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초엽 저
델리아 오언스 저/김선형 역
천선란 저
이미예 저
박완서 저
2020년 08월 20일
'미니멀리스트'가 유행한 지 좀 되었지만, 어쩌면 지금은 이미 유행이 지났는지도 모르지만, 내 안에서는 '미니멀리스트'에 대한 열망이 조금 뒤늦게 찾아와 했다 말았다 하는 다이어트처럼 비정기적으로 오랫동안 부풀었다 식고는 했다.
미니멀한 삶을 살아야겠다 결심하게 된 건 팬데믹이 끝나갈 즈음이었다. 코로나 초기, 나는 오랫동안 외출과 여행을 하지 못했고 스트레스는 주로 쇼핑으로 풀게 되었다.(거의 매일 마트를 갔다. 그 당시 죄책감 없이 외출할 수 있는 곳이 거기뿐이었다) 코로나19가 서서히 수그러들고 내 삶도 점차 일상을 찾으면서, 그동안 결과물보다 행위 자체가 목적이었던 쇼핑의 부산물... 아니 결과물들이 내 방과 우리집을 그득 채우게 되었다. 인정하는 데 오래 걸렸다. 그것들은 대부분 '짐'이었다.
이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 또 잠시 식었던 미니멀리즘에 대한 욕구가 치밀어올랐다. '집안일이 귀찮아서'라니, 이 얼마나 소박하고 진실된 이유인가! 나도 그랬다. 빈 방, 빈 공간이 필요할 때마다 쓰지도 않는 짐을 나르고 옮기고, 괜히 식재료를 사 모았다가 바쁘고 피곤해 죽겠는데 재료 처리하느라 귀찮은 요리까지 해야 되고, 미니멀리즘은 나에게는 트렌드가 아니었다. 집안일을 편하게 하는 꿀팁이었다!
이 책은 다섯 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 미니멀리즘을 실행하기 위한 사소한 문제(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버리지 않을 것인가)에 대한 답은 대부분 1챕터에 있다.(1챕터가 가장 분량이 많다) 2챕터에는 미니멀리즘에서 더 나아가 제로웨이스트를 추구하는 삶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3챕터는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면서 겪게 되는 마음 문제에 대한 이야기이고, 4~5챕터는 미니멀리스트가 된 후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나에게 유용했던 챕터는 1, 3이었다.(e북이 있어 발췌독하기 편해요!)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 몇 가지 정리.
- 수납장을 함부로 들이지 마시오
나는 올해 초 수납장 두 개를 사들였다. 아주 큰 것과 조금 작은 것. 처음에는 이 많은 수납칸에 넣을 물건이 모자라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지금은? 지금은 오만 잡동사니가 처박혀 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나는 기존의 수납률 낮은 원목 수납장을 먼저 버렸고, 새로 들인 수납장은 내 방의 구조와 색을 고려한 것이었다는 거다. 내가 짐을 좀더 버린다면 잘 쓰일 거라고 믿고 싶다. 다만 더이상의 수납장은 사지 않아야겠다고 다짐!
- 입을 옷이 없는 이유
이 분야에 대해서는 회사 선배에게 매우 유익한 조언을 들은 바가 있다. 그 선배는 옷을 두 개 버리면 새 옷을 하나 산다고 했다. 만약 옷을 버리기 전 충동구매로 옷을 산 경우 두 개를 버리기 전엔 쇼핑백에서 꺼내지 않는다고. 혁신적인 아이디어였다. 문제는 뭘 두 개나 버릴지 결정하지 못한다는 거. 내가 미니멀리즘을 시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 두 가지가 음식과 옷이었다.
저자가 제안한 기준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 입고 나갔을 때 기분이 좋지 않은 옷은 버릴 것! 나도 그런 옷들이 있다. 버리기 아까워서 입어보았지만 결국 갈아입게 되는 옷과 억지로 입고 나갔더니 '지금'의 나에게는 어울리지 않아 어색하고 답답하고 괜히 내가 부끄러워지는 옷들. 버려야겠다!
둘. 다시 사지 않을 거라고 장담해? 버리다 보면 죄다 버리고 싶어지는데, 그 충동에 제어장치가 되는 질문이다. 오래 되고 썩 마음에 들지 않아도 아직 그게 필요하고 대체품이 없다면 버리지 않아야겠다.
- 집으로 들이기 전, 물건과의 마지막 장면을 생각했다
저자와 나는 쇼핑 스타일이 비슷하다. 어떻게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비슷한지도 모른다. 감정 소비, 충동 구매, 사놓고 나면 집 어딘가 처박히는 잡은 물고기 같은 상품들. 비싼 물건은 수십 번 고민하고 정말 나에게 필요하고 어울리는지 고민하고 사지만, 싼 물건은 그만큼 고민을 덜 하고 사게 된다는 얘기는 뼈를 때렸다. 세일 상품, 홈쇼핑, 마트 행사...... 찔리는 구석이 너무 많다. 나도 이제는 물건을 사기 전에 그 물건과 나의 삶을 생각해야겠다. 그 물건과의 마지막을 상상해 봐야겠다. 버리는 것보다 중요한 잘 사기!
버릴 것을 걱정하다보니 완벽하게 나에게 맞는 물건을 오랜 시간을 들여 고르게 된다는 말도 인상 깊었다. 이번에 프랑스 여행을 다녀오면서 세일 기간에 백화점을 둘러보며 트렌치코트를 사고 싶었는데, 나에게 딱 맞는 옷이 없어 포기했다. 귀국한 후 한동안 그냥살걸무새가 되어 있었는데, 저자의 글을 읽으며 조급했던 마음이 가라앉았다. 조만간 나에게 딱 맞는 트렌치코트를 살 날이 있을 거다.
사실 미니멀리스트고 뭐고... 요새는 더워서 집에 가면 하는 일이 거의 없다. 미룰 수 있는 건 미루는 중이다. 당분간 덥다고 하니까 좀더 미루면서, 머릿속으로나마 미니멀리즘을 다시 구상해 봐야겠다. 나는 '초보' 미니멀리스트니까 좀 대충 해도 된다!
제목이 너무 공감가서 펼쳐들게 된 책입니다. 우선 전자책 형태가 EPUB이 아니라 PDF라서 읽기 불편해서 편집 구성 점수는 별 하나만 드려요. 읽으면서 굳이 이 책을 PDF 형태로 제작했어야 할 이유도 모르겠고...
내용은 제목 그대로 '집안일이 귀찮아서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한 저자의 이야기네요. 물건 비워내기 / 쓰레기 줄이기 등을 시작으로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는 이야기입니다. 저자가 실천하는 미니멀라이프는 수납장을 함부로 집에 들이지 말라든가, 물건을 비울 때 스스로에게 질문하라든가, 좋아하는 물건이라도 관리를 못 하면 실제로 소유하지 않는 편이 좋다거나, 이 물건과의 마지막이 어쩔지 예상해보라거나...사실 미니멀리스트에 관심이 있거나 관련 책을 읽었다면 낯설지 않은 이야기들입니다. 하지만 제목대로의 저자의 심경에 공감이 가서 재미있게 읽었어요. 사고픈 물건이 생기면 계속 들여다보고 사람들이 쓰는 것도 찾아보고 싫증나면 소비하지 않는다, 나의 스타일 이미지를 만들고 그런 분위기가 아니면 안 산다고 정하며 힘들더라도 그저 그런 옷 열 벌보다 정말 마음에 드는 옷 한 벌을 사라... 등 실천해봐야겠다 하는 이야기도 많았고요.
집안일이 귀찮아서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했다
제목이 재미있어서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미니멀리스트가 되면 집안일이 한결 수월해질 것 같긴하다.
그래서 나는 방청소가 수월한 편이다.
물건이 없다는건 그만큼 치워야 되는 물건이 적다는 말이기도 하다.
에세이라서 작가의 글을 읽는 시간이 즐거웠다.
좋은 시간이었다.
은근 재밌다.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핵심은 그거다. 치우기 싫으면 어질러놓지 말자는 나의 모토와 닮았다. 집안일이 귀찮으니, 늘어놓지 말아야지. 짐을 줄여야지. 있는 상태에서 치우기만 해야지. 미니멀 라이프를 공유하고 싶은 저자의 울고 웃긴 노하우가 펼쳐진다.
할일은 많고 바쁜 일상에서 어떻게 다 치우고 사는가. 근데 또 안 하면 어쩔 건데? 어차피 할 수밖에 없는 일이기에 짜증내고 찡그리면서 하게 된다. 그러니 집안일을 하지 않게 만드는 게 최상의 답이다. 집안일을 적게 할 방법을 찾던 저자가 미니멀리스트의 방을 보고 시도한다. 똑같이 하면 되겠지. 그것 말고는 또 무슨 답을 구하겠는가. 초보 미니멀리스트가 되어보기로 한다.
비우면서 느끼는 해방감. 사소한 즐거움이 삶을 즐겁게 한다. 방안을 가득 채운, 치우기 싫어서 미뤄두었던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마음 잔뜩 느끼고 새로운 일상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가 끝났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