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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호스피스 의사가 아버지를 떠나보내며 깨달은 삶의 의미

레이첼 클라크 저/박미경 | 메이븐 | 2021년 10월 4일 한줄평 총점 9.4 (20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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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MD 한마디
호스피스 전문의가 다양한 죽음을 옆에서 지켜보며 기록한 책. 레이첼 클라크는 죽음 앞에서 최선을 다해 일상을 지켜간 사람들에 주목했다. 저자의 아버지도 예외는 아니었다.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드라마인 이 책은 우리에게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묻는다. - 손민규 인문 MD
“이 책을 읽고 이상하게도 살고 싶어졌다. 그것도 너무나 뜨겁게!”
영국의 존경받는 호스피스 의사가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도 최선을 다해 살았던 환자들과 아버지에게서 배운 것들


가디언 선정 2020 읽어야 할 책, 선데이타임즈 top 10 베스트셀러에 오른 화제작!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매트 헤이그, 김소영 책발전소 대표, 이해인 수녀 추천

죽음을 앞둔 환자들로부터 살아가기 위해 알아야 할 모든 것을 배웠다고 자부하던 호스피스 의사가 아버지를 떠나보내며 비로소 깨달은 삶의 의미를 담았다.

사람들은 흔히 호스피스에서 일하는 게 힘들고 우울할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는 정반대라고 대답한다. 호스피스에는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용기와 연민, 사랑하는 마음 등 인간 본성의 선한 자질이 가장 정제된 형태로 존재한다. 자신의 아픈 심장보다 치매에 걸린 아내가 혼자 남겨질 것을 더 걱정하는 마이클, “내일 죽더라도 오늘은 브리지 게임을!”이라며 끝까지 일상을 이어 간 도로시, 손자의 여섯 번째 생일까지 버티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사이먼, 80년간 숨겨 온 비밀을 마지막 순간에 털어놓고 가장 자기다운 모습으로 죽은 아서…. 별것 아닌 삶에 모든 것을 바치는 어리석고 아름다운 사람들로부터 오히려 후회 없는 삶의 태도를 배운다. 더불어 아버지의 죽음을 직접 겪으며 깨달은 사랑의 의미, 즉 이별의 고통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고 헌신하려는 용기야말로 인간으로 태어난 우리의 운명이라는 깨달음을 감동적으로 전달한다.

나이 들어도 여전히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는 우리에게 전하는 가슴 뭉클한 이야기로 가득한 이 책에 대해, [옵저버]는 “의학 관련 회고록이 거의 5분에 한 권씩 나오는 와중에 이 책은 단연코 다섯 손가락 안에 들 만큼 훌륭하다”라는 찬사를 보냈고, [가디언]은 “이 책에서 나를 울컥하게 만든 부분은 죽음에 관한 구절이 아니라, 살고 사랑하고 이별하는 법을 배우는 구절이었다”라고 평했다. 선데이타임즈 top10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대중성과 작품성을 모두 평가하는 2020 코스타 바이오그라피 상 최종 후보에 올랐으며, 가디언 선정 2020 읽어야 할 책으로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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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추천의 말
프롤로그
PART 1 병원에서 죽는다는 것 : 인간다운 죽음을 위한 이야기들
1. 아버지는 알고 있었지만 나는 몰랐던 것
-두 젊은 병사의 마지막 순간
-삶에 관한 아주 다른 이야기
-동네 진료소에서 만난 자연스러운 삶과 죽음들
-내가 살아 있는 건 우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2. 참 별것 아닌 삶
-그는 죽고 나는 살았다, 단 1초 차이로
-언제 무슨 일이든 벌어질 수 있는 어이없는 세상에 산다는 것
-죽음을 회피하는 태도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다시, 의사의 길로
3. 죽음을 피하려고 애쓰는 동안 잃어버리는 것들
-인생에서 다정함이 가장 필요할 때
-평범한 사람이 의대생이 되면서 서서히 잃어버리는 것
-병원에서 죽음을 다루는 냉정하고 차가운 방식
-인간다운 죽음을 위한 질문들
4. 죽을병이 삶을 바꾸는 방식
-암과의 아슬아슬한 만남이 내게 남긴 것
-아픈 사람에겐 어떤 배려가 필요할까
-삶과 죽음 사이, 소중한 것들이 제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보내야만 한다면
5. 드라마 같은 소생술은 없다
-생을 다하고도 편안하게 죽지 못하는 사람들
-의사가 말하길 꺼리는 단 하나의 진실
-우리의 심장이 멈추는 이유는 우리가 떠날 때가 되었기 때문이다
-처음 환자를 죽이고서 깨달은 것
6. 어떤 결말을 준비할 것인가
-응급실과 인생의 공통점
-삶이 평균과 통계치를 벗어나기 시작했을 때
-1퍼센트 가능성에 모든 것을 거는 사람들
-어떤 결말을 준비할 것인가
PART 2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 후회 없는 삶을 위한 이야기들
7. 내 삶은 어떤 이야기로 기억될까
-“이렇게 사는 게 다 무슨 의미죠?”
-죽음을 앞둔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
-그가 80년간 숨겨 온 비밀을 마지막 순간에 털어놓은 이유
-내 삶은 어떤 이야기로 기억될까
8. 죽어 가는 사람이 살아가는 하루에 대하여
-호스피스에 즐거움이 가득한 까닭
-암담한 순간에도 기쁨은 존재하는 법
-무엇이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게 만드나
-실체 없는 두려움은 내려놓고, 구체적인 희망을 만들어 가며
9. 내일 죽더라도 오늘은 브리지 게임을!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고 느낄 때
-삶은 마지막까지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내일 죽더라도 오늘은 브리지 게임을!
-살아 있는 한 함부로 끝이라고 단정 짓지 말 것
10. 지혜로운 포기와 좋은 선택에 대하여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대하여
-의사의 말만 따르던 그 남자의 마지막 선택
-빌어먹을, 죽을 때만큼은 내 뜻대로 죽고 싶다
-어떤 태도를 선택할 것인가
11. 별것 아닌 삶에 모든 것을 바치는 어리석고 아름다운 사람들에게
-삶도 사랑도 슬픔도, 결국 한순간일 뿐이지만
-그의 아픔이 내 것과 같음을 느끼는 순간
-사랑하는 사람만이 가닿을 수 있는 슬픔
-그럼에도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 아름다운 사람들에게
12. 아버지의 마지막 여행이 남긴 것들
-자연만이 줄 수 있는 위로
-인생을 잘 살았든 못 살았든, 상관없어지는 때가 온다
-아버지가 마지막 여행을 떠난 이유
-운명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달라지는 것
13. 결국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힘
-보통의 삶은 어떻게 위대해지는가
-죽음 후에 남는 것들
-작고 약한 인간이 서로를 돌볼 때 일어나는 기적
14.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 아버지가 남긴 이야기들
15. 정말로 소중한 것들을 위한 삶
습관적으로 대충 보낸 나의 어제를 돌아보며
오늘을 더 깊이, 더 뜨겁게 살기 위하여
사랑과 용기를 가슴에 품고 끝까지 나아갈 것
감사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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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2명)

저 : 레이첼 클라크 (Rachel Clarke)
영국의 공중 보건 의사이자 완화 의료 전문가. 윌트셔 시골에서 지역 보건 전문의의 딸로 태어나 아버지가 환자를 돌보는 모습을 지켜보며 성장했다. 아버지의 진료소에서는 해마다 동네 아이들이 태어나고, 노인들이 눈을 감았다. 언제나 환자의 처지를 먼저 헤아리는 아버지를 보며 친절하고 인정 많은 의사상을 가슴에 새겼다.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철학, 정치학, 경제학을 전공했고, 졸업 후 알카에다, 콩고 내전 등 다양한 주제의 시사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저널리스트로 일했다. 그러나 1999년 런던에서 발발한 테러 현장에서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뒤,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는 의사가 되기로... 영국의 공중 보건 의사이자 완화 의료 전문가.
윌트셔 시골에서 지역 보건 전문의의 딸로 태어나 아버지가 환자를 돌보는 모습을 지켜보며 성장했다. 아버지의 진료소에서는 해마다 동네 아이들이 태어나고, 노인들이 눈을 감았다. 언제나 환자의 처지를 먼저 헤아리는 아버지를 보며 친절하고 인정 많은 의사상을 가슴에 새겼다.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철학, 정치학, 경제학을 전공했고, 졸업 후 알카에다, 콩고 내전 등 다양한 주제의 시사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저널리스트로 일했다. 그러나 1999년 런던에서 발발한 테러 현장에서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뒤,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는 의사가 되기로 마음먹고 20대 후반의 늦은 나이에 의대에 진학했다.
의사 면허를 딴 후 고된 응급실 근무를 자처하며 사람을 살리는 의학의 역할에 매료되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환자를 사람이 아닌, 고쳐야 할 장기나 부속품 정도로 대하는 차가운 의료 현실에 직면해야 했다. 의사들은 환자들이 겪는 혼란과 고통에 무감했고, 소생 가능성이 없는 말기 환자들은 병원에서 쉽게 내동댕이쳐졌다. 결국 그녀는 환자 중심의 의술을 펼칠 수 있는 분야를 고심한 끝에, 동료 의사들이 꺼리는 분야이자 말기 환자들의 인간다운 죽음을 위해 애쓰는 완화 의료(호스피스)를 전문으로 삼기에 이른다.
사람들은 흔히 호스피스 업무가 무척 힘들고 우울하지 않느냐고 묻는다. 이에 저자는 그와 정반대라고 대답한다. 호스피스에는 용기와 연민과 사랑하는 마음 등 인간 본성의 선한 자질이 가장 정제된 형태로 존재한다.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서도 최선의 모습을 선보이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저자는 호스피스에서 제대로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고 말한다. 이와 더불어 2017년 아버지의 대장암 투병과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겪으며 사랑이야말로 사람을 살게 하는 힘이며, 이별의 고통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고 헌신하며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인간으로 태어난 우리의 운명임을 깨달았다고 전한다.
호스피스 환자와 보통 사람들 사이의 차이는 단 하나뿐이다. 그들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고, 나머지 사람들은 세상의 모든 시간을 가진 것처럼 산다는 것. 이 책은 의료의 본분을 몸소 보여 주는 따뜻한 호스피스 의사가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도 최선을 다해 살았던 환자들과 아버지에게서 배운 삶과 사랑의 의미를 담았다. 선데이타임즈 top 10 베스트셀러, 2020 코스타 바이오그라피 상 최종 후보에 올랐으며, 가디언 선정 2020 읽어야 할 책으로 선정되었다.
역 : 박미경
고려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건국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교육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외국 항공사 승무원, 법률회사 비서, 영어 강사 등을 거쳐 현재 바른번역에서 전문 출판번역가이자 글밥아카데미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탁월한 인생을 만드는 법』,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나를 바꾸는 인생의 마법』, 『혼자인 내가 좋다』, 『완벽한 날들』, 『아서 씨는 진짜 사랑입니다』, 『살인 기술자』, 『포가튼 걸』, 『프랙처드』, 『언틸유아마인』, 『프랑스 여자는 늙지 않는다』, 『제인 오스틴에게 배우는 사랑과 우정과 인생』, 『이어 제로』, 『슈퍼히어로의 에로틱 라... 고려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건국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교육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외국 항공사 승무원, 법률회사 비서, 영어 강사 등을 거쳐 현재 바른번역에서 전문 출판번역가이자 글밥아카데미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탁월한 인생을 만드는 법』,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나를 바꾸는 인생의 마법』, 『혼자인 내가 좋다』, 『완벽한 날들』, 『아서 씨는 진짜 사랑입니다』, 『살인 기술자』, 『포가튼 걸』, 『프랙처드』, 『언틸유아마인』, 『프랑스 여자는 늙지 않는다』, 『제인 오스틴에게 배우는 사랑과 우정과 인생』, 『이어 제로』, 『슈퍼히어로의 에로틱 라이프』, 『남편이 임신했어요』, 『내가 행복해지는 거절의 힘』, 『행복 탐닉』 등이 있다.

출판사 리뷰

“별것 아닌 삶에 모든 것을 바치는 어리석고 아름다운 사람들에게”
-나이 들어도 여전히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는 우리에게
죽음을 코앞에 둔 사람들이 전하는 가슴 뭉클한 이야기들


호스피스보다 두려움과 금기로 둘러싸인 건물은 없다. 흔히 호스피스 병동을 삶의 이야기가 뚝 끊기는 벼랑으로 여기고, 이곳에 오면 곤두박질치며 죽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경험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호스피스 전문의인 저자에게 묻는다. “그런 일을 어떻게 견디세요?”

하지만 호스피스에는 죽을 수밖에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남은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 삶을 이어 가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말기 환자들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평소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다가가고, 남은 삶의 순간을 깊이 음미한다. 호의와 미소, 품위와 기쁨, 친절과 예의, 사랑과 연민 등 인간 본성의 선한 자질이 가장 정제된 형태로 존재한다. 그래서 저자는 말한다. 얄궂게도, 의사이자 인간으로서 자신을 성장시켜 준 곳이 바로 대다수가 꺼리고 두려워하는 호스피스였다고 말이다.

환자들도 호스피스에 들어와서야 비로소 죽음으로 향하는 길목에도 삶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하루는 갑상선 암을 앓고 있는 60대 환자 사이먼이 종양으로 인해 기도가 눌리면서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해 구급차를 타고 호스피스에 실려 왔다. 기도가 막히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일은 없다. 인간이 지닌 모든 정신적인 힘이 공기에 대한 필사적 갈망 앞에서 힘없이 무너진다. 사이먼 역시 자신이 금방 죽을 거라는 확신을 품고 이곳에 도착했다. 저자는 공포에 떠는 사이먼에게 몇 주밖에 남지 않은 그의 삶이 앞으로 어떻게 이어질지 상세하게 설명한다. 예상과 달리 고통스러운 증상들은 약물로 거의 통제가 가능하다는 것, 점차 기력이 떨어져 낮잠을 오래 자게 된다는 점, 그래서 정말 중요한 일을 위해 체력을 아껴 둬야 한다는 것 등등. 사이먼은 처음으로 죽음의 형태와 방식과 시기를 가늠한 후 이렇게 말했다.
“어쩌면 내가 우리 꼬맹이 생일날까지 버틸 수 있을지도 모르지. 고맙소, 레이첼. 진심이오.”

사이먼은 가족을 떠난 사위를 대신해 아버지 역할을 해 주고 싶은 외손자가 있었고, 그것이 남은 삶에서 가장 중요했다. 결국 그는 남은 시간과 에너지를 끌어모아 외손자의 마지막 생일 파티를 치러 준 이틀 뒤, 두려움도 후회도 없이 조용히 삶을 마감했다.

죽어 가는 사람이 살아가는 하루에도 놀라우리만치 감미로운 순간들이 존재한다. 살아 있는 한 여전히 웃고 감탄하고 사랑하고 기뻐할 수 있으며, 더욱 농축된 상태로 삶의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다. 그래서 환자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 그들에게서 오히려 살아가기 위해 알아야 할 모든 것을 배우는 이유다.

보통의 삶은 어떻게 위대해지는가
-아버지를 떠나보내며 비로소 깨달은 삶의 의미와 사랑의 가치

금요일 밤의 혼잡한 응급실 한편에 80대 환자 마이클이 두 팔로 가슴을 감싸듯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그는 안절부절못한 채로 웅얼거리듯 말끝을 흐리며 팔을 풀었다.
“아, 내가 좀 더 일찍 왔어야 했는데…. 문제는 바로 이겁니다.”
놀랍게도, 그가 양손에 조심스럽게 받치고 있던 것은 바로 심박 조율기(심장 질환을 앓는 사람들이 갑작스러운 심장 마비를 막기 위해 가슴에 삽입하는 기구)였다. 몇 주 전, 심박 조율기의 배터리를 교체하는 간단한 시술을 받은 뒤 생긴 염증을 방치한 끝에, 곪아 터진 흉터 밖으로 심박 조율기가 삐져나와 갈비뼈가 바깥으로 노출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다른 것도 아니고 심장과 관련된 문제를 이렇게까지 방치하다니, 의사로선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마이클에게는 자신의 심장보다 더 중요한 게 있었다. 바로 60년을 해로한 아내였다. 메리가 3년 전에 치매 진단을 받은 이후로, 마이클은 줄곧 메리의 보호자 노릇을 해 왔다. 혼자서 아내를 먹이고 입히고 씻기고 달래 주었다. 그런 그가 입원해 버리면 누가 메리를 돌봐 주겠는가. 응급실에 누워 있는 동안에도 그는 자신의 심장보다 영문도 모른 채 두려움에 떨고 있을 메리 생각에 가슴이 미어졌다.

마이클이 그랬듯이, 죽음이 코앞에 다가와 두려움에 벌벌 떠는 동안에도 환자와 보호자는 기를 쓰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지키려고 노력한다. 죽음의 별인 호스피스에서 수없이 목격한 바, 종말을 향해 달려가는 순간에 사랑 외에는 그 어떤 것도 중요하지 않다. 통증, 섬망, 메스꺼움, 열 등 육체적 고통은 약물로 완화될 수 있다. 그러나 평생 소중히 간직했던 것들을 두고 떠나는 아픔과 뜨겁게 사랑했던 세상과 단절되는 괴로움은 오직 타인과 맺은 관계로만 치유할 수 있다. 인간적인 삶의 핵심에 바로 사랑이 있다.

따라서 사랑을 선택한 사람은 상실로 인한 고통을 피할 수 없다. 애통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영원한 이별에 따른 고통이자, 사랑의 대가이며, 절대로 완화될 수 없다. 저자는 그 사실을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서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윌트셔 시골에서 지역 보건 전문의로 평생 일해 온 아버지는 의사로서나, 인간으로서나 저자에게 본보기가 되어 주었다. 그런 아버지가 말기 암 선고를 받자 완화 의료 분야에서 쌓아 온 전문성과 판단력은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그동안 죽음 앞에서 꿋꿋하게 버티는 법을 세상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부해 왔는데, 정작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는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그제서야 조만간 떠나보내야 할 사람의 소중한 생명에 매달리는 가족들의 퀭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슬픔도 사랑처럼 우리가 어찌할 수 없다는 것을, 슬픔의 고통을 피하는 유일한 방법은 결국 사랑하지 않는 것임을 속속들이 알게 되었다.

-아버지의 마지막 여행이 남긴 것들

반대로 죽음의 당사자인 아버지는 암세포에 정복당하는 동안에도 움츠러들거나 얼굴을 감싸 쥔 채 괴로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고개를 들고 하늘을 바라봤다. 아버지는 한 번뿐인 소중한 인생에서 더 이상 잃을 게 없었다. 그래서 거친 산으로 마지막 여행을 떠났다. 흰꼬리수리의 비상, 마늘 버터에 푹 절인 바닷가재 요리, 붉은 사슴과 석영… 아버지에겐 모두 마지막이었기에 더욱 감격스럽고 소중했다. 아버지는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고서 매 순간을 기쁜 마음으로 음미했다. 죽기 전에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다.

“남은 나날을 ‘왜 나지? 도대체 왜 나야?’라고 따지면서 낭비할 수도 있어. 그런데 생각해 보면 나는, 아니 우리는 태어난 그 순간부터 죽어 가고 있어. 하지만 죽음의 문턱을 넘기 전까지는 여전히 살아 있잖아. 그러니까 나는 그저 묵묵히 내 삶을 살아갈 거야.”

죽음은 누구에게나 가 본 적 없는 미지의 길이다. 환자는 물론 지켜보는 이들도 두려움이 앞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죽음 앞에 선 자가 다가올 운명을 당당히 받아들이면, 죽음을 두려워하기보다 살아 있는 동안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을 마음껏 즐기겠다고 마음먹으면, 그러한 태도가 전파하는 울림은 상당하다. 게다가 그 사람이 바로 사랑하는 아버지라면 더욱 그렇다. 저자는 죽음을 받아들이고 남은 나날을 더 깊이, 더 뜨겁게 음미하는 아버지를 지켜보며, 조금이나마 더 나은 의사이자 인간이 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후회 없는 삶, 그리고 인간다운 죽음을 위한 이야기들
-저널리스트에서 호스피스 전문의까지,
병 너머 인간을 보려 한 어느 의사의 치열한 고민과 따뜻한 실천


이 책에는 모니카 르윈스키 스캔들, 알카에다, 콩고 내전 등 다양한 주제의 시사 다큐멘터리를 만들던 저널리스트가 호스피스 전문의로 선회하기까지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저널리즘은 프로그램이 방송될 때마다 수백만 명에게 이야기가 도달된다는 점에서 흥미롭고 강력하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사람들을 설득하고 유도하고 조종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한다지만, 어느 순간 그것이 영혼을 갉아먹는 것처럼 느껴졌다. 고민 끝에 저자는 직접 사람을 구하는 의사가 되기로 마음먹고 늦은 나이에 의대에 진학했다.

그러나 의료 현장에도 비인간적인 분위기가 팽배하긴 마찬가지였다. 물론 저자는 생명을 살리는 의학의 역할과 이를 위해 불철주야 매진하는 의사의 삶에 매료되었다. 남들이 버거워서 피하고 싶어 하는 응급실 근무를 자처할 정도였다. 하지만 생명을 살려야 한다는 목적에 몰입한 나머지, 병원에 환자의 삶은 사라지고 없었다. 사람 대신 고쳐야 할 장기가 있었고, 환자들의 삶은 수치와 질병으로 위축되었다. 격무에 지친 의사들은 환자들이 겪는 혼란과 고통에 무감했고, 치료 불가능한 환자들은 손쉽게 내동댕이쳐졌다. 병원에서 그냥 넘길 수 없을 만큼 추하고 잔혹한 죽음을 수없이 목격한 저자는, 병을 고치는 것만큼이나 죽음에 이르는 과정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완화 의료를 전문으로 삼기에 이른다.

저자는 말한다. 죽어 감과 살아감은 이항 대립이 아니며, 그 둘은 공존할 수 있다고. 병원은 죽어 가는 남편의 곁에 아내가 누워 따스한 온기를 전할 수 있는 곳, 사랑하는 아빠를 떠나보내기 전에 함께 영화를 보려고 피자를 사 들고 오는 10대에게 문을 활짝 열어 주는 곳, 반려동물을 마음껏 데려올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고. 환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삶을 마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온 저자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그녀야말로 우리가 꼭 만나고 싶었던 의사의 전형이라고 느끼게 된다. 그래서 아마존의 어느 독자는 이런 평을 남겼다. “만약 내가 집에서 죽을 수 없다면, 레이첼이 일하는 호스피스에서 죽고 싶다.”

종이책 회원 리뷰 (17건)

품위를 지킨 죽음을 맞는 법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눈* | 2022.01.25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불치의 병을 앓는 말기환자를 대상으로 한 호스피스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 스피스란 죽음을 앞둔 말기 환자, 임종환자들이 죽음을 받아들이고 희망 속에서 가능한 한 편안한 삶을 살도록 하며 삶과 죽음에 대한 총체적 접근을 의미한다.’라고 정의합니다. ‘호스피스(hospice)’병원(hospital)’은 환대(hospitality)와 마찬가지로 호스페스(hospes)라는 라틴어에서 유래하였는데, 호스페스에는 집주인손님혹은 낯선 사람이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는 영국의 공중보건의사이자 완화의료전문가인 레이첼 클라크가 완화의료현장에서 다양한 말기환자들의 임종과정을 돌본 경험과 특히 암에 걸린 아버지와의 작별하는 과정을 차분하게 기록한 완화의료의 교과서 같은 책입니다. 작가는 영국의 시골마을 윌트셔에서 지역보건 전문의의 딸로 태어나 아버지의 진료소에서 환자의 입장을 고려하며 진료하는 아버지를 지켜보면서 자랐습니다. 옥스퍼드대학에서 철학, 정치학, 경제학을 전공하고는 시사 기록물을 제작하는 기자로 일하면서 알카에다, 콩고내전 등을 취ㅐ하였습니다. 1999년 런던에서 일어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폭발사건에서 구사일생 목숨을 건지는 사고를 겪으면서 뒤늦게 의학의 길에 투신합니다.

 

의사가 된 다음에는 응급실 근무를 거쳐 완화의학에 매진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에서는 당신은 당신이기 때문에 중요하며, 생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 중요합니다. 우리는 당신이 평온하게 생을 마칠 수 있도록, 그리고 그때까지 의미 있는 삶을 살도록 최선을 다하여 돕겠습니다.(214)”라는 완화의료 운동의 창시자인 데일 시슬러 손더스의 말을 인용하는 등, 완화의료의 정수를 배울 수가 있습니다. 저자는 호스피스에는 용기와 연민과 사랑하는 마음 등 인간 본성의 선한 자질이 가장 정제된 형태로 존재한다.(230)”라고도 말합니다.

 

외투를 입히다. 덮어 감추다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펠리에어(palliare)에서 유래한 완화의료(palliative medicine)1차 목표는 죽음의 증상을 숨기는 데 있음을 암시한다고도 하였습니다. 저자가 완화의료 전문가가 된 것은 어쩌면 어렸을 때부터 환자중심의 진료를 해온 아버지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그런 아버지가 대장암에 걸려 죽음을 맞게 됩니다. 간호사인 어머니와 함께 아버지의 임종을 돌보기까지의 과정이 이 책에 담겨있습니다.

 

저자는 아버지가 건강하였을 때 죽음 조약을 맺었다고 했습니다. 저자가 의사가 되어 모르핀을 처방할 권한을 가지게 되었을 때 혹시 아버지가 불치의 병에라도 걸리면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약속을 한 것입니다. 즉 조력자살을 당부한 셈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상황이 되었을 때는 두 사람 모두 죽음 조약보다는 완화의료의 길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노년기에 접어들면서 생긴 불안감에서 죽음조약을 맺었지만, 대장암이라는 불치의 병을 얻고서 죽음을 받아들인 덕분에 남은 순간을 음미하면서 살아갈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죽는 것이 두렵냐는 저자의 질문에 아니다. 증상은 두려울 수 있지만 죽는 건 두렵지 않아. 손주들이 자라는 모습을 더 지켜보지 못하는 게 안타까울 뿐, 사는 데는 더 미련이 없단다. 이만하면 잘 살았으니까.(344)”라고 답합니다. 스스로의 삶에 만족하여 초연하게 죽음을 맞는 경지에 도달한 것을 보면 저자의 아버지는 득도를 한 셈입니다. 저도 그럴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저자는 다양한 책과 영화를 인용하여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었습니다. 저자가 인용한 책들을 읽어볼 요량입니다. 저자가 의학을 공부하면서 경험한 것들은 아버지가 공부하던 시절과 차이가 있음을 지적하는 대목이 나옵니다만, 저자의 아버지의 경험은 저와 비슷한 점이 있어 저의 과거를 되돌아보면서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책을 산부인과를 전공하는 작은 아이에게도 추천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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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k*******2 | 2021.11.15


"통증을 느끼려면 피부에 신경 종말이 필요하단다. 그들은 살갗이 다 타 버렸기 때문에 신경 종말이 하나도 없었어. 그러니 통증을 느낄 수 없었던 거야. 마음을 푹 놓고서 그냥 웃고 떠들었다니까. 사고를 용케 피한 줄 알았던 거야." 
아버지의 말투와 태도가 왠지 평소와 달랐다.(-34-)


죽은 자들 주변엔 말 못 할 비밀이 소용돌이친다는 것.의사는 목소리가 아니라 감정과 본능을 감춰야 한다는 것, 어떤 감정도 용인되지 않는다는 것. 감정은 곧 미숙함을 상징하기에 무시하고 부정해야 한다는 것, 죽음을 마주했을때 취약성을 드러내면 의학계의 골칫거리로 전락한다는 것. (-82-)


나는 가슴이 찌르르 저렸다. 문득 그도안 내 아이들이 잠깐씩 아팠던 때가 떠올랐다.아이가 크리켓 고으로 머리를 맞았을 땐 경막하 출혈을 의심하며 초조해했고, 무릎이 부었을 땐 화농성 관절염이 아닌가 걱정했었다. 이번 이도 자식에 대한 부모와 지나친 염려로 끝나길 간절히, 간절히 바랐다. (-164-)


간신히 호스피스 병도에 도착했을 땐 도처에 죽음의 그림자 때문에 또 불안했다. 의사가 병을 치료하고 상황을 개선할 수 없다면 이 모든 노력이 무슨 소용인가? 죽어 가는 환자를 위로하기 위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야 할까, 아니면 피해야 할까? 죽음의 문턱에 이른 환자의 쇠약한 몸이 나한테 너무 벅차지 않을까? 완화 의료릐사들은 날이면 날마다 온갖 비참한 모습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어떻게 저렇게 환히 웃을 수 있을까? 떨리는 마음으로 호스피스에 들어설 때마다 안팎으로 음산한 이곳에서 나를 빼내 줄 CPR 호출이 울리길 간절히 바랐다. (-210-)


3분 이상 호홉이나 신음이 들리지 않는다.
3분 이상 맥박이 잡히지 않는다.
동공이 고정되고 확대되었으며 빛에 반응하지 않는다.
촉진할 수 있는 심막 조율기가 없다.
고통스러운 자극에 전혀 반응하지 않는다. 

환자는 사망했다.
한 사람의 죽음 앞에서 나는 을 고개를 숙이고 내가 단순히 의사가 아니라 똑같은 인간이라는 점을 떠올렸다. (-284-)


아버지가 떠난 지도 벌써 6개월이 지났다. 장례식을 치르고 업무에 복귀했을 때, 나는 다른 의사가 되어 있었다.이젠 슬픔의 맛과 무게를 알았다. 병실에 들어서면, 조만간 떠나보내야 할 사람의 소중한 생명에 매달리는 가족들의 퀭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슬픔도 사람처럼 우리가 어찌할 수 없다는 것을, 슬픔의 고통을 피하는 유일한 방법은 결국 사랑하지 않는 것임을 나는 이제 속속들이 알았다. (-365-)


의사도 사람이고, 사람은 인간으로서, 고통과 죽음을 감지하면서 살아간다.인간은 자신의 나약한 모습을 드러낼 때, 자기 스스로 인간임을 자각하면서 살아가곤 하였다.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의사였던 아버지를 보면서 자란 저자는 호스피스 병동에서, 죽음을 앞둔 환자들의 치료 완화를 하면서, 삶을 긍정하게 되고, 그들의 고통을 공감할 수 있게 된다.


돌아보면 내일 갑자기 내 주변에 누군가가 죽음을 맞이한다면, 참 슬픈 기분이 들게 된다.슬픔이 고통이 되고, 힘든 기억이 남게 되는 것이다. 하루 아침에 내 가까운 사람을 볼 수 없다는 것으로 우울감을 느끼고, 슬픔을 안고 가야 한다. 이 책을 읽게 되면, 내 삶을 돌아보게 되며, 의사로서, 안고가야 하는 숙명은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 죽음을 기억한느 것은 고통이다. 즉 일반인이 결코 느낄 수 없는 미지의 고통을 느끼면서, 살아가며, 인간의 본능에 대해서, 물고기가 역영하는 것처럼, 자신의 본능에 역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매일매일 죽음을 마주하는 의사는 자신의 역할을 다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이 책은 다른 방식으로 의사의 삶을 들여다 보게 된다. 아버지의 죽음, 삶에서 죽음으로 가는 전 과정을 지켜 보았던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으면서, 스스로 의사이면서, 나약한 인간이라는 것을 잃지 않고 있었다. 죽음은 인간이 나약함을 드러낼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다. 아버지가 살아계실 적 보았던 수많은 환자들의 쾡한 모습들을 외면해왔던 ,자신의 모습에 대해서 성찰하게 되고, 죄책감을 느낄 수 있게 되다. 내 안의 숨겨진 교만이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누그러질 수 있게 된다. 즉 환자의 입장에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되었고, 죽음을 보고 있어야 하는 환자의 보호자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게 된다. 즉 작가는 자신이 놓치고 있었던 생각과 경험과 판단과 결심이, 아버지의 죽음이후 서서히 바뀔 수 있게 되었다. 죽음을 마주하며,마지막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스스로 계획하거나 준비할 수 있게 된 거다. 작가가 자신의 죽음 끝자리에 ,항암과 방사선 치료에 의존하면서, 글을 쓰는 것을 멈추지 않았던 것처럼, 죽음이 내 앞에 당장 다가온다 하여도, 그것에 굴하지 않기 위해서, 어떤 결단이 필요한지, 내 삶의 끝을 생각하게 되었으며, 죽음 이후의 삶에 대해서, 주어진 삶에 대한 책임을 언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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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우* | 2021.10.17

 

죽어 감은 곧 살아감과 같다.

여기선 아름답고 달콤 씁쓸하며 부서지기 쉬운 게 인생이라는

삶의 본질을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

얼마 전 가슴을 졸였던 기억이 있다. 아버지가 갑자기 어지럼증도 심하고 식은땀에 3주 동안 몸무게가 5킬로가량 빠지셨다. 지인과 통화 중에 뇌출혈 증상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즈음에 주변에서 뇌출혈로 쓰러진 분들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아버지 가까운 분 역시 뇌출혈로 뇌사상태로 일주일 정도 계시다가 결국은 돌아가신 참인지라 급하게 응급실에 가서 MRI와 CT를 찍었는데 다행히 아무 이상은 없었다.(결국은 코로나 백신 2차 이상 증상이었다.)

그 며칠 간의 일을 겪으며 정말 많은 생각이 지나갔다. 언제나 건강하게 내 곁에 계실 것 같은 아버지의 부재를 잠깐이나마 생각하다 보니 정말 못 했던 것만 생각이 났다. 둘째가 태어난 후, 전보다 더 부모님(특히 아빠)의 손길을 많이 받으며 살고 있다. 갑자기 아이가 아프거나, 뭔가 일이 생기면 늘 찾게 되는 5분 대기조인 아버지.

사실 이번 일을 겪으며, 언젠가는 맞이할 수밖에 없는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타인의 글을 통해서나마 간접경험하고 나 역시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저자는 의사인 아버지를 둔, 호스피스 의사 레이첼 클라크의 글이다. 죽음에 관한 글, 호스피스 의료진의 글을 여러 권 봤지만 이 책은 아마 꽤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어린 시절부터 의사인 아버지, 간호사인 어머니의 직업을 곁에서 지켜봤던 레이첼은 기자와 의사의 삶을 두고 고민을 했었다. 그런 그녀 기자를 포기하고 의사가 되기로 결심한 것에는 죽을 뻔한 여러 건의 큰 사고가 있었다. 그녀가 선택해야 할 상황에서 아버지는 그녀에게 의사로 살기를 강요하지 않았다. 그저 레이첼이 옳은 선택을 하도록, 그녀가 질문을 해 올 때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해 줬을 뿐이다. 다소 늦은 나이에 의학도가 된 레이첼은 문제가 생기거나,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아버지에게 조언을 구한다. 그때마다 아버지는 지혜로운 대답을 건넸다. 평생을 의사로 살아왔던,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의사였기에 건넬 수 있던 조언이었다.

책의 전반부에는 레이첼이 의사가 되기로 마음을 먹게 된 이야기, 의사가 되고 겪었던 이야기가 담겨있다. 사실 나 역시 병원을 극도로 무서워하는 병원 공포증을 가진 사람이다. 병원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환자가 실려온 응급실, 갑작스러운 심정지로 CPR을 받는 장면이다. 다분히 드라마나 영화의 영향 때문인지, CPR에 대한 환상이 있었는데, 드라마틱한 소생은 5명 중 1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책의 후반부에는 아버지 이야기와 함께 자신이 호스피스 의사로 살면서 만났던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개인적으로 호스피스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다. 사실 환자의 입장에서 호스피스로 이동한다는 것은 죽음을 코앞에 두고 있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호스피스에서 일하며 자신이 만나고 보았던 많은 이야기들을 통해, 그리고 자신 또한 사랑하는 아버지의 죽음을 이야기하지만 그동안 의료진으로 봐왔던 죽음과 가족의 죽음은 다르다. 많은 사람들의 마지막을 위해 일했지만 말이다. 아버지의 죽음을 이야기하기 위해 책을 썼지만, 그 안에는 아버지를 비롯해서 그녀가 만났던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이 더 많다. 정말 찰나의 차이로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사는 끔찍한 사고의 현장에서부터 사랑하는 가족을 남겨두고 떠나야 하는 할아버지, 아내를 두고 떠나는 남편, 아직은 죽음을 논하기에 너무 이른 19살 청년에 이르기까지 책 속에는 다양한 모습의 삶과 죽음에 대한 기록이 담겨있다.

책을 읽으며 의사라는 직업과 환자를 대하는 태도, 죽음에 대한 이야기 등 참 와닿는 부분들이 많았다. 가슴 아픈 사연과 이야기가 가득하지만 그래서 더더욱 이해가 되는 삶의 이야기가 가득한 책을 통해 저자의 말대로 죽음이라는 또 다른 삶을, 살아감을 준비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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