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노 저
임솔아 저
애나 렘키 저/김두완 역
로랑스 드빌레르 저/이주영 역
천선란 저
백온유 저
괴담이란 말 그대로 괴이한 이야기이다. 원래부터 이런 괴담들을 좋아하는 나로써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책이었다.
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괴담실록>이라니 흥미로울 수 밖에...
지은이는 유튜브 채널 괴담실록을 운영하고 있는 자로 [어우야담] 이나 [청구야담]처럼 조선시대 에 전해지는 신묘한 이야기들을 현대적인 어휘로 조금 더 이해하기 쉽게 풀어쓰고 있었다.
1장은 역사적인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
2장은 전설의 동물이나 차원이동 같은 기묘한 이야기
3장은 귀신 이야기
4장은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벌어진 무서운 이야기
4개의 각자 다른 주제나 소재 맞게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다.
이들 이야기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평안감사 박엽의 이야기였다.
오래전 [전설의 고향]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본 기억이 있는데, 이야기는 이러하다.
어떤 재상의 집을 지나던 걸인이 재상의 아들이 곧 죽을 것이라고 하자, 걸인에게 대접을 한 후 연유를 캐묻는다. 걸인은 천기누설을 할 수 없다며 다만, 이 집안에 신묘함을 가진 갖춘 사람에게 아이를 맡기라는 것이다. 재상이 생각해보니 평안감사 박엽을 떠올렸고 곧바로 박엽을 찾아간다. 박엽은 별 말 없이 아이를 받아들이고는 며칠이 지난 어느날 밤에 노새 한 마리를 끌고 왔다. 박엽이 아이에게 이르기를, 노새를 알아서 어느 골짜기로 갈테니 거기 있는 폐절에 들어가 바닥에 놓인 것을 덮어 쓰고 새벽닭이 울기 전에 무슨 일이 있어도 그것을 벗지 말라고 한다. 아이는 노새를 타고 폐절로 가서 박엽이 시킨대로 바닥에 깔린 거적을 깔고 누웠다. 조금 있으니 험상궂은 노승이 나타나 아이에게 거적에서 나오라 소리치지만 아이는 박엽의 말을 떠올리며 꿈쩍도 하지 않았다. 노승의 협박과 설득에도 아랑곳 하지 않은 아이는 새벽닭이 울자 안심을 한다. 어찌된 일인지 풀이 죽은 노승은 아이에게 거적과 아이의 옷을 벗어달라고 부탁을 하고 아이는 이에 응한다. 노승이 받아든 거적은 호랑이 가죽이었으며 그것을 몸에 두른 노승은 호랑이로 변하여 아이의 옷을 다 찢어버리고는 아이에 말하길, 두 번 다시 범에게 해를 입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하였다. 그 후 아이는 요절하지 않고 천수를 누리며 높은 벼슬까지 하게 되었다고 한다.
박엽은 실제 조선 중기 문신으로 광해군 때 함경도병마절도사로 임명되어서 함경도의 성지(城池)를 수축하는 일을 맡았으며, 동북변의 방비에 힘을 써 외침을 받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인조반정 직후 반정세력이 보낸 자객에 의해 살해당한다.
[국조보감(國朝寶鑑)]이나 [속잡록(續雜錄)]에서는 박엽이 함부로 사람을 죽일 뿐 아니라 백성들을 수탈하고 학정을 일삼았던 인물로 기록되어 있다. 또한 여색을 탐하여 날마다 기생을 불러 잔치를 벌이고 향락을 일삼은 전형적인 탐관오리였다고 전해진다.
그런 그가 어째서 설화나 민담에서는 무술과 도술이 뛰어나고, 후금의 누르하치와 용골대에 대적할 만한 힘과 비범한 능력을 지닌 사람으로 평가 받는 것일까? 이는 결국 당시 집권층의 정치적 견해와는 다르게 설화의 향유층인 백성들에게는 박엽이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역사란 힘이 있는 권력에 의해 쓰여지는 것이기에 당시 기득권층은 박엽을 제거하기 위해 억울한 누명을 씌우고, 그의 명예를 더럽히기 위해 사실을 꾸며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그의 능력을 알아본 민초들은 그의 죽음을 안타깝게 여겨 구전 이야기를 통해 진실을 말하고자 한 것은 아니었을까?
괴담실록은 흥미로운 구성으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괴담 속에 담겨진 의미나 그 배경까지 소개해주진 않는다. 가끔은 뒷이야기의 뒷이야기가 더 듣고 싶을 때가 있는데 말이다.
<모임후기>
초록책방은 자연의 살아숨쉬는 생명력을 닮아 책을 통해 항상 푸르게 살고자 함께 하게 된 모임이다. 매번 같은 정해 함께 읽고 각기 다른 시선에서 책과 작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생각과 느낌을 공유해 왔다. 이번 달은 각자 다른 주제의 읽고 싶은 책을 읽어보고 책을 소개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보통 이런 경우 내가 좋아하는 작가나 작품을 소개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시기에 제일 잘 어울릴 것 같은 책을 골랐다. 내가 선택한 책은 [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괴담실록]으로 작가 자신의 유튜브에 소개 되어있는 조선시대 괴담들을 다시 다듬고 술술 잘 읽히게 손을 봤다. 무더운 여름밤, 재미있는 옛날 이야기를 듣듯 마음 편히 볼 수 있는 책이다. 잠 못 이루는 밤, 그대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우리나라의 역사서 및 야담 등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다양한 귀신 이야기를 다룬 '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괴담실록'에 대한 감상문입니다.
흔히 우리가 영화와 같은 매체로부터 접하는 귀신들의 경우 대부분 외국의 귀신들이 많아서 우리나라 고유의 귀신은 도대체 어떤 경우가 있는지 궁금해서 이 책을 찾아 보게 되었습니다.
'장기 한 판에 장기 말이 된 무변'이라는 작은 이야기 속에는 어떤 이에게 도움을 받았는데 결국 그것을 자기 목숨으로 갚아야 했던 이야기가 있었는데 뭔가 섬뜩하게 느껴졌습니다. 도움은 도움이지만 그 대가가 너무 크다는 생각에 말이지요. 그리고 '신립의 최후'라는 제목의 외전에서는 (물론 실화야 아니겠지만) 너무 고지식하고 융통성없는 사람의 말로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극락의 문이 열리는 사찰'이 인상적이었는데 이건 특히 귀신을 물리치는 이야기보다 극락에 보내준다는 그릇된 신념아래에서 아무 의문없이 죽어간 인간의 어리석음이 더 잘 느껴졌습니다.
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괴담실록. 나는 유튜버 중에 괴담실록의 유튜브를 자주 본다. 새로 나온 게 없으면 이미 본 것을 정주행하기도 한다. 그 전에는 그와 당신의 이야기, 심야서점을 애용했다. 그런데 심야서점은 한 번 경고를 먹었고, 그와 당신의 이야기는 급 재미를 잃었다. 그러다 찾은 게 이 괴담실록. 잔잔하면서도 다채로운 목소리와 줄거리로 내 이목을 사로잡는 흥미로운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