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다 도요시 저/황미숙 역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레이먼드 카버 등저/파리 리뷰 편/이주혜 역
칩 히스,칼라 스타 공저/박슬라 역
애슐리 윌런스 저/ 안진이 역
아는 사람이 요즘 잘팔린다는 가구를 들였다고 한다. 뭔가 싶어 검색해보니 하루의 피곤한 일상을 풀어준다는 그것이었다. 유명 연예인들이 줄을 이어 광고모델을 하고 있는 걸 보니 기본 제품가격에 광고비가 포함되어있을 게 분명했다. 얼마냐고 묻지도 않았다. "몇 번 써보니 좋긴한데..." 라며 뒷끝을 흐렸다.
뒷말은 안들어 봐도 알겠다. 금방 싫증이 났거나 좁은 집안에 애물단지가 되어가고 있거나. 나중에 알고 보니 산 건 아니고 리스라는 방식으로 빌려 쓰다가 마음에 들면 구매를 하거나 다시 돌려주면 된다고 한다. 마음에 썩 드는 건 아니니까 후자를 선택할 것 같아 보였다.
몇 년전 이상한 물건들이 집에 있었다. 써보니 괜찮긴 한데 놀데가 없다고 하여 동생이 가져다 놓은 물건들, 바로 버리긴 너무 아깝지만 딱히 쓸모 없어 보이는 물건들이 차곡차곡 집안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창고도 아니고 집도 크지 않은 형편에 보기 싫었다.
작게 사는게 붐을 이루자 사람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소위 미니멀라이프에 각자의 의미를 부여하며 변주하기 시작했다. 하루에 한가지 물건을 내다 버리기, 플라스틱 물건을 다 내다버리기, 메이드 인 차이나 물건 안쓰기, 채식하기, 심지어 컴퓨터 안에 있는 쓸데없는 파일 지우기까지. 내다 버리는데 혈안이 되어서 나중에 텅빈 방을 사진 찍어 인증하는 게 유행이었던 때가 있었다. 쓸데 없는 물건이 가득했던 때와 비교하면 속이 시원해 보였다.
미니멀리스트로 사는 건 지속가능한 일일까를 무척 고민한 저자 마찬가지로 내다 버리기도 하고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주기도 하면서 제법 잘 실천해왔다. 제목처럼 멀쩡한 행거가 무너졌다는 건 그만큼의 옷이 걸려 있었다는 의미고 그 안엔 불필요한 것들이 들어차 있었다는 말이다. 그걸 정리해도 삶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걸 깨닫기 까지는 분주한 시간보냄이 필요했고 지금은 자신에게 맞는 라이프 스타일을 찾은 모양이었다.
완벽한 인간은 모든 걸 갖추었다고 이뤄지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가진 것과 자꾸 비교해서 결핍을 채우려고 하니 욕심이 생기고 온갖 미디어에서 자기 물건을 써보라고 유혹하니 넘어가지 않을 방법이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러나 그런다고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한 인간의 충족 욕구가 완벽하게 채워질 리가 없다.
미니멀라이프도 한때의 유행이라며 간과하는 사람도 있다. 돈 있을때 사고 싶은 거 사는 게 죄악이냐고 반문하고 다들 안사기만 하면 어느 기업이고 다 망한다고 큰 소리를 친다. 하지만 물건으로 인해 자신의 마음이 갇히는 건 다른 문제다. 모든 걸 경제원리로만 재단할 수 없을 만큼 우린 심리적으로 쫒기면서 산다. 물건으로 가득한 집보다 차라리 텅빈 집을 보고 있는게 심리적으로 편안하다면 당연히 그쪽을 지향해야 하겠지. 세상에 억지는 없다. 하고 싶은대로 사는 것 뿐.
나 제체가 완벽한 사람이 아닌데 누군가에게 완벽한 사람이 되어주는 것이 어찌 가능하다고 생각했을까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사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이제는 조금은 알 것 같다. 불완전한 상태를 완전한 상태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삶이라고 생각하니 모든 게 편안해진다. 내 삶이 가벼워졌다. p230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한 지 올해로 십 년 정도 되었지만,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기는 여전히 쉽지 않다. 머리로는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의 저자 사사키 후미오의 방처럼 100개 이하의 물건으로 사는 삶을 그리지만, 지금 내 방에는 책만 100권, 의류만 100벌(속옷, 양말, 모자, 가방 등등 포함)이 넘는다.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의 저자 곤도 마리에의 말대로 '설레는 것만 빼고 다 버렸'지만, 인생은 계속되고 설레는 것이 너무 많아... ㅠㅠ
이런 생각을 하던 중에 한 권의 책을 발견했다. 이혜림의 <어느 날 멀쩡하던 행거가 무너졌다>. 맥시멀리스트였던 저자는 어느 날 멀쩡하던 행거가 무너지는 경험을 하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물건이 지나치게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후 필요 없는 물건, 더 이상 설레지 않는 물건 등등을 열심히 버렸고, 그 결과 사사키 후미오처럼 방을 거의 텅 빈 상태로 만들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다시피 한 방에서 저자는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사용하면 편한 물건이 없으니 불편했고, 단조로운 디자인의 무채색 의상만 입으니 지겨웠다.
극단적 채우기와 극단적 비우기를 모두 경험하면서, 저자는 '무엇을 비울까'가 아니라 '무엇을 남길까'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비우는 과정이 필요한 이유는 채우기 위해서이다. 저자는 불편한 것, 원치 않는 것, 낭비되는 것을 열심히 버렸고, 덕분에 얻은 공간을 새로운 물건으로 채우는 대신 남편과 세계 여행을 떠났다. 7리터 배낭을 매고 여행하면서 사는 데 필요한 것은 많지 않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은 저자는, 한국에 돌아온 지금도 최소한의 물건만 소유하며 원하는 것은 모두 해보는 삶을 살고 있다.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며 저자에게 생긴 변화는 소유에 국한되지 않는다. 예전의 저자는 무엇이든 시작하면 끝을 보고, 완벽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었다. 지금의 저자는 극단이 아닌 자신의 몸과 마음이 모두 편한 균형 상태를 추구한다. 완벽한 미니멀리스트가 되려고 애쓰기보다는 적당히 비우고 적당히 채우며 살아간다. 불필요한 소비와 소유의 원인이 되는 불필요한 관계, 욕망, 집착, 불안 등을 버리는 것이야말로 어쩌면 미니멀 라이프의 본질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