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오나 스태퍼드 저/강경이 역
[취미 발견 프로젝트] 일상에 초록이 가득, 홈가드닝!
2023년 03월 31일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이상하게 마음이 차분해짐을 느꼈다. 처음에는 그냥 여느 역사책이나 철학책, 과학책 등을 읽듯이 그저 지식이나 쌓자는 의미로 시작했던 책이었는데, 어느새 내가 '힐링도서'라고 불리는 책들보다 이 책에서 더 많은 위로를 받고 있었다. 정말이지 식물만이 나에게 줄 수 있는 평온함이었다. 이 책을 읽고서 식물에 대한 관심이 깊어져 어느새 내 방에 식물을 어느새 6개나 들여버린 나다. 내 인생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책에는 다양한 식물 이야기와 그 식물의 세밀화가 담겨있다. 주로 도시에서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식물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고 나면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 내가 걷던 길에 그저 배경처럼 있던 나무나 꽃, 풀들이 어느새 이름을 가진, 살아있는 생명체로 느껴지게 만든다. 그 하나하나가 너무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생명으로 느껴지니 평소 감흥없이 걷던 출근길도 생기가 넘치는 산책로가 되기도 한다. 우리의 딱딱한 쳇바퀴같은 일상에 낭만을 한 스푼 넣어주는 책이라고 나는 감히 말할 수 있다.
우리가 먹는 과일, 나물, 허브 그리고 지나가다 볼 수 있는 가로수들. 그들의 이름이 무엇인지, 어디에서 왔는지, 어떤 열매를 맺고 어떤 꽃을 피우는 지. 사실 알지 못해도 사는 데에는 지장이 없기는 하다. 하지만 한 번뿐인 삶에 내 주변을 둘러보지 못하고 여유없이 살아가는 것은 너무 팍팍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 번쯤 내 주변을 둘러보며, 계절마다 옷을 바꿔 입는 식물들을 바라보면 계절의 변화도, 날씨도 더 깊이있게 느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식물을 돌보는 것은 나를 돌보는 것과 같다는 말. 그 전에는 그 말의 뜻을 잘 몰랐지만 이 책을 읽고서 알게 되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 책을 읽고 데려온 식물을 키우며 알게 되었다. 식물을 사랑하고 돌보니 오늘의 햇빛은 어떤지 알아보고, 하늘도 한 번 더 들여다 보게 된다. 화분들이 숨을 쉬어야 하니 통풍도 하게 되고, 멍하니 식물들을 바라보며 잡생각도 잊고는 한다. 아침에 물을 주려고 일찍 일어나기도 하고, 매일 햇빛을 식물들과 함께 맞기도 한다. 그런 날들이 이어지다보니 어느새 내가 나를 가꾸고 사랑하고 있었다. 식물을 사랑했을 뿐인데 결국 그게 나를 사랑하는 일이 되었다는 게 너무 신기했다. 이 책을 읽고 시작하게 된 식물 사랑이라 주저리 주저리 떠들었지만,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식물에 관심을 가지고 사랑하면 좋겠다. 팍팍하게 여유없는 삶 속에서 다들 자기만의 숨 쉴 구멍 하나씩은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추천한다.
읽으면서 적어둔 메모를 긁어 모아 리뷰를 작성함. 주로 좋았던 문장이나 생각거리를 준 문장에 대한 기록위주.
이책은 세밀화와 식물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있는데 식물자체에 대한 전반적인 연구에 관련된 이야기나 특정 식물에 관련된 이야기가 짧게 서술되어있고 덧붙여 세밀화가 수록되어있다.
16p
'그런데 이런 현상을 두고, 사람들이 나서 민들레에 싸움을 붙입니다. 마치 토종민들레가 서양민들레 때문에 사라지고 있다는 듯이요. 하지만 식물은 싸우지 않습니다. 그건 인간의 시각일 뿐이에요.'
너무 좋다. 식물을 좋아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런 이유때문에 식물을 좋아하지않을까? 물론 그중에서도 순위를 매기려는 사람은 있겠지만..
34p
'나무를 새로 심을 수 없다면 오래된 나무들을 지키기라도 하는 게 우리의 역할일 테니까요'
37p
'단순히 기온이 높아졌다는 이유로 식물이 꽃을 피우는 것은 아닙니다. 반드시 겨울을 온전히 지내고 나서야 꽃을 피울 수 있어요'
96p
우리는 부정적인 의미를 담아 튤립 버블이라 부르지만, 사실 튤립은 그저 인간의 욕망에 이용당했을뿐, 늘 변함없이 그 자리에서 존재해온 연약한 식물이었어요. 식물문화가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요즘 시점에서, 네덜란드 튤립버블은 식물에 대한 사랑과 욕망의 경계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합니다. 식물과 공존할 것인지, 또 다른 식물 버블을 만들것인지는 온전히 우리에게 달려있는 거겠죠.
103p
아무리 애를 써도 결국 씨앗이 영원히 발아할 수는 엇ㅂ고 꽃도 영원히 피어 있지는 못하죠. 이렇듯 영원할 수 없는 한계가 어쩌면 생물로서 식물의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건 아닐까 싶습니다.
104p
결국 사람들은 별로 주지 않으면서도 많이 받을 수 있는 식물을 원하는 것 같아요.
이부분 왜이렇게 웃기지. 그러게..식물을 그냥 존재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잘 자라주는것만으로도 고마운데 왜 그렇게 요구하는게 많을까? 싶기도하고, 반면에 또 내 환경과 상황에 잘 맞으려고 하는거이기도 하고..
116p
제비꽃은 꽃을 피우지 않아도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폐쇄화라고 해서 꽃이 피지 않은 채로 스스로 수분을 해서 열매를 맺을 수 있거든요.
171p
앞으로 기후변화와 지국 온난화가 지속되고 태풍과 지진, 해일과 같은 자연재해가 잦아지면, 마다가스카르의 바닐라 전쟁과 같은 일이 우리나라, 우리 주변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을 거예요. 게다가 그 작물이 우리가 가끔 먹곤 하는 바닐라가 아니라 벼ㅡ 밀과 같은 주식이라면 어떨까요? 아마 이야기는 크게 달라질 것입니다.
이 이야기에 너무 공감한다. 자연보호나,,소비지양이나 여튼 모든것을 위해서 우리가 애써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않을까. 멀리 마다가스카르까지 가지않아도 올해 대파가격이 급등하고 온갖 채소들이 비싸지고.. 물론 유통과정에서의 가격상승과 물가상승의 영향도 있겠지만 재배지에서 타격을 받고 그 타격이 지속된다면? 손쓸수없는 지경까지 가게된다면? 단순히 나랑 관련없는 일로 치부할 수 없는것이다.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요소수대란도 마찬가지..내가 이용하는 차가 요소수가 필요하지 않는다고 끝이 아니다. 휘발유나 다른 원료를 수송하는 수송차도 못움직이고 물류차도 못움직이고 결국 나도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 그만큼 우리는 밀접하게 연결되어있고 또 그런 연결을 피할 방법도 없다.
194p
식물이 열매를 맺고 씨앗이 번식하는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과정인데, 과연 우리에게 그것을 인위적으로 차단할 권리가 있는 걸까요. 한쪽에서는 은행나무를 자연유산으로 삼고 보존을 위핸 DNA를 채취하는 등 후계나무 육성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또 다른 한편에선 그 나무가 스스로 번식하는 것조차 막고 있는 것입니다. 도시 식물들은 대부분 인간의 요구에 의해 증식되어 식재됩니다. 그만큼 우리가 이에 대한 책임감 또한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자리에서 뿌리내리고 있는 나무이지만 이들을 살아있는 생물로 여기고 바라본다면 번식 방법의 하나인 열매에서 나는 악취나 낙엽도 너그러이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들에겐 그게 자연스런 삶의 과정이니까요.
p207
원예산업에서 재배자는 소비자의 선택을 따르게 되어 있는데, 소비자가 다양한 품종의 존재를 모른 채 한 품종만 소비한다면 자연스레 과수원에서도 그 품종만 재배하게 마련입니다. 이를 '단종 재배'라고 부르는데요. 원예품종은 보통 유전적으로 약한데, 모든 농장이 단종재배를 하게 되면 질병이나 해충이 유행할 경우 자칫 멸종해버릴 수 있습니다.
얼마전에 국립수목원을 다녀왔는데 이책을 조금만 빨리읽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역시 아는만큼 세상이 보인다는 말이 맞는것 같다. 식물을 막연히 좋아하고 관엽식물이나 꽃이 이쁘다고만 생각했지 세밀화를 보면서 각 식물에 대한 이야기를 읽어보니 더 나무와 꽃에 대한 그리고 우리나라 식물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질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막연하게 이뻐서 좋아하던 혹은 일상생활에서 마주치던 식물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질수있었던 기회여서 참으로 좋았고, 사진보다 세밀화는 식물의 특징을 나란히두고 비교해볼수있다는 장점이 있는것 같다. 사진과는 다른 세밀화만의 매력이 있는거 같다.
개인적으로 쑥 세밀화와 굴참나무잎 세밀화를 사진으로 찍어 저장해두었는데 두고두고 보면서 산과들에서 구분해 볼 날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