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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는 미야베 미유키 소설 미시마야 변조괴담 두권을 이어서 봤는데, 이번에는 두 권 사이에 나온 《기타기타 사건부》로 새로운 에도 시대 이야기다. 이번 한권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다. 예전에 썼던 다른 이야기도 아주 끝난 게 아니고 잠깐 쉬는 건가. 오하쓰와 유미노스케 말이다. 에도 시대 이야기 재미있다. 맨 처음에 본 《괴이》는 제대로 못 본 것 같지만. 책 볼 때는 재미있다고 여겼을지도 모르겠다. 그걸 보고 시간이 흐른 뒤에 다른 에도 시대 이야기를 만났다. 지금까지 한국말로 나온 거 거의 본 듯하다. 그렇게 봐도 다 알지는 못한다. 에도 시대 영주와 무사 그 밑에 이런저런 사람.
미야베 미유키가 쓰는 에도 시대 이야기에는 신분이 높은 사람보다 서민 이야기가 더 많다. 영주가 아주 안 나오는 건 아니구나. 지난번에 본 《눈물점》에는 그런 사람도 나왔구나. 지금 생각하니 《세상의 봄》에도 나왔다. 그렇다 해도 잘 되는 사람이 아니고 조금 문제가 있기도 했다. 문제가 있어야 이야기가 되기는 하겠다. 이번에 만난 책 《기타기타 사건부》는 오캇피키 센키치 대장이 복어독으로 죽는 일로 시작한다. 복어를 요리한 건 센키치 대장이란다. 복어에 독이 있다는 거 모르지 않았을 것 같은데 그걸로 요리를 하다니. 복어독은 빼고 해야지. 그걸 몰랐던 건지, 실수한 건지. 이 책 보기 전에 본 나카야마 시치리 소설 《일곱색 독》에는 복어보다 훨씬 독이 많은 날개쥐취가 나왔구나. 첫번째 이야기 <복어와 후쿠와라이> 보면서 신기하게 생각했다.
센키치 대장은 덧없게 죽고 센키치 대장이 하던 문고상은 센키치 밑에 있던 대장 격인 만사쿠와 오타마 부부가 물려받았다. 센키치 대장은 부모한테 버림받았는지 길을 잃었는지 모르는 기타이치를 세살에 만나고 거두었다. 기타이치는 책 같은 걸 담아두는 상자인 문고를 팔러 다녔다. 문고라고 해서 책인가 했는데 종이로 만든 상자다. 센키치 대장이 죽어서 기타이치는 혼자 살게 되고 센키치 대장 부인 마쓰바도 집을 나와야 했다. 마쓰바는 어릴 때 천연두를 앓고 눈이 보이지 않았다. 눈은 보이지 않았지만 마쓰바는 소리와 냄새 낌새로 여러 가지를 잘 알았다. 이렇게 한 자리에 가만히 있고 이야기만 듣고 추리하는 사람을 안락의자 탐정이라 하는데, 그런 면이 보인다. 기타이치는 여기저기 다니면서 보고 들은 이야기를 마쓰바한테 해준다. 센키치 대장이 살았을 때는 그렇게 가깝게 지내지 않은 것 같은데.
여기에는 이야기가 네 편 담겼다. 센키치 대장이 죽고 후쿠와라이 가면 저주를 마쓰바가 푸는 <복어와 후쿠와라이>, 놀이와 괴담을 이은 <쌍륙 가미가쿠시>, 나가야 관리인 도미칸이 누군가한테 끌려가는 <말이 없는 지킴이>, 스무해 전에 죽은 사람이 다시 태어났다는 <저승에서 돌아온 신부>. 일본은 세습이 많다. 집안 일도 그렇고, 오캇피키도 센키치 대장이 거느린 부하한테 물려줄 수도 있는 거였나 보다. 센키치 대장은 자기 밑에 사람한테 오캇피키를 물려주지 않겠다고 했단다. 그런 것에 배신감이 들기도 할까. 그런 사람도 있고 그동안 자신한테 마음 써준 걸 고맙게 여긴 사람도 있겠지. 기타이치는 센키치 대장이 자신을 길러줘서 고맙게 여겼다. 기타이치는 열여섯살로 센키치 대장 부인인 마쓰바한테 마음 쓴다.
이 책 제목이 왜 ‘기타기타 사건부’인가 하면 기타이치가 <말이 없는 지킴이>에서 기타지를 만나서다. 기타이치는 어떤 집에서 나온 유골을 마음 써서 파내고 모았다. 우연히도 그 유골은 기타지 아버지였던 것 같다. 기타지는 수수께끼 같은 사람이다. 본래 이름도 기타지가 아닐 거다. 목욕탕 노부부가 목욕탕 앞에 쓰러진 기타지를 도와주고 이름을 기타지라 지어줬다. 기타지는 목욕탕 가마 일을 하고 다른 사람 앞에서는 멍한 모습으로 있었다. 기타이치가 자기 아버지 유골을 모은 걸 알고 은혜를 입었다 여기고 기타이치를 도와준다. 아직 기타이치 빼고 아무도 기타지 진짜 모습을 모르지만, 다음에 마쓰바나 기타이치가 아는 사람은 알게 되지 않을까. 죽 비밀로 할지. 기타지는 닌자 같기도 하다. 기타지 이야기 자세하게 나올 날 있을지. 이 이야기가 오래 이어진다면 나올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이야기에서는 사람이 죽기도 했다. 기타이치는 오캇피키가 되고 싶기도 한가 보다. 센키치 대장은 기타이치가 마음이 착해서 오캇피키에 어울리지 않는다 했는데. 기타이치는 만사쿠와 오타마한테 문고를 받아서 팔지 않고, 자신이 문고를 만들고 팔려고 한다. 그것도 잘 되어야 센키치 대장 부인인 마쓰바가 기뻐할 텐데. 오타마는 욕심 많은 사람 같다. 기타이치를 도와주는 사람은 더 있다. 느티나무 집을 지키는 사람, 거기 사는 사람. 말만 나온 사람도 있는데 기타이치가 그 사람을 만나는 날도 올 거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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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무슨 수를 써도 면할 수 없고 돌이킬 수도 없어.” (<저승에서 돌아온 신부>에서, 339쪽)