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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라이트

주제 사라마구 저/김승욱 | 해냄출판사 | 2021년 7월 14일 한줄평 총점 4.0 (14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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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스페인/중남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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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주제 사라마구 사후에 출간된 유일한 유고작
비범한 정직성과 통찰력이 엿보이는 경이로운 작품
“스카이라이트, 사라마구 문학의 지도 같은 책!”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이자 『눈먼 자들의 도시』의 세계적 거장 주제 사라마구의 초기작이자 유고작 『스카이라이트』가 출간됐다. 초기작이면서 유고작이라는 특이성을 지닌 이 작품에는 사실 연유가 숨어 있다. 1947년 첫 장편소설 『죄악의 땅(Terra do pecado)』이 출간된 이후인 1953년에 주제 사라마구는 『스카이라이트(Claraboia)』를 출판사에 투고했다. 그로부터 36년 뒤, 투고된 원고를 우연히 찾았으며 출간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지만 작가는 출간을 거절했고 이 작품은 빛을 보지 못했다. 이 소설을 읽은 사람들은 『스카이라이트』를 출간하자고 사라마구를 설득했지만, 그는 고집스럽게 거부하면서 자신이 살아 있는 동안에는 출판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주제 사라마구는 이 소설을 다시 읽어보지 않았지만 이것이 괜찮은 작품이며, 이후 자신의 소설들에 자주 등장한 여러 테마가 여기에 담겨 있고, 나중에 더 온전하게 발전시킨 목소리를 이 원고에서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스카이라이트』는 작가가 이후에 문학적으로 천착한 모든 테마가 들어 있는, 사라마구 문학의 지도 같은 책이다. 섬세하고 간결하게 인물을 묘사하고, 진부한 상황에서 심오함과 보편성을 찾아내며, 고요한 가운데 관습을 전복하는 능력이 돋보이는, 놀랍도록 성숙하고 자신감 넘치는 소설이다. 주제 사라마구는 『스카이라이트』에서 자신의 본능만을 지침으로 삼고, 페소아, 셰익스피어, 에사 드 케이로스, 디드로, 베토벤을 즐거운 동무로 삼아 어느 임대 아파트 주민들로 이루어진 소우주를 묘사한다. 여기에서는 사라마구의 작품에 등장하는 일부 남자들의 원형을 찾을 수 있다. 『회화와 서도 안내서』의 H, 『히카르두 헤이스가 죽은 해』의 히카르두 헤이스, 『리스본 쟁탈전』의 라이문두 실바, 『이름 없는 자들의 도시』의 주제, 『죽음의 중지』의 첼리스트, 『카인』의 카인, 『예수복음』의 예수 그리스도, 『동굴』의 시프리아노 알고르 등 자신의 내면에만 초점이 맞춰진 삶을 깨고 나오기 위해 사랑을 발견할 필요가 있는 자유롭고 고독한 존재들을. 또한 사라마구 특유의 강인한 여자들도 나온다. 이 여자들을 대하는 작가의 태도는 더욱더 관습에서 벗어난다. 예를 들어 리디아는 내연녀지만 사업을 하는 애인 앞에서 품위를 잃지 않는다. 또한 동성애도, 가문의 내력인 유순한 성격도 솔직하게 다룬다. 다른 사람들이라면 강간, 맹목적인 본능, 권력 투쟁, 잡다한 불행과 고생을 겪으면서도 좁은 세상에서 정직하게 살아가는 인생이라고 표현했을 만한 것들에 대한 두려움도 마찬가지다.

목차

서문 : 세월 속으로 사라졌던 책
스카이라이트

상세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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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2명)

저 : 주제 사라마구 (Jose Saramago)
작가 한마디 글을 쓰게 된 계기는 평범한 사람들인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를 문학 속 인물로 탈바꿈시켜 두 분을 잊지 않기 위해서였다 포르투칼 작가로 199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1922년 포르투칼 중부 지역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3세 때 수도 리스본으로 이주했다. 고등학교만 마치고 용접공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969년에 공산당에 입당해 반정부 공산주의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다 1975년에 국외로 추방되었으며 그 후로는 생계를 위해 번역가 언론인 등으로 활동했다. 신사실주의 문예지 [세아라 노바]에서 동인으로 활동하기도 했으며 1979년부터 전업작가가 되어 소설 시 일기 희곡 등 다양한 장르의 글을 썼다. 1947년 『죄악의 땅』을 발표하면서 창작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 후 19... 포르투칼 작가로 199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1922년 포르투칼 중부 지역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3세 때 수도 리스본으로 이주했다. 고등학교만 마치고 용접공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969년에 공산당에 입당해 반정부 공산주의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다 1975년에 국외로 추방되었으며 그 후로는 생계를 위해 번역가 언론인 등으로 활동했다. 신사실주의 문예지 [세아라 노바]에서 동인으로 활동하기도 했으며 1979년부터 전업작가가 되어 소설 시 일기 희곡 등 다양한 장르의 글을 썼다.

1947년 『죄악의 땅』을 발표하면서 창작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 후 19년간 단 한 편의 소설도 쓰지 않고 공산당 활동에만 전념하다가, 1968년 시집 『가능한 시』를 펴낸 후에야 문단의 주목을 받는다. 1979년 희곡 『밤』으로 포르투칼 비평가협회가 뽑은 올해의 희곡상을 받았다. 1982년에 포르투칼을 배경으로 한 환상적인 역사소설 『발타자르와 블리문다』를 발표해 명성을 얻었고 이후 같은 해에 『수도원의 비망록』으로 포르투칼 펜클럽상과 리스본 문학상을 수상했다. 1992년에는 포르투칼 '올해의 작가'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눈먼 자들의 도시』는 영화화 되었다.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은 흔히 우화적이라고 표현되는데 그는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사실주의와 정치적 회의주의를 실험적 문장과 살아있는 등장인물을 이용해 독창적으로 드러낸다. 마르케스 보르헤스와 함께 20세기 세계문학의 거장으로 꼽히는 사라마구는 환상적 리얼리즘 안에서도 개인과 역사 현실과 허구를 가로지르며 우화적 비유와 신랄한 풍자 경계 없는 상상력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문학세계를 구축해 왔다.

그의 작품은 독자들을 몹시 긴장시키는 것으로 유명한데 소설 속에 쓰이는 문장 부호는 마침표와 쉼표뿐, 직간접 화법조차 구분하지 않는다. 20세기 세계문학의 거장으로 꼽히는 사라마구는 환상적 리얼리즘 안에서도 개인과 역사, 현실과 허구를 가로지르며 우화적 비유와 신랄한 풍자, 경계 없는 상상력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문학세계를 구축해왔다. 왕성한 창작 활동으로 세계의 수많은 작가를 고무하고 독자를 매료시키며 작가정신의 살아 있는 표본으로 불리던 그는 2010년 6월 18일,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 란사로테섬에 있는 자택에서 지병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 부전으로 세상을 떠났다.

주요 작품으로는 『죄악의 땅(Terra de pecado)』(1947), 『서도와 회화 안내서(Manual de pintura e caligrafia)』(1977), 『바닥에서 일어서서(Levantado do Chao)』(1981), 『수도원의 비망록(Memorial do convento)』(1982), 『히카르두 헤이스가 죽은 해(O Ano da Morte de Ricardo Reis)』(1984), 『돌뗏목(A Jangada de pedra)』(1986), 『예수복음(O Evangelho segundo Jesus Cristo)』(1991), 『눈먼 자들의 도시(Ensaio sobre a cegueira)』(1995), 『이름 없는 자들의 도시(Todos os nomes)』(1997), 『동굴(A Caverna)』(2000), 『도플갱어(O Homem duplicado)』(2002), 『눈뜬 자들의 도시(Ensaio sobre a lucidez)』(2004), 『죽음의 중지(As intermitencias da morte)』(2005), 『코끼리의 여행(El viaje del elefante)』(2008), 『카인(Caim)』(2009) 등 다수의 작품이 있으며 계속해서 번역출간 되고 있다.
역 : 김승욱
성균관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뉴욕시립대학교 대학원에서 여성학을 공부했다.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로 근무했으며,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모스트 원티드 맨』 『살인자들의 섬』 『나보코프 문학 강의』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 『스토너』 『분노의 포도』 『유발 하라리의 르네상스 전쟁 회고록』 『신은 위대하지 않다』 『푸줏간 소년』 『대담한 작전』 『노년에 대하여』 『사형집행인의 딸』 『우아한 연인』 『이 얼마나 천국 같은가』 『19호실로 가다』 『사랑하는 습관』 『듄』 『제1구역』 『샤프롱』 등이 있다. 성균관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뉴욕시립대학교 대학원에서 여성학을 공부했다.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로 근무했으며,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모스트 원티드 맨』 『살인자들의 섬』 『나보코프 문학 강의』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 『스토너』 『분노의 포도』 『유발 하라리의 르네상스 전쟁 회고록』 『신은 위대하지 않다』 『푸줏간 소년』 『대담한 작전』 『노년에 대하여』 『사형집행인의 딸』 『우아한 연인』 『이 얼마나 천국 같은가』 『19호실로 가다』 『사랑하는 습관』 『듄』 『제1구역』 『샤프롱』 등이 있다.

출판사 리뷰

주제 사라마구의 마지막이자 첫 시작을 여는 입문서

“누구도 다른 사람을 사랑할 의무는 없지만,
우리 모두는 서로를 존중할 의무가 있다”

1952년 포르투갈 리스본의 봄. 허물어져가는 자그마한 임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생계를 꾸려나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아파트 1층에 사는 구두장이 실베스트르와 마리아나 부부는 빈방에 세입자를 들이기로 결정한다. 옆집에는 권태기에 빠진 카르멘과 영업사원으로 일하는 에밀리우 폰세카 부부, 여섯 살짜리 아들 엔리키뇨가 살고 있다. 2층에는 2년 전 어린 딸을 잃은 주스티나와 야간에 일하는 신문사 식자공 카에타노 쿠냐 부부가 살고, 그 옆집에는 부유한 사업가 파울리누 모라이스의 내연녀 리디아가 살고 있다. 리디아는 가끔씩 들러 돈을 받아가는 속물적인 어머니를 지긋지긋해하는 중이다. 3층에는 아드리아나와 이자우라 자매, 둘의 어머니 칸디다와 이모 아멜리아가 산다. 이들 가족은 베토벤 등 클래식 음악을 사랑해 함께 라디오를 듣는 것이 낙이다. 그 옆집에는 안셀무와 로잘리아 부부, 19세의 딸 마리아 클라우디아가 산다. 이들 부부는 리디아를 좋지 않게 생각하면서도, 그녀를 통해 모라이스에게 딸의 일자리를 부탁한다. 1층의 실베스트르 부부의 집에 들어온 세입자는 아벨 노게이라로, 틀에 갇히고 싶어 하지 않으며 인간관계에 어떤 가치도 두지 않고 무관심하게 살아가는 청년이다. 젊은 시절 사회주의적 이상을 좇아 행동했던 실베스트르는 고통을 겪었지만 그럼에도 인간에 대한 희망과 사랑을 잃지 않는다. 그는 권태와 회의주의에 빠진 아벨과 체커를 두면서 삶과 사랑에 대해 철학적인 대화를 나눈다.

“내 시대는 지나갔네.”
“그래서 저를 쉽사리 비판하시는 겁니다. 체커 한 판 두시겠습니까?”

『스카이라이트』의 배경은 1940년대 후반의 리스본이다. 제2차 세계대전은 끝났지만 살라자르의 독재는 아직 끝나지 않아서 모든 것 위에 그림자나 침묵처럼 그 영향이 드리워져 있다. 하지만 정치적인 소설은 아니므로 검열 탓이라기보다는 기성 가치관을 거부하는 내용 때문에 오랫동안 출간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가정은 따뜻한 온상이 아니라 지옥의 상징이며, 인물들은 냉정한 현실보다 꾸며낸 외관을 더 중요시한다. 또한 겉으로 보기에는 찬양받아 마땅한 유토피아의 꿈에 사실은 알맹이가 없음이 드러난다. 이 소설은 여성에 대한 부당한 대우를 명백하게 비난하며, 동성 간의 사랑을 현실적인 괴로움은 있을망정 자연스러운 것으로 바라본다. 이처럼 강력한 주장이 담긴 책이 출간되기까지는 수십 년이 걸렸다. 비록 『스카이라이트』는 주제 사라마구의 가장 마지막 소설이 되었지만, 문을 닫는 작품이 아니라 오히려 활짝 열어젖히는 작품이다. 따라서 우리는 다시 그 안으로 들어가, 사라마구가 젊었을 때 했던 말을 곱씹으며 그의 다른 소설들을 읽고 또 읽어볼 수 있다. 『스카이라이트』는 사라마구의 작품 속으로 들어가는 통로로서, 독자들에게 진정한 의미의 새로운 발견을 안겨줄 것이다. 마치 완벽한 원이 완성된 것처럼. 마치 죽음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스카이라이트』가 출판된 나라들, 즉 그의 모국어를 사용하는 포르투갈과 브라질에서 사람들이 갑자기 이 ‘새’ 작품에 대해 들뜬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래, 사라마구가 새 책을 내놓았다. 우리의 심금을 울리고, 기쁨과 탄성을 자아내는 신선한 책이다. 그러나 이런 생각을 하다가 우리는 깨닫는다. 이것은 작가가 이미 이곳에 존재하지 않게 된 뒤에도 우리와 계속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남겨둔 선물임을.” _ 주제 사라마구 재단 회장 필라르 델 히우의 서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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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주제 사라마구 스타일이 소설 내내 암시된다. 『스카이라이트』는 빛난다.” _ 《뉴욕타임스》

“『스카이라이트』는 부족함 없는 경이로운 작품.” _ 《워싱턴포스트》

“매력적인, 놀랍도록 성숙한 『스카이라이트』, 이 책은 보석이다.” _《보스턴글로브》

“이렇게 비범한 정직성과 통찰력 있는 작품이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시간문제였을 뿐이다.” _《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비관적이나 황량하지 않고, 서정적이나 감상적이지 않다. 뛰어나게 구조화된 이 소설에는 놀랍도록 신랄한 순간들이 담겨 있다. 그러면서도 가장 불안하고 취약하며 진실한 인간성을 보여준다.” _《인디펜던트》

“근본적으로 독창적인 예술가의 느린 발전을 조명할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도 흥미로운 소설이다. 1953년 당시에는 적절하지 않았을, 소설의 명시적인 섹슈얼리티는 지금에 와서 상당히 주목할 만하다. 여러 등장인물을 옮겨 다니면서 느슨하게 구성된 이야기에는 발자크 및 자연주의자들의 전통을 잇는 상당히 비열한 악행뿐만 아니라 건조한 유머와 환상적 장면 또한 포함된다.” _《가디언》

“등장인물들이 극도로 공명하는 방식으로 함께 호흡하도록 만들었다. 젊은 사라마구의 재능이 엿보인다.” _ 내셔널 퍼블릭 라디오

종이책 회원 리뷰 (13건)

구매 포토리뷰 스카이라이트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y*****1 | 2022.07.06
주제 사라마구의 책은 처음이다. 표지와 띠지의 홍보문구에 홀려서 아무 정보 없이 구매한 책인데 생각보다 술술 읽혀서 재미있게 읽었다. 문장 하나하나에 작가의 연륜과 깊이가 충만하게 담겨 있는 것이 느껴졌다. 중남미 소설과 아직 그리 친하지 않아 캐릭터와 배경이 낯설게 다가오긴 했지만 캐릭터들 한 명 한 명이 다 개성 있고 매력적이었다. 이웃해서 사는 인물들의 일상이 같은 인간으로서 현실적이고 친근한 부분들이 있어 더 잘 읽혔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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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q*****2 | 2021.11.26

저자의 이력을 아니 읽는다곤 하나 10년도 더 전에 세상을 떠난 작가를 여전히 살아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건 전적으로 내 잘못이다. 뒤늦게 작가를 알게 된 통에 끊임없이 읽을 작품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핑계만으론 가려지지 아니할 정도로 나의 무지는 실로 크다. 
주제 사라마구의 유고작이라고 하기에 대체 이분이 언제 돌아가셨나 싶어 일단 당황했다. 작품이 쓰여진 시기를 알고는 더 놀랐음은 물론이다. 스카이라이트는 최근에서야 세상에 알려졌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초판 1쇄가 2021년 7월 14일에 나왔다. 하지만 저자는 그보다 훨씬 오래 전에 이 작품을 썼다. 
정확히 어느 시기라 단정하긴 힘드나 작품의 배경이 1940년대 후반이라는 점이 이를 말해주고 있었다. 1940년대는 전 세계적으로 격동의 시기라 칭할 수 있다. 우리는 여전히 일제 치하에서 갓 벗어나 대혼란의 시기를 관통 중이었고, 합법적 선거로 당선시킨 히틀러와 나치당에 선동 당했던 지난날의 충격에서 어찌하면 벗어날 수 있는지를 두고 신음하기 바빴다. 도시 리스본의 사정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살라자르’라는 이름의 독재자가 여전히 건재했다. 이 인물(안토니오 드 올리베이라 살라자르)의 포르투갈 지배는 1932년부터 1968년까지 이어졌다고 하니, 1940년대 후반은 이제 겨우 1/3 정도가 경과했을 뿐인 시기다. 
내일이 오늘보다 나으리라는 희망을 품자니 어디에서도 근거를 발견할 길이 없을 듯했던 시절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이라니, 책의 첫 페이지를 펼치기에 앞서 이미 암울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처음에는 고전했다. 다분히 속도 내어 책을 읽는 편인데, 아무래도 입에 달라붙지 않는 외국 이름을 지닌 인물이 꽤 여럿 동시에 등장하다 보니 이를 따라잡기가 버거웠다. 이들은 각기 독립된 가구를 이루었으며, 마치 서로 평행선을 그으며 달리는 것처럼 등장인물 간의 마찰 지점 또한 쉬이 발견되지가 않았다. 공통점이 있다면 같은 도시, 같은 주택가에 거주한다는 것 정도에 불과했다. 대체 무얼 말하고 싶었던 걸까. 의도적으로 속도를 늦추었고, 인물 하나하나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오랜 기간 알려지지 않았던 소설이 늦게나마 출판될 수 있었던 까닭이 무얼지가 난 궁금했다.
시대가 영웅을 만든다는 말은 아마 많은 이들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시대는 영웅 외에도 다양한 존재를 만든다. 어떤 시대에 태어날 것인가를 정할 수 있었더라면 등장인물들은 굳이 격동의 시기를 택하지 않았을 거 같다. 각자의 처한 상황, 살아가는 모양새는 달랐지만 경제적인 사정은 고만고만해 보였다. 딱 한 가정, 실베스트르와 마리아나 부부를 제외한다면 안정이 없었다. 저마다 자신이 속한 가정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안달이 난 듯했고, 가정을 불행의 근원인양 여기고 있었다. 상대를 미심쩍은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급기야 금기를 향해 손을 뻗는 일이 발생한다. 부정한 일로 생계를 유지하나 그렇게 벌어들인 돈은 제 엄마에게 강탈당하다시피하는 인물도 있었으며, 그를 탐탁찮아 하는 게 분명함에도 제 딸의 안위를 위한다며 직장소개를 부탁하는 부모도 있었다. 하나뿐이던 딸을 잃고는 당장 헤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형태의 가족 또한 등장했으니, 비록 그 안에 속하지 않은, 제3 자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나였음에도 머리가 지끈거렸다. 왠지 모를 불행의 기운이 나에게까지도 미치는 듯했고, 이런 상황에서 홀로 행복을 느끼는 건 혹 죄가 아닐까를 묻고픈 마음까지 들었다. 
모든 걸 스스로 택했지만 결과적으로 아무런 의미도 만들어내지 못한 아벨의 입장이 어쩌면 나와는 가장 유사했다. 그는 정처없이 떠도는 생활을 하며 모든 걸 경험으로 익혔다는 식의 태도를 견지했으나 실상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실베스트르와의 대화는 그에게 깨달음보다는 공허함을 안겨다 주었으며, 왜 그리고 어찌하면 인간이 행복을 느낄 수 있는지 등에 대해 결코 눈뜨지 못한 채 작품 밖으로 사라지고야 만다. 
스카이라이트(skylight)는 천장에 난 채광창이다. 채광창은 빛이 오가는 통로로, 그 곳을 통과한 빛은 주변이 어두울수록 더욱 환함을 뽐낸다. 시대는 물론 등장인물들의 퍽퍽한 삶 또한 어둠에 가까웠다. 실베스트르의 말처럼 그들의 인생 중 스스로 택한 건 거의 없으며, 오히려 떠밀림을 연속 겪은 끝에 지금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들을 향해서도 하늘은 빛을 흩뿌린다. 지금 당장 획기적으로 삶이 나아질 리는 없으며, 앞으로도 당분간은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 터이나 그래도 희망을 품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지금은 사랑이라는 기초를 하나씩 쌓아 올려야만 하는 시기라고 저자는 말하고 싶었던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설적인 무언가를 전개하기 위해 필요한 이 표현이야말로 저자의 이번 작품을 가장 잘 말해주는 표현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꼭 전쟁 중이 아니더라도, 삶이 나름 풍족하고, 일상에서 부족이나 불안을 느끼지 아니하더라도. 그래도 사랑을 향하여 더 다가가기 위하여 애써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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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문화리뷰 주제 사라마구 소설의 원형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e*a | 2021.09.29

1952년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이 배경이다. 여섯 가구가 모여 사는 3층짜리 낡은 아파트. 소설의 공간적 배경은 이 아파트를 좀처럼 벗어나지 않는다. 마치 그 아파트가 세상의 모습을 대변하는 것처럼.

 

구두장이 실베스트르와 마리아나 부부는 조금이라도 가계에 보태고자 세입자를 들인다. 영업사원으로 일하는 에밀리우는 스페인 출신의 카르멘과 사랑스런 여섯 살짜리 아들을 두었지만 갈등이 깊어간다. 신문사에서 식자공으로 일하는 카에타노와 주스티나 부부는 2년 전 딸을 잃었고, 아내는 당뇨병에 걸려 뼈만 앙상한 채 겨우 살아간다. 그 옆집의 아름다운 리디아는 사업가인 파울리누의 내연녀로 풍족하게 살아가지만, 엄마는 매달 수금하듯 그녀의 돈을 받아간다. 3층에는 칸디다와 동생 아멜리아, 그리고 칸디다의 딸 아드리아나와 이자우라가 산다. 그들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사랑하며 얼핏 행복하게 살아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안셀무와 로잘리아 부부가 있고, 그들 사이에는 열아홉살의 매력적인 딸 마리아 클라우디아가 있다. 그들 역시 쪼들리며 살아가면서 딸의 취직 자리를 리디아에게 부탁할 정도다.

 

소설은 이 여섯 가족의 모습을 돌아가면서 비춘다. 평범한 듯 보였지만,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불화의 씨를 안고 있거나, 붕괴 직전이다(실베스트르의 가족을 제외하고). 카르멘도, 에밀리우도 서로에게 벗어나려 애쓰고, 카에타노와 주스티나는 서로를 빈정거리며 살아간다. 아멜리아는 조카의 비밀을 캐내기 위해 열쇠를 복제하고 일기를 몰래 들춰본다. 내연녀로 살아가는 딸의 돈을 뜯어가는 엄마는 어떤가? 그런 엄마를 벌레 취급하는 딸은 어떤가? 가족이 따뜻함을 표상한다는 것은 그저 먼 얘기일 뿐이다. 주제 사라마구는 가족의 비루한 모습을 한 꺼풀 한 꺼풀씩 벗겨내면서 사회를 냉철히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그런 비루한 삶을 냉철하게 보여주면서도 주제 사라마구는 희망을 끈을 놓지 않는다. 실베스트르와 아벨의 대화는 이상 사회를 꿈꾸다 좌절하는 이야기이지만, 세대를 뛰어넘어 삶과 사랑에 대해 깊이 이야기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실베스트르가 젊은 시절 사회주의 운동을 했었다는 설정은 주제 사라마구의 정치적 배경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실상은 그런 정치적 성향은 이 소설에서 매우 희미해 보인다. 이 소설은 이 소설의 쓰여진 시기를 감안했을 때 여성의 주체적인 발언이 매우 두드러진다. 비록 사회적 흐름의 주체로 그려지진 않지만, 폭력적인 남편(아마도 사회를 표상하리라)에 힘없이 굴복하지 않는 여성상은 당시에 그리 흔하게 그려지는 것은 아니었으리라.

 

이 소설은 주제 사라마구가 죽은 후 출판되었다. 그러니까 유고작인 셈이다. 하지만 죽기 직전에 완성한 작품이 아니라 아주 초기의 작품이다. 첫 장편소설 죄악의 땅(Terra do pecado)이후 바로 다음 작품으로 출판사에 투고했지만, 어떤 이유인지 출판을 거절당하고 어느 서랍에서 썩고 있었다. 36년 뒤 우연히 찾게 되었지만, 주제 사라마구는 이 소설의 출판을 허락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걸 말하는 방법이 이것만 있는 것은 아니지.”라고 했다. 그는 이 소설에서 했던 얘기를 다른 소설에서 많이 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아무리 그가 여기의 얘기를 많이 했더라도 의미가 있다. 그의 소설을 모두 다 읽은 독자만 있는 것은 아니며, 그의 발언이 어떻게 발전했는지 궁금한 이도 있을 것이다. 또한 다른 소설에서의 목소리와 이 소설의 목소리가 동일 할 수도 없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다른 것은 다 제쳐두고서라도 이 소설 자체가 무척 매력적이다. 그가 죽은 후에라도 이 소설에 이렇게 출판된 것을 반가워하는 이들이 많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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