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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편안한 죽음

시몬 드 보부아르 저/강초롱 | 을유문화사 | 2022년 12월 27일 한줄평 총점 0.0 (19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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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프랑스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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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엄마를 지키는 것, 그것만이 내 유일한 목표였다.”
죽음의 순간에 이루어지는 인간 존재의 아름다운 연대


엄마가 암에 걸렸다. 엄마와의 관계가 소원했던 ‘나’는 병상을 지키며 서서히 죽어 가는 엄마를 곁에서 지켜본다. 그저 넘어져 다친 것뿐이라 알고 있는 엄마에게 나와 동생 푸페트는 차마 진실을 말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희망의 끈을 완전히 놓지도 못한다. 나는 죽음을 향해 가는 엄마를 바라보며 그녀에게서 한 여성의 삶을 읽어 낸다. 불같은 정열과 욕망을 지녔지만 자기 자신을 끈으로 옭아매도록 교육받은 여자. 뒤틀리고 훼손당한 끝에 자기 자신에게조차 낯선 존재가 되어 버린 한 인간.

20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행동하는 지성 보부아르의 최고작 중 하나로 꼽히는 『아주 편안한 죽음』은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자 보부아르의 문학적 글쓰기의 정점에 있는 작품이다. 『제2의 성』이 작가의 철학적 글쓰기를 대표한다면, 이 작품은 작가가 천착해 온 실존주의라는 주제를 문학의 영역으로 끌어왔다. 우리의 실존이 지닌 불가해한 측면과 그로 인해 야기되는 딜레마를 작은 사건 안에 담아 생생하게 그려 낸 것이다. 작가는 여기서 더 나아가 실존의 모순적 특성이나 서로 다른 삶을 사는 인간 사이의 갈등을 넘어서 인간 존재가 서로의 자유를 존중하며 공존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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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아주 편안한 죽음
I
II
III
IV
V
VI
VII
VIII

해설 타인에 대한 애도를 통해 자기 자신과 화해하기
판본 소개
시몬 드 보부아르 연보

저자 소개 (2명)

저 : 시몬 드 보부아르 (Simone de Beauvoir)
1908년 1월 9일 파리에서 태어났다. 1913년 엄격한 가톨릭 학교인 데지르 학원에 입학해 수학하고, 1926년 소르본 대학 철학과에 입학했다. 3년 후에는 철학 교수 자격시험에 2등으로 합격하고, 1등으로 합격한 장폴 사르트르를 처음으로 만나 그와의 계약 연애를 시작했다. 이 만남은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결정적인 일이 되었다. 두 사람은 평생을 연인이자 사상을 공유하는 지적 동반자로 살아갔다. 이후 1931년 마르세유에 있는 고등학교에서 교직 생활을 시작, 루앙과 파리를 거쳐 1943년까지 학생들을 가르쳤다. 제2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기 전, 절친한 친구의 죽음을 소... 1908년 1월 9일 파리에서 태어났다. 1913년 엄격한 가톨릭 학교인 데지르 학원에 입학해 수학하고, 1926년 소르본 대학 철학과에 입학했다. 3년 후에는 철학 교수 자격시험에 2등으로 합격하고, 1등으로 합격한 장폴 사르트르를 처음으로 만나 그와의 계약 연애를 시작했다. 이 만남은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결정적인 일이 되었다. 두 사람은 평생을 연인이자 사상을 공유하는 지적 동반자로 살아갔다. 이후 1931년 마르세유에 있는 고등학교에서 교직 생활을 시작, 루앙과 파리를 거쳐 1943년까지 학생들을 가르쳤다.

제2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기 전, 절친한 친구의 죽음을 소재로 한 소설 『정신적인 것의 우위(Primaute du Spirituel)』를 완성하지만 1979년이 될 때까지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다. 1943년 『초대받은 여자(L’Invitee)』로 본격적인 작가 생활을 시작해, 1945년 사르트르가 잡지 [현대(Les Temps Moderns)]를 창간하자 그 일에 협력하며 실존주의 문학운동에 적극 참여하게 되었다. 독일에 대한 레지스탕스의 저항을 그린 『타인의 피(Le Sang des Autres)』(1945), 죽음과 개인의 문제를 취급한 『인간은 모두 죽는다(Tous les Hommes sont Mortels)』(1946)를 연달아 발표하고, 1954년에 출간한 『레 망다랭(Les Mandarins)』으로 프랑스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공쿠르 상을 수상한다.

이 밖에도 소설 『아주 편안한 죽음(Une Mort Tres Douce)』(1964), 『아름다운 영상(Les Belles Images)』(1966), 『위기의 여자(La Femme Rompue)』(1967) 등을 발표하며 문학 활동을 이어 간다. 또한 평론 · 기행문 등을 꾸준히 발표하여 프랑스에서 가장 뛰어난 문학가 중 한 사람이 되었으며 철학적 글쓰기의 대표작인 1949년에 발표한 『제2의 성』은 역사적 · 철학적 · 사회적 · 생리적 분석을 통해 여성문제를 고찰한 작품으로, 전 세계 페미니즘 운동의 참고 도서가 되었고, 이후 『특권(Privileges)』(1955), 『노년(La Vieillesse)』(1970) 등 다수의 철학적이고 논쟁적인 에세이를 집필했다.

사르트르 사후 그의 말년을 기록한 『작별 의식(La Ceremonie des Adieux)』(1981)과 생전 그에게서 받은 수많은 편지를 엮은 책 『비버에게 보내는 편지(Lettres au Castor)』(1983)를 출간했다. 1986년 4월 14일 생을 마감할 때까지 사르트르와 함께 [현대(Les Temps Moderns)]지의 편집자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한편, 알제리 독립이나 낙태 합법화 등 셀 수 없이 많은 다양한 시위에 참여하며 행동하는 지성인으로서의 면모를 보여 주었다.

주요 저서로 『얌전한 처녀의 회상』, 『나이의 힘』, 『사물의 힘』, 『결국』 등 자서전과 소설 『초대받은 여자』, 『제2의 성』, 『레 망다랭』, 『대장정 : 중국에 관한 에세이』, 『인간은 모두 죽는다』, 『실존주의와 국가의 지혜』, 『거물들』, 『노년』 등이 있다.
역 : 강초롱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2010년 파리 7대학에서 「시몬 드 보부아르의 자서전 담론」으로 불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논문으로는 「진실‘들’을 드러내는 은밀한 목소리: 『초대받은 여자』의 주변인물 연구」, 「어머니를 위한 애도의 두 가지 전략: 보부아르의 『아주 편안한 죽음』과 에르노의 『한 여자』 비교」, 「자유와 상황의 충돌의 재현: 『레 망다랭』의 다성화 전략」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 시몬 드 보부아르의 『아주 편안한 죽음』 등이 있다.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2010년 파리 7대학에서 「시몬 드 보부아르의 자서전 담론」으로 불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논문으로는 「진실‘들’을 드러내는 은밀한 목소리: 『초대받은 여자』의 주변인물 연구」, 「어머니를 위한 애도의 두 가지 전략: 보부아르의 『아주 편안한 죽음』과 에르노의 『한 여자』 비교」, 「자유와 상황의 충돌의 재현: 『레 망다랭』의 다성화 전략」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 시몬 드 보부아르의 『아주 편안한 죽음』 등이 있다.

출판사 리뷰

보부아르의 아주 특별한 소설
『아주 편안한 죽음』은 시몬 드 보부아르가 어머니의 죽음을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써 내려간 자전 소설이다. 당시 보부아르는 유명한 『제2의 성』을 비롯해 이미 많은 책을 펴낸 작가 겸 지식인이었으나, 그녀의 연인이자 동반자였던 사르트르는 보부아르가 쓴 최고의 작품으로 이 소설을 꼽았다. 무엇이 이 소설을 그토록 특별하게 만드는 것일까?
잘 알려졌다시피 보부아르는 인간의 실존에 대해 깊이 있게 탐구했던 사상가이자 철학자다. 또 한 명의 대표적인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가 인간 존재 사이의 갈등을 존재론적 숙명으로 규정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보부아르는 그러한 갈등 관계를 넘어서 인간 존재가 서로의 자유를 존중하며 함께 공존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한다. 그리고 그 수단으로 문학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여기서 『아주 편안한 죽음』의 진가가 드러난다. 그녀의 다른 소설들이 인간 실존의 딜레마를 재현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부조리를 좀처럼 넘어서지 못하는 데 반해, 이 작품은 보부아르가 바랐던 대로 갈등과 딜레마를 뛰어넘어 타인과의 상생을 가능케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바로 주인공 ‘나’가 죽음을 앞둔 엄마에게 공감하고 연대하며 엄마와 화해해 나가는 과정이다. 이와 같은 상황을 직접 겪었던 보부아르는 지성만으로는 돌파할 수 없는 ‘부조리한’ 삶, 즉 오직 살아 내고 체험함으로써만 증언할 수 있는 삶을 발견했던 것이다.
이 소설에서 엄마는 주인공과 여러모로 대척점에 있다. 엄마는 늙은 육체와 당면한 죽음, 더 나아가 그 당시 여성의 폐쇄적인 삶을 대변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가부장적인 사회 속에서 ‘아버지들의 세계’로 대변되는 지적이고 정신적인 삶을 지향하며 살아왔던 주인공은 어머니의 마지막 날들을 함께하면서 그간 자신이 멀리했던 어머니의 삶을 돌아본다. 거기에는 주체성을 포기하며 타자로 살도록 강요받아 온 한 인간의 생애, 나아가 당대 여성 전체의 모습이 드러나 있었다. 따라서 이 소설은 작가가 한때 냉대하며 외면했던 세계를 새롭게 인식하며 자기 정체성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과정이며, 그와 동시에 남과 여, 육체와 정신, 삶과 죽음 등 구별 짓기로 가득했던 인간 내면의 경계를 허무는 작품으로도 읽을 수 있다.

죽음을 직시하고 그로 인한 슬픔과 고통을 함께 나누다
‘죽음’을 전면에 내세운 이 소설은 누구나 살면서 겪을 죽음의 과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그 광경을 직시한다. ‘나’는 말기 암에 시달리는 엄마가 산송장과 다를 바 없음을 인정하고, 그런 엄마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매일 조금씩 더 다가오는 죽음의 비참한 겉모습을 무심결에 일상의 일부로 여기기 시작한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죽음은 쉬쉬해야 할 무언가로, 심지어 때로는 금기의 대상으로 여겨진다. 보부아르는 여기에 반기를 든다. 소설을 통해 죽음의 민낯을 낱낱이 보여 주는 보부아르는 죽음의 어두운 속성을 감추려고만 하는 현대 사회의 허상과 거만함을 폭로한다.
소설 속 ‘나’는 엄마가 비교적 편안히 죽음을 맞이했다고 이야기한다. 비록 당사자에게는 고통과 두려움이 동반되었을지언정, 옆에서 손을 얹어 주고 달래 주는 가족이 있었기에 운이 좋은 편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부아르 자신은 어머니의 죽음을 그처럼 편안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는 이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늙어서 죽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철학적 화두를 발견했던 것이다. 급작스런 사고, 크고 작은 병, 혹은 그 모든 불행을 피했음에도 결국 활력이 다한 늙은 몸. 모든 인간은 외부에서 기인한 ‘무언가’로 인해 죽는다. 따라서 보부아르는 “자신이 죽으리라는 걸 알고 이를 사실로 받아들인다 할지라도, 인간에게 죽음은 하나의 부당한 폭력에 해당한다”고 말하기에 이른다.
사르트르는 바로 이 점을 발견하고 『아주 편안한 죽음』을 보부아르의 최고작으로 꼽았는지도 모른다. 보부아르는 상아탑이 아닌 병실에서, 사랑과 미움이 뒤섞인 인물을 둘러싼 애도와 회한과 즉물적인 비참함을 동시에 체험함으로써 비로소 실존주의를 ‘삶’의 영역으로 끌어들일 수 있었던 것이다. 부조리를 이해하고 분해하는 대신에 일종의 과제로서 받아들이는 삶, 그것은 젊은 사르트르가 『구토』를 비롯한 문학 작품에서 추구했던 태도이기도 했다.
『아주 편안한 죽음』은 이러한 깨달음 혹은 주장을 가장 보편적인 소재와 문장 속에 녹인 작품이다. 가장 낮은 곳에 임한 실존주의 문학으로서, 혹은 애증으로 엮인 어머니를 향한 절절한 고백으로서, 이 짧은 소설은 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오래도록 흔들 것이다.

종이책 회원 리뷰 (19건)

구매 아주 편안한 죽음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로얄 O*맨 | 2023.03.19
나이가 어릴 때는 이런 자전적인 내용의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우연히 알게된 책이다 보니 별 생각 없이 읽은 첫 느낌은 평범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읽는 시간이 부족해 천천히 읽게 되었고 오히려 이 점이 이 책을 읽는데 더욱 도움이 된 느낌이었습니다. 격렬한 폭풍보다는 잔잔한 물결의 파장이 더욱 마음에 다가오는 시기에 읽기 시의적절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차분한 마음으로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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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아주 편안한 죽음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로얄 y********7 | 2022.06.25
엄마의 죽음에 대한 글이다. 생각보다 짧지만 읽고 나서 매우 착잡해진다..
주인공은 아픈 엄마를 갑자기 보내고 싶지 않아서 수술 후 약 한달동안 엄마의 고통스러운 모습을 보게 된다.

젊은 시절 내내 나에게 고통을 준 엄마가 미웠던 주인공
엄마와 딸들의 관계는 기묘하다.. 한국은 가족중심문화가 심해서 더 그런면이 부각되지만 외국도 크게 다르지 않나보다...엄마들은 아들보다 딸들에게 더 기대하고 자신을 반영한다. 성인이 되어도 완전한 정신적인 독립이 불가능한 걸까

하지만 주인공은 죽음 앞에서 초연하게 된다. 엄마의 나약함과 강함 그 모든 걸 사랑할 수 있게 된 주인공

90이 넘으면 호상이라고 하지만 60이 넘은 아줌마에게도 엄마의 죽음은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다.
나 또한 가족의 죽음을 겪어봤지만 갑작스러움 죽음 앞에 다들 의문만이 남는다.. 게다가 엄마의 죽음은 생각만해도 견딜 수 없는데..
어떻게 대비하고 견뎌야 하는지.. 여러가지 생각이 든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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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포토리뷰 자연스러운 죽음은 없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c******y | 2022.06.14

이 소설의 표지에 사용된 사진은 1915년에 찍은 것으로 시몬 드 보부아르의 어린 시절을 담고 있다. 사진 속 가운데에 있는 사람이 어머니인 프랑수아즈이고, 왼쪽이 첫 딸이었던 시몬, 그리고 오른쪽이 동생인 엘렌이다.

책을 읽기 전에는 이 표지를 무심하게 넘겼는데, 책을 다 읽고는 이 사진을 다시 한번 들여다봤다.

 

부모 자식간의 서사는 충분히 많다. 특히 아버지와 아들 사이가 그렇듯 어머니와 딸 사이도 갈등과 대립, 애증과 사랑이 범벅이 된 관계이기 쉽다. 대개 아들들이 어머니에 대해 가지는 감정이 '모성애'라는 키워드로 대변되는 무조건적인 사랑의 대상이라면, 같은 여성으로서 딸들이 어머니에게서 느끼는 감정은 좀더 복잡미묘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 시몬과 어머니의 관계 역시 그렇다. 시몬 드 보부아르처럼 상류층 집에서 자랐고, 충분히 교육을 받은 후 지성인으로 다양한 활동을 한 경우라면 더더욱 그랬을 것이라 사료된다. 닮고 싶은 아버지(혹은 남성의 세계)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서의 어머니라는 이분법 속에서 성장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병든 어머니와 어머니를 간호하게 된 딸의 스토리라고 하면, 갈등을 화해하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다소 진부하고 신파적인 스토리를 생각하기 마련일텐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보부아르의 저작답게, 그런 식의 감정적인 차원을 넘어선다.

 

이 책은 죽어가는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이자, 보부아르 자신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두 여성의 자전적 스토리라고 할 수 있다.

 

보부아르의 입장에서 어머니는 여성성, 즉 열등하고 무능력한 여성성을 대변하는 부정적인 존재였다. 아버지가 상징하는 교양과 지식, 권위에 절대적으로 순종하는 수동적인 존재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보부아르는 어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마침내 어머니뿐 아니라 어머니로 대변되는 여성적인 세계와 화해하게 된다. 어머니가 여성으로서 감내해야 했던 가부장적 사회의 억압들을 비로소 이해하게 된 것이다. 어머니 역시 가부장제가 요구하는 여성으로서의 역할과 자신의 욕망 사이에서 내적으로 갈등하는 인간이었다. 따라서 보부아르가 어머니에게 건넨 사과는, 자신의 안에 내재했던 여성 혐오에 대한 자기 반성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죽음 그 자체에 대한 보부아르의 인식이다.

 

자연스러운 죽음은 없다. 인간에게 닥친 일 가운데 그 무엇도 자연스러운 것은 없다. 지금 이 순간 인간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 이는 그 자체로 세상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모든 인간은 죽는다. 하지만 각자에게 자신의 죽음은 하나의 사고다. 심지어 자신이 죽으리라는 걸 알고 이를 사실로 받아들인다 할지라도, 인간에게 죽음은 하나의 부당한 폭력에 해당한다. (153쪽)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이다.

 

'피투성(thrownness , 被投性)'이라는 개념이 있다. 하이데거가 발전시킨 개념인데, 하이데거가 주장하는 피투성이란 인간은 자의와 상관없이 세상에 던져진 존재라는 것이다. 인간은 불안을 통해 이러한 상황을 자각하게 되는데, 특히 죽음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되면서, 즉 자신이 언젠가는 죽게 되는 존재라는 걸 깨닫게되면서 피투성을 자각하게 된다고 한다.
한편, ‘기투(企投)’라는 개념도 있다.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자각으로부터 자신의 삶을 다시 한번 재구성하려는 시도를 일컫는 것이다. 죽음의 자각을 통해서 새로운 삶이 방식을 모색하고 '존재'로서 자신의 의미를 획득하게 된다는 것이다.
 

 

'죽음'에 대한 보부아르의 사유와 하이데거의 '피투성'과 '기투' 개념까지 모두 감안한다면, 죽음을 어떻게 대면하고, 역으로 삶을 어떻게 인식하고 살아가야 할 지에 대한 실마리를 얻게 되는 것 같다.

 

다시 사진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보부아르가 어머니와 어머니로 대변되는 여성들과 화해하고 죽음에 대해 사유할 수 있었던 것은 보부아르가 사진 속 아이나 어머니를 극복하고자 했던 젊은 여성이 아니라, 사진 속 어머니보다 훨씬 나이가 많아졌기 때문에 가능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떤 나이가 아니면 결코 생각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나이가 들었기 때문에 부모의 죽음을 경험해야 하지만, 또 그만큼 충분히 나이를 먹었기 때문에 이전에는 결코 할 수 없었던 사유나 이해가 가능한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렇게  보자면 '아주 편안한 죽음'이라는 매우 역설적이고 모순적으로 보이는 이 책의 제목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그런 죽음이 있다는 게 아니라 그렇게 받아들여지게 되는 죽음이 있다는 의미일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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