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노 저
임솔아 저
애나 렘키 저/김두완 역
천선란 저
백온유 저
김호연 저
동일 저자의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를 재미나게 읽고 신청한 책입니다.
전작에서 저자는 좋은 문장을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필요 없는 요소를 가능한 대로 덜어내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적’, ‘-의’, ‘것’, ‘들’과 같은 말만 빼도 문장이 훨씬 좋아진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이번에는 한 문장을 나누고 줄이고 늘이고 고치면서 자연스레 내가 쓴 문장을 다듬는 법까지 익히는 법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에세이스트 리베카 솔닛은 자신의 에세이 『멀고도 가까운』에서 글쓰기에 대해 이렇게 정의한 바 있습니다.
"글쓰기는 누구에게도 할 수 없는 말을 아무에게도 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모두에게 하는 행위이다"
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저자는 글쓰기도 마찬가지라고 말합니다. 아무리 개인적인 이야기를 편하게 기술하는 형태의 글이라도 가까운 친구와 대화하듯 써내려 간다면 대두분 사람들은 독해하는데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라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모두가 아는 '나'와 글쓰기 주체로써의 '나'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결국 이 점을 놓친다면 글쓰기는 요원히 어려운 작업이 될 것입니다. 내 안에 머물면서 '나만의 것'을 봅아내는 데만 급급했던 상황에서 벗어나 상대방 혹은 제삼자의 입장에서 화자의 상황과 처지를 고민해 가며 글을 쓰면 무엇보다 시야가 달라집니다. 결국 뻔한 결론이지만 연습이 필요한걸로... 후기를 마무리 하겠습니다.
'글쓰기에 대한 압박감을 해소해주는 책'
글쓰기에 대한 스트레스로 글쓰기와 관련된 여러 책을 찾아보던 중 '기본적인 글도 못 쓰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라는 문구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이 책의 작가가 말하기를 "글쓰기 책을 보면 독자가 한국어 문장을 쓰는데 이미 익숙해 있다고 전제하고 내용을 전개하고 팁을 제시하고 있어서 큰 도움이 안 되겠더라고요. 글쓰기 책을 추천해 드리기가 영 주저되곤 했죠. 고민 끝에 이렇게 제가 직접 쓰게 되었네요."라고 했는데, 이건 나에게 딱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 자리에서 바로 대출 신청을 하였다.
이 책은 전반적으로 글쓰기에 대한 팁들을 여러 챕터로 나누어 간단명료하게 설명해 놓았다. 글쓰기 팁과 함께 관련된 예시를 들어 글쓰기 방향을 제시해 주고는 하는데, 덕분에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바를 쉽게 이해할 수 있었고, 내가 쓴 글과 비교해보며 어떤 점을 더 수정하면 보기 좋을지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이 되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구절은 "우리가 지금 한국어를 구사하고 한국어 문장을 쓰는 건 자연스러운 행위가 결코 아니라고 말이에요. 지극히 인위적이고 작위적인 행위이고, 당연히 연습과 훈련이 필요한 행위라고 말이죠."이다. 항상 글을 쓸 때마다 자연스럽게 써야 한다는 생각으로 작성해왔는데, 사실 이렇게 글을 쓰는 행위는 인위적이었던 것이었다. 어쩌면 이러한 의미의 충돌이 내 글쓰기에 걸림돌이 되었던 것이 아닐까? 글쓰기에서 '자연스럽다'는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책을 읽고 나니 글쓰기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 글쓰기에 대한 부담감도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 당장 어떤 글이든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글을 쓰다 막히는 순간이 오면 '이건 내 잘못이 아니야, 내가 망할 놈의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지' 저자의 위로를 떠 올려야지.
《열 문장 쓰는 법》은 지난번에 읽은《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의 저자, 김정선 작가의 다른 책이다. 150페이지가 조금 넘는 분량이지만 도움되는 글쓰기 팁이 많아서 내용이 알차다. 저자는 ‘책을 많이 읽어라’, ‘간결한 문장으로 써라’, ‘매일 규칙적으로 써라’ 라고 대부분의 글쓰기 책에서 말하는 방법을 제시하지 않는다.
기말고사가 코앞인 학생에게는 ‘예습, 복습 잘하고 수업에 충실하라’는 원칙적인 말보다 족집게 과외가 절실하다. 마찬가지로 글을 쓰려는 사람에게도 원론적인 말보다 당장 쓸 수 있는 비법이 더 필요한 경우가 있다. 저자는 매번 글쓰기를 막막해하는 나 같은 사람을 위한 팁을 전해준다.
책에는 처음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글을 잘 쓸 수 있는 여러 방법이 소개되지만 여기서는 내가 도전해볼만한 방법 위주로 정리해보았다.
1. 긴 문장을 쓰자.
대개의 글쓰기 책이 되도록 간결한 단문쓰기를 권장한다. 문제는 ‘어떻게 간결한 문장을 쓰느냐’이다. 저자는 먼저 될 수 있는 대로 긴 문장을 써보라고 한다. 긴 문장을 먼저 써놓아야 다음 문장에 대한 고민 없이 글을 이어 쓸 수 있고, 장문을 단문으로 고쳐가면서 문장의 연결법과 표현법도 배울 수 있다고 한다.
단문을 쓰라는 얘기만 듣다가 긴 문장을 써보라니 낯설다. 막상 해보니 장문도 쉽지 않다. 내가 어려워한 건 단문, 장문의 문제가 아니라 문장 쓰기 자체였나 보다. 다만 초고 쓸 때는 되도록 자유롭게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고칠 초고지만 ‘단문이 좋다’는 생각은 은근히 나를 압박하고 있었다. 저자의 말대로 다음에 쓸 때는 되도록 긴 문장으로 써봐야겠다.
2. 편하게 쓴 글과 편하게 읽히는 글은 다르다.
글쓰기는 ‘나만의 것’을 ‘모두의 것’으로 바꾸는 과정이라고 한다. 쓰는 사람의 입장이 아닌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 쓸 것. 나와 지인만 아는 개인정보는 빼되 독자가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정보를 넣고 어휘선택을 잘할 것.
저자는 아나운서의 뉴스보도를 예로 들며 시청자의 귀에 편하게 들리는 말을 전달하기 위한 그들의 노력을 언급한다.
자꾸 잊는다. 쓰는 사람이 편하면 읽는 사람은 불편하다는 걸. 생각나는 대로 편하게 썼는데도 읽기 편한 글을 쓰는 재주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볼 필요가 없다. 하지만 부족한 재능을 노력으로 메꿔야하는 처지라면 연습해야 한다.
3. 자연스런 글은 자연스럽게 얻을 수 없다.
저자는 좋은 글을 ‘잘 익은 벼가 가득한 김제 평야’에 비유하며 농부가 벼를 가꾸듯 글쓰기 연습을 해야 자연스런 글을 쓸 수 있다고 한다.
이 부분에서 우습게도 ‘꾸민 듯 안 꾸민 듯’ 자연스럽다는 화장법이 생각났다. 할 거 다했지만 티 안 나는 화장법, 꾸안꾸 메이크업!
티 안 나는 화장처럼 자연스런 글은 부단한 노력의 결과물임을 잊지 말자.
4. 쓸 게 없을 때는 쓰는 주체를 바꿔보자.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글을 쓰면 이야깃거리가 풍성해진다고 한다.
일례로 저자는 한밤중에 집으로 찾아온 경찰과 있었던 일을 언급하며 그 사건에 대해 경찰의 입장에서도 서술해본다.
이쯤에서 생각나는 작품이 있다.
터키 작가 오르한 파묵 (1952~ )의 소설, 《내 이름은 빨강》.
이 작품은 16세기 말 오스만 투르크 제국 화가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하는 장편 소설이다. 50여개의 장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각 장마다 말하는 주체가 다르다. 주요 등장인물과 조연뿐만 아니라 개, 나무, 시체, 금화 등 작품 속에서 사물들이 이야기의 주체가 되어 자신의 관점에서 소설을 전개한다. 말 못하는 사물들까지 자기 목소리를 내는 통에 네모난 종이에 인쇄된 글을 읽었을 뿐인데도 한편의 시끌벅적한 입체영화를 보는 듯했다.
다양한 화자의 입장에서 쓰는 글은 이야기를 넉넉하게 만들뿐더러 대상에 대한 이해도 깊어지게 하니 일석이조다.
여기서 언급한 방법 외에도 책에는 글 쓰는데 도움 되는 팁이 가득하다.
저자는 글쓰기를 따로 배운 적은 없지만 교정 일을 20년 이상 하다 보니 문장 쓰는 법을 익히게 되었다고 한다.
나도 글쓰기를 따로 배운 적이 없다. 교정 일을 한 것도 아니고 글 쓰는 직업을 가진 적도 없으니 경험도 부족해서 빈 모니터 화면이 막막할 때가 적지 않다. 그럴 때마다 SOS를 청하듯 글쓰기 책을 찾아보지만 원칙을 강조하는 글쓰기 책에서는 당장 얻을게 안 보일 때가 많았다.
하지만 김정선 작가의 글쓰기 책은 원론에 머무르지 않고 진짜 글쓰기의 영업 비밀을 전수한다.
이것이 내가 그의 책을 읽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