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런 할러 저/안진이 역
로라 페리먼 저/서미나 역
이랑주 저
포포 포로덕션 저/김기태 역
김동완 저
컬러 즉 색깔이 주는 매력은 미묘하다. 각각의 사물 혹은 생물이 우리에게 주는 컬러는
자체적인 발광이 아니라 특수한 파장의 산란이라는 과학적인 해석은 너무나 낭만적이지
않다. 태양이 주는 온갖 스펙트럼 중 특정 색상에 대한 빛을 반사해서 우리에게 보여지는
것이라니... 실망일 수 밖에 없다. 그만큼 다양한 컬러가 주는 신비감은 그것이 발광이던
산란 및 반사의 결과이던 우리에게 중요하지 않다.
이 책에서는 단순히 색에 대한 느낌, 감상 뿐만 아니라 역사적인 덧칠을 통해 다양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검정, 빨강, 노랑, 파랑, 하양, 보라, 초록 등 총 일곱 가지 색을
통해 "인간에게 색은 무슨 의미일까?”에 대한 답변을 해주고 있다. 예컨대 검정은 결핍,
어둠, 악, 불결함으로 연결되지만 고대 이집트에서는 비옥한 토양의 색, 생명의 색으로
숭배받았다. 노랑은 금빛 태양의 색으로 숭앙받았는가 하면 한때는 누르스름하게 바래는
노화의 색으로 혐오의 대상이었다. 하양은 서구에서 빛과 생명, 순수와 동일시됐지만,
아시아 몇몇 지역에서는 죽음의 색이다.
저자는 색을 해석함에 있어 신경과학, 언어학, 심리학과 고인류학까지 분야를 넘나들며
일곱 가지 기본적인 컬러와 인류가 거쳐온 사회문화의 역사적 관계를 풀어냈다. 사람들이
어떻게 색을 지각하고, 상상하고, 활용해왔는지 시간을 들여 찬찬히 들여다보게 도와
준다. 흔히 4~5월의 우리나라는 다양한 꽃축제가 벌어지고 있다. 꽃은 다양한 색을 통해
관람자에게 흥분과 기쁨과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그 과장과 결과가 어찌 됐건 우리는
봄과 꽃이 주는 아름다음에 집중할 뿐이다.
제임스 폭스의 컬러의 시간 언제나 우리 곁에는 색이 있다를 읽고 쓰는 리뷰입니다. 과학, 예술, 철학 등 여러 학문적인 관점에서 색에 대해 설명하는 흥미로운 책입니다. 구입하기 전에 소개글을 읽고 예상한 것보다 더 학문적으로 접근하는 책인 것 같아요. 이미 알고 있던 컬러의 이름이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생각보다 두껍고 분량이 많지만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고 내용이 재미있어요. 잘 읽었습니다.
나는 색깔에 관심이 많다. 옷을 살 때도 디자인보다 색상을 먼저 살핀다. 그래서인지 언제부터인가 검정이나 회색이 지겨워졌다. 세상에 너무나 밝고 화사한 색깔이 많은데 무난하다는 이유로 검정이나 회색을 고집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이 울긋불긋 다채로웠으면 하는 마음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화려한 색깔을 좋아하게 된다는데 나이 때문인지 예쁜 색깔을 무척 좋아하게 되었고, 미술품 관람도 점점 좋아하게 되었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색깔을 인문학적으로 고찰한 책인 <컬러의 시간>이 출간됐다고 하니 무척 관심이 갔다.
이 책 <컬러의 시간>의 서론에도 나와 있듯이, 이 책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일곱 가지 기본색이라는 검정, 빨강, 노랑, 파랑, 하양, 보라, 초록에 대해 설명해 놓았다. 색을 만드는 안료에서부터 그 색의 의미뿐 아니라 그 색과 관련된 예술, 문학, 철학 등의 이야기까지 들려주고 있어서 저자의 말마따나 색을 통해 세상을 보는 또 하나의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검정 하면 어둠, 하양 하면 빛, 빨강 하면 열정 등 각 색에서 느껴지는 이미지가 있는데, 각 색이 이런 이미지를 갖게 된 배경 설명이 흥미롭다. 고대와 중세 영어에 칙칙한 검정과 빛나는 검정이라는 말이 따로 있었다는 것, 영어에서 사용하는 기본색 용어에는 아리스토텔레스 7가지 기본색에 갈색, 회색, 주황, 분홍을 포함해 11가지가 있는데, 셰익스피어는 이 중 분홍을 제외한 10색의 용어를 사용해 800개의 색을 묘사했다(분홍은 셰익스피어 시대 이후인 1660년대에 들어왔다)는 것, 서부극 시리즈에서 주인공은 흰옷을 입고 등장하는 반면 악당은 검정 옷을 입는 것이 관행으로 굳어진 것이 흑백티비에서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비롯된다는 것 등이다.
또 서양과는 다른 동양의 검정에 대한 태도, 호모 루베우스(붉은 인간)와 석기 시대에 빨간색의 광물이 많았다는 것 등 색채와 관련된 역사와 예술 이야기뿐 아니라 진사 도자기의 색을 내는 진사에 대한 설명이나 멕시코의 연지벌레에서 유래된 코치닐 색, 중국 칠기의 색인 버밀리언 등 색을 지칭하는 안료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나는 특히 파랑에 대한 이야기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원시 부족과 호메로스의 작품 연구를 통해 고대에 파랑을 지칭하는 용어가 없었는데, 그 이유는 파랑이 다른 색채에 비해 늦게 발견된 색이며 자연에서 파란색을 내는 광물을 얻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늘도 파랗고 바다도 파란데 그 색을 지칭하는 단어가 늦게 나왔다니 너무 예상 밖이어서 신기했다. 이 책에는 이렇게 색과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아서 색다른 이야기 소재를 얻을 수 있고 우리가 다양한 색을 누릴 수 있는 것 또한 행복이라는 느낌이 들게 한다.
컬러의 시대에 살면서도 나를 둘러싼 다채로운 색에 대해 알아보기는 처음이라 매우 재미있게 읽었다. 책을 읽고 보니 나를 둘러싸고 있는 온갖 색이 더욱 의미있고 아름답게 보인다. 세상에 대해 그야말로 컬러풀한 지식을 제공하므로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