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도 저
궤도 저
루시 쿡 저/조은영 역
시라이시 다쿠 저/이인호 역/한치환 감수
해리 클리프 저/박병철 역
임두원 저
제목만 봐서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서평을 신청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어려운 내용들도 있어서 살짝 당황했었다는... ^^"
웬지 '흑역사' 라고 하면 관심이 가지 않나요?
특히나 이름만 들어서 알 수 있는 과학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 할 만한 엄청난 과학자들의 흑역사라니...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목차는 각 영역별로 과학들의 이야기를 모아두었어요.
1부 천문학자의 흑역사
2부 생물학자의 흑역사
3부 수학자의 흑역사
4부 화학자의 흑역사
5부 물리학자의 흑역사
과학사에서 몇 번이나 반복해서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보수적인 전통 사상에
속박되지 않으려 애쓰면서
대담하게 도전하는 젊은 과학자는
예외 없이 권위자들의
분노와 반대에 직면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과학의 중대한 발전은 이런 젊은이들의
쉼 없는 도전 끝에 이루어졌다.
권위자와 노인들은
대부분 그 발전 과정에서
반대 세력의 역할을 맡는다.
[과학자의 흑역사] p.29
과학자의 전문적인 이론에 대한 설명들은 사실은 좀 어렵더라구요.
아... 내가 과학에 이렇게 무지했었나...?
그동안 내가 일반 순수과학에 대한 이해나 기초상식이 얼마나 없는지 스스로 반성도 해봤어요.
처음 들어보는 과학자도 생각보다 많았답니다.
책을 보는 동안 기초과학에 대한 저의 무지함을 느꼈죠.
과학자들의 흑역사는 대부분 자기만의 고집이나 편견에 의해 어떠한 실수를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있어요.
자신이 만들어낸 이론이나 원리의 우수성(?)에 빠져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자신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이야기가 종종 나온다.
만약 다양한 시선으로 그러한 이야기들을 포용했다면 과학은 더 발전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요즘은 융합을 이야기하는 시대이다.
내가 갖고 있는 한가지만으로 승부하기는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
점점 순수과학을 하지 않는 이유가 되기도 하는 것 같아서 한편으로 아쉽기도 하다.
어떤 위대한 과학자도
모든 과학 문제를 풀어낼 수는 없다.
언젠가는 그 당시에
가장 곤란한 문제 앞에
멈출 때가 온다.
그리고 나중에는 잘못된 것이라고
밝혀지는 이론과 생각을
내놓을 때도 있다.
그러나 그런 이론들이
미래의 과학자들이 한 걸음 전진할 수 있게 받쳐주는 디딤돌이 된다.
이것이 역사의 한계성이 갖는 필연이다.
[과학자의 흑역사] p.169
조금은 어렵지만 천재 과학자들의 인간적인 모습도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책이었어요.
누구나 실수할 수 있고 자신만의 편견에 갖혀서는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교훈을 배울 수 있었답니다.
과학적인 교양서를 찾고 계신다면 한번 읽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절대'라는 말은 함부로 사용하지 말라 는 것은 내가 자주 하는 말이다. 절대라고 사용하는 것은 강한 확신을 표현하는 방법이 될 수 있지만 나의 무지를 드러내는 양날의 검의 되기도 한다. 많은 기업들이 1등을 한 뒤에 쉽게 무너지기도 하고 학자들은 최고 권위의 상을 받으면 급격히 쇠퇴하기도 한다. 자신의 굴레를 쓰고 현실을 대하다 보면 가끔 자신도 모르게 얼토당토않은 일들을 하게 된다. 그런 것들을 우리는 흑역사라고 한다.
위대했던 과학자들의 아집의 역사를 소개하는 이 책은 현대지성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이 책은 또 하나의 과학 서다. 연대 별로 작성되어 있지 않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의 많은 부분을 되짚어주고 있다. 그 속에 실패라는 에피소드를 더해서 조금 더 흥미롭게 적어주고 있다. 과학자들은 평생에 엄청난 실패를 만나며 살고 있으며 그 속에서 착각을 많이 하기도 하며 그것이 신념이 되어 관철시키기 위해서 평생을 허비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의 노력들이 있었기 때문에 과학은 한 발씩 나아가고 있다. 때로는 오해와 시기로 과학의 발전을 허비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결론이 난 지금에서야 할 수 있는 얘기가 아닐까 한다. 과학 자체는 이론과 이론이 서로 치열하게 싸우는 것이 흔한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흑역사라고 적혀 있지만 많은 부분은 흑역사라고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왜냐면 자신의 연구가 자신의 업적이 되지 못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연구가 그들의 업적에 고스란히 이어졌다면 정말 멋진 일이겠지만 그렇다면 그것은 또 다른 과학자의 흑역사가 되었을 것이다. 그들은 과학이 나아가는데 큰 공헌을 한 사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정하고 존경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집단 지성이 필요한 천문학의 경우에 내가 해냈어라고 얘기하지 않고 우리가 해냈어라는 표현을 종종 사용하는 것이 그런 의미가 아닐까 한다.
그에 반해 진짜 흑역사가 있었는데 특히 가우스의 역사가 가장 흥미로웠다. 평면에서 이뤄지는 유클리드 기하학에 대한 신봉이 지나친 그 당시 상황에서 여러 젊은 과학자들이 비유클리드 기하학을 내보였는데 그는 권위로 그것을 묵살하기도 했고 때로는 자신의 것으로 가로채기도 했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전쟁을 위해 일한 과학자들의 이야기는 애국주의에 자신의 재능을 쏟았지만 수많은 인명을 앗아간 비난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기도 했다.
과학자의 흑역사는 대부분 자신의 이론에 대해 강한 믿음을 가지면서 발생한다. 그 정도의 신념이 있어야 보이지 않은 것을 연구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겠지만 다른 이론을 모두 깔아뭉개려는 잘못된 행동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많은 훌륭한 과학자들이 인생의 막바지에 자신이 쌓아 올린 권위에 도전한다고 생각이 들었던 게 아닐까 한다. 기득권이 되어버린 사람들이 보수적인 판단을 하는 것은 과학자라고 해서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이 책은 과학자들을 그렇게 비난하기 위해서 적은 책은 아닌 것 같다. 과학은 지식 위에 지식을 쌓는 학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선대의 잘못된 이론은 때로는 수십 년 혹은 수백 년을 잘못된 길로 안내하기도 한다. 그래서 과학자에게 신뢰의 문제는 중요하며 더 치열하게 논쟁하는지도 모르겠다. 잘못된 역사는 결국 제 길로 찾아오게 된다.
어느 분야에서나 '혁명적 발견'은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 많은 반대와 논쟁이 함께 해야 한다. 그 속에서 진실을 밝히기 위한 노력이 있고 개개인으로 보면 흑역사로 기록될만한 일도 생긴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하나의 밑거름이 되고 우리에게는 재밌는 에피소드가 되었다.
ps. 중국 저자가 지은 책이라 그런지 마지막은 중국 과학자의 에피소드로 마무리하였고 두 중국 과학자의 논리를 다른 대부분의 물리학자들이 반대했다는 것으로 그들의 흑역사로 표현한 부분은 기분 좋게 읽히지 않았다. 왜냐면 앞의 흑역사의 표현법 하고 조금 달랐기 때문이다. 나에게도 최근 중국인들의 행보 때문에 편견이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과학사 수업은 정말 재미있었다. 여전히 수학만 하고 있는 전공 수업들과는 달리 과학의 전체 모습, 관련된 사람들, 시대적 배경과 필요가 사적으로 순서대로 설명이 되니, 왜 이 시기에 이 과학이 필요했는지, 온기라곤 없던 공식들을 연구한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게 되니 비교할 수 없이 재밌게 느껴졌다. 덕분에 역사 기록의 가치도 배웠다.
제목이 아주 고혹적인 책이다. 일견 합리적이고 논리적일 듯한 과학자들의 흑역사니까. 그래도 나는 전공자니 과학연구가 얼마나 처절한 실패와 헛발질로 점철되며 이어지는 지를 조금은 안다. 그래서 제목이 재밌기도 하면서 짠하기도 하다.
물리학자인 저자 역시 실패 없이 배울 게 없는 게 과학의 속성이라 하니 단지 우스꽝스러운 과학자들 26명 놀려 먹고 재밌으란 책이 아님은 분명할 것이다. 오히려 반전들이 기대된다고 할까. 물론 그 전에 과학자들 역시 여러 인간적인(?) 면모들로 인해 해서는 안 될 끼워 맞추기를 하는데...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면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에게 우주상수 포기하시라 전하고 싶다.
양자역학의 개념이 아닌 듯도 한 개념이 너무 싫어서 덩달아 닐스 보어 Niels Henrik David Bohr 역시 싫었다. 아인슈타인이 공공연히 양자역학을 싫어하고 도전했다는 것은 유명한 일이다. 그러다 보어가 죽기 전 날까지 연구실에서 아인슈타인이 제기한 문제를, 그것도 자신이 이미 옳다고 증명된 문제를 풀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기분이 숙연해졌다.
유사한 역사가 호킹Stephen William Hawking과 스타인하트Paul Steinhardt 사이에서 반복되었다. 당대 세계최고의 지성에게서 지적당하고 공공연히 반대당하는 과학자의 심정은 어떨지 잠시 상상만 해본다. 누구 편을 들려는 것은 아니지만, 차곡차곡 성실하게 자신의 이론을 연구하고 증명해온 과학자일수록 연구결과에 오류가 있다거나 완전히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중에 사과를 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과학자들은 사고방식 상 확실한 물증으로 입증되기 전까지는 누구보다 보수적인 태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대신 입증 후에는 누구보다 빨리 혁명적이라 느낄 사실도 받아들이는 면이 공존한다. 이렇게 쓰면 과학자들이 균형 잡힌 이상적인 이들로 보이고 큰 실수나 문제가 없을 것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현실은 또 그렇지 않다. 이론물리학자들의 경우도 마찬가지.
이유야 다양하겠지만 눈 먼 과학, 철학적 성찰이 없는 과학에 대한 경고는 오래전부터 있었고, 여전히 유의미한 지적이다. 이 책에서 다룬 독가스를 개발한 하버Fritz Haber의 사례는 이토록 아무 예측도 못할 수 있나 싶은 과학자의 참담한 연구 열정과 결과를 충격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현재진행중인 형편은... 과학기술이라기보다 공학기술과 이들을 바로 활용해서 이윤을 낼 산업자본의 결착으로 대부분의 연구 영역이 대체된 듯한 분위기라 속사정은 더 복잡하고 우울한 면도 크다. 하지만 미래는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일, 근거는 충분하지 않지만 그런 희망을 다 포기하지 않은 채로 흥미롭고 가독성 좋은 방대한 대중과학서를 무척 즐겁게 탐독했다.
“상상력은 지식보다 중요하다. 지식은 유한하지만 상상력은 세상 전부를 담을 수 있고 발전을 유도한다. 또한 상상력은 지식 진화의 원천이다. 엄격한 의미에서 상상력은 과학 연구의 실재적 요소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