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천호 저
산드라 크라우트바슐 저
최훈 저
한승태 저
카트린 하르트만 저/이미옥 역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저
[예스24 학습서 MD 김현기 추천] 버리는 습관에서, 순환하는 습관으로
2020년 12월 15일
홍수열 작가님의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 리뷰입니다.
SNS로 환경관련 도서를 추천받았는데 이 책 제목을 보게 되었어요.
표지도 귀엽고 제목도 흥미로워서 구매하게되었습니다!
가족 중에 환경문제에 관심있는 사람이 있는 터라 같이 읽으려고 구매했네요.
책도 예쁘고 쓰레기, 분류배출에 관한 여러가지 지식들이 쉽게 쓰여있어서 좋습니다.
감사히 잘 읽겠습니다!
쓰레기 문제와 대책
쓰레기의 사전적 의미는 ′비로 쓸어낸 먼지나 티끌, 또는 못 쓰게 되어 내다 버릴 물건이나 내다 버린 물건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살면서 필요에 의해 사용되는 물건이 쓸모가 없게 되면 버려지게 된다. 과거에는 사용하고 버리면 그만이던 것이 쓰레기를 그냥 버리면 환경을 오염시키고 그것이 곧 인간에게 되돌아오게 된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대기오염, 수질오염, 토양오염은 각각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가 연관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것 하나라도 간과할 수 없다. 그래서 쓰레기의 근본적인 대책은 5R이라 일컫는 Reject(거절하기), Reduce(줄이기), Reuse(재사용하기), Recycling(재활용하기), Rot(썩히기)를 하는 거다. 처음부터 쓰레기를 만들지 않도록 불필요한 소비를 거절하고, 정말 필요한 물건인지 생각하고 불필요한 것은 덜어내고, 사용 가능한 것은 최대한 사용하고, 쓰레기로 버려지면 재활용하여 다시 원료로 사용하고, 분해되어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퇴비화 하는 것이다.
분리배출과 우리의 과제
처음부터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은 일이겠으나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반면 소비자가 직접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것이 분리배출을 하여 재사용이나 재활용을 돕는 일이다. 우리는 1995년 1월 1일 쓰레기종량제가 도입되면서 재활용품 분리배출이 시작되었다. 25년이란 긴 시간 동안 분리배출이 익숙해졌다. 하지만 아직도 매립이나 소각되는 쓰레기가 적지 않다. 제대로 분리배출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쓰레기와 재사용 혹은 재활용할 수 있는 것이 구분이 명확하지 않기도 하고, 쓰레기를 배출하는 자의 무지에 의한 것도 있다. 플라스틱과 친환경 제품, 일회용품, 종이와 종이 같은 것, 유리와 유리 같은 것, 금속과 금속+플라스틱, 폐가전제품, 전등과 건전지, 의류, 음식물 쓰레기와 폐의약품을 어떻게 구분하고 배출해야 하는지를 알아야 하는 건 이제 우리 모두의 당면 과제다.
우리 모두의 실천이 필요
이 책은 어려운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지금껏 우리가 생활하고 버리는 쓰레기들을 어떻게 배출해야 할지를 알려주는 책이다. 환경오염 문제는 특정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류를 위협할 수 있다. 나만 편하면 된다는 식의 발상은 결국 자신마저도 살아가기 힘들게 만들 수 있다. 긴 시간 분리배출을 실천해온 우리에게 조금 더 관심이 필요하게 되었다. 인류 생존의 시계가 있다면 이런 노력이 좀 더 늦출 수 있지 않겠나.
오후 6시가 지난 뒤 길을 걷다 보면 각 가정에서 쓰레기를 내놓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 중에서도 마트에서 500원 받고 파는 재사용 봉투에 예쁘게 담겨서 버려지는 배달용기들을 아주 많이 보게 됩니다. 예전에는 그런 일이 거의 없었는데, 재사용 봉투를 구매할 일이 생기게 되고 배달이 편리해지고 위생을 위해 일회용기 사용이 늘어나면서 더욱 많이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쓰레기가 많아져서 큰일이지만, 재활용 되겠지?'하는 생각들을 했었는데요, 코로나 사태 이후 점점 늘어나는 일회용품을 보면서 '재활용이...될까?'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제 마음을 알았는지 유X브에서 플라스틱과 쓰레기의 현재 상황에 대한 영상을 마구 틀어주었고, 결국 쓰레기 박사 홍수열 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저는 평소에 쓰레기 분리배출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편이고, 집으로 배달되는 전단지를 유심히 살펴보고 그대로 행하려 노력하고 있고, 정보도 찾아보며 생활했기에 이 정도면 100점은 어려워도 90점은 되지 않을까? 했었는데, 책을 읽고 나니 평소 분리배출 습관은 잘 쳐줘도 50점 넘기 힘들었구나...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책을 읽으며 왜 나의 분리배출은 틀렸는가에 대해 정리해 보았습니다.
첫째로, 분리배출 규정이 까다로운데 정확한 정보를 얻기가 힘들었어요. 플라스틱 용기는 잘 씻어서 포장지들을 벗겨서 모아서 내놓으면 된다고만 생각했는데 플라스틱이라고 다 재활용 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소재별 분리배출 방식이 다 다른데다 재활용 된다는 마크가 붙어 있더라도 버리는 방식이 잘못되면 내가 버린 것만 못쓰는 것이 아니고 다른 것들도 오염시킨다는 문제도 있는데 그런 사실을 알기가 쉽지 않았어요.
둘째로, 분리배출 하려면 지킬 것이 많았어요. 페트병을 사면 그 안의 내용물을 버리는 것은 당연하고요, 세척 후 그냥 버리는 것이 아니라 비닐을 벗기고 압착해서 뚜겅을 닫아서 버려야 해요. 그런데 페트병을 포장하고 있는 비닐은 잘 벗겨지지도 않고, 플라스틱 뚜껑과 붙어 있는 원형의 고리도 벗겨지지 않으며(손 다치니 그것까지 하려고 하진 말라고 하셨지만 신경쓰여요) 이걸 다 했다고 해도 나중에 보면 페트이지만 기타 재질이고 안에 랩으로 포장이 한 번 더 되어있는 요기들도 있었어요.(아...) 열심히 했는데 분리배출해도 재활용이 되지 않는 품목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저를 좌절하게 만들었습니다. 우유팩은 깨끗이 씻어 따로 모아서 분리배출 해야만 하는데, 제가 사는 지역의 주민센터는 우유팩을 따로 받는 곳이 없기도 했습니다.
셋째로, 제가 원하지 않는 포장이 많았어요. 정~~~말 많았어요. 과자 한 팩을 사면 큰 박스로 포장되어 있고요, 안에는 비닐 포장이 한 번 더 되어 있는데 그 속에는 플라스틱 보관재 안에 비닐로 소분된 과자가 들어있습니다. 이 문제는 정말 예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지적했음에도 나아지진 않고 오히려 심해지기만 하는 것 같아요. 외식하는 기분을 집에서 느낄 수 있게 해준다는 반조리 식품들도 몇 번 구매해 봤는데, 아무리 항의해도 포장이 과해지기만 해서 - 재료단위 비닐 포장 과하지 않냐고 했더니, 비닐 포장에 플라스틱 용기도 추가했더라고요 - 결국 구입을 하지 않게 되었어요. 어차피 세척해서 사용하라고 안내문도 넣어주던데, 왜 개별포장이 필요한지 의문이었어요.(심지어 조리과정에서 함께 투입하는 것들인데도요!)
(더 길게 쓰고 싶지만 생략하고) 책을 읽으며 이건 누구 한 쪽의 잘못이 아닌 우리 모두의 잘못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선 소비자는 포장을 거부하고, 포장된 것을 샀으면 분리배출을 잘 해보려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했어요. 500원짜리 재사용 봉투에 담아서 내놓기 보다는 한 번 세척해서 플라스틱끼리 모아서 버리는 작은 귀찮음을(사실 대박 귀찮아요.) 감수하는 것이죠. 정부에서는 쓰레기 분리배출에 대한 컨텐츠를 제작하여 널리 알리고 포장을 줄이고 분리배출을 용이하게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겠고요. 컨텐츠 만든 후 해당 제품에 사용된 소재별 분리배출 방법에 대한 QR코드를 제품에 의무적으로 싣도록 하면 개인적으로 어플을 뒤져가며 분리배출하려 노력하는 일이 줄어들겠죠. 마지막으로, 기업! 기업에서는 제~발! 포장을 줄이고 분리배출이 쉽도록 제품을 만들어 주었으면 합니다. 포장비를 줄여서 제품을 좋게 만들거나 재활용 시스템을 만드는데 기여하는 편이 소비자에게 좋은 기업의 이미지를 심는데 더 효율적이리라 생각합니다.
책 출간 기념으로 유튜브에서 새로운 컨텐츠를 제작할 예정이라고 하던데 해당 영상을 보면서 책도 읽고 독서습관 캠페인도 참여하며 좋은 습관을 키우면 환경도 생각하고 나의 습관도 바꾸는 의미 있는 생활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아...저도 이렇게 하고 싶었는데, 이미 다 읽어서 아쉽습니다.) 지구에게 인류가 남겨줄 마지막 선물이 쓰레기라면, 너무 슬프잖아요? 조금 불편하더라도 오늘부터 텀블러 하나 들고 다니며 일회용품 하나라도 덜 쓰면 어제보단 의미있는 오늘이 될 거에요. 그런 오늘이 쌓이면 조금 나은 내일이 될 것이고요.
인연
비록 내 전문분야는 아니지만 사우디에 부임한 이래 가장 오래 시간을 들여온 일이 바로 쓰레기처리 문제이다. 그 분야에 있어서는 한국이 사우디보다 월등하게 앞서 있어 있으니 참고할 사례가 풍부하고, 내가 이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자산이 바로 본사가 한국에서 수행한 경험이어서 한국의 쓰레기처리 현황에 대해서는 상당히 익숙해 있다. 하지만 사례나 자료 대부분이 컨설턴트의 관점에서 작성된 것이다 보니 이곳 현장에서 일하면서 구체적으로 부딪치는 문제에 대해서는 참고할만한 마땅한 사례를 찾기 어려운 경우도 적지 않다.
벌써 몇 년 되었을 것이다. MBC <손에 잡히는 경제>에서 쓰레기처리 현장에서 일어나는 구체적이고 생생한 사례를 설명하는 저자를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저자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최근에는 페이스북 친구가 되어 지척에서 그의 활동을 지켜보고 있다. 그가 나온 방송은 챙겨가며 듣고, 유튜브에서 그의 강의며 최근에 그가 심혈을 기울여 제작하고 있는 <도와줘요 쓰레기박사>를 꽤 여러 편 챙겨봤다. 그러던 중에 그간 역점을 두어 설명해온 쓰레기 분리배출에 대한 내용을 책으로 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작년 여름에 음식물쓰레기에 대해 한 시간도 넘게 설명했던 방송이 하도 인상 깊어서 책을 읽기 전에 그 방송을 다시 찾아봤다. 방송을 들을 때는 몰랐는데,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을 보니 앞에 메모지 한 장 두지 않고 진행자가 묻는 모든 내용에 대해 막힘없이 설명하고 있었다. 나도 한 우물을 파는 것이라면 남 못지않은데, 사십 년 넘게 한 가지 일을 해왔어도 아무 자료 없이 한 시간 넘게 쏟아지는 모든 질문에 대답을 할 수는 없다. 아무튼 놀라운 사람이다.
환기
전자책과 종이책을 비교해서 읽어본 일이 없어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편집방식이 서로 달라서인지 대체로 모니터에 보이는 모습이 종이책보다는 조금 엉성하고 낯설다. 그렇기는 해도 책을 열자마자 자세한 설명도 없이 스무 쪽 넘게 연속적으로 나타나는 사진은 전자책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매우 낯설다. 연이어 나타나는 OX 퀴즈를 보고는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그것이 독자의 주의를 환기시키려는 저자의 의도였다면 그 의도는 성공한 셈이다.
분리배출에 대한 열 가지 퀴즈를 보고는 과연 반이나 맞출 수 있을까 생각했다. 찬찬히 읽으며 답을 맞춰갔다. 실리콘제품을 플라스틱으로 배출하는 게 맞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 망설인 것 말고는 모두 맞췄다. (실리콘제품이 정확하게 뭘 말하는 건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망설이기는 해도 맞추기는 했으니 만점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그간 저자의 설명을 들으며 생각 밖으로 많은 종류의 쓰레기가 분리배출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지, 내가 많이 알고 있어서가 아니다. 솔직히 이곳에 부임하기 전까지 쓰레기를 분리배출해본 기억이 없었고, 그래서 관심을 가질 일도 그에 대해 아는 것도 없었다. 부끄러운 일이기는 해도 중년 남성 대부분이 나 같지 않을까.
목표
쓰레기관리의 최종 목표는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이다. 이것은 저자가 설명한 대로 쓰레기를 아예 만들지 말자는 뜻이 아니라 이상적인 목표를 제시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쓰레기가 나오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니 말이다. 그러니 쓰레기를 자원으로 이용해 궁극적으로 폐기에 이르는 양을 없애자는 말이고, 이런 구조를 순환경제라고 한다.
내가 이곳에서 쓰레기 처리방안을 설명할 때마다 누누이 쓰레기 관리의 목표가 3R(Reduce 감소, Reuse 재사용, Recycle 재활용)임을 설명하고 있지만, 저자는 여기에 ‘거절하기(Reject)’와 ‘썩히기(Rot)’를 더한 5R을 소개한다. 낯선 용어이기는 하지만 충분히 공감하는 바이다.
‘거절하기’는 불필요한 소비를 거부해야 한다는 것인데, 물건 살 때 일회용 비닐봉지나 종이봉투나 길에서 나누어주는 전단지를 단호하게 거절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개념을 ‘유행을 거부할 줄 아는 소비’로 확장시킨다. 저자는 스무 개 국가에서 지난 일 년 동안 한 번도 입지 않은 옷이 60%를 넘었다는 한 다국적 이사업체의 조사결과를 인용하면서 소비는 상당히 충동적이므로 유행에 휩쓸리지 않는 주체적인 소비를 해야 불필요한 소비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 책에 앞서 읽은 <사라진 버려진 남겨진>에서 저자인 경향신문 구정은 기자는 “먹을 것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일차적으로 온실가스가 배출되는데, 세계에서 뿜어져 나오는 이산화탄소의 1/3가량은 농업에서 비롯되며, 특히 축산업은 세계의 탄소 배출량에서 15%를 차지한다. 그리고 이렇게 비싼 환경 비용을 치르며 생산된 농축산물의 상당수가 음식물 쓰레기로 버려지면서 또 다시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가 대기 속으로 쏟아져 나온다. 식품을 생산하기까지 물과 땅과 에너지와 노동과 자본이 수없이 들어가고 그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되지만, 이 모든 노력은 음식물과 식재료가 쓰레기통에 던져지는 순간 무용지물로 돌아간다.”고 말하고 있다.
나는 지금까지 물건이 쓰레기가 된 이후에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봤지, 물건이 만들어지기까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일이 없다. 그래서 구정은 기자의 지적이 충격으로까지 다가오기까지 했다. 그런 면에서 저자의 “‘거절하기’를 통해 충동적이고 불필요한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쓰레기문제, 더 나아가 환경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책
대체로 개인은 분리배출만 잘하면 자기 의무는 다하는 것이고 그렇게 배출된 쓰레기는 당연히 재활용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개인이 분리배출을 잘한다고 해서 모두 재활용되는 것이 아니라는 저자의 설명에 많은 이들이 허탈해하거나 어쩌면 그 중에 분노를 느끼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그래서 저자는 물건을 생산하는 기업이 생각을 바꾸고, 또 그렇게 되도록 정부가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누누이 강조한다. 그러나 이 책은 분리배출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기업이 발상을 전환해야 하고 정부가 적절한 정책을 펼쳐야 할 당위성을 설명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 저자가 강의나 인터뷰를 통해 기업이나 정부의 정책에 대해 적지 않은 의견을 내어왔는데, 아마 다음번에 쓸 책은 정책내용에 초점이 맞춰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그런 중에도 저자는 이에 대해 몇 곳에서 다음과 같은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페트병 보증금제는 재활용의 양과 질을 높일 수 있지만 소규모 동네 슈퍼나 편의점에서 소비자가 가져온 빈 페트병을 보관하기 어렵기 때문에 도입이 쉽지는 않다. 보증금 환급기나 수집소 같은 인프라를 구축하려면 비용도 많이 들고 준비도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서두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현 상태에서 개개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쓰레기가 줄어드는 양은 미미하고 재활용률은 50%를 넘기기 어렵다. 핵심은 기업이다. 기업이 바뀌지 않으면 쓰레기 문제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생산단계에서 포장재를 줄이고 재활용이 잘되는 물건을 만들어야 한다.”
자식이 독일에 살고 있어서 재활용품 보증금 반환제도는 낯설지 않다. 자식 집에 가보면 언제나 창고에 빈병이 가득 쌓여 있고, 장보러 갈 때는 으레 빈병을 장바구니에 채워가곤 한다. 슈퍼마다 놓여있는 보증금 환급기에 빈병을 넣으면 종류나 크기에 관계없이 하나에 25센트(350원)씩 쳐서 쿠폰을 발급해 주는데, 슈퍼에서 그것을 현금처럼 쓸 수 있다. 한번 장보러 갈 때 열댓 개씩은 가지고 갔으니 그것도 적은 돈은 아니다.
저자는 보증금 환급기나 수집소 같은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비용도 많이 들고 준비도 많이 필요하다고 설명하는데, 독일에서 본 겉모습만으로는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보증금 환급기 설치공간이 부족하다는 말은 아니었을 것이고, 규모가 큰 슈퍼마켓 정도라면 이를 보관할 공간을 마련하는 것도 해결하기 어려운 일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물론 뭘 모르는 생각일 수 있다. 물건을 파는 사람과 재활용품을 회수하는 사람이 달라서 일어나는 문제도 있을 것이고, 소요 비용을 정산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저자의 다음번 책에서 이런 내용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요즘 코로나로 인해 일회용기 사용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 또한 환경에 부담이 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 저자가 지나듯 설명한 방안 하나가 아주 관심을 끌었다. 지금 모든 음식점이 자기 용기로 배달하고 수거하는 것을 전문업체가 일괄 수거해서 세척한 후 음식점에 빌려주는 체계로 바꾸자는 것이다. 쉬운 일이 아니고 표준화작업이 필요하겠지만, 이 방안은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는 것 말고도 각 음식점의 배달공정을 단순화하고 그 결과로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이점이 있지 않을까 하는 점에서 제대로 발전시켜볼 필요가 있겠다.
저자는 분리배출에 대해 설명하면서 청소노동자에 대한 배려를 부탁하고 있다. 필요한 일인데 대부분 크게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일이다. 저자의 설명을 들으며 한편으로 미안했고 또한 고마웠다. 이어서 청소노동자들을 위해 쓰레기 수거시간을 바꾸고, 사고를 방지할 수 있도록 구조를 개선하고 안전장치를 부착한 한국형 청소차를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도 함께 전하고 있다.
요 몇 년, 이슬람 성지이자 사우디 5대 도시의 하나인 메디나의 쓰레기 종합처리대책을 수립했고, 그를 바탕으로 쓰레기 매립장ㆍ하수처리장의 현황을 평가하고 개선방안을 수립하고 있으며, 작년에는 현지업체가 수행중인 청소용역의 적정성을 평가하기도 했다. 이곳 청소부의 급여는 월 14만원(120달러)에 불과하다. 당연히 자국민은 아니고, 예멘ㆍ방글라데시ㆍ네팔 같은 곳에서 온 사람들이다. 청소차량을 평가하기 위해 쓰레기 매립장에 함께 붙어있는 청소업체 캠프를 돌아볼 때 마주친 그들의 숙소는 차마 숙소라고 이름 붙이기 어려운 정도였다. 청소차량이 그다지 노후한 것은 아니지만 청소노동자를 위한 안전시설은 부족한 점이 많았다. 청소노동자의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이를 거론하려 했으나 메디나 시청에서 그 부분은 청소업체 소관사항이라고 오금을 박아서 결국 보고서에 언급하지 못했다.
질문
책을 읽어가면서 몇 가지 질문이 생겼다. 궁금한 것도 있고, 내가 알고 있는 것과 달라서 의아한 부분도 있다. 물론 저자의 역작에 흠이 갈 일은 아니다.
저자는 우리나라에서 발생되는 쓰레기가 연간 1억6천만 톤 정도인데 이 중 87%가 재활용되고 7%는 매립되며 6%가 소각된다고 말한다. 앞에서는 현 상태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재활용률을 50% 이상으로 높이기 어렵다고 설명하고 있어 이것이 서로 상충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책을 읽어가다 보니 가정에서 분리 배출된 비닐의 70%가 폐기물 고형연료(SRF)로 이용되고 있는데, 폐기물관리법에서는 이를 재활용으로 분류한다는 설명이 나온다. 미처 모르고 있던 일이다. 그런데 이것으로 그 차이를 해결할 수 없었다. 저자가 인용한 쓰레기 성상분류에 따르면 플라스틱이 전체 쓰레기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플라스틱을 SRF로 이용하는 비율이 전체의 14%(20%*70%=14%) 정도일 텐데, 이것을 제외한 재활용률을 50%로 본다고 해도 최대 재활용률은 65%를 넘기 어렵다. 저자가 언급한 재활용률 87%와는 아직도 큰 차이가 있다.
*월드뱅크 2018년 자료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쓰레기의 비율이 8~12%이다. 비율이 12%를 넘는 나라가 없다. 우리 환경부나 기타 관련 기관의 자료에 따르면 저자가 설명한 대로 플라스틱 쓰레기 비율이 20% 정도이다. 사실 월드뱅크 자료에 익숙해 있어서 처음에 우리나라의 플라스틱 쓰레기 비율이 20%라는 숫자가 잘못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이 차이의 원인에 대한 저자의 설명을 들을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저자는 쓰레기 매립의 심각성을 설명하면서 단위 면적당 쓰레기 배출량이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7배가 많다고 설명한다. 확인해보니 단위면적당 쓰레기 배출량은 미국이 26.2톤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그의 6.9배에 달하는 181.5톤에 이른다. 그러나 이 비율은 미국에 비해 우리나라가 인구밀도가 높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나라 인구밀도는 515명/km2으로 미국의 30명/km2에 비해 17배 이상 높다. 쓰레기 배출량 평가의 척도인 인당 하루 쓰레기 배출량은 미국이 2.11kg으로 우리나라 0.97kg의 두 배가 넘는다. 그러니 이를 기준으로 우리나라 쓰레기 배출량이 더 많다는 표현은 독자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서는 저자의 페이스북에 질문을 남겼고, 저자도 이런 사실에 동의했다.
저자는 일회용 휴지 대신 손수건을 사용하면 일 년에 나무 수십만 그루를 살릴 수 있다고 말한다. 오래 전에 환경기술자 교육에서 천기저귀를 세탁할 때 소요되는 물의 양이 훨씬 커서 결과적으로는 종이기저귀가 오히려 환경친화적이라는 강의를 들은 일이 있다. 이 사례가 손수건과 일회용 휴지에서 동일하게 적용되는 건 아닐까
감사
사실 나는 이곳에서 일하는데 활용할만한 사례가 있을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었다. 생각과는 달리 분리배출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기대한 것을 얻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자의 역저가 빛바랠 일은 아니다. 어느 한 부분도 놀라지 않고 읽은 곳이 없다. 국내에 내로라하는 많은 전문가들이 있고 모두들 나름의 일가를 이루고 있지만, 적어도 분리배출에 있어서만큼은 현장에서 발로 뛰지 않고는 확인할 수도 설명할 수도 없는 내용을 서술한 이 책을 앞설 수 있는 전문가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동안 일하는데 필요한 자료는 한국의 사례나 각종 국제기구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존해 왔고, 그래서 어느 자료를 어디서 얻을 수 있는지 분별할 정도는 된다. 그런데도 분리배출에 대해 이 책만큼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자료는 보지 못했다. 저자는 쓰레기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개인과 기업과 정부를 대상으로 그동안 수많은 강연과 교육을 이어왔다. 요즘은 <도와줘요 쓰레기박사>를 통해 이러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좀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그의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 또 그렇게 되리라 믿는다.
마지막으로 하나 제안을 하고 싶은 것이 있다. 이 책도 그렇고 <도와줘요 쓰레기박사>도 개인에 대한 실질적이고 훌륭한 지침이 되겠지만, 혹시 이것을 좀 더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앱을 개발하는 것은 어떨까 한다. 찾아보니 게임형식으로 쓰레기분류 교육을 하는 것도 있고, 공제조합이 개발한 것도 있지만, 대부분 쓰레기 분리수거 대행업체에서 영업목적으로 개발한 것이었다. 혹시 저자가 여기에 이미 간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대략 살펴본 바로는 저자가 펼치고 있는 운동의 취지와는 거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시 한 번 저자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