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첼 카슨 저/김은령 역/홍욱희 감수
앨릭스 코브 저/정지인 역
안데르스 한센 저/김아영 역
타일러 라쉬 저/이영란 감수
조던 피터슨 저/김한영 역
제임스 팰런 저/김미선 역
완벽한 제로 웨이스트는 아닐지라도 줄이고 또 줄이는 사람들이 있다. 나 또한 아주 엉성한 지구 러버다.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 14명의 인터뷰에서 배울 점을 가슴에 담아보았다.
돈 쓰는 도전 말고, 돈 모으는 도전은 실패해도 별일 없다. (p148)
< 줄이는삶을시작했습니다 >를 보며 '사지 않음'과 관련된 글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예전에는 소확행이 유행했는데, 이제는 사지 않음을 자랑하는 게 유행하고 있다. '예쁜 쓰레기'에게 관대했던 나는 아직도 예쁜 것에 눈이 자주 간다. 하지만 요즘엔 나의 욕망을 꾹 누른다. 단순히 갖고 싶어서 갖는 게 행복은 아니니까. 무지출 데이를 1월에는 연속 8일을 성공했는데 사실 부모님 덕분이 커서.. 성공했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부모님과 지출에 관해 이야기하며 온가족 무지출 데이를 만들어도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가족과 지구를 위해서 말이다.
공구를 사용하거나 바느질을 할 줄 알면 생각보다 고쳐 쓸 수 있는 물건이 많다는 것을 깨닫는다. (p303)
바느질은 엄마한테 꼭 배워야 겠다. 공구는 어디서 배워야할지 모르겠지만 유튜브 보면 되겠지? 라고 생각해본다.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기 전 다섯 가지 마음 가짐을 쭉 읽으며 4번째 마음가짐인 '간단한 수리 방법을 배운다'가 나에게 가장 시급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줄이는 삶을 시작했습니다>를 읽으며 곳곳에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지구와 공존하는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진짜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 생각하면서 약간 머리가 멍했다. 난 비록 엉성한 지구 러버지만, 이렇게 오늘 또 누군가의 발자취를 보며 내가 실천할 수 있는 게 무엇인가를 생각한다. 비건, 미니멀리스트 등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가지를 하루에 하나씩만 실천해도 분명 미래가 더 밝으리라 생각한다.
책을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 완벽한 제로 웨이스트는 아닐지라도.
- 비건. 미니멀리스트.업사이클링 디자이너…
지속 가능한 삶을 택한 14인의 이야기
줄이는 삶을 시작했습니다.
전민진
비타북스
“제로가 아니어도 괜찮아”
환경의 날이 있는 6월. 6월만 되면 왠지모르게 더 환경을 생각하게 되고 주변을 돌아보게 된다. 그래서 지구를 위한 작은 실천을 하기에 앞서 환경과 관련된 책을 읽게 된다.
이번에 처음 예스북클러버 활동으로 만나게 된 책은 <줄이는 삶을 시작했습니다> 이다.
작년에 아이들과 플로킹(쓰레기줍기)를 실천하고, 나무 칫솔과 천연 수세미로 바꾸면서 작은 실천을 하게 되면서 감사하게 받은 도서였다.
특히 전민진 작가님은 환경 학술 재단 ‘지구와사람’에서 일하게 되면서 삶을 조금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제로 웨이스트를 잘 실천하는 사람이라고 말할 순 없지만, 늘 환경에 관심을 갖고 노력하려는 삶을 살아간다. 또 실패하더라도 꾸준히 실천하려는 포부에 내 마음이 뭉클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한 끝에 지속 가능한 삶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이 생각하는 제로 웨이스트의 삶과 앞으로의 비전과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작은 팁 등을 소개해준다.
지구를 지키기 위한 습관으로 무작정 쓰레기를 줄이는 것부터 생각했던 나에게 ‘다시 생각하기’ 란 많은 걸 깨닫게 해주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이 바로 ‘커피’ 이다.
<커피를 마시지 않는 사람> 으로 소개된 공우석 식물지리학자의 인터뷰를 읽고 나도 이제 커피를 줄여야하지 않을까 하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엄청난 수요를 맞추기 위해 커피가 자라는 적도 주변 열대 우림은 계속해서 커피 농장으로 바뀌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세계 열대림의 절반 정도가 이미 사라졌다고 하니 지구 온난화의 가속도는 이미 오래 전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1도가 상승하면 많은 농작물들이 피해를 입을뿐만 아니라, 커피 생산도 감소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행이 커피를 대체할 만한 네 가지 커피를 대안으로 제시하셨다. ‘유기농 커피’ , ‘친조류 커피’ , ‘열대 우림 연합 인증 커피’ , ‘공정 무역 커피’ 가 있다.
지구와 연결된 자신을 더욱 상기시켜주는 인터뷰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땅이 커피 경작지로 파헤쳐지고 도시화로 잘게 쪼개지는 지금, 동물이 서식할 곳은 사라지고 있다. 바이러스가 어느 동물에게서 나왔든 그것은 생태 파괴로 서식지를 잃은 결과인 것이다. p.46
버리는 것들의 생사를 생각한다라는 취지로 축제 스태프를 하면서 모두가 돌아간 자리에 가득 차버린 쓰레기를 보면서 충격을 받게 되었고, 서울시 주관 축제에서 일회용품을 쓰지 않도록 권고를 받고나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으로 다회용기를 대여해주고 쓰고 회수하여 세척해주는 솔루션을 만든 <트래쉬버스터즈> 곽재원 대표님의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는 정말 많은 쓰레기들이 모인다. 업사이클링에 대한 인식도 부족하고, 번거롭게 직접 용기를 들고 오는 사람도 거의 없었고 홍보조차 미흡했기 때문일 것이다.
모두가 같이 참여하다보면, 지구를 위한 일을 하게 된다는 자부심과 뿌듯함은 물론이거니와 일상에 자연스레 물들지 않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그는 누군가가 이 사업 모델을 카피한다 해도 개의치 않을 것이라 말한다. 결과적으로 그는 ‘쓰레기 제로’ 를 지향한다. 다만 이 일은 결국 국가에서 해결해야 함을 강조한다. p.181
이 밖에도, 사진을 업으로 삼고 있던 김용규 대표는 취미로 스쿠버 다이빙을 시작하면서 바다 속에서 쓰레기가 나뒹굴고 있는 것을 보게 되면서, 바다 속에 들어가면 무조건 쓰레기를 주워 나오기 시작한다. 벌써 4년째 바다 지킴이로 활동하는 <오션카인드> 대표의 이야기였다.
바닷가에 놀러갈 때마다 무수히 나뒹굴고 있던 쓰레기를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꼈던 나다. 봉지 하나만 있으면 누구든 ‘비치코밍’을 실천할 수 있기에 조금이 용기로 도전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 ‘사지 않는 것부터가 시작’ 이라고 전하는 최다혜 미니멀리스트의 이야기들이 가장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절약의 비법으로 ‘독서’ 를 꼽았는데 읽으면서 고개가 절로 끄떡여진다.
어느 책이든 소비할 수록 좋다고 적혀 있지 않으며, 책 속에서 소박한 삶을 보여주며 정상적으로 살아가는 캐릭터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당장 내 책장만 봐도 소비를 자랑하는 책은 하나도 없다. 모두 자신의 소박한 삶이 어느 찰나 행복하게 느껴졌다고 이야기한다. p.151
주부로 살면서 사치하는 순간들이 별로 없어서 다행이라고 느낄 때가 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집에 있는 시간이 많기에 나를 치장하거나 투자할 일이 별로 없다는 것부터가 오히려 고마울 때가 있다. 유행하는 것들을 갖고 싶은 욕구. 정말 나에게 필요한 것인가? 라는 생각을 며칠만 하게 되면 이내 ‘사지 않음’ 이라는 문구가 머리속에 머물게 된다.
사치스러운 물건들을 사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나쁜 습관들로부터 벗어나지 않는다면 제로웨이스트를 꿈꾸고 희망하는 사람들에겐 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나도 몇년 째. 옷을 거의 구입하지 않고 있다. 한 벌을 사더라도 재질이 좋아서 몇 해를 걸쳐 입을 수 있는 옷을 사게 된다. 사지 않는 것이 버리지 않는 것이라는 것을 명심해보기로 한다.
우리는 삶을 이어가기 위해 껍데기까지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에 갇혀 있다. 이런 시스템 속에서 친환경이나 제로 웨이스트를 달고 있는 물건은 비쌀 수밖에 없고, 누군가는 이 자체가 또 다른 찰별을 낳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당장 눈앞에 이익이 아니라 질 좋은 물건, 이후에 수리가 가능한 물건을 선택하는 일은 삶을 더 풍요롭게 한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한다. P.298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기 전, 가져야 할 마음가짐>
2. 오래 쓸 수 있는 물건을 고른다.
3. 물건과 교감하며, 물건의 입장에서 생각한다.
4. 간단한 수리 방법을 배운다.
5. 조금씩 자급자족에 도전해본다.
14명의 인터뷰 중 몇 명의 인터뷰를 잠깐 기록한 것만으로도, 완벽하지 않아도 제로가 되지 않아도 괜찮다는 힘있는 목소리들로 나에게도 지속 가능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더 해진 기분이 든다.
지금도 목장과 우리 안에서 울부 짖고 있는 동물들의 외침을 외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한 마리의 동물이 키워지기 까지 수많은 물과 땅이 필요하다고 한다. 탄소 배출은 물론이거니와 우리 입으로 들어가는 그 과정들이 순탄치 않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나에게 들어온 것들이 다시 버려지는 것도 다시 생각해보며 재사용할 수 있는 방법들도 같이 고민하고 다양한 모임과 목소리에 힘을 모아보는 노력도 필요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 삶의 가치가 바꿔야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그리고 지구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삶을 살아가는 것. 정말 제로가 아니어도 무해한 삶을 살지 못하더라도 지구와 이어져있다는 소명을 갖고 살아가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제로웨이스트.
줄이는 삶을 시작했습니다
글 전민진/사진 김잔듸
제로 웨이스트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지극히 단순했다. 인터넷에서 우연히 본 영구 동토층에 대한 기사였다. 그 기사를 읽은 뒤 나는 지극히 이기적이고 개인적인 두려움을 가지게 되었다. "지구가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 망할지도 모르겠다"라는 두려움. 그 이후에 나는 제법 크고 작은 실천들을 이어갔다. 환경 운동에 동참해 길거리 시위에 나가보기도 하고, 7개월간 비건식을 철저히 해보기도 하고, 배달 음식의 탄소 배출이 마음에 들지 않아 배달 음식을 아예 끊는 등의 변화들. 너무 철저한 나머지 너무 빨리 지쳐버렸고, 나는 제로 웨이스트, 비건의 생활방식을 다시 실천해야지 하는 마음만 가진 채로 살아가고 있었다. 숙제를 안 하고 노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런 답답한 일상을 살다가 우연히 이 책에 대한 소개를 접했고, '완벽한 제로 웨이스트는 아닐지라도.'라는 문장이 나를 사로잡았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무분별한 욕망이 결국 내 삶을 피곤하게 만든다고. 또 저자는 이어서 '완벽한 제로가 아니라고 해서 환경을 사랑하는 내 마음이 가짜일까?' '자주 실패한다고 해서 모든 걸 놓아버리는 게 과연 맞는 걸까?'라는 고민을 이어간다. 그러나 결국 저자는 답을 내렸다. "아니오."라고. 이 답을 바탕으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완벽한 제로는 아닐지라도, 각각의 인터뷰이는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그들 나름의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해간다.
Chapter1. 다시 생각하기
공우석 교수는 지구에 최대한 흔적은 남기지 않으려는 마음이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학생들에게 강의를 한 뒤 연구실에서 커피를 타 먹다가, 자신의 말과 행동 사이의 괴리를 느꼈다고 한다. 그 이후 커피를 끊고, 샴푸를 끊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계단을 이용하는 등 언행이 일치되는 삶을 살고 있다.
이보은 이사는 "우리가 뭐든 쉽게 버릴 수 있는 건 만든 사람의 얼굴을 모르기 때문이에요"라고 말한다. 정성 들여 만든 음식이라도, 배달 어플을 거치는 순간 지워지는 진심. 또 그는 마르쉐를 세상을 바꾸는 큰 움직임이 아닌 한걸음 정도로 생각한다고 말한다.
트레쉬 버스터즈의 곽재원 대표는 지극히 비즈니스적인 접근으로 환경 문제를 대한다. 그의 인터뷰에서 나는 흥미로운 관점을 얻을 수 있었다.
"관점의 차이인 거죠. 저는 비즈니스적으로 접근했고, 여전히 시스템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작은 실천도 좋지만, 저희 서비스를 쓰면 한 번에 1만 5,000개를 줄일 수 있어요. 책임을 시민들에게 지울 수도 있지만, 왜 그래야 하죠? 그래서는 안 변하거든요."
"환경을 해결의 관점으로 보면 다르잖아요. 왜 꼭 환경 운동가적 마인드를 가져야 하나요? 환경은 늘 착해야 하고, 초록이어야 하고. 선입견이나 거부감을 갖는다면 오히려 역효과죠"
p94
이 문장이 내 편견을 강하게 때렸다. 환경 운동은 탈 자본주의적이어야 하고, 개인의 실천이 중요하다는 어떤 편견에 갇힌 나를 비웃는 기분이었다. 물론 개인의 실천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그러나, 나는 그동안 환경 운동가가 아닌데도 환경 운동가적인 실천만을 고집했던 것 같다. 분명 나의 직업으로 환경 문제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텐데. 굳이 자연주의, 채식주의, 탈자본주의의 관점이 아니더라도 환경 문제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은 많았을 텐데. 이 인터뷰를 읽고 난 뒤 나의 직업 안에서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어떤 것이 있을지, 그리고 궁극적인 시스템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 등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오션카인드의 김용규, 문수정 공동 대표는 화가 나고 분노도 해봤지만, 결국 본인들도 쓰레기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깨닫는다. 완벽할 수 없음, 완벽하지 않았음을 인정하는 그들의 태도는 무던하며 지긋하다. 완벽하지 않음을 인정하고, 불완전한 실천을 이어가는 삶. 그 삶의 방식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Chapter2. 조금 더 줄이기
미니멀리스트이자 교사인 최다혜는 소비를 조장하는 미디어에 대해 이야기한다.
"역사책, 과학책, 에세이, 무엇을 읽어도 소비할수록 좋다고 적힌 책은 하나도 없어요. 심지어 재테크 책도 돈을 쓰지 말라고 이야기해요. 하지만 미디어는 달라요. 모든 것이 광고투성이죠. ...... 미디어를 줄이고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소비 욕구는 줄어들어요"
p150~151
이 문장을 읽은 뒤 내가 읽었던 책들을 찬찬히 떠올려보았다. 그 어디에도 소비를 통해 진정한 행복을 찾았다는 책이 없었다. 많은 돈을 벌었음에도 불필요한 소비를 하지 않는다던, 좋아하는 경제학자의 책 내용이 얼핏 떠올랐다. 나는 지금도 불필요한 소비를 거의 하지 않는 편이고 필요한 것이 있다면 중고 마켓부터 찾아보는, 소비하지 않는 삶에 가까이 살고 있다. 하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아이셰도우를 색별로 15가지 정도 항상 쟁여두었고, 불편해서 잘 입지 않는 치마를 예쁘다는 이유로 곧잘 사곤 했다. 마트나 쇼핑몰에 들어가면, 꼭 사야 하는 것이 없음에도 무언가 하나를 사고 나와야 할 것 같은 불안감이 있었다.
이러한 불안감의 기원은 미디어였다. 미디어에 노출되는 상품을 나도 가지고 있으면, 꿈꾸는 나에 더욱 가까워질 것 같은 욕망. 핫하다고 하는 화장품으로 내 콤플렉스가 사라질 것이라는 욕망. 하지만 소비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소비는 오히려 문제를 더욱 세분화시켜, 모든 문제를 소비를 통해 해결될 수 있다고 속삭인다.
또한 최다혜 작가는 자신의 소비가 모자를 쓰고 모자를 사러 가는 경우인지에 대해 고민한다. 그의 인터뷰를 읽으며, 나는 더욱 책과 가까이, 미디어와 멀리 인 삶을 실천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또한 내 소비가 불필요한데 합리화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경계하고 고민하는 삶의 방식을 배웠다.
미니멀리스트 유튜버인 에린남 작가는 나도 잘 알고 있었다. 유튜브에 올라오는 동영상에 도움을 받은 적이 여러 번 있었기 때문이다. 집안일이 힘들어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했다는 그의 인터뷰는 마치 유튜브의 연장선처럼, 편안하고 담백했다.
그는 남의 기준에 맞춘 미니멀 라이프가 아닌, 나를 알아가는 미니멀 라이프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미디어에서 흔히 보이는 미니멀리스트들의 집은 하얗고, 깔끔하고, 물건이 없다. 하지만 이것은 결국 남의 기준이라고 에린남 작가는 이야기한다. 그런 미니멀 라이프는 지속될 수 없다. 결국 나를 알아가고 나에게 필요한 것만을 남기는 진정한 미니멀 라이프. 그는 또 취향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요즘 인테리어 관련 유튜브 콘텐츠를 보면 이런 제목들이 많아요. '내 취향을 가득 담은 집.' 근데 사실 내 취향은 그렇게 쉽게 살 수 없거든요.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냥 유행하는 품목들인 거죠. 눈에 자주 띄는 것을 본인의 취향이라고 착각하면 결국 유행이 지났을 때 모두 중고 시장으로 직행하겠죠"
p184
공감이 되는 동시에 반성이 되는 부분이었다. 자주 보이는 것, 유행하는 것이 내 취향이라고 착각하다가 결국 처분되는 물건들. 유행이 바뀌면 그 유행에 따라 바뀌는 것이 과연 내 취향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인테리어 어플에 들어가, 내가 좋아요를 누른 항목을 보면, 유행이 바뀐 시기에 좋아한 가구의 스타일도 달라져 있다. 어떤 때는 원목을, 어떤 때는 모던 미드센츄리를, 어떤 때는 젠 스타일을. 유행의 범람 속에서 내 취향의 가구는 지극히 적다. 그 취향도 미디어에 의해 만들어진 취향인지, 나의 진정한 취향인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자원의 낭비가 없도록, 동시에 내 통장이 안전하도록 다시 한번 내 취향이라는 것에 대해 점검해야 할 필요를 느꼈다.
Chapter3. 순환하기
이 챕터에서 내가 무엇보다 관심이 갔던 인터뷰, 그건 위캔드랩의 인터뷰였다. 디자이너로서 소비를 조장해야 하는 나의 자아와 환경을 아끼고 싶은 나의 자아가 몇 년 전부터 충돌했고, 그 때문에 진로 선택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나였다. 둘 중의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했었는데, 위캔드랩은 디자이너로서 환경을 위해 할 수 있는 일, 동시에 재미를 느끼는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
플라스틱을 가지고 또 다른 플라스틱을 만드는 일은 그들에게 크게 의미가 없었고, 그래서 버려지는 폐기물로 플라스틱 대체 소재를 연구하는 그들의 인터뷰는 내게 큰 영감을 주었다.
내 밥줄과 환경, 그 사이의 괴리감에 빠져 있던 나에게 하나의 대안점이 제시되는 느낌이었다. 내가 가진 재능을 이용해 재밌고 환경을 위한 일을 해보자는 동기부여가 되는 인터뷰였다.
서평을 마치며
나는 완벽하게 하려고 하다가 빠르게 지쳤다. 실천을 멈춘 동시에 무거운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지속적으로,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점을 말해주었다.
완벽하지 않아도 돼, 80%만 비건이어도 돼, 줄여가면 돼. 작은 한걸음으로 시작해도 된다고 위로받는 기분이었다. 제로 웨이스트가 아닌, 다운 웨이스트를 실천한 힘을 얻었다. 이 책을 읽으며 새로운 관점을 얻기도 했고, 위로도 받았고, 영감도 얻었다. 이 책을 지구를 해치고 싶지 않은 사람, 제로 웨이스트를 시작하려는데 용기가 필요한 사람, 친환경적인 삶을 실천하다가 지친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이 리뷰는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