한 목표는 없어도 그저 사고나 실수, 얼굴 붉힐 일 없이 넘기는 것만으로 다행이라 생각하며 살다 보니, 쓸데없이 나이만 잔뜩 먹었습니다.
누구의 도움 없이 내 힘만으로 살았던 순간은 없었는데도, 투덜거리고 불안해하고 원망하며 슬퍼했던 때는 왜 그리 많았을까요. 예전 같으면 노파라는 소리를 들을 처지라, AI와 로봇과 디지털 첨단 기술의 시대에 살려니 실수도 어려움도 답답함도 넘쳐납니다.
그럼에도 의사니, 교수니, 분석가니 하는 가면을 쓰고 숙고 없이 내놓은 수십 권의 책이 많이도 쌓였네요. 아, 정말 뻔뻔하군요! 딸, 며느리, 아내, 엄마 그리고 할머니로서의 삶이 앞뒤 재지 않고 지르는 용기를 주었기 때문일까요.
앞으로는 좀 더 지혜로워져야겠습니다. 옹졸하고 부족한 저를 참아주며, 귀한 시간, 귀한 자리를 저와 함께 나눈 분들에게 진 빚을 갚아야 하니까요. 환자로 친구로 친지로 가족으로, 제가 걸어온 길목마다 저를 성장시켜준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인상깊었던 구절 + 느낀점
이 책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이자 환갑을 맞이한 어느 평범한 한 어머니의 시점에서 바라본 죽음과 인생에 대해 담담하게 풀어간 일기장 같다. 가끔 나또한 서른을 앞둔 시점에서 '죽음'과 '이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잠을 못 이룰 때가 있다.
18년을 함께 하고 있는 강아지가 내 곁을 떠날까봐, 사랑하는 부모님 머리에 많아지는 흰머리를 보며, 할머니와 드라이브를 하던 중 멍하게 창문을 바라보시던 할머니께 "할머니 뭐하세요?" 라고 여쭤보았을때
"여든이 되니 예쁜 들과 꽃들을 내년에 또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라고 하시던 할머니의 씁쓸한 표정을 보았을 때 나는 모든게 덜컥 겁이 났다. 모든 생명체는 결국 땅에서 태어나 땅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자연의 섭리라고 하지만, 모든게 너무 무서웠다.
나에게 소중했던 존재가 하루 아침에 없어진다는 생각을 하다보면 눈물이 앞을 가렸었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며 사랑하는 존재와 영원히 함께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다. 육체는 없을지라도 영혼은 늘 함께 할 거라는 말.
"부모님의 유전자를 받았으니 영원히 내 안에 살아 계시고, 부모님의 가르치이 내 머릿속에 있고 내가 그것을 잊지 않고 실천한다면 부모님의 영혼이 내 안에 살아 있다는 것. 그러니 먼저 가는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슬퍼하지 말고 그르과 나눈 시간과 경험과 지혜를 잘 간직해 가능한 많이 꺼내 많이 써먹으면 된다고. 죽음으로써 그들이 내 곁을 떠난 것은 아니라고 말이다."
죽음을 앞둔 많은 사람들이 회개하며 마지막을 준비한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우리가 언제 죽음을 마주할 지 모르기에 모든 사람은 시한부인 셈이다. 그럴 때마다 자신에게 주어진 재능을 낭비하고 시간을 의미 없이 보낸 것? 거꾸로 자신에게 너무 가혹해서 일만 하고 인생을 즐기지 못한것? 등을 후회 할 것인가.
그래서 카르페디움, 순간을 즐기고 순간에 최선을 다하라 라는 말이 나오는 것 같다. 우리 모두 앞길을 정확히 예측 할 수 없지만 순간에 최선을 다하면 마지막에 남는 후회의 리스트를 하나씩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 구절을 보며 나는 가장 먼저 떠올린 다짐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표현을 아끼지 말자' 였다. 그래서 바로 엄마 아빠한테 안부 전화를 드렸다. 이렇게 하루의 작은 표현을 미루지 않음이 내가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소중히 만드는 가장 빠른 실천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인생은 회개할 것 투성이니, 매일 회개하며 죽음을 준비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아예 회개할 일을 하지 않으려고 매일 노력하는 것이 더 나은 준비이다."
어느 날 갑자기 완벽한 노후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노인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은 사람은 자연스레 자신의 노년을 상상하고 대비하게 된다. 하지만, 노인을 '꼰대'라고 여기며 노인들을 대하는 기회가 없는 21세기 젊은 이들은 노년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만 갖기 십상이다.
"노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없다는 것은, 결국 자신의 미래에 대한 공감 능력이 없다는 뜻이다"
이 구절을 보며 더욱 더 윗사람에 대한 존경심을 가지고 더 겸손하게 배우는 태도를 가져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훌륭한 노후를 위해 20대, 30대부터 건강 식품을 하나라도 더 챙겨먹고 각종 보험에 든다. 이런 노력도 좋지만, 이책 에서 처럼 오늘 하루 죽음과 죽음 너머를 묵상하면서 내 그릇으로는 과연 현재 이 순간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실천해야 함을 느꼈다. 모르면 부모님, 할머니께 여쭤보면 된다. 그들의 삶의 지혜를 본보기 삼아 나의 노년을 대비해보자.
이 책을 읽은 동안 늙어 간다는 게 단순히 외롭거나, 쓸모 없어 지는 것이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 자신의 본분을 다하고 자연으로 돌아가는 과정일 수 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뜨겁고 열정적인 삶은 아니지만 잔잔한 사랑, 자연의 장엄한 힘과 인간의 한계를 느끼는 겸손함의 미덕이 '노년의 아름다움' 이지 않을까.
책을 읽고 나니 본가에 계신 친가 외가 할머니들, 그리고 부모님이 사무치게 보고 싶다. 예순을 앞둔 부모님이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시고, 어떤 두려움에 가끔 잠을 못 이루시는지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자식을 키우느라 자신들의 청춘을 모두 희생하신 부모님을 위해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는 밤이다.
"인생이라는 멋진, 때로는 허무한 거짓말에 울고 웃다 보면 어느덧 마주하게 되는 노년의 삶. 우리는 살아온 시간을 반추하고 그 이후의 시간을 내다보며 비로소 죽음까지도 찬찬히 들여다보게 된다. '늙어감'을 받아 들이고 '사라짐'에 대한 서글픔으로 잠재우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