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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인간의 탄생‘이라는 제목만 보면, 따스한 인간성에 대한 얘기인가 싶은데, 부제가 ”체온의 진화사“다. 그러니까 과거 ’온혈동물‘이라고 불렸던, 정온동물, 혹은 항온동물인 인간의 체온에 관한 이야기란 얘기다. 그리고 저자 한스 이저맨에 대한 소개를 보면 ’사회심리학자‘다. 이제 이 책이 무엇에 관한 것인지 예상이 간다. 체온에 관한 진화심리학이다. 사람이 현재의 체온 체계를 어떻게 진화시켰는지에 대한 연구가 아니라, 인간의 체온이 사회적으로 무슨 의미가 있는지를 진화적으로, 심리적으로 연구한 이야기인 셈이다.
체온 유지는 호흡 다음으로 생명 유지에 가장 중요한 요소다. 체온이 너무 낮아져도 문제이고, 너무 올라도 문제다(굳이 따지자면 허용하는 범위는 낮은 쪽이 더 크다). 맨몸인 상태에서 현재의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외부의 온도가 28도 안팎 이상이어야 하는데, 사람은 불을 사용하고, 옷을 만들어 입고, 집을 짓고 살면서 그보다 훨씬 낮은 온도에서도 살아갈 수 있으며, 또 그보다 더 높은 온도에서도 살아갈 수 있다.
한스 이저맨이 특이 강조하는 것은 ’사회적 체온 조절‘이다. 인간이 체온을 유지하는 메커니즘 중에서 펭귄의 허들링처럼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와 의존을 통한 것이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는 거이다. 그런 사회적 체온 조절 메커니즘을 통해 사회를 형성하고 문화를 만들어내고, 유지해왔다. 외부의 온도에 대해 일정한 체온을 유지하기 위한 과정이 어떻게 이뤄지는 지를 보여주고 있으며, 그것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때 일어나는 여러 문제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다.
그의 연구는 기본적으로 심리학 실험에 기초한다. 그런데 2011년 이후 심리학 연구는 큰 한계에 맞닥뜨렸다. 이른바 ’재현성 위기‘라는 것인데, 중요하게 발표된 연구 결과가 다른 연구에서는 재현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 심각하게 제기된 것이다. 소수의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물론,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연구 참여자의 문제, 실험 디자인의 문제 등등으로 연구 결과와 연구에 대한 해석이 의심받게 된 것이다. 한스 이저맨은 이에 대해서 자주 언급하고 있는데, 자신의 연구에 대해서도 무척 비판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점은 인상 깊다.
그런데 자신의 연구 분야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으로 그것을 극복하고자 하는 시도는 무척 훌륭한데, 문제는 과연 어떤 것을 받아들여야 할지 매우 난감하다는 것이다. 분명 그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즉 어느 정도까지 독자들이 받아들여 주었으면 하는 것이 있을 텐데, 솔직하게 말해 나는 그 지점을 명확하게 파악하는 게 종종 힘들었다. 사회적 온기가 개인의 체온에 영향을 주고 받는다는 것, 그것이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은 알겠는데, 어떤 경우에는 추운 경우, 또 어떤 경우에는 더운 경우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들을 어떻게 통합시켜야 할지 독자의 입장에서는 쉬운 임무가 아니었다. 아직 명쾌하게 정리되지 않은 연구 분야이기 때문에 그런 것으로 여겨지고, 그래도 일단 정리해야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쓸 가치가 있었던 책으로 파악한다.
아주 독특한 책을 읽었습니다.
인류의 진화.
그 안에서도 체온의 진화를 진화 심리학으로 풀어낸 책, '따뜻한 인간의 탄생' 입니다.
저는 심리학에 관심이 많은데요,
진화 심리학은 신기하기는 했지만 크게 관심은 없던 분야였습니다.
이 책을 읽다보니 대학 시절에 심리학 수업에서 듣던 여러 이야기와 어렴풋이 남아있던 상식들이 하나로 합쳐지는 느낌이었어요.
요즘 기후 변화가 이슈인데요,
기후에 따라 인간의 체온은 변화해왔습니다.
불을 발견하고 옷을 입고 털이 사라지고 따뜻한 집을 짓고 살게 되면서 역사와 함께 진화가 이루어진 것이죠.
저자인 한스 이저맨은 사회심리학자인데요,
그러다보니 사회심리학도 포함되어서 보다 설득력있고 와닿는 설명이 많습니다.
프랑스 대학의 교수로 재직중이기에 '교수의 책이면 지루하겠구나' 생각했는데, 너무 잘 읽히고 재미있어서 놀랐습니다.
여러 실험들도 재미있는데요,
게임에서 다른 경험을 시키고 각자 체온을 측정해보기도 하고, 여러 분위기의 글을 쓰게 한 뒤 실내 온도를 예측하게 하기도 하죠.
실제로 유명한 작가들은 따뜻한 커피와 함께 글을 썼다고합니다.
사람이나 분위기를 표현할 때의 '따뜻하다'나 '차갑다'는 말이 있고 그 단어에서 오는 느낌이 있죠.
즉 인간의 체온은 감각 뿐만 아니라 뇌 활동에까지 영향을 줍니다.
그 것이 이미지에도 영향을 주게 되죠.
심지어 집을 파는 데에도 차이가 생겨요.
(부동산 하시는 분들 주목! ^^;)
이런 내용들로 전개하기 전에 펭귄의 허들링이 나오는데요,
이 허들링이 내용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펭귄은 허들링을 하지 않으면 추위때문에 살 수 없다고 해요.
타조는 다른 이유에서 허들링을 하지요.
어린 아기가 엄마에게 애착을 갖는 것도 신체 접촉으로 인해 체온을 따뜻하게 유지한 기억에서 오는 것으로 봅니다.
이 책에서는 포유류와 조류, 어류, 양서류까지 간단히 다루면서 각 생물들의 체온 변화와 살고 있는 지역의 기후 환경등으로 이런 부분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이 책 내용을 주변에 이야기하다보면 '그걸 누가 모르냐' 식의 반응을 듣게 되는데, 그런 어쩌면 당연한 상식들이 연결되면서 체온의 진화/ 진화 심리학/ 사회 심리학까지 연관되는 부분이 이 책이 주는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쾌감이 아닐까 싶습니다.
진짜 아껴서 오래 읽고 싶은 책이었어요.
아무래도 사회학 교수님이시기 때문에 더 이런 쪽으로 전개하셨을 수도 있지만, 인간과 인간의 접촉들은 체온을 올리고 따뜻한 세상을 만들게 되는 것 같아요.
코로나로 인해서 더욱 거리가 멀어지며 디지털 언텍트 시대가 오고 있는데요,
이런 시기에 나왔기에 (+곧 겨울이기에) 더욱 의미있는 책인 것 같습니다.
한스 이저맨의 ‘따뜻한 인간의 탄생’은 체온의 진화사에 대한 흥미로운 책이다. 몇몇 유의미한 실험들을 바탕으로 사회심리학자로서의 지론을 펼쳐나간 책이다. 저자의 지론이란 언어가 공유되는 폭에 의해 규정되는 사회적 동물인 우리에게 물리적 온도와 신뢰, 사랑과 우정이라는 사회적 개념들 사이에는 총쳬적 연관성이 있다는 것이다. 저자가 강조점을 두는 부분은 우리의 뇌는 사회적 체온을 예측하는 기상 예측 기계(43 페이지)라는 점이다.
중요하게 보어야 할 점은 뇌뿐만이 아니라 온몸으로 느끼고 경험하는 감각이 인지의 일부분을 이루는 것을 의미하는 체화된 인지라는 개념이다. 펭귄 무리가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한덩어리로 뭉쳐 있는 행동을 의미하는 허들링도 언급되어 있다.
허들링을 하는 동물들은 차별을 막기라도 하려는 듯 주기적으로 서로 자리를 바꾼다.(114 페이지) 허들링은 몸 떨기보다 체온을 끌어올리는 데 훨씬 효과적인 수단으로 사람에게는 문화로 넘어가는 다리이자 난방장치와 같은 신뢰할 수 있는 여러 체온 조절 방식으로 넘어가는 다리이기도 하다,(242 페이지) 사이클링을 하는 사람들이 몰려다니는 행동을 의미하는 펠로톤도 같은 차원으로 논할 수 있다.
동면 및 휴면만이 아니라 허들링을 하는 상태에서 동면을 하는 것도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한 방편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내용이 사회적 연결이 돈독한 개체일수록 겨울을 무사히 나는 확률이 높다는 사실이다.(110 페이지) 우리는 펭귄과 유사하다. 저자에 의하면 펭귄이 우리를 닮은 것은 외모만이 아니다. 인간과 펭귄은 모두 유기체로서 각자의 기능을 최적화하고 궁극적으로 생명을 이어가는 데 필수적인 체온 조절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같다.(126 페이지)
혈관을 수축시키는 것과 갈색지방조직을 활용하는 것도 인간과 펭귄이 공히 가지고 있는 체온조절 수단이다.(133 페이지) 체온 조절은 숨쉬는 것 다음으로 긴급한 문제다. 물론 인간은 인지 능력이 뛰어난 인간은 문화적으로 한층 진화한 수단인 열 생산의 외주화를 이루었다. 불을 발견하고 피우는 것, 쉼터를 발견하고 만드는 것, 쉼터를 따뜻하게 데우는 한층 정교한 기술이 이에 속한다.(168 페이지)
외주화라고 했지만 인류의 두뇌 용량이 3000년전부터 급속히 줄어들기 시작했는데 이는 집단지성에 의존한 것 즉 지식을 외부에 저장한 것 즉 외장화란 말과 함께 논의할 만한 개념이다.(2021년 10월 25일 한겨레신문 기사 ‘인류, 3천년전부터 정보의 외장화로 뇌 용량 줄였다’ 참고) 저자는 인간의 뇌 크기는 대략 320만년전에 지구 전체가 차가워지면서 진화적으로 한층 더 커졌을 것이라 말한다.(256 페이지)
호모 딕티우스라는 개념도 있다. 관계망 인간을 의미하는 말이다. 인간은 고도로 발달한 인지 능력에 의존해 사회적 체온 조절을 한다.(141 페이지) 저자는 데카르트의 심신이원론에 대해서도 논의한다. 시상하부가 유기체를 제어하지만 유기체와 연결되어 있을뿐 유기체의 한 부분이 아니라는 것이 데카르트의 심신이원론의 기본 발상이라는 것이다.(156 페이지)
물론 시상하부가 단일한 온도조절장치라는 발상은 데카르트 심신이원론의 패러다임에 한층 더 잘 들어맞지만 현대 생리심리학이 발전함에 따라 인지(認知; cognition)에 대한 인식은 신체와 사회적 세상 속으로 확장되었으며 이런 인식에서는 정신과 육체 그리고 결정적으로 다른 사람들까지도 모두 철저하게 하나로 통합된다.(166 페이지)
몸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뇌의 핵심기관인 시상하부는 자율신경계와 호르몬 분비 등을 조절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따뜻한 사람과 함께 있고 싶다는 열망은 중요하다. 따돌림을 당해 혼자 쓸쓸하게 버림받는 상황을 피하겠다는 인간의 열망으로부터 사회적 생각과 정서의 한층 추상적인 패턴이 만들어진다.(163 페이지) 감정이란 다른 사람들과 자기 자신 사이의 관계를 결정하는 데 도움을 주는 장치다.
감정에는 상당한 수준의 사회적 차원의 의미가 녹아들어 있고 이런 사회적 의미는 우리가 애착 대상을 찾는 데 도움을 준다.(178 페이지) 저자는 두 가지 진화를 이야기한다. 생물학적 진화는 예측하고 계획하게 해주는 인지 플랫폼을 제공하고 문화적 진화는 예측 범위를 확장하고 정확성을 한층 높여주었다.(169 페이지)
생물학적 진화가 멈춘 곳에서 사회적 진화는 한층 더 강력하게 전개된다.(186 페이지) 가장 최신의 디지털 장치와 인공지능 장치를 갖춘 중앙난방장치를 발명한 우리 인간의 문화적 실천은 생물학적 진화에 뿌리를 두고 있을뿐만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진행중인 진화과정에서 우리의 유전자 구성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259 페이지)
인간에게 사회관계망의 다양성이 사회관계망의 크기보다 체온 조절에 훨씬 더 중요하고 신뢰할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인간의 사회적 체온 조절 연구는 한층 흥미로운 동시에 복잡하다.(186 페이지) 인간은 다양한 이유로 여러 가지 사회적 상호작용을 하며 살아간다. 그 이유들 가운데 하나가 사회적 체온조절이다.(197 페이지) 집은 자기와 가족, 손님을 위한 사회적 체온 조절 도구다.(273 페이지)
사회적으로 체온을 조절하겠다는 욕망은 자기가 가진 정보를 동반자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을 때 아무런 거리낌이 없이 마음이 편안한지 여부에 따라 갈린다.(243 페이지) 사회적 체온 조절은 우리가 다양한 관계망에 관여하고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문화와 사회와 문명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한다.(282 페이지)
저자는 사회적 체온 조절과 감정, 문화를 매개하는 많은 메커니즘이 아직 선명하게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매우 주관적이긴 하지만 흥미진진한 증거를 제시할 수 있다고 말한다.(244 페이지) 추운 날 따뜻한 커피를 마시면서 게젤하이드(아늑함) 분위기를 즐겨보라는 것이다. 핀란드는 겨울이 많이 추운 나라다.
그런데 이 나라에서 봄철이 시작될 무렵에 자살률이 크게 증가한다. 자살률 증가와 상관성이 있는 것은 내려가는 기온이 아니라 올라가는 일조량이다. 길고 추운 겨울이 지나고 갑자기 기온이 올라가 따뜻해진 상황에서 갈색지방조직의 활성화가 체온 조절 메커니즘을 깨뜨리는 바람에 자살 위험이 커진 것이라 할 수 있다.(362 페이지) 중요한 사실은 온도가 우리를 행복하게 하거나 슬프게 하거나 부유하게 하거나 가난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온도는 우리로 하여금 그런 사회적 수단이나 장치를 극복하고 적응하고 발명하라고 재촉할 뿐이다.(368 페이지) 체온 조절이 신체 전체에 총괄적으로 작동하는 원시적이고 근원적인 체계들에 의존한다는 것, 시상하부와 같은 한층 고차원적인 신경 체계들에 의해 연속적으로 조정된다는 것 그리고 대뇌피질의 가장 높은 수준들까지 올라간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385 페이지)
저자는 인간이 은유를 만들 수 있다고 해서 우리가 하는 세상의 모든 경험이 우리가 만드는 은유에 의해 조정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말한다.(396 페이지) 가령 사회적 체온이란 말 자체가 영감에 찬 은유다. 이제 마지막 문장을 보자. “사회적 체온 조절은 개인들이 우리의 진정한 모습이자 최종적인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는 렌즈이기도 하다.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로서 우리 모습, 또 이런 필요성을 이웃과 국가 그리고 사회와 문명으로 전환해왔던 주체로서의 우리 모습을 말이다.”(408 페이지)
이 두 문장은 자크 모노가 일갈한 “왕국을 선택하느냐 아니면 어둠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선택하느냐 하는 것은 전적으로 인간 자신에게 달려 있다.”라는 ‘우연과 필연’의 마지막 문장을 연상하게 한다기보다 이어 읽게 한다고 할 수 있다. 이상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저자가 사회심리학자인 이유다. 우리는 바람직하고 이상적인 왕국은 아니더라도 아름다운 세상은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진정한 출발은 사회적 협력과 나눔, 그리고 따뜻한 관계로부터 비롯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